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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1 19:50








가장 최초의 기억이, 아빠라는 사람이 내던진 재떨이를 피해 몸을 숙이던 자신이었다. 엄마라는 사람은 식탁 앞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고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과 도박판을 벌인 상태였다. 그때가 열 살이었는지 아홉 살이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어차피 다 지우고 싶은 기억일 뿐이라 그때가 언제인지 중요하지도 않다. 

눈에 띄고 싶지 않은 마음과 달리 마치다는 곱상한 외모와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학창시절 내내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인기가 좋았다. 중학교에 입학하던 순간부터 부모가 금전적인 지원을 끊어 버렸기 때문에 방과 후엔 늘 아르바이트로 시간을 보냈다. 선배들에게 교복을 얻어 입는 것도, 도시락 대신 트럭에서 산 주먹밥을 반으로 쪼개 이틀치로 나눠 포장하는 것도 전부 스스로의 몫이었다. 보호자의 보호는 어디에도 없었다. 아버지는 결국 바람이 나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고 알콜중독에 걸린 어머니는 어린 아들에게 늘 손찌검을 했다. 열세 살이 열다섯 살이 되고 그 후로 열일곱, 열아홉 살이 될 때까지도 매일 같이 두들겨 패면서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빼앗아 술을 마셨다. 마치다가 가출을 하지 않고 계속 그 지옥 속에 살았던 이유는, 그래도 유일한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마치다 선생님. 포도 마취 됐습니다."

"네. 바로 갈게요."

HOME. 동물들을 치료하는 병원의 이름을 '홈'이라고 지은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다. 치료를 넘어, 약한 동물들에게 집처럼 따뜻하고 안전한 곳이기를 바랐다. 작고 여리고 말도 못 하는 동물들의 눈을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짐과 동시에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했다. 어린시절의 자신 같아서. 그래서 이 작은 아이들을 어떻게든 돕고 살리는 것이 자신의 숙명이라 여기기로 했다. 

"포도도 노견이라 수술은 이번이 마지막이겠죠?"

"아무래도 그렇죠. 행여나 보호자 앞에선 그런 말 하지 마요."

"네."

"늙어서 귀가 안 들리고 눈이 안 보여도 보호자들에겐 언제까지나 애기예요."

포도라는 이름을 가진 시츄는 이미 눈 한 쪽이 실명 되었고 나머지 눈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입 안에 생긴 종양 때문에 긴급 수술을 하고 있지만, 나이 때문에 더 이상의 마취는 불가할 것이다. 보호자에겐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 말을 돌려 전한다.

"포도 보호자님이시죠? 예. 종양은 잘 제거 했습니다. 붓기는 며칠 지나야 가라앉을 테니 사료를 물에 불려서 주세요. 약도 잘 먹이시고요. 독한 약은 아니에요. 노견이라... 약이 세면 안 좋아서."

"감사합니다. 우리 포도 마취는 언제 깨나요?"

동물 병원이든 사람 병원이든 하루 종일 근심과 걱정으로 가득 차있다. 그 안에서 웃을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요즘들어 퇴근이 늦는 마치다를 데스크 직원이 걱정하고 있었지만 그 이유가 업무 때문이 아니라서 조금 민망했다. 최근에 사귄 남자친구가 퇴근 후에 병원으로 오기 때문에, 말하자면 연애질을 하느라 남아있는 거니까. 긴급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보통 오후 5시에 문을 닫는다. 남아서 이런 저런 정리를 하고, 아침에 말끔하게 하지 못한 면도를 다시 하다 보면 남자친구의 차가 병원 앞에 주차 된다. 문을 열어주고, 커다란 손에 들린 봉투 몇 개를 받아드는 걸로 짧은 데이트 시작이다.

"오늘은 우동이랑 가라아게예요. 면은 따로 포장해달라고 했어요. 잘했죠."

"응. 냄새 좋다. 손 씻고 와."

"초코는 어디 갔어요?"

"초코? 아... 말하는 걸 깜빡했다."

진료실 한쪽에 마련된 세면대에서 손을 씻던 스즈키가 빠르게 몸을 돌려 마치다를 쳐다봤다. 설마, 하는 표정이었다.

"어제 죽었어. 폐에 물이 많이 찼더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잖아요."

"괜찮아 보였던 거지... 이 얘기 그만하고 먹자. 와서 앉아."

