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해서 얼떨결에 커플행사에 참가하게 되는 행맨과 밥이 보고싶다



아직 행맨밥 사귀거나 썸타는 것도 아니고 서로 의식은 하는데 둘만 있기는 어색한 그런 어느날이었음 부대 근처 유원지에서 봄맞이 축제한다고 해서 영건즈 다같이 놀러갔다가 어쩌다보니 다들 흩어지고 행맨이랑 밥 둘만 근처에 남아서 눈이 딱 마주치게 됨 우연일수도 있고 서로 계속 은근슬쩍 상대방 주위를 맴돌아서 그런걸수도 있고 아무튼 눈이 마주치니까 쭈뼛쭈뼛 다가가는데 딱히 할 말은 없음 

그러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이 보이니까 저기서 뭐라도 구경하면 덜 어색하겠지 싶어서 나란히 서서 구경하는 두 사람이겠다 그리고 그게 어디 축제같은 곳 가면 보이는 커플들끼리 간단한 게임하고 상품타는 그런 행사였던거임 즉석에서 참가자를 모으던 사회자가 누가봐도 눈에 띄는 행맨을 콕 찝어서 서 "저기 잘생긴 남자분 옆에 애인이죠? 같이 올라오세요!" 하는데 사실 행맨 옆에 서있던 여자랑 커플인줄 알고 말했던거임 그것도 모르고 행맨은 밥이랑 커플로 오해받은게 기분 좋으면서도 혹시나 밥이 싫어할까봐 슬쩍 눈치보는데 밥은 상품에만 정신 팔려있음 "와.. 1등 상품이 햄버거가게 30만원치 상품권이야 대박..." 하는걸 보고 "저게 갖고 싶어? 그럼 내가 너 1등 만들어줄게" 하면서 대뜸 밥 손 잡고 무대 위로 올라감 

사회자는 행맨이 왼쪽에 있던 여자가 아니라 오른쪽에 있던 건장한 남자 손을 잡고 성큼성큼 올라오니까 살짝 당황하는데 잘생긴 남자가 한명도 아니고 둘씩이나 등장해서 사람들 호응이 장난아니라 그냥 진행시킬거임 그 모습 보고 용기낸 다른 남남커플 여여커플도 몇명 더 올라오고 이벤트가 시작되는데 게임이 뭐 죄다 애인 등에 앉히고 푸쉬업하기 애인 업고 빨리 달리기 애인 공주님안기 하고 오래 버티기 뭐 이런거라서 행맨이 다 가뿐하게 1등먹어버림 아 군인이 민간인학살하고 있어요ㅠㅠ 원래라면 덩치가 비슷한 남남커플한테 불리할 게임인데 그 남자가 한명은 한팔로 100파운드 드는 빵빵이고 다른 한명은 150파운드(추정) 판판이라.. 거기다 지금 행맨은 밥한테 1등 상품을 꼭 쥐어주겠다는 승부욕으로 활활 불타고 있음 

그렇게 마지막 라운드 딱 한게임만 남았는데 행맨 아직도 기운이 팔팔해서 "다음은 뭐죠? 저 우리 베이비 목마태우고 여기 한바퀴 뛸 수도 있는데요!" 의욕폭발하고 밥은 옆에서 얼굴 빨개져서 행맨 가슴 콩콩 때리고 누가봐도 영락없이 알콩달콩한 커플의 모습이라 지켜보는 사람들도 도파민 터져서 막 박수치고 이름 외치면서 응원할거 같다 그리고 이제 사회자도 지금까지 너무 굴린게 미안하니까 마지막은 거의 보너스게임같은거라면서 뭔가를 꺼내오는데 다름 아닌 빼빼로임 양쪽에서 빼빼로 야금야금 먹어서 제일 조금 남기는 사람이 이기는 바로 그 게임을 하는거임

