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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4 23:25
왕자 낳은 후궁들 눈치만 보다가 슬슬 기어오르기 시작하는거 보고싶다

사실 명헌이 왕자 아예 못 낳은거 아니고 한명 낳았었음
그전에 서자들이 이미 태어나 있었는데 고집스레 꾸물거리던 황제 황후가 아들 낳았다는 말 듣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원자정호함 나이 찬 서장자가 몇 명 있든 말든 그 갓난아기를 태자로 삼겠다는 뜻이었지
근데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영왕이라는 작위를 받은 지 2주도 안되어 조졸하고 말았음 원자가 앓는 동안 황제는 아예 정전에 있지 않고 동궁에 머무르면서 아들을 안고 약을 먹였고, 아이가 죽자 황후가 밥을 거부해 황제가 직접 수라를 들고 황후궁으로 갔을 정도였음
그 뒤로 태자 책봉 문제가 잠깐잠깐 거론되긴 했었지만 상 치른지 얼마 안된 판이라 유야무야 넘어감

그 뒤 오직 정궁의 장자를 태자로 삼겠다는 황제의 지엄한 명 때문에 이제까지 아무 말 못하고 있었던 대신들도 이제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점점 자기가 편드는 후궁이랑 왕자 내세워서 슬금슬금 황제 압박해 오는거임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얼굴 보냐면서 인사한다는 핑계로 자기 세력 대신들 전각에 싹 불러모은 후궁들 어린 왕자 무릎에 앉혀놓고 은근슬쩍 교활하게 운 띄우는거

- 우리 진왕이 첫 작위를 받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열둘입니다. 아주 총명하다고 종학의 스승들도 칭찬이 자자합니다. 그나저나 황후께서 공주마마들만 내리 넷을 낳으시고 아직도 후사를 보지 못하시어 비빈들도 걱정이 큽니다. 앞으로도 계속 왕자를 생산하지 못하신다면... 혹여나 드리는 말씀입니다마는 지금 적자가 탄생한다고 해도 사실 마음대로 하지는 못할 것이 아닙니까?

예전에도 서왕자가 적왕자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경우엔 서왕자가 계승에 더 유리하지 않았었냐면서 후궁들마다 자기 파벌들 바람 넣고 황실에 후계다툼 문제를 수면 위로 점점 더 크게 끌어올리겠지.

- 만고의 성군이셨던 건원대제께서는 비록 후궁이었으나 몸가짐이 훌륭하고 정숙한 숭녕귀비가 왕자를 낳자마자 즉시 태자로 책봉하시어 황실의 위엄을 보이시고 치세를 이어가셨습니다. 폐하께서도 이를 본받아 지금 성장하고 계신 왕자 전하들 가운데 특출한 이를 뽑아 태자로 삼으심이 옳은 줄로 아뢰옵니다.

탁상 위에 가득 쌓인 상소문들을 보고 격노한 황제가 아무 말 없이 그대로 편전을 나가버렸다는 소식이 황후에게도 전해졌겠지
후궁이 처음으로 회임했을 때 우성이가 당황해서 내가 실수했다고 몇 번이나 묻지도 않은 변명과 애원을 늘어놨던 게 기억나는 황후임. 정말로 난 내가 그런 줄도 몰랐습니다 난 그냥 위소용이 준 술을 한 잔 마셨을 뿐인데, 그날 밤에 황후가 전국공과 만났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나 그만.... 횡설수설 말을 더듬는 황제의 손을 꼭 잡은 황후는 폐하께서 미안해하실 일이 아니라고, 황제가 비빈들과 후사를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당연하게 말했었지. 황제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황후는 내가 욕심나지도 않냐고 되물었음
황후가 차분한 목소리로 일국의 황제는 누군가가 욕심을 내는 대상이 아닙니다... 라고 말하자마자 황제는 그 새빨간 얼굴이 더 더 새빨갛게 달아올랐음.

- 그럼 일국의 황후가 황제를 지아비로 여기지 않는 건요?
- 폐하, 그런 망극한 말씀을...
- 다른 음인이 지아비의 아이를 뱄다는데 화도 내지 않고, 그게 무슨 아내요?
- 황후의 몸으로...
- 그렇지요. 황후는 항상 그러시지요. 무엇이든 법도에 맞게 해야 하는 사람이시니 의무를 다하시게 도와야지요.
내게 욕심내고 조르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들어 드리지요.



명헌은 사실 아들 못 낳아도 후궁의 소생들이 부친을 닮아 총명하니 잘 키워서 후사로 삼고 자신은 공주들 잘 챙겨서 좋은 곳으로 혼인시킨 다음에 우성이 떠나면 궁을 나가 평생 절에서 살려는 마음이었는데 황제가 황후에게서만 후사를 보겠다 하니 조정에서는 황후의 의무를 다하라 은근히 압박하고, 후궁들이 딴마음 먹고 황제 괴롭히는거 보이고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떠밀리듯 성격에도 안 맞는 매달림 하게 됐으면 좋겠다

우성이도 이렇게 명헌의 아들만을 태자로 삼겠다 못박으면 명헌이 압박 느끼고 괴로워할거 알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황후가 나한테 아들 낳게 해달라고 조르는 거 보고싶은 마음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거.... 일찍 죽었지만 하나 낳은 아들을 가졌을 때도 결국 황후가 제 밑에서 얼마나 만족스럽게 졸랐었는지 극상의 만족감에 낳자마자 원자정호까지 해가며 예뻐했었는데, 그 아이 때문에 황후가 더 이상 초연한 척 못하고 내게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요구해올 걸 기대했었는데 마음 아프게도 훙서하는 바람에 대신들이 딴생각을 하게 됐고, 황후도 또다시 아이를 낳자고 조를 수밖에 없겠지....

그런 마음을 숨기고 후궁과 대신들이 기어오르기 시작하는 걸 짐짓 좋아하는 우성이일듯
하지만 밖에서는 성난 척을 해야 더 효과적이라는 것도 알겠지
황후가 낳은 공주들 말고는 자식 예뻐해본 적 없는데 후궁들에게 아이를 낳게 한 게 이렇게 도움이 되는 일이기도 하군
그렇게 묘하게 쎄한 황제황후 우명 관계 보고싶다




우성명헌
2024.04.04 23: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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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 황후를 난처하게 만드는 계략공이 황제라니
[Code: 7e19]
2024.04.04 23: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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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글이 왜이렇게 맛있는거죠 센세
[Code: d623]
2024.04.05 00: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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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해진미가 따로없어요 센세... 황제황후가 우명 전생같아
[Code: 609c]
2024.04.05 01: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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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치겠다 너무좋아서 눈물날거같다
[Code: e3a3]
2024.04.05 01: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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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후궁이랑 잔것도 질투해서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좋아미친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황후 적성에도 안맞게 황제한테 씨 달라고 애원해야되는거 존꼴
[Code: e3a3]
2024.04.05 02: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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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아아 좋다
[Code: 42d9]
2024.04.05 07:4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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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이
[Code: 5955]
2024.04.05 10: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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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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