페이퍼 타올로 물기를 닦는 얼굴에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마치다는 이럴 때마다 난감했다. 전공이 다른 대학 동기들이나 동네 주민들에게 치료하던 동물이 결국 세상을 떠났다고 이야기 할 때 말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게 생겼지만 신기하게도 충격 받은 표정 만큼은 똑같다. 공장에서 찍어낸 가면처럼. 스즈키가 퇴근 후 병원에 드나든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초코를 아주 좋아했던 건 마치다도 알고 있다. 어릴 때 집에서 까만 푸들을 키웠었고 그 푸들의 이름도 초코였다면서 굉장히 반가워했다. 품에 안으면 마치, 죽었던 그 초코가 환생해 자신을 만나러 와 준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런 감성에 잘 공감은 못하지만 마치다는 동물을 사랑하는 스즈키를 좋아했다. 

"집에 가면 전화 해요."

"응. 운전 조심해서 가. 10시에 비 온다더라."

"알겠어요. 일이 밀려서 금요일까지는 저녁 같이 못 먹을 수도 있어요. 대신 주말에 많이 놀아요."

"괜찮아. 일은 제대로 해야지. 병원으로 올지 말지만 5시 전에 알려주면 돼."

"갈게요. 얼른 가요."

기어코 먼저 차에 타지 않는 스즈키를 뒤로 하고 마치다는 언덕을 내려갔다. 마치다의 집은 병원에서 곧장 내려다 보이는 언덕 아래의 작은 주택이었다. 집 앞에서 고개를 돌려 언덕 위를 바라보니 스즈키가 멀뚱히 서서 손을 번쩍 들고 있었다. 언제부터 손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는 몰라도, 이럴 때 보면 확실히 연하 같기는 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제야 차 문 닫히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병원은 언덕 위에 있고, 마치다와 노부는 각자 오른쪽과 왼쪽으로 갈라져 내려간다.

