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헌이 모종의 이유로 집이 망해서 결국 농구는 그만둔 후 포르노 업계로 빠지고 험하게 굴렀으면 좋겠다. 그래서 산왕 시절 지인들이랑도 전부 연락을 끊고 지내다가 나중에 20대 후반쯤 되어서야 자기를 꾸준히 찾아주는 산왕 3학년즈 모임에만 조심스럽게 나가봄 그런데 거기 이명헌이 간만에 나온다는 소식을 들은 첫사랑 후배 우성이가 자연스럽게 끼어 앉아 누가 봐도 명헌이가 뭐 하고 사는지 아는 얼굴로 빙글빙글 웃으면서 악의 섞인 눈빛을 반짝이고 있는거임 그래서 현철이랑 눈이 마주쳐 놓고도 도망치듯이 식당을 빠져나갔으면 좋겠음... 인생이 너무 버거워서 집까지 와놓고도 현관에서 못 들어가고 이 악물고 과호흡 진정시키고 있는데 그새 쫓아온 정우성이 바로 뒤에서 형. 하고 가볍게 부르면 좋겠다고 

하지만 이명헌이 1학년 주전 신화를 열일곱부터 스물셋까지 공백없이 이어가며 선배들한테 예쁨받는 대학생활을 하는 것도 보고싶어. 주장 이명헌 말고 보다 느슨해질 수 있는 위치에서 헐랭하게 아디다스 입고 다닐 막내 이명헌이 너무너무 보고싶단 말이야... 산왕 입학 당시 3학년 주장이었던 선배를 체대에서 다시 만나고 오래된 첫사랑처럼 개강총회 회식 자리 뒷골목에서 인사했으면,,, 그리고 갓 입학한 이명헌을 시다바리처럼 부렸던 직근기수 선배도 만나는데 포인트가드 대 파워포워드로 기싸움을 하지만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 이렇게 귀한 포가가 없다는 걸 알고 대학 농구부 내 뿅질을 맘껏 하라는 묵인을 얻어내는 것까지 보고싶다. 그 선배도 사춘기 때 열등감으로 잠시 돌았던 거고 결국은 인터하이 우승을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면서 이명헌의 재능과 소질을 인정하고 스포츠맨십까지 일깨워준 점에 감사하면서 화해하겠지

그러나 이명헌이 부상을 입은 것도 보고싶어. 2학년으로 올라가는 겨울에 일본에 잠시 들어온 우성이를 만나서 첫눈 오는 날 사랑을 확인하고 키스했지만 공교롭게도 바로 다음 시즌에 농구를 영영 할 수 없는 수준의 부상을 입어서 다리를 살짝 절게 되는 게 보고싶다... 항상 절제미가 있는 인생이었지만 다리를 절게 된 후로 담배랑 술에 가볍게 의존하게 되어서 손도 떨고 더 나이든 사람마냥 구부정하게 움츠리고 다니는 청년 이명헌...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고 사라진 이명헌 때문에 정우성도 거의 돌아버림 결국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해서 그 재능으로 한낱 중등부 농구 코치 정도만 하면서 이명헌을 찾는데 인생을 바치는 바람에 둘 모두 최상의 인생을 살지 못하고 사이좋게 조금씩 망하는 게 보고싶단 말이야

However 농구 없는 이명헌이 말이 되냐고. 우성명헌으로 우성이가 모르는 사이에 미국으로 유학가는 이명헌이 보고싶다 우성이는 하이스쿨을 졸업해야 하지만 이명헌은 일본 유수의 체대에서 바로 편입하는 바람에 타이밍이 맞아떨어지고 깜짝선물처럼 둘이 재회하는게 보고싶은데 어쩔티비 정우성 진짜 볼이 터질듯이 웃으면서 기뻐가지고 방방 뛸텐데 우성이를 오랜만에 만난다고 셔츠에 니트에 맥시한 기장의 롱코트까지 동오가 코디해준 대로 멋내서 입었던 명헌이형이 옷 구겨지는 거 감수하고 어느새 190 넘은 우성이가 번쩍 들어올리는 대로 안겨서 빙빙 돌았으면 좋겠다 우성이는 미처 못 보겠지만 주변 행인들은 이명헌 눈에서 다정함이 뚝뚝 떨어지는 거 다 보고 러블리한 커플이라고 생각하겠지 둘이 같은 대학은 아니고 지역만 같은데 나중에 이벤트성 경기로 진짜 한팀에서 뛰고 레전드 영상 하나 남겨주렴

