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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2 14:52
스모크스크린이 리차징을 끝냈을 때에는 이미 정오를 넘긴 시간이었다. 대장님은 오늘도 당연히 프라임 직위에 충실한 하루를 보내러 가고 없었다. 베드의 빈 옆자리가 쓸쓸했다. 평소 같으면 같이 일어나서 아침식사했어야 맞는데. 통신 수신함을 뒤져보니 대장님에게 온 메세지가 있었다.


<스모크스크린, 침대로 돌아가게. 그리고 일어나면 나와 라쳇에게 통신 주게나. 회복에 전념한다면 저녁에 상을 기대해도 좋네.>


그렇잖아도 쑤시는 아픔을 견디며 바닥으로 막 발을 내디디려던 참이었던 스모크스크린은 우뚝 멈췄다. 게다가 스모키도 아니고 스모크스크린이라고 부르시다니. 그가 완쾌할 때까지 대장님이 엄하게 굴기로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는 뜻이었다. 답장 보내면 또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 하시겠지? 혹시 모르니 통신은 잠깐만 미뤄보자. 스모크스크린은 상을 받기 위해서 리차징 베드에 정자세로 누웠지만 한 메가 사이클을 넘기지 못 하고 몸을 일으켰다. 도저히 심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전날, 아니 그 전날인가? 하도 리차징을 오래 했더니 시간 개념이 흐릿했다. 어쨌든 대장님에게 키스를 조르던 그 밤보다는 거동이 수월했다. 사물이 자꾸 두 개로 나뉘었다가 겹쳐져보이고 동체 어디를 움직이든 브레인 모듈이 납땜되다가 만 것 마냥 흔들리긴 했지만, 이명은 거의 사라져있었다. 스모크스크린은 두통에 이를 악문 채 침대 앞에 섰다. 에너존 링겔대를 끌고 비틀거리며 쿼터 출입구를 개방했더니 건너편에서 환자 이송용 들것을 밀던 라쳇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문을 닫았다. 불행히도 라쳇이 마스터 키를 갖고 있었으므로 소용은 없었다.


“어허, 내 이럴 줄 알았다. 일어났다고 제깍 제깍 보고 안 하지? 어디 옆길로 새려고?”


퉁명스러운 말투와 달리 스모크스크린을 부축해서 들것에 눕히는 손길은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옵티머스한테 일어났다고 통신 보내. 며칠 밤을 새다시피 하면서 너만 내리 간호했는데 그 정도는 해줘야지.”

“네에...”

“보냈어? 직접 물어본다?”

“알겠어요, 알겠다고요. 대장님은 치료 다 끝난거죠? 그 때 헤드 뒤쪽 다치셨는데.”

“그래, 본인은 제쳐놓고 너부터 완쾌시키라는 걸 내가 억지로 수리해놨다.”

“다른 대원들은요?”

“크게 다친 곳은 없어.”


대장님에게 통신을 보내고 나서 복도로 실려나오며 스모크스크린은 샐쭉 웃었다. 편하게 누운 상태로 들것을 타고 움직이는 게 재미있었다. 지나쳐가는 천장과 높은 벽을 보고 있자니 익숙한 아크 내부인데도 기분이 색달랐다. 총사령관 쿼터에서 메디컬 베이가 가깝다는 점은 재미없었다.


“이대로 기지 한 바퀴만 돌아주시면 안 돼요?”

“내가 투어 가이드로 보이냐?”

“아뇨, 아프고 어린 환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백의의 천사처럼 보여요.”

“난 간호원이 아니라 의무관이거든. 그리고 내가 시간이 썩어나는 줄 알아?”


스모크스크린이 함부로 돌아다니는 걸 막으려는 심산인지 라쳇은 다리만 빼고 수리에 전념했다. 말을 붙여도 집중하는 데에 방해되니 시스템 강제 종료시키기 전에 조용히 하라는 답만이 돌아왔다. 스모크스크린은 메디베이 내부 곳곳을 스캔하며 시간을 때웠다. 드라이버를 종류별로 모아둔 수리도구함에서 미니봇 전용 볼 드라이버를 발견했다. 그는 원격으로 사이즈를 측량해보았다. 대장님 스파이크에 넣기 딱 좋아보였다. 다른 선반에서는 에너존 지혈 및 흡수용 플러그와 여분의 쿨링 팩, 볼펜형 레이저를 발견했다. 구석에 가지런히 정리된 로프는 아마도 치명상 입은 포로를 사로잡았을 경우 치료에 앞서서 제압하기 위한 용도일 것이다. 여기 완전 보물창고네. 메디베이만 보면 라쳇한테 SM 취미가 있다고 해도 믿겠어. 수리가 끝났을 때 라쳇이 스모크스크린의 옵틱 기능을 점검하며 말했다.


