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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8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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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들이 모여있는 곳은 분수대와 시계탑이 있는 C동 1층의 로비다. 하커스 헤이븐은 다섯 개의 건물이 오각형을 이루면서 통로로 연결되어 있고, 뻥 뚫린 가운데 각 동의 1층을 연결하는 정원이 있다. 보통 푸드트럭이나 단기 행사가 열리는 장소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지금은…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저한테 이걸 왜…."


조엘은 내게 천막을 배정해주면서 주머니칼을 하나 같이 줬다.


"무기 가지고 있는 거 없잖아."
"감사합니다."


안받고 뭐하냐는 듯이 빤히 쳐다보길래 얌전히 받았다. 나름대로 내가 이곳의 유일한 오메가라고 배려를 해주는 건가 싶기도 했다. 덩치도 크고 툭툭 던지는 말투에 목소리도 낮고 거칠어서 솔직히 함께 있으면 조금 무서웠다. 다행히도 그는 여러모로 찾는 사람들이 많아 바빠보였고, 내게 시설 안내를 도와준 건 안경을 쓴 깡마른 남자였다.


"조엘이 좀 무섭죠?"


뜨끔하는 얼굴을 하자 샘은 낄낄거렸다. 쫄아있는게 많이 티가 났던 모양이다. 조엘도 알았으려나….


"조금요."
"근데 지금 상황이 상황이라 그럴 수밖에 없어요. 사람들이 하도 사고를 많이 쳐서."


사람들이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지시에 잘 따라줄 거라는 생각은 큰 착각이다. 사태가 터지고 1년 동안 여기저기 현장에 가서 구르면서 나는 그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샘의 말을 들으니 어쩐지 조엘에게 동질감이 느껴지면서 좀 안쓰러웠다.


"여기가 창고. 저기가 음식 준비하는 곳이고… 아, 화장실은 그냥 쓰면 돼요. 많이 좋아졌죠, 초반에는 다른 곳으로 통할 지도 모른다고 해서 화장실 용 천막도 따로 설치했었거든요. 순찰조가 당번 뽑아서 직접 버리고 왔다구요. 바쁜 일 정리되고 조엘이 화장실 칸 하나하나 확인하고 24시간 내내 직접 안전검사도 해서 원래대로 그냥 쓰고 있는 거예요."
"고생이 많았네요."


운이 좋게 사건이 터질 즈음 C동 로비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먼저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샘 역시 그 중 하나라고 했다.


"친구랑 약속이 잡혀서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더니 핸드폰이 안 터진다는 거예요. 그러다가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오더니 우리가 멀쩡한 걸 보고 여기서 나가지 말라고 했고…."


조엘은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한 사람들 중 하나였다. 부상자 몇을 데리고 들어와 비명과 절규가 가득한 현장을 수습하자 자연스럽게 그를 중심으로 광장이 돌아갔다.


"노약자와 부상자는 열외, 대신 식사 준비를 돕거나 가져온 물품을 관리하고 광장 청소를 돕고 있어요. 나머지는 순찰조를 나눠서 센터 곳곳에서 물건을 가져오거나 특이점을 체크하고, 안전한 장소가 있는지 찾죠. 허니도 외상은 없으니 며칠 쉬다가 순찰조에 합류하게 될 거예요."
"안전한 장소가 여기 말고도 있나요?"


샘은 어깨를 으쓱했다. 평평해진 입가가 많이 씁쓸해보였다.


이 안에서 1년을 넘게 있었으니 사람들에게 활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군데군데 조금씩 모여 다들 가라앉은 분위기로 생활을 했고, 여기서 제일 밝은 사람을 찾아보자면 아마 나를 이리저리 소개시키는 샘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내가 연방재난관리청 공무원이라는 이야기에 사람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해줄 수 있는 희망적인 이야기가 딱히 없어서 미안했다. 잠깐 반짝거렸던 눈들이 다시 빛을 잃어버리는 모습이 내 마음 속에 돌덩이처럼 얹혔다.