불꺼진 캄캄한 집, 어둠 만큼 마치다에게 익숙한 건 없었다. 주변에 잘 빠진 신축 오피스텔을 두고 이런 작은 주택을 얻은 이유는 어릴때 살던 집이 오피스텔 같은 구조의 맨션이었기 때문이다. 한 건물 안에 여러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는 그리 반갑지 않다. 현관문으로는 어머니의 폭력을 벗어날 수 없었던 열아홉 살의 마치다가 방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던 날, 그 난리통에도 누구 한 명 자신을 도우러 와주지 않았다는 게 아직도 믿을 수 없다. 맨션이니 오피스텔이니 하는 그런 건물은 마치다에게 감옥과 다름 없어서 스즈키의 집에도 놀러갈 수 없었다. 주말에 자신의 집에서 놀자는 걸 벌써 몇 번이나 거절한 뒤였다. 그렇다고 자기 집으로 부르는 것도 어려웠다. 집이라는 공간에 다 큰 성인과 단 둘이 있는 건 트라우마였다. 상대가 여자든 남자든 상관 없이, 집이라는 공간에 타인과 남게 되는 건 지옥이었다. 그래서 서른두 살이 될 때까지 그 누구와도 친밀해질 수 없었다. 집이라는 공간을 공유하고 자신의 과거를 드러낼 엄두가 도무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자친구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도 남자친구를 내 공간으로 들이는 것도 아직은 불가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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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마치
2024.01.11 19: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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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부케비가 1가져왔어요
[Code: 3b50]
2024.01.11 19:57
ㅇㅇ
노부 딱봐도 존나 벤츠인데 케이가 남친을 잘골랐다ㅠㅠㅠㅠㅠ
[Code: d777]
2024.01.11 19:58
ㅇㅇ
벤츠 노부 믿고 집에 노부 초대해줘 케이야ㅠㅠㅠㅠㅠ
[Code: d777]
2024.01.11 20: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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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는 즈그 케이 트라우마 있는거 아직 모르나?? 알게되면 즈그 케이 우쭈쭈 해줄 것 같은데 노부가 알게된다면 좋겠는데ㅠㅠㅠㅠㅠㅠ
[Code: c15d]
2024.01.11 20: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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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케이가 너무 고생해서 이제는 사랑받으려고 이렇게 벤츠 노부 만났나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3c0b]
2024.01.11 20:07
ㅇㅇ
케이가 서른두살이 될때까지 누구랑도 쉽게 친해지지 못했는데 노부랑 연애를 할정도면 노부가 즈그 케이 흔들어놓은건데 노부는 즈그 케이 어떻게 흔든걸까ㅋㅋㅋㅋ 부케비 궁금해 센세ㅠㅠㅠㅠ
[Code: ae8a]
2024.01.11 20: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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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케비는 위에 부케비에 이어서 2도 가져왔어요..... 어나더ㅠㅠㅠㅠㅠ
[Code: 807f]
2024.01.11 20: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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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그 케이가 집에 들어갈때까진 차에 타지도 않고 손 번쩍 들고 즈그 케이 배웅하는 노부 ㅠㅠㅠㅠ
[Code: 2901]
2024.01.11 20: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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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질 하느라 퇴근 늦어진 케이 좋아ㅋㅋㅋㅋㅋㅋㅋ
[Code: e5f3]
2024.01.11 20: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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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데이트 하다보면 놉맟 서로 집도 왔다갔다 하게 되겠지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e5f3]
2024.01.11 20: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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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가 케이의 첫 연애 상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첫 애인으로 ㄹㅇ 잘만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bde]
2024.01.11 20: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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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야 저딴 가족같지도 않은 가족은 잊어버리고 노부랑 새롭게 가족하고 노부랑 새출발하자
[Code: 4544]
2024.01.11 21: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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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는 감정표현에도 솔직하고 밝은 것 같으니까ㅋㅋㅋㅋㅋㅋㅋ 어둠에 익숙하다는 케이가 노부 만나면서 점점 노부처럼 밝아질듯ㅠㅠㅠㅠㅠㅠㅠ
[Code: 0f4b]
2024.01.11 21: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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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와도 친밀해지지 못한 케이가 어쩌다 노부랑 연애 시작했는지 과거부터 현재 미래에 놉맟 결혼하는 것까지 부케비들에게 센세가 다 알려주셔야만 한다.......
[Code: 7fca]
2024.01.11 21: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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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그 케이한테 집에 가서 놀자고 해도 거절당하고 즈그 케이 집 초대도 못받으면 노부 서운할만한데 그런티도 내지 않는게 노부 진짜 벤츠 맞네ㅠㅠㅠ
[Code: 1501]
2024.01.11 21: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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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야 아직 굳어있는 느그 케이 마음 녹여줘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b189]
2024.01.11 21: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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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센세 케이 너무 잘 어울리는데 수의사 된 이유는 마음 아파ㅠㅠㅠㅠ 그래도 케이에게 노부가 있어서 다행이야 진짜
[Code: 0b48]
2024.01.11 21: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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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의 시작인데 제목에 1 이 없다니? 부케비들이 1 2 가져왔으니 나 부케비는 3 들고 왔어 센세
[Code: c07e]
2024.01.11 21: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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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어둠에 익숙하다는거 왜케 안쓰럽냐ㅠㅠㅠㅠㅠ 케이야 힘들어도 노부따라 밝은곳으로 한번 나와보는건 어떠니ㅠㅠㅠㅠㅠ
[Code: 3120]
2024.01.11 21: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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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케비는 놉맟 주말 데이트 벌써부터 기대중ㅋㅋㅋㅋ
[Code: 9809]
2024.01.11 22: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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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가 노부랑 집을 공유하게 되고 노부한테 과거 이야기 하게 되는 날 부케비 눈물날듯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828f]
2024.01.11 22: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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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는 아직 아무것도 몰라도 즈그 케이 기다려줄 벤츠니까 케이는 천천히 극복해내도 괜찮음 천천히해 케이야ㅠㅠㅠㅠㅠ
[Code: d3a2]
2024.01.11 22: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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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혼자 있을땐 좀 위태로워 보이지만ㅠㅠㅠㅠ 놉맟 같이있을땐 풋풋하고 설레는 느낌이다ㅋㅋㅋㅋㅋ
[Code: d5c8]
2024.01.11 22: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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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있는 케이가 노부랑 사귀기로 한 것만 해도 케이가 노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겠고 즈그 케이 아무말 없이 기다려주는 노부도 즈그 케이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겠어서 존좋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49e9]
2024.01.11 22: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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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그 케이가 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노부라는거잖아 너무 좋음 ㅠㅠㅠㅠㅠㅠ
[Code: 7b21]
2024.01.12 01: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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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그래서요?!?!?!
[Code: 4921]
2024.01.13 02: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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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는 공간이 트라우마라니...ㅠㅠ 힘들겠다ㅠㅠ 그리고 병원의 이름은 Homeㅠㅠㅠㅠㅠㅠㅠㅠ 눈물
[Code: 1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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