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11700980
view 4025
2022.12.05 08:06
https://hygall.com/510621538 2
https://hygall.com/510792185 3
https://hygall.com/510964432 4
https://hygall.com/511230001 5
https://hygall.com/511457525 6








 다행스럽게도 밤 사이 비가 멎어 다음날 아침이 되자 맑은 하늘이 보였다. 브래들리는 군복을 입지 않고 간단한 차림으로 한 바퀴나 돌까 하는 요량으로 밖을 나갔다. 에어 파이터 저택 근처 산책로까지는 아직 손을 보지 않은 건지 수풀이 아직 우거진 채로 있었다. 브래들리는 흙탕물과 질퍽이는 진흙을 밟으면서 묘한 향수를 느꼈다. 산책을 하던 도중 나타샤를 만난 건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브래들리는 생각에 잠겨 정처없이 걷고 있는 나타샤에게 불쑥 말을 걸었다.

 "어떻게 장교인 나보다 네가 더 빨리 일어날 수 있지?"

 나타샤는 놀란 기색도 없었다. 그녀는 "루스터. 잘 잤어?" 하고 여상하게 인사를 나눌 뿐이었다. 브래들리는 나타샤가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 걸 깨닫고 장난스러운 태도를 지웠다.

 "무슨 일이야? 새벽 사이에 플로이드 씨가 싫어지기라도 했어?"
 "굳이 따지자면 그 반대야."

 나타샤가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일부러 드레스를 더럽히려고 안달이 나기라도 한 듯 불량한 걸음걸이로 질퍽한 땅을 차고 있었다. 브래들리가 고민을 들어주고 싶어 몇 번을 재촉하고 조금만 더 혼자 생각하고 같이 얘기하자는 단호한 답이 돌아왔다. 브래들리는 당최 종 잡을 수가 없었다. 산책로를 한 바퀴 걷고 에어 파이터 저택 근처에 들어서서야 나타샤가 겨우 입을 열었다.

 "나는 이대로 결혼을 하게 되는 걸까?"

 뜬금 없는 질문에 브래들리가 의아하게 나타샤를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진지하게 생각해봐. 나는 이제 스물 둘이야. 언제 결혼해도 이상하진 않을 나이라고. 로버트가 나보다 어리지만 겨우 한 살 어리니까 문제가 될 건 없어. 오히려 지금까지 혼담이 한 번도 오가지 않은 게 신기하다면 신기한 일이지."
 "그건 맞는 말이지만. 무슨 문제라도 있어? 나는 네가 플로이드 씨를 많이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물론 좋아해. 로버트가 나를 그만큼 좋아한다는 생각을 하니 기뻐. 하지만 나도 로버트를 겨우 일주일 봤을 뿐이고, 그 사람도 나를 잘 몰라."
 "그런 거야 시간을 두고 알아가면 돼. 그러려고 약혼을 먼저 하는 거잖아?"
 "브래들리, 그게 아니야. 내가 결혼이 필요하단 건 알아. 우리 부모님한테는 다른 남자형제가 없고 지참금도 많이 챙길 수 없으니까. 문제는 내가 결혼을 하고 싶은지야. 나타샤 트레이스 양이 아니라 누군가의 나타샤 플로이드 부인이 된다니, 그런 건 이상하잖아. 내 이름 같지도 않고."
 "내가 보기에 세러신 양하고 어제 대화한 게 네 생각을 많이 바꾼 것 같다."
 "왜? 세러신 양은 거만하지만 틀리진 않았어. 플로이드 씨와 내가 동등하게 서 있을 수 있는 건 지금 뿐이야. 결혼으로 마음이 묶이는 순간 나는 플로이드 씨가 가진 무언가 중 하나가 된다고."

 브래들리가 입을 다물었다. 그는 사실 이 문제에 있어서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드물었다. 솔직히 말해 그에게 답이란 고민할 필요도 없이 간단했다. 결혼할 만큼 사랑한다면 결혼을 하는 거고, 그럴 만큼 사랑하지 않는다면 하지 않는 거였다. 동시에 브래들리는 나타샤에게 이 고민이 얼마나 중대한지도 이해했다. 나타샤는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녀가 제 장갑을 꼭 쥐며 말했다.

 "결혼하지 않고 사랑만 하고 싶어. 너처럼."

 그 말엔 반박할 여지가 있었다. 브래들리가 연인이 많은 건 맞았지만, 그렇다고 그가 결혼을 원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브래들리가 아름답게 꾸며진 자갈길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그건 내가 상대의 의견을 존중해줬기 때문에 그래."

