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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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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장교다, 히틀러와 알고지낸 사이라더라, 솔직히 잘생기지 않았냐, 별의 별 말이 다 돌았다. 그중 가장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은 카잔스키 제독의 태도였다.

그는 '대령'과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 거리고 싸웠으나, 그에게 손을 댄 적은 없었다. 조용히 지내기만 하면 다른 조건은 상관 없다던 말이 거짓은 아니었던 모양이지. 그렇다고 해도 첫 날 으름장을 놓은 것에 비하면 지나치게 조용했다.

심지어는 그 대령도, 카잔스키 제독의 태도에 의문을 표했다. 그는 제독이 자신을 데려온 것에 무언가 엄청난 음모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록 카잔스키가 아무 짓도 하지 않으니 그 나름대로 답답할 것이다.

"하루종일 창 밖만 쳐다봐. 그렇지 않을 때에는 누워 천장을 보고. 가끔 제독님이 방에 와서 뭘 물어보기라도 하면 아주 발작을 하더라니까.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대충 독일이 어쩌니 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그 얼간이한테 충성을 바치는 모양이지."

J는 그 대령이 혐오스럽기까지 하다고 했다.

"주제파악도 못하고 말이야. 그가 히틀러 밑에선 어땠는지 몰라도, 지금 어르신 말 한 마디면 죽을 수도 있는데."
"죽이진 못 한댔잖아."
"그냥 한 말이겠지. 어르신이 그 자를 죽이지 못할 이유가 뭐 있겠어?"
"뭔가 조건이 있다고 한다면," C가 말했다. "그럼 맘대로 못할지도 모르지."
"알 게 뭐야?" J가 버럭 화를 낸다. "난 그 나치가 이 집에서 밥을 축내는 것도 짜증난다고."

C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잔뜩 짜증이 난 J를 설득할 기운 따위는 없었다.

J는 나처럼 까막눈이라는 이유로 대령의 시중을 들었는데, 내가 볼 때 그 애는 시중들만한 성정이 못 됐다. 하루가 머다하고 그 대령이라는 사람 흉만 보다가, "에라이, 나치놈. 콱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며 일하러 돌아가곤 했으니까 말이다.



나는 그 방의 청소를 맡았고, J를 제외하면 그 방에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대령은 방을 깨끗하게 썼으므로 ㅡ사실은 하루종일을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냈다ㅡ 나 한 사람으로도 충분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것을 싫어하기도 했고. 어쩌면 어르신 나름의 배려였는지도 모른다.

확실히, 대령은 사람들 보는 것을 꺼려했다. 그는 우리에게 말 한 마디 건네지 않았다. 갈구지도 않고 챙기지도 않았다. 나는 그게 아주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카잔스키 제독 앞에서도 눈을 형형하게 밝히던 자가 아닌가. 성질이 아주 괴팍하고 기운이 넘치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령은 말 그대로 몸에서 모든 생기가 빠져나간 시체처럼 보였다. 그는 내가 창문을 닦고 자물쇠를 점검하고 바닥을 쓸고 닦을 동안 누워 천장만 보고 있었다.

그러나 카잔스키 제독을 대할 때면 순식간에 매섭게 돌변했다. 이런 사람이 나치였다니. 덜컥 무서워지다가도, 또 다시 죽은 듯이 누워있는 것을 보면 기분이 이상해졌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대령을 잘 몰랐다. 그래봐야 청소부 아닌가. 그저 그 방에 서린 기운이 꺼림직해 언젠가 직무가 바뀌기만 바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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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언제였나, 우리 저택에 편지가 여러 장 오는 날이었다. 군에서 보낸 편지가.

나는 가슴이 철렁해서, 집배원이 내 이름을 부르지 않기를 간절히 빌었다. 좋은 소식일 리 없었다. 이름이 불리는 애들 마다 손을 떨며 편지를 받았다. 그 애들은 울었고, 나머지는 눈을 질끈 감고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걸 '대령'도 눈치 챘는지, 그 날 내가 방에 들어가자 슬쩍 묻는게 아닌가.

"자네 말고, 그 다른 아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건가?"

나는 망설였다. 사실대로 말하기 두려웠다.

"그 애 형이 전쟁터에서 죽었답니다."

그제야 대령은 이제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내 예상과 달리, 한층 침울해진 채로 답한다. "그렇군." 그가 J를 동정하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그는 잠시 말을 않더니, 이번에는 나에게 물었다.

"가족을 전쟁터에 보낸 적이 있나?"

나는 또 솔직히 말하기를 망설였으나, 다른 수를 생각해내지 못했다.

"네. 오빠가 둘이에요."

'대령'은 퍽 단정적으로, 내 눈을 보지 않고 말했다. "그럼 나를 증오하겠군."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입을 다물어버렸다. "가보게."

