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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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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자신의 방에서 이집트 자료를 읽던 스티븐은 결국 머리를 마구 헝클고 말았어. 자료에 빽빽이 적힌 글귀가 머리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어. 대영박물관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를 발견한 이후로 그곳에 지원할지 말지에 대해 며칠째 고민을 이어나가는 중이었어. 가이드 일이었고, 보수는 높지 않지만 박물관 마감시간에 맞춰 퇴근하기 때문에 따로 야근도 없더랬어. 그래서 박물관에 있는 전시품들에 대해 조사하며 자신이 그곳 가이드 일을 할 수 있을지 재보고 있었는데 관련 지식은 해박해도 그것을 말로 푸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어. 그래서 이런저런 고민을 했고 공부하던 것에도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어. 스티븐은 안경을 벗고 눈가를 꾹꾹 눌렀어. 이대로는 안됐어

마른 세수를 하고 몸을 일으켜 찌뿌드드한 목을 가볍게 풀었어. 문득 스티븐은 텅 빈 집안을 둘러보았어. 새삼 이 공간이 춥고 휑하게 느껴졌어. 예전에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생각이었어. 스티븐은 늘 환하고 따스한, 달달한 커피 냄새가 풍기는 돌체사브레 카페를 떠올렸어. 집에도 커피가 있긴 했지만 인스턴트커피였어. 물론 인스턴트커피도 잘 마시지만 보다 달콤하고 향긋한 커피 맛을 알고 나니 도저히 선뜻 손이 가지 않았어. 그리고 커피만이 아니라 자신을 맞아주는 부드럽고 늘 친절한 어떤 목소리가 듣고 싶었어.

스티븐은 결국 읽던 것을 집어 들었어. 집중이 잘 안되니 장소를 전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며 집을 나섰어.














"어서 와요, 나흘 만이네요. 오늘도 바닐라라떼 오트밀크로 변경해서요?"



티모시가 화사하게 웃으며 맞아주었고 스티븐은 고개를 끄덕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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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바닐라라떼 오트밀크로 변경해서 주세요."



스티븐은 책을 읽기 좋게 햇살이 잘 드는 자리를 골라 앉았어. 그러면서 티모시가 방금 한 말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했어. 그러니까 티모시는 스티븐이 며칠 동안 오지 않는지 세고 있었다는 말이었어. 물론 카페 주인이라면 단골이 며칠간 오지 않는다면 날짜를 세어 볼 수도 있었어. 아마 그럴 터였어. 스티븐은 정신 차리자며 혼자 고개를 흔들고는 다시 자료를 들었어.

잠시 후 티모시가 쟁반에 달콤한 향기가 피어오르는 라떼를 받쳐 들고 다가왔어. 티모시는 테이블 위에 놓인 책 제목을 슬쩍 보더니 재미있다는 표정을 했어.



"이집트에 관심이 있나 보죠?"



특별히 말을 걸 거라 예상치 못한 스티븐은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해 허둥댔어.



"어 아니, 어.. 그니까 관심 있는 건 맞는데.."
"?"
"아니.. 그렇긴 한데 이건 이유가 있어서... 리서치 차원에서 보는 거라..."



뒤늦게 스티븐은 그냥 네,라고 대답했더래도 됐다고 생각했어. 그랬더라면 이렇게 구구절절 재미없는 말을 늘어놓고 있지 않아도 됐을 텐데. 당황해 얼굴이 달아오른 스티븐을 보며 티모시는 싱긋 웃으며 물었어.



"리서치 차원이라면, 사귀는 사람이 이집트 사람이라던가..?"
"아니,! 아니에요! 애인 없어요!"



스티븐은 자신이 필요 이상으로 반응하며 부정하고 있다 생각했지만 티모시는 갸우뚱하는 표정으로 스티븐을 바라보았어.



"그, 박물관에 지원하고 싶어서 보는 거라... 그런 사람 없어요. 저 같은 사람한테 무슨."
"아니라면 다행이고요."



티모시가 예쁘게 웃어 보이자 스티븐은 얼굴이 벌게져 허둥대며 고개를 커피에 박았어. 반면 티모시는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어.



"그리고 저 같은 사람이라뇨, 당신이 어때서요?"



스티븐이 고개를 들어보았을 때 티모시는 이미 다른 테이블로 향하고 있었어.

