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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1 11:21
술을 마시고 한 말도 당신이 한 말이다. 흥분해서 한 행동도 당신이 한 행동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마1약이든 이념이든 사랑이든 취해서 한 말과 행동도 당신이 한 것이다. 엉겁결에 한 말이나 행동도, 치밀한 계산과 기획 아래 한 말이나 행동과 마찬가지로, 아니 그보다 더 당신이 한 말이고 행동이다. 이 사실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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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에 대해 하는 모든 말은 결국 자기에 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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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무엇인가. 바다는 정해져 있지 않고 무궁무진하고 규정되지 않는다. 아마 그 문장을 읽는 사람 숫자만큼의 바다를 상정해야 할 것이다. 바다만 그런 것이 아니고 모든 단어가 그렇다. 단어와 단어들의 결합인 문장은 너무 많은 것을 향해 제한 없이 열려 있어서 통제할 수 없다. 읽는 사람의 머릿속을 단속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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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설은 왜 이목구비를 흐릿하게 써도 괜찮은데, 어떤 소설은 그러면 안 되는가. 어떤 소설은 문장과 문장 사이가 비어 있고 인과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데도 문제가 되지 않는데, 어떤 소설은 문장과 문장 사이에 아주 작은 빈틈이 문제가 되고 인과 관계에 지나친 엄격함이 요구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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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기 좋은 날은 없다. 일하기 좋은 날은 놀기에도 좋은 날이기 때문이다.




소설가의 귓속말 - 이승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