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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7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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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업보 청산 찌이이이인하게 했음 좋겠다. 행맨은 마음만 먹으면 루스터 쌩고생만 7~8년 시키고 지 혼자 음? 난 이제 너한테 아무런 마음이 없어~ 할 거 같음. 근데 그게 딱히 복수에 이를 갈고 한 건 아니고 진짜 지 정신 건강을 위해서.

얘가 어릴 때야 루스터 개재수 없다고 목숨 걸고 빡치게 하고 그랬지 이제는 안 그런단 말임. 나도 성숙한 어른이다 이거야. 하는 머찐 어른이 되었단 말임. 근데 루스터는 어릴 때부터 여유롭고 느긋하고 성숙해 보이는 애였을 뿐 실제로 그런 건 아니란 말임. 어떤 건 포기의 산물이었고 어떤 건 자책의 산물이었고 어떤 건 무기력의 산물이었음. 잃은 게 많으니 기대하지 않는 거지. 그러다보니 어른스러워 보였던 건데 그게 꽤 매력 포인트가 되었음. 루스터 본인은 몰랐지만. 그리고 그 매력 포인트에 불안정하고 덜 큰 애새끼였던 물만두 행맨이 걸려들었던 거지. 그리고 대차게 까였고. 그 후 행맨이 지 정신 건강까지 챙기며 성장했을 때 루스터는? 당연히 제자리여야 맛있다. 얘가 지 정신 건강 챙길 여유가 어디 있었겠음? 애초에 저 매력 포인트들이 다 정신 건강 못 챙겨서 생겨난 것들인데.

뭐 행맨이라고 그런 거에 관심이 있어서 그랬던 건 아닐 듯. 다른 애들이랑 똑같이 걍 아직 어른 덜 된 놈이었는데 군에 몸 담으면서 이런저런 일 겪으니 사람은 변하게 되겠지. 하지만 둘 사이에 차이점이라곤 부유한 집에서 화목하게 살았던 행맨은 주위의 도움을 당연히 받아들일 줄 안다는 거였고, 루스터는 그러기에는 죄책감을 먼저 느끼는 삶을 살았다는 거였음. 행맨은 슬픈 일이 생겼을 때 울면서 전화할 가족이 있었고, 루스터는 그런 게 없는 거지. 그런 게 둘이 처음 만나서 알고 지낼 때에도 꽤 티가 많이 났음. 만나기만 하면 쉬지 않고 자기 얘기를 다 꺼내는 행맨을 보면서 루스터는 신기해 했거든. 심지어 그냥 일정만 나오는 게 아님. 그 일정의 줄거리, 느낀점, 깨달은 점 등등 모든 게 다 나옴. 말이 되게 많네... 루스터는 그렇게 생각하며 행맨 말을 듣기만 했었음. 그러다 행맨이 너는 오늘 뭐했냐는 말 물으면 어깨나 한 번 으쓱하겠지. 뭐 평소랑 똑같지. 훈련하고... 그렇게 짧게 대답하면 행맨은 살짝 눈을 흘기고 참 과묵하네 한 마디를 남겼었음.

그게 끝이면 둘 사이가 이렇게까지 안 좋진 않았을 거임. 물건을 하나 고를 때에도 행맨은 쓸데 없는 선택지를 두고 고민을 하는 것 같아 보였지. 물론 그건 루스터한테만 그렇게 보였던 거임. 행맨이 이거 할까... 하고 고민하면 루스터는 무심하게 툭 던지는 거야.

근데 그건 가격에 비해 기능도 너무 떨어지고 차라리 그걸 살 거면 이거 사는 게 낫지 않아?

루스터가 비슷한 가격대에 다른 물건을 보여주면 행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음.

근데 내 기분이 좋잖아.

그리고 본인의 선택을 믿는 거임. 그런 사소한 것들 있잖아. 루스터는 뭔가를 선택할 때 늘 실속을 고려했는데 행맨에게는 더 많은 선택지가 있는 거. 겉으로 크게 티가 나는 것 같진 않은데 함께 한 기억을 차곡차곡 쌓을 수록 둘 사이의 간극이 더 커져 보이는 것들. 그런 것들에 루스터는 더 거리감을 느꼈고, 행맨은 매력을 느꼈지. 쟤는 온실 속 화초 도련님이네. 힘든 일 한 번 안 겪어본 애구나. 이건 루스터의 행맨에 대한 최종 감상평이었고. 멋있다. 나랑은 다르네. 어른스러워. 이건 행맨의 루스터에 대한 최종 감상평임. 그러니 헤어짐 당시에 행맨의 배신감이 말할 수 없을 만큼 컸던 거고.