“나머지 잔고장은 내일 똑같은 시간에 이어서 수리할 테니까 제발 그 때까지 사고치지 말고 얌전히 좀 있어라.”

“죽은듯이 쿼터에만 처박혀있을 테니까 저 이 들것 좀 빌려주시면 안 돼요? 화장실 갈 때 편할 거 같아서요. 어차피 딴 대원들은 쓸 일 없잖아요.”

“안돼. 그거 타고 놀려는 거 내가 모를 줄 알고? 이건 의료용품이지 네 장난감이 아니야.”


그렇게 대답하실 것 같았다. 스모크스크린은 아까 눈여겨 봐뒀던 물건들도 요청해보았다. 라쳇이 침묵하다가 물었다.


“그건 어디에 쓰려는 거지?”

“대장님의 만족과 안위를 위해서..?”

“변태짓에 쓸 거란 얘기잖아 이 미친놈아!”

“못 주시면 어쩔 수 없고요. 그럼 전 더 위험한 방식을 통해서 덜 안전한 도구들을 찾아봐야겠지만… 라쳇이 위생적으로 관리한 의료도구들이 대장님 동체에 제일 안전하긴 할 텐데….”

“그냥 안 하면 되잖아, 안 하면 되잖아!”

“안 하면 대장님이 서운해 하신단 말이에요.”


제 회로와 스파이크도 슬퍼하고. 렌치를 쥔 라쳇의 주먹이 부들거리며 떨리기 시작했기에 스모크스크린은 최대한 불쌍해보이는 표정으로 움츠렸다. 라쳇이 저걸 휘두른다면 지금 동체 상태로는 피할 재주가 없었다. 대장님과 콘적스 맺기도 전에 죽고 싶지 않았다. 아직 바비랑 해보고 싶은 야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


“저 환자인 거 아시죠? 라쳇…”

“가끔은 내가 의무관이란 사실이 정말 한스럽고 원통하다…”

“진정한 의무관이라면 추가적인 환자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저한테 저 물건들을 주지 않을까요? 솔직히 스파이크에 케이블 넣는 것보단 의료용 볼 드라이버를 넣는 게 훨씬 안전하잖아요.”

“정신 나간 놈! 이놈의 촉새같은 주둥이! 불쌍한 옵티머스!”

“아이고! 아이고, 의무관이 메크 잡는다.”

“네놈만 없애면 처음부터 옵티머스가 덜 다치니 더 다치니 할 일이 없을텐데!”


말은 저렇게 해도 결국 둘의 플레이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였다. 한참이나 실랑이해야 했지만 결국에는 그 위험한 ‘변태짓’의 리스크를 원천봉쇄하려는 의무관의 마음과 대장님의 안전한 밤놀이를 존중하고 보장하려는 친우의 마음 중 후자가 승기를 잡도록 부추길 수 있었다. 도구 중 레이저를 마지막으로 넘겨주는 라쳇의 눈길은 매서웠다. 받으려고 했지만 단단한 손이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너 이거 어디 쓰려고 하는지 다 알아.”

“자비롭고 현명하신 의무관님과 사랑하는 대장님을 위해서 평생 몸 바쳐 충성하겠습니다.”

“그 말 반드시 지켜야할 거야. 옵티머스가 아무리 물렁하게 굴고 전부 너한테 맞춰준다고 해서 네가 주인이니 뭐 그런 웃기지도 않는 거라고 착각하지 마. 넌 그의 엘리트 가드야. 엘리트 가드로서 처신해, 지난번 전투에서처럼.”

“네네네네, 잘 알아요.”


드디어 레이저를 손안에 넣을 수 있었다. 어쩌면 사운드웨이브로부터 대장님을 구해내서 라쳇한테 점수를 따는 데에 성공한 걸까? 라쳇이 플레이시 뒤집히는 둘의 상하관계를 탐탁치 않게 여길 지라도, 레이저를 넘겨준 것은 최소한 애정이나 소유관계만큼은 인정하겠다는 제스처처럼 느껴졌다. 그 소유관계라는 게 라쳇이 생각하는 것처럼 마냥 귀여운 형태는 아니겠지만... 아마 이 레이저로 막연히 대장님의 부품 어딘가 건전한 부위에 스모크스크린의 이름을 문신하고 말 거라고, 연인들끼리 흔히 하는 애정표현 정도로 생각하고 계시는 것 같지만…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는 법이었다. 스모크스크린은 라쳇의 손등을 전부 흡입할 기세로 뽀뽀했다. 