 브래들리는 약간의 씁쓸함을 느꼈다.

 "당연히 결혼을 생각할 만큼 사랑하니까 연인이 된 거야. 나한텐 그게 가장 중요해. 연인이 필요해서 만든 적은 한 번도 없어. 그치만 그만큼 사랑하니까 상대가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면 놔준 거지. 그러니까 나타샤, 너도 만일 결혼을 당장 하고 싶지 않다면 플로이드 씨에게 말해. 너무 빠른 게 싫다고. 그가 너를 좋아하고 존중한다면 그 결정도 받아들일 거야."

 꽤 명료한 조언에도 나타샤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그녀는 결국 지끈거리는 머리를 싸맸다.

 "로버트가 상처받길 원하진 않아. 나는 로버트가 정말 좋단 말이야. 남자들이 그런 걸로 상처받지 않는다곤 말하지 마! 당장 너도 다른 사람들이 너와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헤어지잖아."
 "그거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오래 붙잡고 있을 순 없으니까."
 "그러니까! 아, 너무 복잡해. 왜 이게 좀 더 쉬울 수는 없는 거지?"
 "간단한 문제인데 네가 모든 걸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거야. 정 안 되겠다면 내가 버지니아로 데려가줄게, 거기에서 천천히 생각해."
 "그 황무지에? 사양할게."

 저택에 도착했을 때 플로이드 씨는 계단을 막 올라가고 있던 참이었다. 나타샤는 엉망이 된 치마를 가리려고 숄을 내렸는데, 플로이드 씨는 나타샤의 얼굴을 보자마자 너무 기뻐 사실 나타샤의 치맛단이 어떤 꼴이 되었는진 별 신경도 쓰지 않았다. 브래들리는 나타샤가 왜 갑작스레 고민하기 시작했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당장 내일 플로이드 씨가 나타샤에게 청혼을 한다고 해도 별로 놀랍진 않을 것이다. 플로이드 씨는 그야말로 나타샤에게 푹 잠겨 있었다. 그리고 트레이스 부부는 플로이드 씨를 거절할 이유가 단 하나도 없고, 그러면 결혼하느냐 마느냐의 열쇠는 오로지 나타샤만이 쥐고 있을 것이다.

 나타샤는 심란해보였다. 브래들리는 곧 그녀를 데리고 말을 타러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도움이 되어주지는 못해도 그녀의 기분 전환은 도울 수 있으리라.







 미라마에 있을 때 브래들리는 주로 미첼 대령의 집에 머물렀다. 원래대로라면 부대가 머무는 관사에서 단체 행동을 해야하지만, 미첼 대령이 각별히 브래들리를 편애한 덕이었다. 브래들리가 아버지처럼 따르는 그는 항상 브래들리를 위한 침실을 준비해두고 언제든 그가 와서 쉴 수 있게 정성을 기울였다. 브래들리는 미첼 대령을 좋아했지만 안타깝게도 미첼 대령이 있는 곳이 집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사실 그는 아주 어릴 적부터 집이 없는 것만 같았다. 미첼 대령이 누군가와 결혼을 하면 금방 비워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미첼 대령과 브래들리 둘 다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둘은 사냥이라는 공통 취미가 있었다. 총소리가 한 번 울렸고 오리떼가 날아올랐다.

 "냇이 결혼이라니, 축하는 한다만 좀 이른 기분이긴 하네."
 "아직 확정은 아니에요."
 "하지만 플로이드 씨는 여기에서 계속 눌러 앉아 살 생각이라고들 하던데. 그렇다면 아마 아내가 곧 필요하겠지."

 브래들리는 그 생각에 약간 거부감이 들었다. 그는 말을 천천히 몰며 대꾸했다.

 "아내가 필요해서 나타샤를 사랑하는 척 하는 건 아닐 거에요."
 "나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살다보면 아내가 필요한 순간이 있고, 그 때 새로이 만나게 된 여자에게 미친 듯이 빠져드는 건 누구 하나를 비난할 정도의 잘못이 못 돼."
 "삼촌은 그러지 않았잖아요? 우리 아버지도 그러지 않았고요."

 미첼 대령이 방아쇠를 당기려다가 손을 거두었다.

 "나나 닉은 한 번도 아내가 필요한 적이 없었어! 우리가 무슨 재산이 있다고 그걸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니? 그게 우리한테 자유를 준 거지. 너도 마찬가지고."
 "왜 모두가 자꾸 필요를 논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가는군. 설마 삼촌도 사랑과 애정을 믿지 않는다고 말할 생각은 마요."
 "설마. 그걸 믿지 않는다면 얼마나 슬픈 세상이겠니? 다만, 우리처럼 재산이 없는 남자들이나- 반대로 재산이 충분한 여자들이 좀 더 사랑과 애정을 믿을 이유가 많은 거지. 모두에게 결혼이 선택인 건 아니란다."