근데 이제 정신연령 격차가 가까워지다 못해 엎어졌을 때 루스터의 기분은 어떻겠음. 쟤가 그저 예쁘고 매력적으로 보인다가 끝이 아니란 말임. 저 인간 자체가 매혹적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거란 말임. 그때는 분명 자기와 다른 행맨이 거부감이 들었는데 지금은 좀 멋있음. 게다가 쟤의 사랑을 받아보고 싶음. 안 그래도 어릴 때부터 양육자의 부재를 떠안고 살았는데 눈앞에 성숙한 인간이 나타나면 애가 미치지 안 미치겠냐고. 루스터 인생사를 봐라. 연상 존나 좋아하게 생겼지 연하 따먹는 거에 흥미나 있겠냐고. 반응 다 똑같다며 몇 번 해보고 시시하다고 느꼈겠지. 그보다는 보호 아래에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연상이랑 만나는 게 더 취향이었을 거임. 게다가 얘 인생이 스펙타클하고 우울한 감정 불러일으킬 일이 많다보니 어릴 때부터 자극에 미쳐가지고 늘 새로움을 선사해주는 연상이 좋았을 거 같음. 어린 애들이랑 놀아봤자 고작 하는 게 3다리 걸치다 들켜서 디엠 테러 당하는 게 다란 말임. 근데 연상이랑 사귀니까 뭐 오피스 심부름 가서 책상 밑에 구겨져 들어간 채로 입으로 해주기, 옆방에 남편 있는데 몰래 ㅅㅅ하고 나가기 같은 드라마에도 안 나올 법한 걸 하고 있음. 애가 미침. 아드레날린 폭발함. 이제 거기서 못 벗어남. 연상이 최고임. 무조건 최고임. 무조건 나보다 성숙해야 함.

근데 과거의 행맨? 절대 NO임. 물리적 나이? 어림. 정신적 나이? 어림. 하는 짓? 귀여운 옆집 고딩 같음. 불합격의 최종본임. 근데 지금의 행맨? 물리적 나이? 어림. 정신적 나이? 합격. 하는 짓? 시발 존나 합격. 행맨의 업보 청산이 루스터 뒤통수 치고 코피 터뜨린 격임. 게다가 n년 전 애새끼가 지금은 완전한 어른이 되어 성숙해졌음을 보여줬다? 이거야 말로 제대로 된 성숙함 아니냐고. 이거야 말로 어른 아니냐고. 이게 루스터가 이때까지 본+루스터가 앞으로도 볼 어른스러움의 최고 수준이란 말임. 그래서 애가 그 짧은 순간에 살짝 훽 돌아버림. 버튼 딸깍 눌려서 행맨광공이 되어버림. 쟤가 너무 매력적이고 눈이 부심. 마치 나를 위해 지구에 내려진 하나의 완전체 신 같음.

근데 행맨은 그게 아니지. 이제 행맨 눈에 루스터가 좀... 애 같음. 아니 물론 겉모습도 섹시한 어른 같고 사회적 지위도 어른이고 책임감 있게 자기 할 일 다 하는 거 보면 어른 맞음. 근데 감정적인 파트가 있단 말이야. 행맨 본인도 오랜만에 만난 루스터 때문에 꼴 받아서 지랄지랄 하긴 했지만... 그거 하나하나에 다 꼴받아서 맞지랄 하는 루스터 쟤도 참 어지간히 불안정한 놈이구나 싶음. 보통은 행맨이 행맨 하면 먹금을 하지 맞지랄을 하진 않거든. 무튼 행맨도 애새끼처럼 굴긴 했지만 본인이 자각을 하긴 했음. 나 지금 너무 유치한 짓 하는데. 아니 근데 저 새끼가 먼저 내 심장을 박박 찢어놨으면 이 정도는 해도 되는 거 아닌가? 그렇다고 내가 뭐 과거 고발을 했음 뭘 했음? 게다가 내가 복수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좀... 못되게 굴고 싶을 뿐인데. 행맨 매일 밤마다 착하게 살자 착하게 살자 되뇌었는데 막상 그게 안 됐을 뿐임. 본인이 입은 상처를 꼭 알려야겠어서.