“고마워요!”

“아악, 꺼져! 징그러워.”

“아시겠지만 지금 전 라쳇이 도와줘야 꺼질 수 있는 상태인데.”


그래서 그는 성심성의껏 스모크스크린이 쿼터의 베드 위로 꺼질 수 있도록 돌봐주었다. 라쳇마저 가고 나자 다시 심심해졌다. 대장님이 보낸 통신을 의미없이 재확인했다. 볼일을 최대한 빨리 마치고 나서 돌아오겠다고 약속하신 때까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남아있었다. 다른 대원들한테 놀러오라고 통신을 보냈다. 언제나 인력난에 시달리는 오토봇들은 스모크스크린의 빈 자리까지 메꾸느라 정신없이 바빠보였지만, 범블비가 통신상에서 잠깐 말상대를 해주었다.


<그러고 보니 너 바리케이드랑 사귀는 거 대장님한테는 계속 비밀로 할 거야? 승낙해주실 거라니까.>

<그렇다면 감사한 일이지만…. 모르겠어. 지금도 걱정할 거 많으신데 더 수고롭게 만들어드리고 싶지 않지 않아. 너 기절했을 때 안고 오던 대장님 표정을 봤어야해. 라쳇도 너 고치느라 정말 많이 고생했어.>

<이제 낫고 있으니 됐잖아?>

<아니 너도 진짜… 이런 데에선 무심하다니까. 만약 대장님이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해봐. 암만 회복하고 계시더라도 마음이 안 아프겠어? 앞으로 똑같은 일, 혹은 더 나쁜 일이 생길까봐 무서운 마음은 안 들겠고?>

<그거야…>


사실 그것까지 상상해보지는 않았다. 심하게 다친 쪽은 대장님이 아니라 자신이었고 대장님을 지켜냈다는 사실로 족했으니 그 외의 것은 별로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범블비와 통신을 마치고 나서 스모크스크린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 사실 어떻게든 다시 몰래 쿼터 밖으로 나가볼 예정이었으나, 오늘만큼은 침대에 얌전히 누워서 상을 받기로 했다. 대장님이 돌아와서 연인의 무사한 모습을 확인하고 가슴을 쓸어내릴 때까지, 스모크스크린 위로 올라타서 소중하게 두 뺨을 어루만질 때까지.






트포 스뫀옵티
약바리범블
2024.05.02 16:18
ㅇㅇ
모바일
센세 개쩔어요 진짜
[Code: 53a3]
2024.05.02 16:19
ㅇㅇ
모바일
치료받는 와중에도 스뫀이 의료용품 야무지게 챙기는거 개웃기다..라쳇이 질색할만도 ㅋㅋㅋ한데 너무 웃겨요 센세
드라이버로 요도플 조져야만...별개로 라쳇 반응도 불쌍하고 웃김...
[Code: 53a3]
2024.05.02 17:24
ㅇㅇ
모바일
스뫀이의 회심의 플레이가 너무 기대됩니다 센세ㅠㅠㅠㅠㅠㅠㅠ 스뫀이 자기가 지금 괜찮으면 된 거 아니냐고 하는데 햐 나는 왜 이부분이 좋을까••• 이런 무심함이 평소 성격이고 대장님 걱정하는 게 오히려 의외인면(?) 예외인 부분 처럼 보여서 그런걸까
[Code: 8cc9]
2024.05.02 17:25
ㅇㅇ
모바일
그리고 대장님이 스모크스크린이라고 딱 잘라 말하는 것도 너무 좋아요... 엄청 걱정했던 거 티나서
[Code: 8cc9]
2024.05.02 20:51
ㅇㅇ
모바일
너무 좋아서 지능이 떨어진다 계속 추천 누르고 있어....
[Code: 476c]
2024.05.02 21:26
ㅇㅇ
센세 최고에요!!ㅜㅜㅜㅜㅜ
[Code: 7655]
2024.05.02 23: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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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받으려고 얌전히 기다리는 스모키의 모습이 센세의 글을 기다리는 내 모습과도 같구나
[Code: 16c4]
2024.05.03 12: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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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개재밌음
[Code: 9aa6]
2024.05.05 03: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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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개쩔어요
[Code: 3e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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