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88739650
view 1686
2024.03.24 10:21
안사귀는 태대로
그냥 좀 안 풀리는 날에.


아침에 살짝 늦어버려서 아슬아슬하게 교문앞에 딱 도착했는데 몇초 차이로 지각이라고 혼나고
너 아직도 피어싱이냐고 학주한테 잔소리 폭탄맞고
수업 들어갔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쪽지시험을 쳤고
담임한테 성적에 대한 걱정을 들으며ㅠㅋㅋ 쉬는시간 내내 붙잡혀 있었으며
점심에 매점갔는데 먹으려던 빵이 직전에 똑 떨어졌고
어릴 때부터 제일 좋아했던 여자 연예인이 갑자기 결혼하면서 은퇴한다는 발표를 하질 않나
여러가지 사용해보고 제일 잘 맞는다고 이걸로 정착해야겠다, 마음먹은 왁스가 단종된다는 소식이 들려오질 않나
잠깐 쓰레기통 비우고 온 사이에 실내화를 누가 훔쳐가기까지. 저 다 낡은걸 왜 훔쳐가?!!!

막 엄청 큰일들은 아닌데 연달아서 소소하게 자꾸 뭐가 오니까 아 오늘 왤케 안풀리지..... 싶은 송태섭.
왠지 기운없어 잠시 축 늘어져있다가....

.....얼굴이라도 보면 나을라나.

문득 이런 생각하고 어슬렁 3학년 교실 가보는게 보고싶다.

태대 학교에선 농구할때 말곤 아는 척 별로 안하겠지.
학년도 다르고 그냥 각자 생활하던게 있으니까
가끔 얼굴 마주치면
여어
예에
서로 손이나 휘적 흔들고 스쳐가는 식으로... 그렇게 지내는데
농구할 때만 좀 달라
체육관 갈때 중간에서 만나 대화나누면서 매번 같이가고.
연습할 땐 또 진지하게 임하면서 투닥투닥하다가
집에가는 길에 농구얘기 엄청 하면서 같이 집에 가고.
뭐 그렇게 지내는데.....
밖에서 보면 친한지 아닌지 좀 가늠하기 애매한 느낌 일 거 같다.
그냥 농구때문에 뭉친 선후배같기도 하고... 근데 유독 서로한테 격없는 거 같기도 하고. 어떨 땐 한세트같아 보이기도 하고. 연습하다가도 잘했다고 어깨동무 덥썩덥썩 해댈때는 퍼스널 스페이스가 아예 없어보이기도 하다가. 또 어떨 땐 걍 맨날 싸우는 거 같기도 하고ㅋㅋㅋㅋ 근데 각자 젤 잘 어울리는 사람은 달재나 영걸이처럼 각각 따로있어 엄청 친한 건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아리까리

암튼 농구 안할때는 따로 이렇게 찾아가는 일 없었는데 걍 스트레스 많이 받으니까 발이 저절로 움직이는 태섭이.
그래서 3학년 교실 갔다가... 찾는 사람이 없어서 어슬렁 옥상도 가보는데
거기서 정대만이 영걸이랑 불남 패거리 몇몇이랑 얘기하면서 와하핰 개큰소리로 웃고 있었으면 좋겠다.

무슨 얘기 하는진 안 들려. 거리가 꽤 있고 다른 무리들도 좀 있어서... 근데 그 와중에도
정대만 웃음소리는 들려ㅋㅋㅋㅋ
그게 어이없어서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리는 태섭이. 목소리 진짜 크네... 생각하면서 가만히 보고있으면
하나같이 험악한 얼굴의ㅋㅋㅋ 불남단 사이에서
유독 잘생겨가지고는
표정도 젤 변화무쌍해ㅋㅋㅋㅋ
무슨 얘기하는지 모르는데도 정대만 얼굴보니까 상황을 알 거 같은 기분이 들겠지.
눈 동그랗게 뜨고 친구 얘기에 집중했다가... 어찌나 집중했는지 입도 살짝 벌리고 있다가ㅋㅋㅋㅋ 결국은 별 시덥잖은 농담이었는지 곧 그게 뭐냐는 얼굴로 옆에있던 영걸이 어깨를 치면서 개크게 웃다가ㅋㅋㅋㅋ 이번엔 야야야 어쩌구저쩌구 자기가 더 신나서 쫑알쫑알 말하다가...
놀랐다가 호기심 비췄다가 그게뭐냔 얼굴 했다가 웃었다가
사람이 진짜 변화무쌍해서는.
얼굴만 하루종일 봐도 질리지않겠단 생각도 들어.
그래서 저쪽에서 안보일 법한 자리로 슬쩍 자리잡는 송태섭.
한참을 친구들이랑 놀고있는 그 얼굴이나 가만히 보는데.....
눈동자가 반짝반짝...... 살아있는 사람의 눈이야....
그게 그냥 태섭이 맘에 안정감을 줄 거 같다.

.....저 인간 고작 몇달 전만해도 다 죽은 거 같은 눈을 했었거든.
송태섭은 가장 가까이서 그걸 목격했던 사람이고...
얼마나 말라 비틀어져있었는지 안단 말임. 누구보다 더.
그리고 그땐 태섭이도
처음 만남이 무색하다고.... 저 인간은 아마 그대로 망가져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이것저것 더 겹치니까 진짜 그냥 다 싫어져서 폭주도 했었는데.....
근데 봐봐. 반짝이잖아. 살아있잖아. 웃잖아.
그거면 충분하고도 남아서....
한참을 더 정대만 얼굴을 바라보다가
서서히 희미하게 따라 웃음짓는 태섭이가 너무 보고싶었다.