근데 이제 그것도 끝난 거임. 구짝남(행맨한테만) 구똥차(행맨한테만) 현동료 죽을 뻔한 걸 눈앞에서 목도한 행맨은 이제 정말 성인이 되기 직전임. 모두을 사랑하자. 쟤가 비록 개새끼이더라도 사랑을 베풀자. 그럼 후회할 일이 없을 지어니. 행맨 인생관에 추가가 된 한 줄 문구에 루스터의 업보를 청산해 버렸지. 그래 쟤가 날 상처줬지만 거기에 얽매이지 않을 거야. 그리고 가감 없이 삭제해버린 루스터의 마이너스 포인트들. 행맨은 루스터의 감상에 0을 선사했음. 근데 그게 루스터한테는 더 독이 됐겠지. 차라리 -100이었음 행맨한테 관심 한 번 더 받았을 텐데. 그게 비록 경멸이더라도. 근데 이젠 그것마저 없는 거임. 이젠 루스터가 먼저 들이대지 않으면 둘 사이에 접점이 없었음. 근데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님. 여기저기 암쏘리 퍼레이드 하고 다닌 행맨이라 인기 급상승 해서 여기저기 친분 쌓느라 바쁨.

"행맨."
"어?"

복좌기 무리들이랑 수다 떠는 행맨 뒤로 가서 불렀는데 할 말이 없음.

"아니야. 나중에."

행맨은 얼떨떨 하다가도 고개만 끄덕임. 그리고 다시 수다로 돌아감.

저런 걸 며칠을 했단 말임. 쟤랑 말 한 번 더 섞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됨. 당연함. 불과 얼마 전까지 둘 사이의 말 물꼬 트기는 전부 행맨 담당이었음. n년 전 과거? 호감 표시하던 행맨의 대화였음. 탑건에 오고나서의 둘? 어그로 끄는 행맨이었음. 어쨌거나 저쨌거나 둘 사이의 대화는 행맨이 주도를 했지. 루스터는 그럴 필요도 못 느꼈던 거고. 근데 이제 어떡함. 쟤를 꼬시긴 해야겠고, 근데 방법은 모르겠고. 이럴 때 할 수 있는 게 술 마시다 모텔 갈 놈 꼬시던 개수작 말곤 없는데 그게 쟤한테 통할지는 미지수란 말임. 쟤가 도련님이라 그런지 그런 거엔 또 잘 안 통하더라고.

그럼 뭐 정석적으로 가야지. 호감 표시하고 데이트 하고. 근데 그러려면 뭘 먼저 해야 한다? 대화. 근데 그러려면 또 뭘 해야 한다? 누군가는 먼저 말을 걸어야 한다. 그런데 상대방이 그럴 생각이 없다면? 그럼 먼저 하고 싶은 놈이 해야지. 루스터는 다짜고짜 행맨 관사로 찾아갔음. 저녁 먹고 쫓아가볼까 했는데 얘가 코요테랑 늘 같이 다니다보니 둘만 있을 기회가 잘 없음. 그래서 그냥 관사부터 찾아감. 문 두드리고 발 걸음 소리 집중해서 듣다보면 행맨이 나옴.

"루스터?"

의외의 방문에 튀어나온 목소리를 들으면 조금 들뜨기도 함.

"왜?"
"그냥. 심심해서."

