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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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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색 조명이 내리쬐는 응접실은 피어놓은 벽난로가 데운 따뜻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어 가끔가다 타닥타닥 장작 튀는 소리가 아늑한 적막을 파고들었겠지 그리고 그곳에서 파이브는 소파 너른 자리에 앉아서 커피 홀짝이고 있었음 벤의 커피 내리는 솜씨가 더 좋아진 것 같다고 속으로 감탄하면서 말이지


커피 가루를 채운 필터에 주전자 주둥이를 휘휘 돌리며 물을 붓는 벤의 얼굴은 철학자가 쓴 책을 읽을 때보다 더 진지해서, 작게 미소를 지으며 그 모습을 보던 파이브까지도 마지막엔 덩달아 심각한 얼굴을 하게 만들었음 작업이라고 부를만한 이 순간을 방해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겠지
주전자를 내려놓고 포트에 모인 커피를 잔에 부어 파이브한테 건네는데 또 거긴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하게 웃는 벤만 있어서 파이브는 그제야 자기도 모르게 참고 있던 숨을 팍하고 터뜨렸겠지 파이브를 이렇게 쉽게 진지하게, 가볍게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벤이 유일했음


잠깐 방에 다녀온 벤이 응접실로 들어오더니 곧장 턴테이블 앞으로 걸어갔어 그리곤 그 밑에 쌓인 클래식, 팝, 컴필레이션 앨범들을 이것저것 꺼내 보더니 그중 하나를 골라서 판 위에 얹겠지. 짧게 지직대는 소리만 나오던 스피커에선 이내 재즈 음악이 흘러나왔음 정돈되지 않은 거친 선율이 오히려 매력적이었겠지

본인의 선택이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까딱이며 늘씬한 몸을 가볍게 좌우로 흔드는 벤이 파이브의 눈에 들어왔어 그리고는 뭐를 떠올렸는지 파이브의 입꼬리가 위로 휘었겠지


벤은 등 뒤에서 느껴지는 파이브의 기척에 몸을 돌렸음 그리고 음악이 어떠냐고 입을 떼려는 순간 제 허리를 감아 당기는 파이브의 행동에 당황해서 그대로 끌려가는 수밖에 없었겠지 파이브의 손바닥에 허공에 어색하게 떠 있던 벤의 왼손을 감싸 쥐었어


"베냐민, 어릴 때 배웠던 거 기억나?"
"그 교양 어쩌고저쩌고 하던 춤 말이지. 알잖아, 나 엉망이었던 거."
"하하, 엉망까진 아니었는데."


좀 어설퍼서 그렇지 귀여운 맛은 있었어. 벤의 귓가에 내뱉는 파이브의 말이 끝나자마자 스텝이 꼬인 벤이 파이브의 발등을 밟아 버렸겠지. 벤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타이밍이 놀랍긴 했음. 미안하고 외친 벤이 파이브의 품을 벗어나려 했지만, 소용 없었을 거야 대신 파이브가 벤의 이마에다가 입술을 꾹 찍어 눌렀어


"또 밟으면 그땐 벤 네가 키스해 주는 걸로."
"야, 그런 게 어딨어."


누가 봐도 한쪽만 유리한 종목에서, 그 한쪽한테만 포상이 될 벌칙에 벤의 입이 뾰족해졌겠지 근데도 허리를 감싼 단단한 팔뚝은 좀처럼 벤을 놔줄 생각이 없어 보여서 벤은 파이브의 발끝에 맞춰 엉거주춤 스텝을 밟았음

분명 어린 시절의 댄스 수업은 낯간지럽기만 하고 또 따라주지 않는 몸에 고역이었는데. 벤은 맞닿은 가슴에서 파이브의 심장 박동이 전달되는 걸 느꼈어. 아마 멀리서 둘을 보면 춤을 춘다기보단 뒤뚱대는 자신을 파이브가 끌어안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라고 벤은 생각했겠지. 스피커에서 나오는 보컬의 목소리가 감미로웠음.

벤의 맨발에 파이브가 신은 슬리퍼 끝이 닿았어. 나른한 분위기에 파이브의 어깨에 기대 있던 벤이 뺨을 끌어 올리며 웃더니 발바닥을 들어 파이브의 발을 꾸욱 눌렀을 거야. 이번엔 누가 봐도 일부러 한 실수였지. 파이브의 눈썹이 작은 산을 만들며 녹색 눈동자가 벤을 향했음. 벤은 자기를 내려다보는 파이브와 시선 마주치자 그대로 고개를 들어 파이브의 입술 사이를 파고들었어

실수한 사람은 있지만, 여기에 미안해하고 화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겠지. 그래서 둘은 음악이 끝날 때까지 한참 동안 벌칙을 주고받았을 거야






음악 듣다가 파이브벤으로 급 보고싶어서ㅇㅇ
2022.01.23 21: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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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센세ㅜㅜㅜㅜㅜㅜㅜㅜ저 녹아내렸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게 이승이다 시팔 이게 삶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브벤 영원히 따땃해라ㅠㅠㅠㅠㅠㅠㅠ
[Code: 77e3]
2022.01.23 22:56
ㅇㅇ
모바일
아니 우리집에 왜 갑자기 벽난로가 생겼지 글이 너무 음악도 들리는 거 같애.... 너무 좋댜
[Code: 778f]
2022.01.24 00: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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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센세 자기전에 전기장판 틀었는데 이 무순 읽고 꺼버렸어요 마음이 따땃한게 최고구만유
[Code: 33ef]
2022.01.24 04: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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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함 최고치사량 영혼으로 댓다는중ㅌㅌㅌㅌㅌㅌㅌ개존좋 대존좋 환장할 미친존좋ㅌㅌㅌㅌㅌㅌ 아 둘 벌칙나누는 표현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노랴랑 곁들어서 그냥 퐁당퐁당 이 사랑스러움에 빠져버림ㅠㅠㅠ 센세 최고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센세ㅌㅌ 무수히 빛나는 별들이 달빛과 춤 출려고 할때, 가장 달디 단 수갑과 지하실로 센세를 데려갈꺼야 씨발 진짜ㅠㅠㅠㅠ 하 노래랑 금무순 귀랑같이 심장 녹아내린다. 센세 최고최고에ㅌㅌㅌㅌㅌ
[Code: dbe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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