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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3 18:18
조는 멋진 남자었다. 그와 같은 사람은 만나본 적도 없었고, 앞으로 만날 것 같지도 않다. 운이 좋아야 일생에 한 번 만날 수 있을 테지, 그와 같은 사람은.
내가 살면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손가락 끝에 종이에 베인 것 같은 흔적을 갖고있었다. 선의의 거짓말, 격식의 대가-모두가 조금씩 흉터를 지니고 있었다. 남들보다 약간 깊은 흉터를 가진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것들은 몇 년에 걸쳐 파고들어간 흉터들이다; 긴 시간에 걸쳐 갈라지고 다시 갈라진 흉터들! 뿐만 아니라 더 큰, 팔뚝과 정강이에, 목과 등허리에 패여 들어간 큼직한 은빛 흉터들도 나는 몇 번 보았다. 선한 사람도, 악한 사람도, 결국 사람들은 모두 거짓을 입에 담는다. 그저 당연한 이치일 뿐이다.

‘군에 입대하는 건 내가 항상 바라온 일이야,’ 나는 스스로에게 거짓말하고는 했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깊게 긁어 내려간 거짓말. ‘나도 스스로를 바꾸고 싶었는걸’, ‘나는 부모님이 나를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어.’ 그 모든 거짓말들, 그 자그마한 긁힌 자국들은 이제 긴 선이 되어 내 어깨에 쉽게 아물지 않을, 기이하고도 기만적인 묘한 패턴을 이루었다.
조 교관을 만난 건 그 때쯤이었다.
나는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보다 흉터가 많았고, 때문에 사람들은 나를 잘 신뢰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이 내게 있어 정중하게 거리를 두었다면, 조 교관에게 있어서는 대놓고 냉랭하게 굴고는 했다. 교관은 보통 사람들 같은 손끝의 자국들이 없었다. 팔뚝에도 흉터나 자잘한 자국이 없었으며 얼굴과 목은 요철 없이 깨끗했다. 어쩌면 당신은 조 교관이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사실, 실제로 다들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삼십이 넘어가는 남자가 흉터 하나도 없다니!
그건 거의 유니콘이나 마찬가지였다. 전설과 신화 속 존재-그러나 조 교관은 전설도 신화도 아니었다.
모두들 첫 한 주 정도는 그를 좋아했다. 다들 조 교관에게 잘 보이고 싶어했다. 누군들 안 그러겠는가? 거짓말쟁이와 사기꾼들의 세상에, 이웃과 친구가 거짓말쟁이와 사기꾼임을 매 시간마다 상기하게 되는 이 세상에, 신뢰 할 수 있는 누군가를 곁에 두고 싶지 않아하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조 교관이 로커룸에서 셔츠를 벗기 전까지는 그러했다. 조 경관의 넓은 등 절반을 뒤덮고 있는 커다랗고 흉측한 흉터를 보기 전까지는. 단 하나의 거짓말,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거짓말. 어깻죽지에서 갈비뼈들을 걸쳐 수놓아진, 마치 붉고 흰 유성이 곤두박질 치는 듯한 거대한 흉터였다. 흉터의 작은 끝부분만이, 거칠게 찢어진 피부의 끝 조각만이 간신히 조금씩 회복되어가고 있는 듯 보였다.
조 교관은 흉터에 대해 말을 꺼내고 싶지 않아했다. 그는 그저 여타의 격식적 미소를 지으며, 늘 그렇듯 다른 병사들을 지도할 뿐이었다. 그는 분명 긍정적이고, 다른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믿을만한 남자였다. 그러나 그 흉터는 모두의 머리 속에 남아있었다. 깊고, 검붉고 끔찍한 흉터: 대체 어떤 인간이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있는가? 조는 분명 경계해야 할 남자일테지.

그 날은 실탄 사격 연습이 있는 날이었다. 이미 수천 번은 한 연습이었지만, 그 날은 누군가가 무언가를 깜빡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아니면 생각을 너무 하다가 흐름을 놓쳤을지도 모르고, 혹은 그저 누군가가 그날따라 조심스럽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 이유가 어찌되었든 간에, 잘못된 타이밍에 잘못된 탄환이 솟아올랐다. 놋쇠가 불길을 머금었고, 공기는 쇠를 집어삼켰고, 달궈진 쇠는 철을, 석회를, 다시 철을, 그리고 먼지를 훑었다.
우리는 모두 멈춰 섰다.어린 병사가 느리게 바닥에 무너지는 모습을 휘둥그래 뜬 눈앞에 두고. 병사는 처음에는 그저 가만히 서서 자기 팔이 스르륵 미끄러지는 것을 응시하다가-어린 병사는 겁에 질리지도 않았었다, 단지 깜짝 놀랐을 뿐-. 바닥을 붉게 젖어들이며 퍼져나가는 깊은 선홍빛 위에, 병사는 무릎부터 쓰러졌다.
바로 그 때 조 교관이 소년을 붙잡았다-그제서야 비명이 하늘을 꿰뚫기 시작했다. 아수라장이었다. 우리 소대가 정말로 피를 보게 된 건 처음이었다. ‘의무병!’ ‘응급상자!’ 따위를 외치는 울음이 사방으로 어지러이 뛰어드는 병사들 사이에 울려 퍼졌다.
나는 부상병과 가까이 있었기에 그래 봤자 소용 없을 것임을 이미 눈치챘었다. 우리는 이미 훈련을 통해 충분히 알고 있었다: 쏜다, 죽인다.
때문에 나는 내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무거운 중장비를 손에 쥔 채, 소년을 품에 안은 조 교관을 바라보았다. 교관의 몸은 흙 위에 내던져진 수도꼭지처럼 피를 솟구쳐내며 작은 피 웅덩이를 조금씩 더 커다랗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그의 몸을 깊게 배는 웅얼거림을 들었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속삭임, 계속해서 솟아오르는 핏망울. 계속해서, 계속해서…

“조금만 버텨. 나를 봐. 걱정마, 다 괜찮아질 거야.”

계속해서, 계속해서, 그는 속삭였다.

“전부 다 괜찮아질 거야.”




ㅊㅊ 괴담의 끄1트머리
2019.02.23 20: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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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광광
[Code: 7700]
2019.02.23 21: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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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존나 좋아하는 이야기임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슬퍼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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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3 21: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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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님 ㅠㅠㅠㅠㅠ
[Code: ca41]
2019.02.23 22: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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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안돼서 계속읽었는데 알고보니까 제목을 안봤네 ㅋㅋㅋㅋ
[Code: 3937]
2019.02.23 22: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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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흐흑 교관님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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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3 22: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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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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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3 23: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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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ㅠㅠㅠㅠㅠㅠㅠㅠ교관님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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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4 01: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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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ㄹㅇ 소름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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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2 13: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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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님 시발ㅠㅠㅠ 결혼하자ㅠㅠ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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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6 00: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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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님 나랑 결혼해줘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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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4 02: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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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갤 열린 김에 또 보러 왔다ㅠㅠㅠㅠ최애 괴담ㅠㅠ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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