지금까지 별 말도 안되는 게임도 다 척척 해내던 두 사람이 처음으로 그 막대과자 하나에 얼굴이 사색이 되는데 그래도 여기까지 올라온거 기권할 수도 없잖음 눈 질끈 감고 빼빼로 물고 천천히 서로한테 다가감 조금씩.. 조금씩... 서로의 숨결을 느끼고...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있겠나 싶어서 감았던 눈을 살짝 뜨는 행맨인데 오물거리는 밥의 입술이 보이고 쫑긋거리는 코가 보이고 그 위에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담고 있는 밥의 푸른 눈동자가 보임 밥도 어느새 눈을 뜨고 행맨을 보고 있었던거... 그렇게 누구의 심장소리인지도 모르게 쿵쾅쿵쾅거리는 소리가 서로의 귓가에 진동을 하고 행맨의 두툼한 손바닥이 밥의 어깨를 잡고 고개까지 살짝 틀어서 한뼘 더 다가가는 그때


"행맨! 밥! 너희 지금 뭐해?"


무대 아래에서 영건즈가 벙찐 얼굴로 쳐다보고 있을거같다 다들 어디서 야무지게 놀고 왔는지 손에는 솜사탕도 하나씩 들고 머리에 요상한 머리띠도 쓰고 이제 또 뭘하지 하다가 사람들 제일 북적거리고 재밌어보이는 곳에 비집고 들어왔는데 엥? 행맨이랑 밥이 휘황찬란하게 <최고의 커플을 찾아라> 가 적힌 무대에서 빼빼로 게임을 하고 있어요;;; 심지어 얼굴을 찡그리고 저멀리 떨어진것도 아니고 거의 콧대가 닿을만큼 찰싹 밀착해서 고개가 돌아가는게.. 지금 빼빼로는 이용당하고 있음 피닉스가 백맨한테 잡아먹히려는 반려너드를 구출하려고 급하게 나서는 그 순간 행맨이 입술을 콱콱 움직여서 전진하더니 쪽! 하고 밥의 입술에 닿아버림 지켜보던 사람들은 와아아아! 환호하고 행맨밥은 쑥스럽게 웃고 영건즈만 솜씻너 되버림

결국 빼빼로를 단 1cm도 남기지 않은 행맨밥팀이 최종우승을 하고 1등상품도 당당하게 거머쥐고 내려오는데 무대 아래 영건즈는 이미 행맨을 족칠 생각으로 얼굴이 심각해져 있음 그 험악한 분위기에 밥이 먼저 나서서 "내가 버거 상품권이 갖고 싶다고 해서 행맨이 같이 나가준거야 오해하지마" 하고 쉴드쳐줌 그것보라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하는 행맨이지만 내심 '밥은 진짜 아무 감정없이 상품이 타고 싶어서 그렇게 열심히 게임을 한걸까.. 마지막 뽀뽀도..?' 싶어서 시무룩해짐 

그리고 그날밤 밥으로부터 [행맨 너 혹시 햄버거 좋아해? 아무리 생각해도 30만원치는 너무 많은데 같이 먹으러 갈래?] 라는 문자가 와서 하마터면 관사 벽 다 뿌수고 강제로 룸메 생길뻔한 행맨이었음 평소 버거라면 패티빼고 소스빼고 번빼고 주문하는 행맨이지만

[나 햄버거 못먹어]
[없어서]
[사실 내 별명이 버거맨이야]

라고 와다다 답장보내고 그 다음날부터 두 사람의 상품권 소진을 핑계로 한 햄버거데이트가 시작됨 그리고 그 데이트는 30만원을 다 쓰고 나서도.. 장소를 햄버거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겨가며 이어지게 됨 그 후에 정식 연인이 된 두 사람이 첫키스를 하게 되면 행맨이 밥의 입술을 부드럽게 닦아주면서 첫키스 괜찮았어? 라고 묻는데 밥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음 왜냐하면 그때 유원지에서 얼레벌레 빼빼로게임을 했던 그 날 밥의 다이어리에는 '첫키스(별표)(하트)'라고 적혀있기때문에 






파월풀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