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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붕이 가장 좋아하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썰며 놀즈는 머릿속으로 너붕이 물었던 걸 반복할 거임


허니? 다정하지 착하고 모난구석 없는데 자존심은 세고 이것도 좋다 저것도 좋다 대중없게 구는 것 같다가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칼같이 처낸다 말랑한 것 같은데 날카로운 면이 종종 보여 그게 또 매력이다 이것 외에도 놀즈는 너붕의 매력에 대해 쉼없이 열거할 수 있음 자기만 알면 되니까 굳이 하지 않을 뿐이지


한 입 거리로 잘 썰린 접시를 건네면 너붕은 당연하다는 듯 그걸 받아 듬 제 입맛에 맞게 구워진 고기 보며 즐겁게 웃겠지 그걸 보는 놀즈도 웃어야 하는데 자꾸 미소가 삐뚤어진다 거울 앞에 두고 내가 지금 제대로 된 표정를 짓고 있는 게 맞나 시시각각 확인하고 싶을 지경임

서버가 다가 와 곁들일 와인을 추천하며 말했음


“요즘은 데이트할 때, 가볍게 화이트 와인을 많이들 찾으세요. 유행이라고 하더라고요.“


서버가 지칭하는 데이트는 당연히 연인 사이겠지 이럴 때 놀즈는 대수롭지 않게 저 말을 넘겼음 ‘자, 어디 보자. 데이트하는 사이끼리는 무슨 와인 마시나 우리 피넛한테 좀 알려줘야겠네? 마시고 싶은 거 골라 봐.’ 하고 와인 보는 눈을 길러준다던가 ‘오, 우리가 그런 사이로 보여요? 들었어 달링? 연인같아보이나 봐. 사실 우리 막 이혼서류 접수하고 오는 길이거든요. 얼추 맞추긴 했네!’ 하고 말도 안 되는 장난을 친다던가

아무튼 낯선 사람과의 대화 주도는 모두 놀즈의 몫이라 너붕은 기다림


놀즈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제 입가를 톡 톡 두들기면서 낮게 눈을 내리 깔았음 그 평소답지 않은 고요함이 매우 이질적이어서 너붕은 조금 당황함


“라이언..? 기다리고 있잖아.”


앞으로 몸을 살짝 숙여 속삭이면 라이언이 그제야 너붕을 보고 웃을 거임


“화이트 와인. 와우. 좋은데요. 마침 내 피넛도 좋아하는 것 같으니 그걸로 줘요. 얼마나 데이트스러운 와인인지 한 번 보자고.”


최선을 다 해 보겠다며 서버가 사라진 자리에는 벙찐 얼굴을 한 너붕이 있음 아까부터 넋 나간 사람처럼 있더니 이건 심하잖아 손가락을 쫙 펴 앞에서 왔다갔다 움직여도 미동이 없어서 볼이라도 찔러 보려는 찰나, 놀즈가 너붕의 손목을 빠르게 잡아챘음

뿌리칠 수 없는 힘으로 그리곤 이를 세워 손목 안쪽에 그대로 박아 넣을 거임 시계도, 팔찌도 없이 그냥 말랑하고 부드러운 살결에


“라이언?!”



아플 정도는 아니었지만 기분을 이상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음 너붕이 퍼뜩 놀라 손을 뿌리치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가볍게 손을 피해 들어 보임



“뭐... 무... 뭐해? 왜 그래?”
“그냥.”
“그냥?”
“전날 트와일라잇을 봤더니 맛있어 보이는 거에 나도 모르게 입부터 나가네. 내가 생각보다 더 공감능력이 뛰어난가 봐.“
“뭔 소리야 진짜. 라이언은 벰파이어 아니거든?”



나무라는 말에도 라이언은 별 타격없는 얼굴이었지 이상해...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리며 너붕은 몰래 테이블 아래에서 엄지로 잇자국을 쓸어볼 거다 그럼 더 가슴 속이 꼬인 듯 간지럽겠지


“허니.”
“...뭐야. 진짜? 이상해?”


라이언은 평소 허니라는 이름보다 여러가지 별명으로 너붕을 불렀기에 되려 이름 부르는 게 더 어색하겠지


“일은 어때? 내가 일 어떤지 보러 간 건데. 꼴사납게 두통이 와서.”
“아픈 건 꼴사나운 게 아니거든요. 나야 완전 꿀이지. 솔직히 커피 내리는 거 휴 사장님이 다 해.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아직 진상 부리는 사람도 못 봤고. 인테리어도 예뻐서 분위기도 좋고. 시급도 높고. 일자리로 친다면 완전 최고야.”