"저긴 무슨 일 있나요?"


묘하게 어수선했다. 조엘을 비롯한 몇 사람들이 장비를 챙기는 게 보였다. 샘이 걱정어린 눈으로 그쪽을 보다가 내 질문에 헛기침을 했다.


"아. 그, 순찰조 복귀가 좀 늦어지는 모양이에요. 조엘이 가서 찾아보려는 거 같은데…."


원래 눈치가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급박한 현장에서 구르다보니 이런 상황이 뭘 의미하는지 조금 알 것도 같았다. 순찰조에게 문제가 생기는 일이 아주 드물지는 않나보다. 사람들이 몰려들어 패닉하지도 않고, 샘은 슬쩍 보고도 상황을 유추했다.


"저기! 중앙정원 쪽에 피터야!"
"옆에 메이인가?"
"뛰어!"


홀에 연결된 커다란 유리문 쪽으로 조엘과 같이 있던 남자들이 뛰어갔다. 나 역시 그쪽을 보고 잠시 숨을 멈췄다. 피투성이가 된 남자와 여자가 커다란 중앙정원을 가로질러 달려오고 있었다. 열린 문으로 몸을 던지다시피 한 두 사람은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악몽을 본 얼굴들이었다.


"루크랑 에이버리는 어딨어?"
"피터 이 새끼가, 흐윽, 이 새끼가 E동으로 멋대로 가서, 씨발, 구하러 갔다가…."


'피터'라는 남자는 소리를 내질렀다.


"그게 왜 내 잘못이야! 나라고 E동 앞에 그런 새끼들이 있을 줄 알았겠냐고!"
"네가 씨발, 어제 E동 골동품점 얘기하는 거 다 들었어, 개새끼야! 돈 되는 거 가져와서 숨겨둘 거라며, 안 그래?! 너 때문에 에이버리랑 루크가 뒤졌다고!"


메이의 처절한 목소리가 조용해진 로비를 울렸다.


"순찰 규칙 1번."


그리고 뒤를 이어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렸다. 앞으로 걸어나오면서 바닥에 주저앉은 피터를 내려다보는 조엘의 시선이 새파란 불 같았다. 얼음장 같기도, 지나치게 뜨겁기도 한.


"피터, 순찰 규칙 1번."


조엘이 다시 한 번 압박하듯 물었다. 피터는 연신 목울대를 울렁거리면서 우물쭈물하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단독행동…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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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으로 사람을 팰 수 있다면 딱 저럴 것 같았다. 나는 조엘이 피터의 뒷덜미를 잡아채는 모습을 보고 그가 나를 아주 다정하게 부축해준 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피터도 체격이 작은 편은 아니었는데, 조엘은 그를 수월하게 끌어냈다.


"자, 자, 잠깐만! 내가 일부러 죽인 것도 아니고! 그만! 조엘, 잘못했어!"


'D동'이라고 위에 크게 쓰여진 연결통로 쪽으로 피터를 데려간 조엘은 고개를 돌려 시계탑의 시간을 확인했다.


"16시."
"조엘, 잠깐만!"


기다란 다리가 주저없이 올라갔다. 조엘은 피터의 등을 걷어차 어두운 연결통로로 그를 밀어넣었다. 나는 놀라서 흠칫했다.


"지금 저게 뭐하는 거예요?"
"순찰조에서 정해진 규칙을 고의로 어겨서 사망자가 발생하면 책임을 지게 돼요."
"저렇게 내쫓는 거라구요?"
"아뇨, 그냥… 밖에서 버티는 거예요. 죽은 사람들 숫자만큼. 피터는 이틀을 밖에서 버티다가 돌아와야겠네요."


샘의 대답에 다시 한 번 이 상황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저렇게 쫓겨났다가 돌아온 사람들이 있긴 해요?"
"뭐… 반 정도?"


중간에 돌아와서 버티려고 하지 않을까? 죽을 자리로 사람들이 순순히 쫓겨날까? 그런 의문을 아주 잠시 가졌지만 조엘이 매서운 눈매를 하고 어둠 속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는 이해했다. 규칙을 지키지 않으려고 한다면 직접 괴물 아가리에 그 사람을 던져넣어줄 것만 같았다.