 재산이 충분한 여자라. 그는 세러신 양을 떠올렸다. 확실히 그녀는 누군가에게 의존할 필요 없을 정도로 홀로 설 재산, 지위, 그리고 자존심이 충분했다. 브래들리가 계속해서 투덜거렸다.

 "재산이 지나칠 정도로 충분한 여자가 세상에서 제일 냉정한 사람일 수도 있던데요."
 "누구, 세러신 양 말이냐?"

 미첼 대령이 개구쟁이같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숙녀 분을 너무 싫어하는 거 아닌가 싶구나."
 "삼촌, 세러신 양하고 하루를 꼬박 같이 지내본 게 저에요. 다른 사람들을 재단하고 반드시 상대보다 위에 있어야만 안심하는 그런 종류의 사람들하고는 같이 있어도 편안하지 않아요. 대화하는 건 진이 빠지고 우아함인지 모욕인지 모를 걸 상대하려면 머리가 다 아프죠."
 "보통 네가 사람을 잘 본다는 거에 의의를 표할 생각은 없지만, 브래들리, 세러신 양이 내가 젊었을 때와 닮아보인다면 믿겠니!"
 "농담이시죠?"

 브래들리가 경악해서 고삐를 순간적으로 세게 잡아당겼다. 미첼 대령은 바보같이 말에서 떨어질 뻔한 조카를 실컷 놀려준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가 우수하다는 걸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자연스럽게 아래로 두기 마련이지. 브래들리, 세러신 양에게 시간을 주렴. 나는 가끔 미라마 사람들이 세러신 양을 진심으로 싫어하는 게 마음에 걸려. 세러신 양은 그저 경험이 부족할 뿐이야. 게다가 세러신 양이 너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내렸다고 해서 세러신 양에 대해서도 섣부른 판단을 내린다면 그냥 똑같은 인간이 되는 거나 다름 없잖니."

 브래들리는 세러신 양을 떠올렸다. 샹들리에에 반짝이는 금발과 눈이 달렸다면 모두 알 수 있는 뛰어난 외모를 그려보았다. 조그맣고 얇은 입술에서 어찌나 자주 조소가 비어져나오는지도 생각했다. 나타샤가 플로이드 씨에 대한 마음을 대놓고 드러냈을 때 나타샤를 손바닥에 놓고 본다는 듯한 시선과, 브래들리가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양이 없을 거라고 확언하던 말꼬리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지는 걸 얼마나 똑똑히 보고 싶어하는지까지. 그는 고개를 설핏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렇지만 굳이 맞지 않는 사람한테 맞추려고 애쓰고 싶진 않아요. 무엇보다 세러신 양은 제가 그녀를 마음에 들어하는지 들어하지 않는지 따위는 이만큼도 신경쓰지 않을 텐데 뭐가 중요하겠어요."
 "너도 참, 고집도."

 미첼 대령이 세번째로 총을 쏘았다. 이야기의 주제는 빠르게 바뀌어 브래들리가 언제 정착을 하고 싶은지에 관한 논의로 넘어갔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브래들리는 아직 정착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며 그 이유를 찾을 때까지는 인생이 자기를 끄는대로 두고 보겠다고 정직하게 대답했고, 미첼 대령은 아쉬워하면서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하지만 그가 원한다면 언제나 미라마의 소령 자리는 열려 있다는 말로 별 소득 없이 끝났다.








 브래들리는 친구를 사귈 때에 신분을 가리지 않았고, 출신 지역이나 재산에도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가 염두에 두는 것은 이야기를 할 때 편안하고 즐거우냐 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미라마에 별 친분이 없는 동료 장교들은 그에게 의존해서 식당을 찾거나 상점 주인들과 거래를 하곤 했다. 페니 벤자민은 그런 브래들리의 절친한 친구 중 하나였다. 그녀는 모자 가게 옆에 조그마한 여관을 운영했다. 페니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는데 브래들리는 어렸을 때 이 딸을 대신 돌봐준 적도 있었다. 특히 브래들리는 미첼 대령이 얼마나 페니를 마음에 들어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특별히 더 살갑게 굴었다. 

