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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6 08:43
오탈자ㅇ, 퇴고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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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다 하는 생리 터지는게 뭔 대수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에겐 신체적 고통과 불편함을 넘어서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생리가 터지면 등교와 함께 곧장 보건실로 향한다.

"저.. 선생님.."

나를 힐끔 보던 선생님은 자연스럽게 책상위로 생리대를 올려놨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생리대 하나를 집으려는데

"아 맞다. 너 아빠 돌아가셨지?" 하더니 갑자기 생리대 한 뭉터기를 꺼내 책상위로 올려놓는다. 나는 내 앞에 무식하게 쌓여있는 생리대를 보다가

"가져가. 어차피 이거 받으러 꼬박꼬박 오는거 너 밖에 없어." 라는 선생님의 말에 머뭇거리다 결국 조심스럽게 두어개만 챙겨서 보건실을 빠져나왔다.

등 뒤에서 "더 필요할텐데.. 더 가져가라니까?!"라는 선생님의 말은 무시하고 뛰었다. 단숨에 화장실로 숨어 이게 뭐라고 이렇게 굴욕적인가 싶어 쪼그려 앉아 생리대를 갈면서도 울컥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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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용돈필요하지 않냐?"

칼럼이었다. 평소라면 무시했을 법한데 용돈이란말에 솔깃했다. 내가 관심을 두는 것 같자 칼럼은 의자를 끌어 내 앞에 앉으며 말했다.

"들었어. 니가 종종 애들 과외해주면서 용돈 번다고."
"무슨 과목?"
"어? 해주겠다는거야?"
"수업 다 끝나고 30분씩 장소는 학교 안이면 상관없어. 스쿨 놓치니까 니가 태워줘야해."
"언제부터?"
"오늘. 아, 그리고 가불돼?"
"오늘부터? 얼마나?"
"응. 돈이 좀 궁하거든."

내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씨익 웃는다.



***



칼럼은 영 집중력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을 한 두번 대하는게 아니기때문에 나는 오늘 과외를 마치면서 칼럼에게 당부했다.

"가르쳐주는건 어렵지않는데 받아먹어야 효과가 있지. 나중에 성적 안나온걸로 나한테 따져도 환불은 없어."
"그래도 너가 해주면 성적은 다 오른다던데"
"걔네가 오를만큼 했겠지."

단호하게 다그쳐도 칼럼은 끄떡이 없다. 한량처럼 기지개를 켜고 집이 어디야?라며 묻는다.

"오늘은 집 말고 다른데 내려줘. 사야할게 좀 있어."

마트에 내려주고 잘가라는 인사까지 했는데, 한적한 주차장에 주차를 한 칼럼이 쫄래쫄래 강아지처럼 쫓아온다.

"가라니까?"
"나도 마트온거라니까?"
"... 그럼 너 살거 사고가"
"아니 그냥 동선이 겹친건데"
"그 동선이 겹칠리가 없거든."

나는 우뚝 멈춰서서 칼럼 앞에서 생리대 한팩을 들어 보여줬다.

"너도 필요해?"
"아.. 나는..."

당황한 칼럼이 살짝 뒷걸음 치다가 시선을 피해 두리번거리더니 저벅저벅 걸어와 탐폰을 들고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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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누나들은 이거 쓰더라."

하... 미친놈인가. 당황한게 아니라 저 탐폰을 찾는 거였다. 나는 탐폰과 생리대를 쥔채 계산대로 향했다. 내가 계산을 하고 나오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칼럼이 차키를 흔들며 말한다.

"앞으로 계속 내가 데려다줄건데, 집으로 갈까?"




***



평소보다 훨씬 늦게 도착한 나는 벌써 저녁먹을 시간이 가까워져 서둘러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TV도 안켜고 소파에 앉아있는 아저씨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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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적 없잖아"

차갑고 무거운 공기. 낮은 목소리 떄문인지 혼나는 기분이다.

"보충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곧장 방으로 향해보지만 벌떡일어나 다가오는 아저씨를 보며 본능적으로 생리대와 탐폰을 등 뒤로 숨겼다. 하지만 아저씨의 손이 더 빨랐다. 내 어깨넘어로 숨기려는 물건을 잡아 빼앗아 든다.

"아..."

그리고 뒤늦게 그게 생리대인것을 알고는 당황한 기색으로 손에 든 팩을 내 가슴에 안긴다.

"씻고 나와. 저녁 먹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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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는 내내 아저씨는 뭔가 불편한지 계속 안절부절 이었다. 많이는 아니어도 소소한 안부같은걸 묻기도 하는 시간인데 오늘은 말 한마디 없이 식기 부딛치는 소리만 들린다. 다 먹은 그릇을 싱크대에 넣어놓는 순간까지 숨막히게 조용해 체할 것만 같았다. 그날 저녁식사는 그렇게 끝이 났다.



***


똑똑똑.

노크소리에 나는 문을 열어 아저씨를 올려다 봤다.


"이게 다 뭐..."