"아…."


순간 옆을 돌아본 조엘과 눈이 마주쳤다. 어깨가 굳었다. 그가 갑자기 내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와서 더욱 긴장을 했다.


"당신, 이쪽으로."


역시 조금 무서워.


 

순찰조 규칙

1. 단독행동 금지
2. 사소한 의문점도 반드시 보고
3. 변수가 생겨 위험해질 경우 즉시 귀환
4. E동 출입금지
5. 위 사항을 고의로 어겨 사망자가 발생했을 시 그에 따른 책임은 사망자 수에 비례하는 일수만큼 안전지대 밖에서 홀로 버티는 것으로 진다.



생각보다 순찰 규칙은 간단했다. 현재 순찰조로 활동이 가능한 57명이 4~5명씩 조를 짜서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센터의 각 동을 살피고 물품을 걷어오면 되는 일이었다. 음식의 경우 생식은 건드리지 않고 포장된 음식만. 하루가 지나면 거짓말처럼 가져온 물품들이 다시 채워지니 굳이 수색을 할 필요는 없었다.


"당분간 익숙해질 때까지는 1조랑 같이 다니고."
"E동은 왜 출입금지죠?"


이 쇼핑 센터 어느 곳에 어떤 가게가 있는지는 지난 1년 동안 수도 없이 파악해서 다 알고 있다. E동에 이곳 유일의 큰 약국이 하나 있다. 억제제 박스가 들어있는 내 가방은 진작 잃어버렸으므로 E동에 가지 못한다는 게 여러모로 아쉬웠다.


조엘은 가만히 나를 바라보다가 걸터앉아있던 간이의자에서 일어났다. 다가오는 발걸음이 나를 뒤로 물러나게 했다. 그가 검은 셔츠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내리는 동안 내 눈이 점점 더 커졌다.


"지, 지,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왜 E동 출입금지냐며."


안 그래도 팔다리에 힘이 없는데, 그가 아예 셔츠를 훌렁 열어젖혔을 때는 놀라서 아예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풀썩 주저앉으면서 그가 준 주머니칼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곧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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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이 탄탄하게 짜인 몸에 흉터가 많았다. 옆구리며, 가슴팍이며…. 특히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왼쪽 가슴의 상처는 아직도 피가 맺혀있었다.


"전부 다 E동."


내 시선이 정신없이 그의 상처들을 오르내리는 걸 본 조엘이 짧게 정리했다.


"그건 아직도 피가…."
"당신 오기 이틀 전에 생긴 상처야."


입술을 꾸욱 물었다.


"들어가겠다는 건 아니었어요. 그냥… 약국이 E동에 있으니까, 억제제가 필요해서요."


방금 사고친 사람을 처리했는데 신입인 나까지 귀찮게 하니까 아예 충격요법을 쓴 모양이다. 귀찮은 사람 취급을 당한 게 조금 억울해서 웅얼거렸다.


"사냥 당한다면서요."


그는 천천히 셔츠 단추를 다시 잠그면서 나를 흘긋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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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 언제지?"


밖에서는 무례할 수 있는 질문인데도 여기선 전혀 이상하지가 않았다. 나는 잘 가늠이 되지 않는 날짜를 계산했다. 가방을 잃어버리기 전에 약을 먹어서 늦췄으니까 며칠 남지 않았다.


"나흘 정도 남았어요. 정확하지는 않아서…. 아무튼 곧이에요."


그는 또 잠시 말이 없었다. 잠깐의 침묵 후 그가 나직하게 설명을 했다.


"이 안에서는 형질이 비정상적으로 날뛰어. 오메가는 당신 하나 뿐이라 사이클이 온 걸 알면 눈이 돌아서 달려들 거야."


사냥이라는 게 그냥 알파가 많아서 위협적이라는 의미가 아니었나보다. 나는 오싹해져서 바짝 굳은 채 그를 바라보았다.