그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아무래도 낮에 들렀던 B가 그를 보고 울거나, 노려보거나, 하다못해 한숨이라도 쉬었는가 보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넘겼다.




저녁에 이부자리를 정리하려고 대령의 방에 들어가려던 때였다. J가 복도의 모퉁이에 숨어 대령의 방을 빤히 보고 있었다. 내가 그를 툭 치자 화들짝 놀란다.

"뭐 해?"
"그냥... 잠깐 봤어..." 그는 몹시 불안해 보였다. "가야겠어..." 그러더니 달아나 버렸다. 무언가 이상했다.

나는 문 앞을 지키고 서 있던 군인들을 지나서,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식사를 끝냈는지 탁자에 앉아있었다. 헛기침을 몇 번 하고, 나를 흘끔 보더니 다시 시선을 거둔다. 나는 평소처럼 이불을 바꾸려고 했었다.

그런데, 대령의 헛기침이 점점 심해지더니, 급기야는 토라도 할 것 처럼 격해졌다.

"대령님?"

그의 목에서 켁켁 거리는 소리가 난다. 내가 황급히 대령 쪽으로 가자, 그는 손을 들어 내게 괜찮다고 표시해 보였지만, 전혀 그래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제 몸을 아주 웅크리고 식탁에 머리를 박았다. 나뭇가지 같은 몸이 심하게 떨리자 나는 덜컥 무서워졌다.

즉시 문 밖의 군인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그들이 와서 대령을 살폈다. 그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으나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자꾸만 주저 앉았다. 다리가 사시나무 떨 듯 경련했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더니, 대령을 들쳐업고 어디론가 뛰어갔다.

나는 순식간에 조용해진 방 안에서 멍하니 있었다. 대령이 마시던 물에서 이상한 향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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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밤 저택은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었다. J가 대령의 음식에 독을 타고 도망쳐버린 것이다. 시종의 반은 죽어가는 대령에게 물을 먹이고 토하게 하느라 난리였고, 나머지 반은 J를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둘 중 하나라도 실패하면 날벼락이 떨어질 것이 분명했으므로, 다들 죽기 살기였다. 나도 의사들이 대령에게 주사를 놓을 동안 물을 끓이고 침상을 정리했다. 대령은 핏기가 싹 가신 채로 손발을 덜덜 떨었고, 한동안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

자정이 되자 대령이 눈을 번쩍 떴다. 그는 내 얼굴을 보더니 표정을 굳혔다.

"아직도 카잔스키 저택이군."

다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가 의사를 부르기 위해서 나가려는데, 그가 나보다 더 빨랐다. 대령은 비쩍마른 몸을 일으키더니 잽싸게 옷걸이를 낚아챘다. 그는 내가 어찌할 새도 없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는 재빨리 무장한 군인의 머리를 쳐서 기절시켰다. 그가 총을 빼앗아 들려는 찰나, 군인 몇 명이 복도 끝에서 뛰어왔고, 대령은 완전히 궁지에 몰려버렸다. 대령은 집히는 대로 휘두르고 발길질을 했으나 결국 제압당했다.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린 채로 머리를 잡아누르고 있었는데, 자꾸만 힘을 쓰고 일어서려는 바람에 장정 두 명이 애써서 누르고 있었다.

그 때, 카잔스키 제독이 들어왔다. 그의 머리는 다소 흐트러져 있었고, 보기 드물게 잔뜩 격양되어 있었다. 그는 바닥에 무릎 꿇은 채로 꿈틀거리는 대령을 보고 윽박을 질렀다.

"대령, 내가 지난 번에 뭐라고 했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독을 탄 것은 자네 시종인데."
"말장난 하지 말게. 알고도 마신 것은 당신이잖나. 이게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나?"

카잔스키 제독은 끓어오르는 화를 참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대령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그를 노려볼 뿐이었다.


그 때, J를 찾으러 갔던 사람들이 돌아왔다. J는 온 몸을 덜덜 떨면서, 시종장에게 붙들려 왔다. 얼굴에는 흙이 묻었고 팔과 다리에 찢기고 쓸린 상처 투성이였다. 그는 지옥의 문지기처럼 서 있는 카잔스키 제독을 한 번 보고, 독을 마시고도 멀쩡히 살아 있는 대령을 한 번 보았다. 제독은 그 한심하고 쓸모없는 남자애를 보고 기가 막히는지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조셉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무릎을 털썩 꿇었다.

"어르신, 제가, 제가 잘못했어요....."

제독은 말이 없었고, 조셉이 돌아온 것을 발견한 시종장이 당장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조셉의 머리를 세게 한 대 쳤다.

"멍청한 것! 어르신이 저 자를 데려오려고 어떤 위험을 감수했는지 알기나 해!"

그러더니 분이 풀리지 않는지 그 애를 잡아 마구 패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대령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만하시오!" 시종장은 그의 말을 듣고 멈칫하더니, 제독의 눈치를 보았다.