일단 둘러댔는데 의외로 관사 문은 쉽게 열렸음. 들어오든가. 무심한 대답에 루스터는 잽싸게 들어감. 혹시라도 행맨 마음에 변심이라도 생길까 싶어서. 그리고 소파에 앉아서 행맨 모습만 살핌. 옛날에 이런 건 행맨이 했단 말임. 무심한 루스터 머리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살펴보는 거. 쟤가 뭘 하고 있는지 손끝 하나하나까지 주시하는 거. 근데 이제 그걸 루스터가 하고 있음. 커피 줘? 그 말에 일단 고개 끄덕이는 루스터임. 그리고 커피 내리는 행맨 뒷모습을 빤히 쳐다봄. 되게... 섹시하고...참하고... 섹시하네... 근육은 붙이고 체지방은 바짝 말린 몸이라 넉넉한 티를 입었을 때 헐렁이는 허리가 꽤 자극적이었음. 군침 삼키고 그 밑에 봉긋하게 솟은 엉덩이도 쳐다봄. 존나 고자극임. 그리고 그 밑으로 뻗은 다리도 쳐다봄. 저 허벅지 안쪽이 어떤지 루스터는 아직도 기억한단 말임. 다른 건 아니고 그냥 쟤 옷 벗는 걸 눈앞에서 볼 일이 있어서. 그땐 하얗고 매끈했는데 지금은... 갈라지고 태닝 된 상태겠지. 발기하는 기분임. 존나 설 거 같음. 그래서 몸을 웅크리고 시계침 소리에 집중함. 똑. 딱. 똑. 딱. 똑.

"먹을 것도 줘?"

고개 돌리면 커피 가지고 오는 행맨이 보임. 루스터 그건 거절함. 그럼 둘 사이의 공백이 더 길어질 거니까. 행맨은 루스터 빤히 바라보다가 그 옆에 앉음.

"할 말 있는 건 아니고?"
"그건 아니고."
"그냥 심심했다고?"
"응."
"살 맛 나나보네."

반짝거리는 얼굴로 웃은 행맨이 소파에 기대며 루스터를 쳐다봄. 쟤가 너무 아름다워서 반짝거린다는 게 아니라 진짜 얼굴이 반짝거림.

"얼굴에 뭐 발랐냐?"
"크림."
"얼굴에서 빛이 나냐 왜."
"물광."
"...좀 투머치 아닌지."
"싫음 앞이나 보든가."

원래라면 깔짝거리는 루스터 물어뜯어야 됐는데 이젠 해결책이나 내주고 있음. 너 진짜... 이제 나 미워하지도 않는구나. 루스터 내적 오열 함. 미움 받는 재미도 쏠쏠하단 말임. 물론 이 경우에는 싸섹만 존나 갈기다가 싸 뒤에 섹 없이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상대의 감정을 받는 거 자체가 중요하단 말임. 근데 요즘 들어서 느끼는데 루스터와 행맨 사이에는 그런 게 없어진 거 같음. 왤까. 얘 다른 애한테는 그렇게 사랑스러운 눈웃음 뿌리고 다니면서 왜 나는 그걸 못 받는 걸까. 생각해보면 둘 사이에 그런 게 갑자기 생기는 것도 이상함. 행맨이 루스터한테 그러지 않은 게 아님. 루스터가 행맨한테 접근하는 법을 몰랐으니까. 그러니까 루스터가 행맨이 웃을 만한 일들을 만들지 않았거든. 근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왕이 궁에 가기 싫을 때 하는 말은?"
"뭐라고?"
"왕이 궁에 가기 싫을 때 하는 말이 뭐냐고."
"...뭔 소리야 갑자기."
"왕이. 궁에. 가기. 싫을 때. 무슨 말을 할까?"
"가기 싫다고 하겠지."
"궁시렁 궁시렁."
"......."
"......."

응 이건 존나 아닌가 봄. 행맨 얼굴에 살짝 경멸이 보임. 루스터가 눈 귀엽게 뜨고 눈치 보는데 행맨 미간에 주름은 펴질 줄을 모름. 그러다가 갑자기 환하게 미소를 지음.

"많이 심심했구나 루스터가. 그래. 놀아줄게."

그러면서 루스터한테 어깨동무를 하고 끌어당김. 그니까 이게 루스터에 대한 호감? 아니면 루스터의 개그를 이해한 뒤 얘의 개그감에 감탄? 그런 게 아니었음. 제이크 세러신의 또 하나의 가치관인 <모두를 사랑하자>의 연장선이었음. 그래 내 앞의 닭이 닭소리를 내지만, 그래도 사랑하자. 그런 거였음. 그리고 리모컨을 들어 TV를 틂. 뭐 방송이나 볼까? 뉴스 어때? 사회 이슈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있나? 내가 또 그걸로 토론한 적이 있거든. 아님 뭐... 스포츠? 스포츠 좋아해? 내가 또 옛날에 쿼터백 출신이거든. 아니면... 막장 드라마 좋아해? 내가 또 소싯적에 막장 드라마는 다 꿰고 있었거든.