방금 티모시가 한 말은 무슨 의미였을까?









스티븐은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았어.

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아.

멋대로 착각하면 나중에 꼴사나워질 뿐이었어. 하지만 티모시가 했던 말은 누가 들어도 의미심장하지 않나. 자신이 지금 너무 의식하고 있는 것일까. 신경이 쓰여서 몇 번이나 카운터를 돌아보았지만, 갑자기 손님이 몰려들어 티모시는 주문을 받느라 정신이 없었어. 와중에 햇살이 잘 드는 자리를 골라 앉았더니 몸이 노근노근 해졌어. 스티븐은 라떼를 한 모금 더 마셨어. 그리고 턱을 괴었어. 그러고 보니 며칠째 푹 자지 못했더랬어. 오랜만에 몽유병이 도진 건지...좀처럼 잠이 들지 못했는데.....

스티븐은 턱을 받치고 있던 팔이 중심을 잃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며 졸음에서 깨어났어. 내가 언제 졸은 거지? 그리고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어. 고개를 번쩍 들자 티모시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어.



"피곤했나 봐요?"



스티븐은 이제 막 잠이 달아난 사람처럼 두 눈이 휘둥그레져 아무 대답도 못한 채 눈만 껌벅거렸어. 티모시는 푸스스 웃었어.



"그렇게 오래 졸지는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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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게 웃는 티모시의 예쁜 얼굴에 스티븐은 얼굴이 달아올랐어. 당황해 주변을 둘러보자 아까 북적이던 손님들이 거의 다 빠져나가고 가게가 한산해져 있었어. 티모시의 말과 달리 시간이 꽤 지났음이 분명했어. 스티븐이 무심코 뺨을 만져보자 쥐고 있던 펜 탓에 뺨에 펜 자국마저 난 모양이었어. 귀끝까지 열이 오르는 것을 느끼며 스티븐은 어버버거렸고 티모시가 불쑥 말했어.



"저기, 갑자기 생각났는데 아까 박물관 얘길 들으니까 저도 이집트 역사에 흥미가 생겨서요. 한번 박물관에 같이 가지 않을래요? 리서치 차원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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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여기에요."



언제나 그렇듯이 지각쟁이 스티븐이 헐레벌떡 티모시에게 달려갔어. 박물관 앞에 선 티모시는 핏이 딱 맞는 자켓을 입고 그 긴 다리를 자랑하며 미소짓고 있었어. 간단한 티셔츠 차림이었던 카페에서와의 느낌과 사뭇 달랐어. 그에 비해 스티븐은 늘 입던 바둑판무늬 셔츠에 자켓을 걸치고 나왔어. 처음엔 나름 근사하게 입으려고 노력해 봤지만 자신이 너무 바보같이 보였고 혹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자신만 기대를 걸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겁이 나서 결국 평소와 같이 입고 나왔어.

대영박물관 앞은 장엄했고 북적거리는 사람들로 많았지만 번잡한 풍경 속에서도 티모시는 조금 다른 색채로 칠해진 것처럼 두드러져 보이고 있었어. 티모시는 산뜻하게 웃어 보였어.



"갈까요?"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스티븐은 전시물마다 모여들어 있는 사람들의 수를 보고 잠시 뜨악했지만, 이내 눈을 반짝이며 두리번거렸어. 스티븐은 책 속에서만 보던 유물들을 직접 보고 있다는 흥분을 가라앉히려 노력했어.


공부하면서 했던 걱정과 달리 스티븐은 훌륭한 가이드였어. 티모시가 전시물을 관람하는 내내 제가 아는 이집트 지식을 총동원해서 최대한 쉽게 설명했는데 손짓 발짓까지 해가며 듣는 사람이 즐겁게 설명해 줬어. 가이드일 때문이 아니라 제가 신나 저도 모르게 술술 나온 행동들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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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인들은 파라오가 죽으면 지하세계를 주관하는 오시리스 신이 된다고 믿었는데 파라오가 양손에 들고 있는 x 자로 교차하고 있는 갈고리와 도리깨가 바로 그 모습의 상징이에요."



스티븐은 티모시에게 설명하는 것이 무척 즐거웠고, 티모시는 덕분에 이집트 역사의 흐름 강의를 들을 수 있었어. 그 외에도 대중에게 흔히 알려진 내용 외에도 흥미롭고 잡다한 지식들을 즐겁게 설명해 줬는데 기프트샵 앞을 지날 때는 미간을 찌푸리며 학을 땠어.