신이 나서 종알거리는 걸 보며 놀즈는 뒤틀린 미소를 짓겠다 저렇게 마음에 들어하는데 당장 빼내올 수는 없겠단 생각에 우선 이 건은 유보시키기로 함 다른 일자리를 찾아 줄 때 까지만

좋은 일자리같은 건 없으면 너붕을 위해 억지로 만들어 내면 그만인 거거든





그리고 그 좋은 일자리에서 허니는 여전히 일을 배우는 중이겠다 카운터 계산이 아직 더딘 터라 보통 다른 직원이나 휴가 보는데 직원은 잠시 화장실을 갔고 휴는 쌓인 주문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고 있었지

너붕음 일터에서 제 몫만은 해내고 싶었고 자연스레 카운터 앞에 섰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죠? 메뉴는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
“아이스 카페 라떼.”
“아이스 카페 라떼... 우유 변경은 따로 안 하시나요?”
“오트 밀크로.”
“네 알겠습니다. 아이스 카페 라떼 테이크 아웃이실까요, 드시고 가시는 것일까요?”
“앉아서.”
“네. 아이스 카페라떼 오트 밀크로 변경,”
“야. 누가 아이스랬어?”
“네?”
“따뜻한 걸로 달라고 했잖아.”
“어... 하지만 조금 전에는 분명히 아이스,”
“말대꾸 하는 거야 지금?!“



남자가 위협스럽게 소리치자 카페 안의 시선이 모두 카운터 쪽으로 쏠렸음 당연히 커피를 내리고 있던 휴의 시선도 거기로 갔지

당혹스러운 상황에 너붕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 오름 분명 저가 잘못 들은 게 아닌데, 뭔가를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손님이 화를 내는지 알 수가 없음


“죄송합니다. 제가.....”
“실례합니다. 무슨 일이시죠? 제가 이 카페의 사장입니다.“


한 손으로 너붕을 잡아 자기 뒤에 숨기듯 세운 휴가 부드럽게 손님을 상대함


”저게 말귀를 못 알아 먹고 계속 내가 아이스를 시켰다고 우기잖아!“
”음. 소통의 오류가 있었다 할 지언정 여자직원에게 이런 식으로 위협적으로 구는 건 폭력이고요. 저도 저기서 주문을 듣고 있었는데 저희 직원은 아이스가 맞냐고 두 번을 확인 했습니다.”


이미 손님은 눈치 챘을 거임 낮게 가라앉은 눈으로 자기를 내려다 보는 휴와 붙어 승산이 없을 거라는 것과, 카페 내의 손님이 모두 자기를 보며 숙덕거리고 있다는 것을

짜증스럽게 욕설을 내뱉은 그는 신경질적으로 카페를 벗어남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카페 안은 다시 안정적인 분위기가 됨


때 마침 화장실에서 돌아 온 직원이 무슨 일 있었어요? 하고 물으면 휴가 “별 일 아니야. 허니 잠깐 쉬고 오라고 했어.” 하고 싱긋 웃겠지
허니는 휴에게 고맙다는 눈인사를 하고 카페 뒷편으로 갈 거다 놀라긴 놀랐는지 다리에 힘이 확 풀리는 게 한숨이 크게도 터져나왔음


“아씨... 놀라라.”
“허니?”


그 상태 그대로 자리에 앉아있는 걸 본 휴가 성큼성큼 다가와 허니를 일으켜 세움 그리곤 제 앞치마를 벗어 바닥에 깔아줌


“여기 앉아요.“
”어, 아니 이러실 필요는...“
”내 직원이잖아요.“


딱 잘라 말하는 친절에 너붕도 더 말을 붙이진 않았음 고마운 건 맞았으니까 어색하게 웃으면서 앉으려는데 휴가 너붕의 턱 끝을 엄지로 살짝 잡을 거다 당황한 너붕이 ”뭐...“ 하시는 거냐고 묻기도 전에 두툼한 손가락 사이에 낀 달콤한 초콜렛이 입 안으로 들어오겠지

착각이 아니라면 입술과 휴의 손가락이 진득히 닿았던 것 같다


”기분전환에는 단 게 좋으니까.“


휴는 그렇게 말하면서 허니에게 먹여줬던 그 손가락을 제 입에 넣어 가볍게 빨았음 미세하게 제 손에 남아있던 초콜렛을 꼭 먹어야만 하는 사람처럼





놀즈너붕붕
맨중맨너붕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