 페니는 전엔 귀족이었지만 사별한 첫 남편이 너무 한미한 출신이었던 탓에 절연당했다. 그녀의 성격이 워낙 솔직하고 허물 없었기에 그녀의 여관에는 항상 사람들로 붐볐고, 브래들리는 그곳에서 모든 종류의 카드 놀이를 배웠다. 

 "젠장! 오늘도 운이 안 좋군."

 브래들리가 장난스레 테이블을 주먹으로 쳤다. 배불뚝이 허스트 씨와 성실한 베이츠 씨, 그리고 그의 장교 친구인 미키와 함께 카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는 미키가 얼마나 어리고 호승심이 강한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괜히 싸움을 붙이기보다 제가 지는 길을 선택했다. 베이츠 씨는 자꾸만 브래들리가 지는 게 재미 없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이제 자네에게 돈을 더 뺏기도 미안해지는군!"
 "걱정 말아요, 워록. 페니는 이 넷 중에서는 날 제일 좋아하잖아요."
 "그러니까 더 재미가 없는 거야! 이번에는 진 대가로 우리를 재밌게 해주게. 이봐, 허스트. 브래들리를 위해 피아노 뚜껑을 열자고!"

 브래들리가 손을 내저으려고 했지만 이미 베이츠 씨의 선언은 좁은 여관 1층 안을 쩌렁쩌렁하게 채운 뒤였다. 빨간 제복을 입은 사내들이 휘파람을 불며 브래들리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브래들리! 브래들리! 브래들리! 브래들리는 결국 마른 세수를 하고 못 이기는 척 피아노 앞에 앉았다. 크고 투박한 손이 건반 사이를 가볍게 내려 앉았다. 사뿐하게 음을 짚던 브래들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곡을 시작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었다.


 

당신은 내 신경을 뒤흔들고 머리를 간지럽게 해,

너무 많은 사랑은 사람을 미치게 만들지.

내 의지를 꺾고 있지만 너무 짜릿한걸,
 
Goodness, gracious, great balls of fire!

 사랑을 우습다고 생각하고 비웃었었지.

 하지만 당신이 나타나 내 마음을 움직였어.

난 생각을 바꿨고, 이 사랑은 괜찮아.


 Goodness, gracious, great balls of fire!

 






 세러신 양이 탓할 것이라면 이 마을이 얼마나 작고 보잘 것 없는지에 관한 것밖에 없었다. 말을 타다가 바람결에 모자가 날아가버려 새로 구입하러 나왔는데, 하필이면 그 바로 옆에 브래드쇼 씨가 있었던 게 세러신 양의 탓은 아니니까. 그리고 브래드쇼 씨가 그 바보같고 외설적인 노래를 부르며 바보같이 머리를 흔들고 바보처럼 웃으며 목소리를 긁은 것이 세러신 양의 탓은 아니니까. 그냥 모자를 사고 끝일 뿐인 오늘 하루에 누가 준다고 해도 가지지 않을 허름한 여관 밖에서 브래드쇼 씨의 목소리를 엿듣는 것은 세러신 양의 계획에 없었다.

 새 모자가 예쁜 손 안에서 구겨지기 시작했다. 세러신 양은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제 몸 속에 손을 넣어 심장을 긁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간지러워 참을 수가 없었다. 마치 브래드쇼 씨의 말에 어떤 힘이 있는 것마냥, 그가 얘기하는 흔해빠진 노래의 가사가 세러신 양의 뇌를 조종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만 듣고 싶었다. 세러신 양의 머릿속이 위험하다고 소리쳤다. 그녀는 브래드쇼 씨가 좀 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가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브래드쇼 씨를 만나게 된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 그만 듣고 싶고, 그만 보고 싶었다. 이제 더 이상 재밌지 않았다. 이건 단순히 재밌는 것을 넘어선 무언가였다. 그렇지만 뜨거운 머리와 달리 다리가 굳어버렸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세러신 양이 똑바로 바라본 적 있었던 순박한 갈색 눈에 열기가 어려 있었다. 아니, 사실 그 열기는 몸 전체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마치 붉은 뺨은 평소에 열정을 다 갈무리하지 못한 반증이라는 것처럼 뜨거웠다. 한 번 삼킨다면 재가 되어 사라질 것처럼 뜨거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닿고 싶었다.

