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럽게 우는 케니 보고 싶음..
테리는 애가 잔뜩 취해서 술주정하는 줄 알고 웃고 있었는데
자기 옷자락 하얗게 붙잡고 속 쥐어짜듯이 우는 케니보고나서야 정신 차리겠지. 케니가 자기 좋아하는 줄은 대충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감정이 컸는 줄은 차마 몰랐어서,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도 감이 안 와서 가슴이 턱 답답해지겠지. 케니가 자기 멍하게 바라볼 때마다 나 좋아하지 말라고 남자는 취향 아니라고 장난 쳤었는데, 그럴때마다 케니는 진심으로 상처 받았던 거.


작은 상처들 마음에 쌓아두다가 그렇게 둑 터지듯 와르르 터졌는데, 자길 좋아해 달라는 말도 못하고 끅끅 거리면서 울다가 테리가 멍하니 쳐다보는 거보고 자기 역겨워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덴듯이 놀라서 미안하다고 다 잊어 달라고 하고선 반대편으로 걸어가는 케니겠지.


엉망된 얼굴 벅벅 닦으면서 걸어가는데, 테리 차마 그렇게는 못보내겠어서 몇 걸음 뒤에서 빠르게 뒤쫓아갈 거임. 케니 정신 없이 걸어가더니 골목 돌자마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애처럼 엉엉 목놓아 우는데 테리 명치께가 너무 답답해서 붙잡아 세우겠지

너는 무슨 애가 그런 말을 하고 가버리냐고, 술 먹고 그런 식으로 고백하는 거 무책임한 거 아냐고 자기 마음 같지 않게 세게 나가버리는데 케니 그 큰 눈에서 눈물 방울 뚝뚝 떨구면서 테리랑 눈도 못 마주치고 대답하겠지

형이…
…
남자는 싫다고 그랬잖아. 근데, 나도 형말고는 이런 감정 든 적 한번도 없었어.
…
너무 무서워서 그래.


꿈 속에서 자길 경멸스럽게 쳐다보는 테리를 너무 많이 봐서 이제는 너무 두렵다고 손 벌벌 떠는 케니겠지. 테리는 그런 케니 보면서 경멸은커녕 안쓰러워서 한숨이 다 나오는데. 결국 혼자 또 걸어가려는 케니 두손 질끈 붙잡고 집요하게 눈 맞추려는 테리겠지. 자기 보라고, 다시 내눈 보고 말해달라고. 케니 못들은 척하려다가 테리가 너무 애절하게 말하니까 못이기는 척 눈 마주쳤는데 테리가 미움이라곤 전혀 묻어나지 않는 따듯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겠지.

눈물로 흥건해진 볼 닦아주면서 다시 말해주기를 기다리는데, 어떻게 뿌리치고 갈 수 있겠어. 케니 목 메인 소리 내면서 다시 형 좋아한다고 떠듬대며 고백하겠지. 테리 기특하다는 듯이 케니 뒷머리 감싸 안아주면서 말해줄듯

내가 한 말 때문에 상처받았을 텐데 용기 내줘서 고맙다고, 내일 맨정신으로 그렇게 말해주면 내가 네 마음 다 책임지겠다고. 할 수 있겠냐고.

테리 그 전까지는 케니를 보는 마음이 그저 열심히 하는 어린 동생 내지는 후배에 대한 호감 정도였는데, 어색하게 자기 허리 끌어 안으면서 고개 끄덕이는 케니 보고는 누구 책임지고 싶다는 생각 생전 처음으로 들겠지.








슼탘
테리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