태섭이는 왜 정대만이 죽은 통태눈깔 하고있다가 살아서 웃고있는 걸 보면 그 얼굴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거 같은지....
그 망가졌던 사람을 제일 가까이서 봤는데.
실망했었는데.
그 인간이 아무튼 살아서. 어떻게든 다시 소중한 걸 되찾아서. 파김치가 되어도 씩씩하게 해나가려 한다는 사실이 뭔가.... 송태섭을 덩달아 기운나게 할 거 같음.
......다시 눈을 반짝이잖아. 웃잖아.
무엇보다
살아있잖아....
그거면 어쩐지 한쪽 가슴이 한가득 채워지는 기분이 들어서.
역시 생명력 넘치는게 좋다는 생각이나 멍하니 하면서
멀리서 가만히 정대만 바라보다가
어느새 오늘 일어났던 소소하게 안 좋았던 일을 다 잊고서
기분이 확실히 나아졌다는 거 깨닫고는
말도 안 걸고 아무 미련없이 돌아설 거 같다...

그리고 그런 태섭이를 그제야 발견하고선
친구들한테 아 잠깐만, 하고
우다다 태섭이 쪽으로 뛰어오는 건 또 정대만이고
야 뭐냐 너 왜 양말이야?
이런 건 또 귀신같이 눈치챌 거 같아....
송태섭은 오히려 자기 슬리퍼 도둑맞은거 깜빡하고 있다가
아 맞다. 하는 생각 그제야 하고
불쑥 어깨 치면서 말 거는 정대만때문에 속으로 깜짝 놀랐으면서 겉으론
아 그냥 그런게 있어요.
이런 소리나 하고ㅋㅋㅋ 바지 주머니에 손 넣은 채 그냥 가려고 하는데
그거 누가 훔쳐갔지? 요새 그거 엄청 훔쳐간대. 뺏긴애도 열받아서 또 훔치고. 그럼 뺏긴 애가 또 훔치고 반복이래나 뭐래나.
쫑알거리면서 태섭이 따라오는 정대만.
나 예비용 있는데 줄게.
하고는 송태섭은 아무말도 안했는데 자기 반에 데려가 사물함 뒤져서 285짜리 새 슬리퍼를 처억 내줄 거 같음ㅋㅋㅋㅋㅋ 정대만의 호의는 대충 이런 식일듯ㅋㅋㅋㅋㅋㅋ
그럼 태섭이
아니 이게 나한테 맞냐고; 됐다고. 없어도 된다고요. 나중에 살꺼라고요.
하는데
정대만이 눈 부릅뜨고
너 양말로 돌아다니다가 발 부상 당하기라도 하면.. 가만 안둔다. 뭘 밟을지 어떻게 알아.
존나 노려보면서 내밀면
태섭인 걍 285 슬리퍼 신고다니는 사람 되는거임ㅋㅋㅋㅋㅋㅋ
그렇게 하루종일 정대만 발만한 신발 끌고 다니면서 걸어다닐 때마다 그 인간 생각을 안할 수가 없는 송태섭
하여간 참견은...
이런 생각하면서 얼굴 붉히는데
기운 안날 때 옥상가서 그 사람 얼굴보면서 기운내는 더 파렴치한 짓을 이미 본인이 하고있었을 거 같고.....그거 의식도 못할 거 같고ㅋㅋㅋㅋㅋㅋ
그래서 태대가 되기까지 한참을 더 뺑뺑 돌다가
또 어느 날
하굣길에 옆에서 아이스크림 먹던 정대만이 문득
야 맞다 너 어제 내 꿈에 나왔는데 왜 나왔냐?
이런 거 물어봐서 심장이 내려앉은 송태섭
얼굴 벌게져서
....저 말 왜 기분 좋지???
존나 제대로 의식하면서 관계에 변화가 생길 듯ㅋㅋㅋㅋㅋㅋ


태섭대만 태대
2024.03.24 10:31
ㅇㅇ
모바일
달다...
[Code: bea5]
2024.03.24 10:31
ㅇㅇ
모바일
그 형 반짝이는 눈으로 웃고 떠드는거 멀리서 보기만 해도 따라 미소짓게되는 연하라니.....진짜 극악무도하다
[Code: 4e1b]
2024.03.24 10:35
ㅇㅇ
모바일
미치겠다 청게태대 너무 귀엽고 달달해 존좋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0f89]
2024.03.24 11:24
ㅇㅇ
모바일
태섭이 심리묘사가 너무너무다 ㅠㅠㅠㅠ
[Code: 6f89]
2024.03.24 11:47
ㅇㅇ
모바일
풋풋하고ㅠ귀여워ㅠㅠㅠ
[Code: eda4]
2024.03.31 12:46
ㅇㅇ
얼굴만 봐도 행복해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 나는 센세 글만 봐도 행복해지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ㅈㄴ 달달해
[Code: bdb7]
2024.04.08 21:47
ㅇㅇ
너 어제 내 꿈에 나왔는데 왜 나왔냐? 아 진짜 ... 너무 달다 ㅠㅠㅠㅠㅠㅠㅠ
[Code: 56ff]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