"나 목.. 아픈데..."

행맨 말 듣던 루스터가 목을 가리킴. 그럼 행맨은 그제야 조르고 있던 루스터 목 풀어줌. 그리고 루스터는 슬쩍 다리를 꼬았음. ㅇㅇ 또 살짝 섰음. 행맨 살내음이 기가 막혀서. 솔직히 이건 루스터 잘못이 아니잖음. 가만 있는 놈을 끌어당겨 품에 안은 건 행맨이니까. 그럴 거면 암내라도 나던가 얘는 대체 무슨 샤워 제품을 쓰길래 뽀송한 냄새가 이렇게 풍기는지. 아니 지가 뭔 요정이세요? 그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포인트 하나하나 사람 미치게 할 필요가 있음?

"그래서 뭐 할래?"

나한텐 관심도 안 줄 거면서.

"그냥... 얘기?"
"뭔 얘기?"
"어... 그냥 얘기."
"해."

씨발 브래들리 브래드쇼 30년 넘는 인생 살면서 사회성 좀 더 길러놓을 걸. 루스터가 눈만 꿈뻑꿈뻑 함. 행맨은 그런 루스터 눈 빤히 바라봄. 쟤는 눈도 예쁘냐. 쓸데 없이. 어어? 눈 또 예쁘게 뜨고 쳐다본다? 키스해줄 것도 아니면서? 어어? 날 빤히 바라봐? 사랑하는 것도 아니면서? 루스터 짝사랑 오지게 빠져들고 있는데 행맨은 그냥 답답할 뿐임. 아니 얘 지금 나랑 뭐하자는 건데. 다짜고짜 찾아와놓곤 심심하대. 뭐할까 물었더니 그냥 얘기나 하자네? 하라니까 이젠 쳐다보고만 있음.

"야, 루스터."
"응?"
"혹시 너 나랑 싸우고 싶냐?"

행맨은 좀 착하게 살고 싶었단 말임. 이젠 행맨 개과천선 모드로 살려고 했음. 그래서 사과도 하고 다녔고, 살려고 장착했던 개새끼 모드도 끈 거란 말임. 근데 얘가 하는 짓을 봐. 요 며칠 자꾸 불러놓고 아무것도 아니래. 이젠 쳐들어와서 눈싸움이나 하고 있음. 이 새끼 아무래도 나랑 하던 싸움이 그리운 거? 진짜 그런 거야? 근데 루스터가 놀란 눈 하더니 고개 저음. 그럼 뭔데. 행맨이 툭 던져 묻자 루스터는 볼을 긁적임.

"그냥...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아무 말이나 해."
"...우리가 아무 말이나 하던 사이가 아니잖아. 만나서 싸우기만 했지."

루스터가 힐끔힐끔 눈치를 봄. 맞는 말 했는데 왜 이렇게 눈치를 보는지 모르겠음.

"그치. 만나서 싸우기만 했지. 그 전에는 니가 일방적으로 날 하대하느라 대화 상대로 쳐주지도 않았던 거고."

이래서 눈치가 보였나봄.

"......."
"니가 개새끼였다고 욕하려는 건 아니고."
"......."
"알겠으니까 할 말이나 하라고."

행맨은 꾹꾹 눌러 참았음. 얘를 용서하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그게 잘 되는 건 아니란 말임. 얘한테 더 이상의 어그로를 끌지 않겠다는 거랑 그때의 일을 떠올리면 존나 빡이 치는 건 다른 문제란 말임. 굳이굳이 평온하던 행맨을 찾아와 그때의 일을 떠올리게 만든 루스터 때문에 행맨 살짝 성질머리 올라오려고 함. 그때 행맨 진짜 상처 크게 받았거든. 아직도 그 생각하면 눈물 나오려고 하거든. 진짜 화가 나서 미치거든. 근데 당사자가 눈앞에서 그 일이 떠오르게 하네? 어 이거 진짜 행맨 뒤집어 엎을 일이거든. 하지만 한 단계 성장한 행맨 깽판부터 치는 버릇은 없애기로 마음 먹었음. 그래서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하고 감정을 정리함. 나는 화가 나고 그때의 일이 상처였지만... 지금 쟤한테 화를 낸다고 해결될 게 아니니까... 그러면 우리 또 싸울 거고, 그럼 난 이걸 평생 해결하지 못할 테니까.