 세러신 양은 눈물이 나올 거 같았다. 너무 억울해서 참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브래드쇼 씨를 잊는다는 건 이제 불가능했다. 눈을 떠도 감아도 저 모습이 떠오를 것을 알았다. 수나 그림, 편지, 혹은 기억이 아니라, 뜨겁게 살아 움직이는 브래드쇼 씨를 본 이상 그가 아니고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브래드쇼 씨가 길게 마지막 음을 마무리하며 연주를 끝냈다. 세러신 양은 최면에서 깨어난 듯 퍼뜩 정신을 차리고 다리를 움직였다. 도망쳐야했다. 브래드쇼 씨는 너무 위험했고, 세러신 양은 속절없이 빠지고 있었다.

 아, 아... 그녀는 숨이 헐떡이도록 뛰어서 에어 파이터 저택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분수대에 털썩 앉았다. 세러신 양은 파르르 떨리는 장갑을 벗어던지고 제 손을 그러모았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있었다. 아... 세러신 양은 한참을 웅크려앉아, 제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하려 애썼다.
















루스터행맨ts
약 밥피닉스

감겼대요... 감겼대요...
2022.12.05 12:09
ㅇㅇ
모바일
제인 완전히 감겼고 알아버렸네 ㅠㅠㅠㅠㅠㅠ 부정하고 숨기려고할거같은데 오히려 냅다 청혼하는건가? ㅇ아우우어ㅏ아아아아아 궁금해으으아아아아아 루스터는 어떻게 마음 가지게될까ㅜㅜㅜㅜㅜㅜㅜ 매브가 말릴정도로 편견 가득한데 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조소라니 ㅜㅜㅜㅜㅜ 제인은 그냥 웃은건데ㅜㅜㅜㅜ
[Code: 5268]
2022.12.05 12:58
ㅇㅇ
모바일
너무 귀엽다......
[Code: 6190]
2022.12.05 13:08
ㅇㅇ
모바일
으아 너무 귀여워ㅠㅠㅠㅠ 움직이지도ㅠ못하고 듣고있다가 호다닥 도망가서 웅크리고ㅠㅠ 사랑에 빠진 행맨 너무 귀여워
[Code: 09dd]
2022.12.05 14:38
ㅇㅇ
모바일
행맨 거하게 덕통 당했네
[Code: 21ac]
2022.12.05 14:52
ㅇㅇ
모바일
맛있다.... 오만한 제인 세러신이... 거대한 불덩어리같은 사랑에 빠진거야..
[Code: d50c]
2022.12.05 19:03
ㅇㅇ
모바일
제인 ㅠㅠㅠㅠ 그렇게 싫어하던 대상의 표본에게 푹 빠져버렸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403d]
2022.12.05 23:28
ㅇㅇ
시간여행자가 햎한다... 센세 신고하기전에 빨리 어나더로 와야해? 아라찌?
[Code: 5bd3]
2022.12.05 23:53
ㅇㅇ
모바일
페니도 등장하다니ㅠㅠㅠㅠ사랑때문에 절연당하고 지금은 여관를 운영하는구나 설정도 너무 좋다ㅠㅠㅠ미첼 대령 으른이다 으른 브래들리 양아버지말 새겨들어야 하는데 보니까 그냥 안듣는듯ㅠㅠㅠ마ㅠㅠㅠㅠㅠ나타샤는 당연히 밥과 결혼하고 싶어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더 깊게 생각하고 있었어 나타샤 말도 맞다 그치그치ㅠㅠㅠㅠ브래들리는 결혼을 원치않아도 놔주기 싫은 사람을 만나봤음 좋겠네 자기 가치관을 흔드는 사람ㅋㅋㅋ제인은 이미 만났고ㅋㅋㅋ 사랑에 빠져서 속절없이 뛰는 심장만 부여잡는거ㅠㅠㅠㅠㅠ노래 부르는 브래들리는 자수 놓던 아가씨에게는 고자극 덩어리지ㅋㅋㅋ과도한 도파민 분비에 제인 정신을 못차리네 억울해서 참을 수 없었다는게 딱 제인답다ㅋㅋㅋㅋ센세 존잼이에요ㅠㅠㅠ
[Code: ce31]
2022.12.06 01:16
ㅇㅇ
모바일
역시 나타샤... 제인의 어투는 오만하지만 객관적으로 맞는 얘기라는 걸 이해하는구나ㅠㅠㅠㅠ
[Code: 52b2]
2022.12.06 22:10
ㅇㅇ
모바일
크아아아아아ㅏ
[Code: a634]
2022.12.11 23:11
ㅇㅇ
모바일
와 제인이 사랑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순간 묘사 지려따ㅠㅠㅠㅠㅠㅠ....하...내가 다 브래들리에게 빠져버릴 것 같아...깨달아서 슬픈 감정ㅠㅠㅠㅠㅠ
[Code: 4521]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