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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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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압해임

고증 없음



1.

"부장님, 퇴근 안 하세요?"


익숙한 목소리에 테세우스는 서류에 고정되어 있던 시선을 끌어올렸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낯설지 않은 얼굴이었다. 같은 오러 본부의 요원이었으며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상사인 테세우스의 눈치를 보는 자였다.

테세우스는 어쩐지 불편해보이는 신입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내 손을 뻗어 제 주머니 속에 잠들어 있던 회중시계를 꺼내들었다. 

시침이 이미 6을 조금 지나간 시간, 이미 모두가 떠나고 고요한 사무실 안. 그 사실을 뒤늦게 알아 챈 테세우스는 왜 저렇게 신입이 불안한 듯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잠시 고민했다. 신입의 이름이 뭐더라. 아 맞아. 토미.


"토미, 나 신경쓰지 말고 먼저 퇴근해도 괜찮아."
"예? 정말요...?"
"그래."


여전히 확신이 없는 목소리로 질문을 하는 신입을 보며 테세우스는 다시 한 번 긍정의 대답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쭈뼛거리는 자세로 테세우스에게 인사를 건넨 신입이 부서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

신입이 빠져나감과 동시에 사무실에는 다시 적막감이 멤돌았다.

하, 작게 테세우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이내 다시 아까까지 읽고 있었던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시야 속에는 아까와 다르게 변하지 않은 글씨가 테세우스를 반기고 있었다. [스큅 살인마] 그 단어 아래에 적힌 문장들을 얼마나 여러번 읽었는지 이제는 눈을 감아도 서류 속의 모든 내용을 복기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3개월 전부터 나타난 스큅만을 노리는 연쇄살인마. 범인이 과연 남자인지 여자인지, 또는 다른 고지능을 가진 생물인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이 모든 문제가 테세우스가 서류 내용을 얼마나 정확하게 외우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이 된다면 참 좋을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건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테세우스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아, 테세우스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시 제대로 된 실마리 하나 없이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3.

스큅 살인마. 사실 그 이름이 붙은 것은 정말이지 뻔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스큅만을 노리는 살인마였으며 꽤나 잔인한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한다. 

원래 살인마들의 속내야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라고는 하지만 이 경우는 더더욱 특이하다고 테세우스는 생각했다.

마법사들의 사회 속에 함께 섞여 산다면 스큅을 찾아내기 쉽지만, 그렇다고 스큅이 만약 머글들의 사회 속에 섞여 살아간다면 이는 찾아내기 쉽지 않다. 본인이 직접 스큅이라고 밝히거나 그 사람을 그 누구보다 자세히 알고 있지 않는 이상 말이다.

그럼에도 어떤 방법에서인지 살인마는 스큅만을 찾았다. 그리고 원한이라도 가진 것마냥 잔인하게 살해한다. 

심지어 살인마는 테세우스를 포함한 오러들을 놀리는 것만 같았다. 범행을 저지르기 전, 피해자에게 [네 더러운 피를 정화하러 가겠다.] 따위의 범죄 예고장을 날리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런 예고장까지 도착하는데도 범죄를 막아내지 못 한다니, 테세우스는 골이 자꾸만 아파오는 기분이었다.




4.

마법사 부모님 아래에서 태어나 마법사 학교인 호그와트를 졸업하고 마법사이자 신비한 동물 연구를 사랑하는 동생 뉴트까지. 테세우스의 인생에서 스큅이나 머글이란 단어는 꽤나 거리가 있었다.

무조건 마법사들은 마법사들끼리 지내야하며 혼혈 마법사와조차도 가정을 이루면 안된다는 순혈주의자는 절대 아니었다. 그냥, 그런 환경에서 자란 것 뿐이었다. 굳이 마법사 세계 이외의 세계를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삶. 심지어 호그와트를 졸업한 이후 선택한 직업이 마법부 소속 오러였으니 테세우스는 제 인생에서 머글 세계와 엮이게 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이 사건이 터진 이후, 테세우스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어디서부터 수사를 시작해야할지, 마치 신입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이제는 오러국의 부장이라는 자리까지 올라왔음에도 말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 한 무력감이었다.




5.

그러니까 그 날 저녁, 평소라면 퇴근과 동시에 제 집으로 향했어야 할 발걸음을 머글들의 도시로 돌린 것은 그야말로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그래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어디로 가는지도 확실하지 않았지만 일단 발걸음이 닿는대로 움직였다. 

물론 알고 있었다. 아무리 머글이라고 하더라도 마법사들과 크게 다를 것 없이 살아간다는 것을 말이다. 테세우스가 평생 머글들과 크게 가깝게 지내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머글출신 친구들까지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

그냥 그날의 기분이 그랬다. 왜인지 그러고 싶었다. 그리고 그 행동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6.

그리고 테세우스는 제 직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얼마 지나지 않아 알아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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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꺼진 어느 가게 유리창 너머에 위치한 이름 모를 작은 사각형 화면 속에서 시선을 뗄 수 없는 이의 얼굴을 마주했으니.

그 이름 모를 작은 사각형 화면의 이름이 텔레비전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이야기였다.




7.

무슨 감정이냐고 물어본다면 테세우스는 바로 대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랑인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화면 속 남자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저 그가 노래를 하고 있었고 화면 아래에 적힌 [엘비스 프레슬리] 라고 적힌 글자를 보고서야 그것이 남자의 이름을 알아챘다.

나이도 모르고 아는 것은 고작 얼굴과 이름 뿐이다.

동경인가? 어쩌면 그게 맞을 수도 있다. 누군가를 지금까지 동경해본 적은 없었고 자신의 현재에 대해 불만족을 느껴본 적도 없었지만 자신과 다른 모습으로 그 직업을 사랑하는 것 같아보이는 모습을 보고 느낀 동경인지도 몰랐다.

그렇게 이 감정에 대해 정확한 이름을 붙이지 못 한 채 테세우스는 다시 제 세계로 돌아갔다.




8.

분명 그렇게 화면 속에서만 볼 줄 알았던 머글...인 줄 알았는데.

어째서인지 테세우스는 며칠 후, 화면 속의 남자가 제 앞에 꽤나 불만스러운 얼굴로 앉아있는 것인지 조금 이해할 수 없었다.


"이딴 협박 편지가 왔어."


그런 말과 함께 엘비스라는 남자가 테세우스의 책상 위로 던진 것은 다름 아닌 익숙한 필체와 문구였다.




9.

[네 더러운 피를 정화하러 가겠다.]




10.

경고장이었다.







토미는 그냥 아무 이름이나 지어낸거임.
근데 얘네 연애 안 하네...

칼럼오틴버 테세우스엘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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