"대체 젤리 과자가 이집트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어요! 포장지에 이집트 과자라고 쓰는 건 사기라고요!"



하지만 스티븐은 이 박물관에서 일하게 되는 것을 꿈꾸면서도 막상 발을 들여놓고 나니 자신이 이곳에서 일할 수 있을 가능성이 희박하게 느꼈는데 이곳의 장엄함과 규모가 주는 위압감에 위축이 됐기 때문이었어.



"그런 것들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이집트 역사쪽을 전공했나요?"
"아뇨, 전공 못했어요.. 하고 싶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지금은 그냥 밤에 혼자 취미로 공부하는 정도예요."
"멋있네요. 그런 취미를 갖고 있다는 거."



티모시의 칭찬에 스티븐은 수줍게 미소 지었어. 하지만 아무리 매일 밤 이집트 공부를 열심히 해도 전공을 나온 게 아닌 스티븐이 가이드가 될 가능성은 희박했어. 그것을 새삼 깨달은 스티븐은 그 이후로는 다소 시무룩하게 박물관을 다녔고 두 사람이 한 시간 정도 더 머물다 박물관을 나왔을 때는 둘 다 배가 고픈 상태였어. 스티븐이 배가 고프다고 말하자 티모시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연스럽게 스티븐을 이끌었어. 정신을 차려 보니 스티븐은 전에 돌체사브레 카페 근처에 새로 생겨서 가보고 싶다고 말했던 비건 레스토랑에 앉아 있었어.



"맛있어요?"



티모시의 질문에 이미 한 접시를 거의 다 비운 상태였던 스티븐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어. 사실 스티븐은 음식 맛을 그다지 느낄 수 없었어. 레스토랑 분위기는 생각 이상으로 우아했어. 세련된 인테리어와 채도 낮은 조명에, 은은한 음악이 깔리고 있었으며, 다른 사람들 모두 나지막이 대화를 나누며 음식을 음미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커플이었어. 스티븐은 갑자기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자신의 맥박 소리가 귀에 선명하게 들리는 것 같았어. 웨이터가 따라준 와인을 마시던 티모시가 말했어.



"왜 그렇게 말이 없어요?"



스티븐은 무어라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입을 다물고 말았어. 그리고는 지금 자신이 느끼는 이 기분을 최대한 유치하지 않게, 점잖게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어. 하지만 티모시가 맞은편에서 갸우뚱한 얼굴로 스티븐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고, 그 잘생긴 얼굴이 더욱 잘생겨 보여 스티븐이 저도 모르게 엉겁결에 말하고 말았어.



"이거, 좀 데이트 같지 않나요?!"



스티븐은 제 입에서 나온 말에 화들짝 놀랐어. 민망해질 각오를 하고 티모시의 얼굴을 바라보는데, 의외로 티모시는 웃음을 터뜨리지 않았어. 티모시는 여전히 같은 눈으로 스티븐을 바라보고 있었어. 아니, 오히려 조금 전보다 좀 더 진해지고 깊어진 눈빛이었어. 티모시는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스티븐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어.



"이거 데이트 맞아, 스티븐."



티모시가 스티븐 쪽으로 몸을 좀 더 기울이며 나지막이 속삭였어.



"나는 당신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티모시가 멍하니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스티븐의 손을 끌어당겼어. 가벼운 접촉이었지만 스티븐은 움찔했어. 티모시는 마치 스티븐이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는 듯이 스티븐의 손을 힘주어 붙잡으며 말했어.



"오늘 우리, 처음부터 끝까지 쭉 데이트하고 있었어."











티모시오작 티모시스티븐 문나이트
2024.06.30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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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ㅎㅎㅎㅎㅎ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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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존대하다가 훅들어오는거 존좋ㅌㅌㅌㅌㅌㅌㅌㅌㅌ 손 꽉 잡는게 스티븐이 겁먹어서 도망가려해도 잡고 안놔줄거같다ㅌㅌㅌ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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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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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미친미친미친미친미친미친미친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센세덕에 3일동안 밥 안먹어도된다 이게 내 식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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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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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처음부터 끝까지 쭉 데이트하고 있었어 < 너무 좋아서 기절할 것 같아요 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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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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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의 시작에서 찰칵 센세 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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