"미안. 이런 것 까진 생각 못했어"

커다란 봉투 두개에 다양한 사이즈에 생리대와 탐폰 그리고 생리컵까지 가득 담겨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커다란 초코바하나를 꺼낸다.

"단게 필요할 거라더라."
".... 앗!"

아저씨가 건네주는 초코바를 받느라 손끝이 잠깐 닿았는데 나도 모르게 어젯밤 꿈에 기억들이 떠올라 소스라치게 놀라며 초코바를 떨어트렸다. 주어주려는 아저씨의 가슴팍을 밀어내며 반사적으로 문을 닫았다.

"허니?"

당황해서 부르는 부름앞에

"잘해주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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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비"
"아빠라도 된 것처럼 굴지 말라구요. 호의 좀 베풀었다고 내 사생활에 막 끼어들지 말라구요!"

내가 다그치자 아저씨가 저벅저벅 방문앞을 벗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그날 나는 서랍장 한 켠을 생리대로 꽉 채웠다. 그리고 바닥에 떨궈진 초코바를 들었다. 바스락. 포장지를 벗겨 입에 넣는다. 달다. 기분이 좀 나아지는 거 같다가 나는 피곤함에 지쳐 그대로 잠이 들었던 것 같다.




***


그러고 며칠 아저씨와 나는 어색했다. 나는 칼럼을 돕느라 여전히 늦었고, 칼럼은 자꾸 이런저런 핑계로 바람을 쐬고 오자며 딴데로 새려해서 더더욱 늦었다. 그러다 어느 날 칼럼과 실랑이가 길어지자 결국 저녁식사 시간도 늦고 말았다.

아저씨가 기다리는 걸 알고 있기에 나는 칼럼에게 이러면 괴외도 끊을거라고 으름장을 놓고 서둘러 집으로 달려갔다.

하아, 하아, 숨이 차도록 뛰어 들어왔는데 아무도 없다.

집이 컴컴하고 비어있다. 이 집은 항상 밝고 따뜻했는데... 나는 컴컴한 집안에 불을 밝히고 우두커니 소파에 앉았다.

마치 아저씨처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서보니 아저씨가 현관에서 들어오고 있었다. 밤의 차가운공기가 아저씨 등 뒤로 후욱- 날 훑고 지나간다.

"어디 갔다와요?"

힘없이 물어오는 나를 본 아저씨는 그자리에서 멈춰섰다.

"일하러"
"오늘 늦었어요"
"일일히 보고할거 없어. 네 사생활이니."

묘하게 차가워진 아저씨를 보자 나는 괜히 안달이 났다. 내가 아저씨한테 소리친 일은 까맣게 잊고서. 방으로 들어가려는 아저씨를 어떻게든 잡아세우고 싶었다.

"과외하고 있어요"
"매일 너 바래다 주는 애? 네 남자친구?"
"그런거 아니예요. 돈이 필요해서"
"돈?"
"생리대.. 사려구요."

아저씨의 눈이 잠깐 커지더니, 가죽자켓을 벗어 놓고 천천히 내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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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거라면 그만해. 내가 용돈줄테니까"
"빚이 늘잖아요"
"니가 더 오래 일하면 되지."

힘이 빠지고 한 숨이 터져 나온다.

"하아..."

아저씨의 가슴팍에 내 이마를 얌전히 기댄다. 차마 그 품에 파고들진 못하고 무언의 물음을 던진다 '왜 자꾸 내 인생 책임질 것 처럼 그래요?' 아저씨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두터운 손으로 어색하게 내 어깨를 투박하게 두드리다 점점 부드럽게 쓸어내린다.

그 손길에 점점 아저씨의 품을 파고들었다. 거친 흙냄새나 땀냄새같은 것이 날꺼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좋은 향이 났다. 내게 자상한 아빠가 있다면 맡을 수 있을 것 같았던 향.

나는 그의 품의 파고들다가 그의 옷자락을 더 끌어당겨 손을 그의 가슴께에 쓸어올리며 그의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그저 기댈 곳이 없어 슬퍼하는 불쌍한 아이를 달래는 듯한 손길이었지만 그가 그럴수록 나는 더 집요하게 그의 품에 파고들며 조심스럽게 올려다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그는 자상하게 날 내려다보며 어깨를 쓸어내리던 손으로 내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말했잖아. 돈 없어서 너 들인거 아니라고."

가여운 눈으로 날 내려다보는. 눈치없는 아저씨.
갑자기 산통이 깨지는 기분이 들어 나는 그의 품에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조금 뒤로 물러섰더니 아저씨의 품에 빠져나가는게 서운해 다시 그의 품으로 엉겨붙었다.

"Kid 잘 시간이야"
"혼자 자기 싫어요."
"무슨.."
"같이 자 줄래요?"
"허니"

사람죽이는데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거 같던 사람이 화들짝 놀라며 나를 본다. 그 표정에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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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짝 뒷꿈치를 든다. 당황해서 살짝 벌어진 그의 입술사이도 그의 품처럼 깊게 파고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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