"왜, 이 애가 당신 애들이라도 생각나게 합니까?"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마시오."

대령이 이를 아드득 갈았다. 제독은 간신히 평정을 찾고 반 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을 죽일 뻔 했소. 그리고 나를 감옥에 보낼 뻔 했지. 저 애의 처지를 걱정할 바에야 당신 걱정이나 하는게 나을거요. 적어도 저 애가 다치면 병원에 보낼 수 있을테니까."

순간 무거운 정적이 흐른다. 시종장도, J도, 숨 들이쉬고 마시는 것 마저 잊은 것처럼 얼어 있었다.

정적을 깬 것은 카잔스키 제독이었다.

"너."

그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이제부턴 네가 대령의 시중을 든다. 해산."
"그럼 저 애는 어떻게 되는건가?"

대령이 다급히 물었다.

"당신이 알 바 아닙니다."
"카잔스키, 저 애는... "
"한 마디만 더 하면 당신이랑 같이 가둬버릴테니 그렇게 아시오."

그제서야 대령은 입을 다물었다. 제독이 손짓하자 군인들이 그를 일으켜세우려 했으나, 기운이 아예 빠져버렸는지 도통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에는 그를 병자처럼 들어 날라야 했다.

어르신은 그 자가 방에 들어가고 나서야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제 불찰입니다! 더 단단히 주의를 했어야 하는데... " 시종장이 떠벌렸지만, 그는 답하지 않고 연신 마른 세수를 했다. 그런데 어쩐일인지 얼굴을 쓸어내리는 손 아래로 언뜻 미소가 비친다. 무언가 흡족한 일이 일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나는 위화감에 소름이 쭈뼛 돋았다. 본래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분이기는 하지만, 그 날은 정말로 섬뜩하고 무서웠다.






시니어슈슈 아이스매브
잘못 올려서 ㅈㅇ함...
2024.03.28 00: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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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센세와 동접! 제목 분명히 보고 개같이 클릭했는데 없어져서 입에 주먹넣고 우는 중이었어 ㅈㅇ은 사랑이야 ㅠㅠㅠㅠㅠ벌써부터 막 기대되고 설렌다 이제 정독하러 갑니다
[Code: cf05]
2024.03.28 00: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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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슈 너무 안타깝다 ㅠㅠㅠㅠㅠ조셉이 독을 탄 걸 알면서도 그대로 마시는거 슬퍼 ㅠㅠㅠㅠ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삶의 의지도 잃었지만 조셉과 같은 아이의 안위는 걱정하는거 그 마음이 어떤건지 알 것 같아서 더 찌통이다 ㅠㅠㅠㅠ
[Code: f5f7]
2024.03.28 00: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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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잔스키의 목적은 뭘까? 왜 슈슈를 살려야하는거지? 그리고 슈슈가 잘못되면 왜 제독이 감옥에 가야하는거? 마지막에 슬쩍 웃는것처럼 보인게 잘못본 건 아닌것 같은데 그 웃음의 의미는 뭘까? 궁금한게 너무 많아 센세 어나더 플리즈 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f5f7]
2024.03.28 01: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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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센세 오셨다
[Code: 7dea]
2024.03.28 01: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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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진짜...진짜 개맛있다 어휘력이 딸려서 말을 못 하겠는데 진짜 너무... 너무 맛있음 외줄타기 하는 듯한 아슬아슬한 분위기 너무 좋고요.......
[Code: 7dea]
2024.03.28 01: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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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애애애애앰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같은 분위기 미쳤다고 ㅠㅠㅠㅠㅠ 슈슈를 데려온 목적이 뭔지 정말 궁금하고 마지막에 언뜻 미소를 지은 이유가 진짜 미치게 궁금하면서도 카잔스키 복흑인지 뭔지 모를 서늘함에 내가 다 그 자리에 있었건 것처럼 소름돋고 ㄷㄷ;;;; 제발 억나더 ㅠㅠㅠ
[Code: 3f38]
2024.03.28 06: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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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분위기 마쳤다 ㅌㅌㅌㅌㅌㅌㅌ
[Code: 0161]
2024.03.28 09:17
ㅇㅇ
모바일
위태로운 관계 너무 조타....
[Code: 25f6]
2024.03.28 10:10
ㅇㅇ
모바일
버석하고 위태로운 분위기 미쳤다....
[Code: 38e5]
2024.03.28 13: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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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고 센세를 영접합니다 센세는 내 신이고 진리고 응 뭐시기야 ㅅㅂ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분위기 미쳤다
[Code: 1232]
2024.03.30 17: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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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잼 푹 빠져서 읽었다 어나더 여기 누워 기다릴게 센세
[Code: 0e57]
2024.04.12 23: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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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뭐야 왜 웃은 건데 왜 하 목이 바짝바짝 탄다
[Code: 95e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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