"좆달린 베타도."


조엘은 내 손을 향해 턱짓을 했다. 나는 아직도 그가 셔츠를 벗을때 움켜쥔 주머니칼 손잡이를 꾸욱 잡고 있었다.


"항상 그렇게 해."


그는 손을 올려서 수염이 까슬하게 자란 턱을 문지르더니 말했다.


"알파들은 자기들끼리 천막을 몰아놨는데, 오메가는 당신 하나라. 일단 이번 달은 이웃 없는 천막들이 몇 개 있으니 핑계를 대고 조만간 그쪽으로 옮겨주지. 그 다음부터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고."


내가 그를 계속 보고 있으니까 조엘은 미간을 살짝 구겼다. 뭘 보냐는 얼굴에 살짝 웃음이 났다.


"왜 웃지?"


무뚝뚝한 얼굴에 위압감 넘치는 목소리지만 사실 그 퉁명스러운 말투도 다 내용이 참 친절했다. 그에 대한 평가를 정정해야만 했다.


"고마워요, 신경써줘서."


솔직히 이 사람 아니었으면 여기 남아있는 인원수는 훨씬 적었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제 이름은 허니예요. 당신 아니고. 부르기 좀 낯간지럽죠, 알아요."


그의 한쪽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이름은 끝까지 안 불러줬다. 





조엘너붕붕으로 괴담st 쇼핑 센터에 갇혀버린 이야기 3

2024.06.18 01:01
ㅇㅇ
조엘 ㅈㄴ 하드캐리 중이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툭툭 말하는데 ㄹㅇ 내용은 다 신경써주는거 개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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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8 08:51
ㅇㅇ
모바일
2222222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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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8 01:05
ㅇㅇ
모바일
우효
[Code: bde1]
2024.06.18 01:10
ㅇㅇ
모바일
나 센세를 위해 E동도 들어갈수잇어
[Code: 94ec]
2024.06.18 01:10
ㅇㅇ
모바일
분위기 개오져 진짜 하
[Code: e60e]
2024.06.18 01:16
ㅇㅇ
모바일
미친 조엘 개씹알파💦💦💦💦💦
[Code: 166e]
2024.06.18 02:00
ㅇㅇ
모바일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a03a]
2024.06.18 05:28
ㅇㅇ
모바일
망한 조별과제의 조장같은 조엘....
[Code: 5b8b]
2024.06.18 05:44
ㅇㅇ
모바일
ㅁ햐 걍 알파메일 그자체...
[Code: 9434]
2024.06.18 12: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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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지나면 물품이 채워진다…? 누가 지켜보고 있고 쇼핑센터는 실험 대상이고 그런 거 아냐? 개무섭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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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8 12:37
ㅇㅇ
모바일
하.. 진짜 분위기 미쳤다... 읽는 내내 압도됨
[Code: 36e9]
2024.06.18 16:49
ㅇㅇ
모바일
센세 어나더...억나더...미쳣다 존잼
[Code: 5d03]
2024.06.18 22:38
ㅇㅇ
모바일
추천할 수 없음 떠도 추천 갈긴다... 센세 억나더
[Code: b00f]
2024.06.18 22:39
ㅇㅇ
모바일
흥미진진하다..그와중에 조엘 너무 멋있고요ㅠㅠ
[Code: cb55]
2024.06.18 23:27
ㅇㅇ
모바일
미친 조엘이 해결해주먄 되겠네~
[Code: 01f3]
2024.06.19 00:24
ㅇㅇ
모바일
밖에 집어던지는거 개씹알파
[Code: 654c]
2024.06.19 01:58
ㅇㅇ
모바일
미쳣네진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ㅠㅜㅜㅠ센세억나더
[Code: 5b6b]
2024.06.19 02: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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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천재만재…조엘 너붕붕이라니 센세는 사막의 오아시스같은 존재…
[Code: 0777]
2024.06.20 13: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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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다 너무 재밌어 사랑해 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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