"루스터."
"응."
"나 그때 엄청 상처 받았거든."
"응."
"근데 넌 나한테 안 미안하잖아. 그렇지?"

행맨이 겨우겨우 마음을 진정시키며 물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런 대화를 나눌 생각은 전혀 없었단 말임. 너무 갑작스러운 대화라 행맨도 정신 없고 생각 정리가 안 됐음. 근데 쟤는 그거 모르는 거 같아서. 그냥 내 마음이 그래서. 너무 속상하고 슬퍼서. 그래서 이걸 꼭 말을 해야겠거든. 네가 날 상처줬고, 나는 너무 슬펐다고. 근데 너는 그걸 조또 모르는 거 같다고. 그러니까 내 앞에서 그때 일 언급하게 만드는 짓을 해버리는 거라고. 너는 시발 미안하지를 않으니까 뻔뻔하게 내 앞에서 그때 일을 떠올리게 만드는 거라고.

"나는 너처럼 옛날 일 없던 것처럼 못 하거든."

화가 너무 남. 미치겠음. 하지만 제이크 세러신. 화를 참지 못하고 인성 파토내는 짓은 그만하기로 했단 말임. 대화로 풀자. 대화로. 그거면 안 될 게 없으니까. 근데 화가 남. 너무 속이 상하고... 쟤 때문에 울었던 과거의 내가 너무 불쌍하고 안쓰럽고...

"그러니까 오늘은 좀 가줄래?"

오늘은 쟤 얼굴을 그만 보고 싶었음. 쟤 얼굴을 더 보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음. 내 앞에서 저러고 있는 게 마치 나는 너한테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거 같아서 더 싫었음. 내 감정 따위는 여전히 관심이 없으니까 저럴 수 있는 거 같아서. 근데 행맨은 그걸 참아주고 견디고만 있을 생각은 없단 말임. 이미 충분히 슬픈데 그걸 더 겪고 싶진 않음. 루스터가 아무 액션이 없다니 "미안." 한 단어를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섰음. 행맨은 루스터를 등지고 눈을 꾹 감았다 뜸. 그리고 몸을 돌려 루스터가 나가는 걸 쳐다봄.

"잘 가."

그래도 예의상 인사는 해줘야 할 거 같아서 했음. 루스터가 뒤를 돌더니 고개를 끄덕였음.

"잘 자."

행맨은 대답을 안 했단 말임. 루스터가 문고리를 매만졌음. 그리고 한참 망설이더니 행맨을 바라보며 말함.

"미안.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행맨에게 한계는 빨리 찾아옴. 행쪽이에게 인내의 경계선이 높아봤자 얼마나 높겠음? 그래서 그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아주 싸늘하게 쳐다봄. 루스터는 그 얼굴을 읽자마자 관사를 빠져나감. 문을 닫자마자 루스터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그 앞에 한참 서 있었음. 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면서도 내가 얘한테 준 상처가 얼마나 큰지 가늠이 안 되는 거야. 당연함. 그런 걸 생각해본 적 없음. 지금보다 어릴 때야 상처 받은 티를 내며 분노를 참지 못하는 행맨에게 역으로 화를 내느라 그럴 정신이 없었고, 지금은 그걸 아직도 못 잊었냐며 또 지가 화를 내고 있었으니까. 근데 방금 그 얼굴은 진짜 심하게 상처 받은 얼굴이어서. 아무리 루스터가 무심해도 그걸 모를 정도는 아니어서. 그래서 혼란스러웠음. 내가... 내가 쟤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근데 이제 와서 그런 생각을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음? 이미 루스터는 방금 일어난 모든 일로 패를 다 보여줬음. 나는 네 상처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그리고 그게 행맨에게 더 상처가 되었음은 당연한 일임.

반면 행맨은 루스터 나가자마자 울음부터 터트림. 자존심에 혼자 있는데도 소리도 내지 않고 눈물만 주륵주륵 흘림. 난 쟤 때문에 그렇게 상처를 받고 아직도 못 이겨냈는데. 쟤는 관심도 없음. 내 기분에는 1도 관심 없고 그저 지 심심한 게 다인 개새끼임. 내가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 내가 이렇게 상처 받아야 하나? 그러다가도 또 한 가지 사실이 행맨을 너무 슬프게 만드는 거임.