but 미국 간 우성이가 바람나고 혼자 남겨지는 이명헌도 보고싶은데 어쩔거냐. 미국에 가서 가치관도 성격도 조금씩 변한 우성이... 명헌이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깔끔하게 농구를 그만둔 후 공대 전공 살려 취업했는데 비록 산왕공고에 스카웃되었던 우성이지만 고등학교에 다닐 당시에도 영 실기에는 관심이 없어 하더니 이명헌이 하는 일에는 하등의 관심도 흥미도 없어서 약간 얕잡아보는 말을 해버리면 어떡함 근데 이명헌도 그때쯤 느바 진출한 우성이에 비하면 자기가 하는 일이 진짜 보잘것 없어 보여서 자존감 깎이면 깎이는대로 그대로 건조하게 살아가면 어쩔 거냐고. 그렇게 명헌이 인생에 반짝거리는 거라곤 이제는 안맞는 낡은 농구화 바람빠진 농구공 그리고 10년간 만난 남자친구 정우성 정도만 남았는데 정우성이 헐리웃 배우랑 빼박인 사진이 찍혀 스캔들이 나고 더 이상 명헌이 전화는 안 받으면...? 그래서 꿈은 깨고 혼자 익숙한 동네 조그만 집 작은 방 안에 홀로 남겨지면? 전화연결이 일곱 번쯤 실패한 후 사회생활로 피우던 담배가 미칠듯이 당겨서 윗집이 싫어할 걸 알면서도 베란다에서 한갑을 다 비우고 내일 출근 준비를 하는 삼십대 이명헌 어쩔건데.

nevertheless 국가대표 이명헌 어떻게 상상을 안하냐...? 대학 졸업쯤 국가대표로 소집되어 불려가는 전국 최강의 포인트가드 이명헌이 보고싶다. 처음에는 몇 강까지 간다 이런 기사도 안 떴는데 슬램덩크 황금세대답게 현철이도 함께 있고 북산 해남 등등 인터하이에서 만난 각종 얼굴들과 함께 승리를 차곡차곡 쌓아나감. 상대의 술수에 동료가 5파울 누적된 상황에서 개미친 평정과 상황판단능력으로 압승시키고 갓명헌 빛명헌 하나씩 글자가 늘어나다가 종래에는 그냥 킹갓빛으로 불릴듯 그리고 관심이 뜨겁게 몰린 경기에 산왕즈가 최강산왕 이명헌 자체제작 현수막을 거는데 그걸 보고 '다들 돌았군용 출근은 어쩌고 여기까지 왔죵' 하는 무표정 인터뷰가 밈이 되어버리고... 경기중 도발멘트가 중계에 잡혀서 혐성밈도 새로 뜨고... 산왕 주장 시절 주먹수신호 짤도 새로 발굴됨 근데 마지막 인터뷰에서는 정우성이랑 같이 못 뛴 게 아쉽다는 말만 몇 번이고 반복해서 '정우성 이야기할 때 이명헌 표정'<이런거 움짤로 돌아다니고 둘이 선후배 관계인거 음지에서부터 파헤쳐지고 짹에서 대한민국 트렌드 32456트윗뜸 우성이는 공인된 셈이라 좋아죽음



슬램덩크 우성명헌
아무나 압해 부탁 명헌이형 행복해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