잘 자.

그거 행맨이 루스터한테 항상 했던 말이거든. 그리고 한 번도 돌려받지 못한 말이기도 함. 둘 역사가 나름 깊음에도 행맨이 루스터한테 한 번도 듣지 못한 말이기도 하지.

쟤는 정말 나를 단 한 톨도 좋아하지 않았나봐.

그 사실이 루스터가 자기한테 얼마나 관심이 없었던 건지 알게 해줘서. 그래서 그게 행맨을 슬프게 만드는 거지. 난 너한테 줄 수 있는 사랑을 다 줬었는데, 너는 0.0000001g의 애정도 없었던 거구나.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면서도. 그러기도 힘들 텐데.

"씨발 새끼....."

결국 욕 한 마디를 내뱉은 행맨이 쿠션으로 자기 얼굴을 가렸음.





루스터행맨
2022.12.07 21: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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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터ㅅㅂ미쳤냐ㅋㅋㅋㅋㅋㅋㅋ
어린 애들이랑 놀아봤자 고작 하는 게 3다리 걸치다 들켜서 디엠 테러 당하는 게 다란 말임. 근데 연상이랑 사귀니까 뭐 오피스 심부름 가서 책상 밑에 구겨져 들어간 채로 입으로 해주기, 옆방에 남편 있는데 몰래 ㅅㅅ하고 나가기 같은 드라마에도 안 나올 법한 걸 하고 있음.

존나 놀았네 개좋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941b]
2022.12.07 21: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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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맨 물만두된거 보면 아직 루스터한테 마음 남아있는거 같은데 마음 다 식기전에 다시 불씨 되살려라.. 과거에 존나 놀았던 짬바 살려서 화이팅
[Code: 941b]
2022.12.07 21:46
ㅇㅇ
잘 자.

그거 행맨이 루스터한테 항상 했던 말이거든. 그리고 한 번도 돌려받지 못한 말이기도 함. 둘 역사가 나름 깊음에도 행맨이 루스터한테 한 번도 듣지 못한 말이기도 하지.

루스터야 일단 항공모함 앞에 서봐.... 물만두한테... 어떻게 그럴수가 있었냐................
[Code: 3af4]
2022.12.07 21: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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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가 이렇게 가슴 아플 수도 있는거구나ㅠㅠ
[Code: ba26]
2022.12.07 22: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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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터 진짜 존나......존나게 놀았구나... 그.. 논만큼.. 반성하십시오..ㅠㅋㅋㅋㄱㅋㄱㅋ
[Code: 3f33]
2022.12.07 22: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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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맨을 정서적으로 몰아세우고 울게 만들 수 있는 것도 ㄹㅇ 루스터뿐인가보다ㅠㅠㅠㅠ 루스터 성장하고 행맨 맘 치유해주는 거 꼭 보고싶어요 센세ㅠㅠ
[Code: 3f2e]
2022.12.07 23: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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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행맨 진짜 얼마나 상처받은거야ㅠㅠㅠㅠㅠㅠㅠ루스터 업보가.........아이고.....
[Code: b459]
2022.12.07 23:30
ㅇㅇ
모바일
루스터 쌓은 업보가 좀 크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bf5]
2022.12.08 00:10
ㅇㅇ
아... 루스터는 지금의 행맨한테 반했을 뿐이니까 과거의 행맨은 걍 기억을 못하나봐...ㅜ
[Code: 36fb]
2022.12.08 00: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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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터 한 대만 때릴래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5c03]
2022.12.08 02: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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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루스터행맨 파면서 처음으로 행맨을 루스터 주기 싫어졌어......저 새끼 모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9486]
2022.12.08 09: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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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가슴 아프다 ㅠㅜㅜㅜㅜㅜ 루스터 이새꺄 차에 차 바...!!!!!!!!!
[Code: ac4a]
2022.12.08 11: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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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보 청산 신나게 해야겠네...
[Code: 3c37]
2022.12.08 14: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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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터 어떻게 업보청산할 건데……멱살 잡고 짤짤 흔들고 싶음ㅠㅠㅠㅠㅠㅠㅠㅠ근데 해감 힘들다고 포기하지 마라 진짜 그럼 가만 안도 쒸익
[Code: a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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