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오는 거 보고싶다 제목 구구절절이네 개연성없음주의


티모시는 성공가도를 막 달리기 시작한 개인사무실 변호사인데 의뢰인으로 10년전 첫사랑 허니비가 찾아온거지. 의뢰내용은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관련 소송인걸로 하자. 티모시는 허니 보자마자 자기 첫사랑인 거 알아챔. 근데 허니는 티모시를 못 알아보는 거임. 티모시는 그 이유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뀐 제 겉모습 때문이라고 생각함.


10년전 허니비는 예쁘고 사교적이라 학교에서 꽤나 잘나가는 무리에 속해있었고 고급식 티모시는 지금보다 체구도 많이 작고 여전히 창조주픽 패션을 추구하는 안경낀 범생이였어.
그런데 연애 한 번 안해본 공부벌레 티모시에게 쿼터백과 치어리더의 사랑이야기만큼이나 진부한 사건이 찾아왔음. 수업에서 제 옆자리에 앉은 허니에게 첫눈에 반해 짝사랑을 시작하게 된 거임.

티모시는 몇날 며칠 허니비병을 앓았음. 저도 모르게 허니의 이름을 작게 중얼거리다 누가 듣기라도 했을까봐 고개를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교과서에 'Honey'라는 단어가 나오면 남몰래 글자 위에 하트도 그려넣었어. 끝내 첫사랑의 열병을 참지못한 티모시는 인생 최대의 모험으로 고백을 해버림. 기껏해야 하이틴 무비 몇편 본 게 티모시 생애 로맨스의 전부인지라 자기가 생각해도 참 멋없는 고백이었지만 의외로 허니는 티모시의 고백을 받아줬음. 공부쟁이 티모시가 ‘그’ 허니 비에게 고백공격을 갈겼다는 얘기가 떠돌든 말든 티모시는 하늘을 날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어. 저녁에 그 날 배운 거 복습하던 티모시 살면서 처음으로 손에 펜이 안 잡힌다는 기분을 알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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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티모시가 공부만 하느라 모르는 게 하나 있었음. 바로 허니의 오지는 남성편력... 허니 비가 ‘그’ 허니 비인데에는 이유가 있었어. 허니는 티모시랑 사귀면서도 다른 남자들이랑 가끔씩 데이트를 했어. 심지어 티모시는 허니가 다른 남자랑 키스하는 꼴을 몇 번이나 목격하기도 하고. 근데 티모시는 그냥 참았음. 어차피 그 남자들과는 한 두번 데이트하는 게 다였으니까. 다른 남자는 그냥 허니의 호기심일 뿐이고 결국 허니가 가장 사랑하는 건 자신일 거라고 합리화 중이었음. 무엇보다 티모시는 허니가 좋아서 미칠 지경이었던지라. 자존심 구겨가면서 허니 앞에선 아무것도 모르는 척을 했어.


근데 어느날 우연히 허니가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는 거 티모시가 엿들어버림. 니 주변에 핫가이가 넘쳐나는데 티모시가 웬말이냐는 친구들 말에 허니 ‘그냥 그런 애들 어떻게 연애하는지 궁금해서’ 뭐 이런 대답이나 하는 거임. 그래도 허니가 사랑하는 건 결국 자기 뿐이라고 합리화하던 티모시의 억장은 와르르 무너짐. 티모시가 스스로를 변호하기 위해 내세웠던 허니의 사랑은 애초에 없었던 거지. 티모시는 허니에게 그냥 다른 남자애들이랑 마찬가지로 호기심 딱 그 정도였던 거임.


합리화의 왕 티모시도 그 사실마저 외면할 수는 없었음. 티모시는 그 날 허니한테 헤어지자는 짧은 문자 한 통을 남겼음. 허니와 연애하면서 처음으로 자기 자신만을 위해 한 행동이었어. 사실상 차인 거나 다름 없는 이별을 고하고는 집에 걸어가면서 사람들이 다 쳐다볼 정도로 펑펑 울었음. 그런데 어떤 아주머니가 티모시에게 다가와서 ‘꼬마야, 왜 그래. 길 잃었니?’ 라고 말하셨음. 티모시는 내일모레 성인이었음.....티모시는 문득 허니 친구가 허니한테 했던 말도 생각남.


‘니 주변에 핫가이가 넘쳐나는데 티모시가 웬 말...’
‘니 주변에 핫가이가 넘쳐나는데 티모시가 웬 말...’
‘니 주변에 핫가이가 넘쳐나는데 티모시가 웬 말...’


티모시는 건물 유리에 비친 제 모습을 보았음. 바가지를 대고 자른듯한 머리스타일에 아직 중급식을 못벗어난 것 같은 패션과 촌스러운 안경... 안경 두께는 거의 애1니타임이라 눈 크기는 거의 반쪽만하게 보였을듯. 울어서 퉁퉁부은 눈까지 더해지니 티모시는 아주머니가 왜 자신을 길 잃은 꼬마라고 생각했는지 조금 알 것 같았음. 공부만 하느라 신경도 못 써본 것들이 뼈아픈 첫사랑의 여파로 눈에 들어온 거야. 그 때 티모시는 주먹까지 쥐어가며 결심했음.


핫가이? 그래, 까짓거 핫가이가 돼서 허니 비를 꼬신 다음 아주 처절하게 뻥 차주리라.


그날부터 티모시는 타임터너를 가진 사람처럼 살았음. 공부도 하면서 운동에 스타일링공부까지 곁들였음. 하던 게 공부뿐이라 옷도 공부하듯이 룩북보고 메모하면서 감각 익힐 듯. 구1글에 정직하게 ‘Hot Guy’ 검색해가면서ㅋㅋㅋㅋ 외모를 가꾸는 방법에 관해선 워낙 노베이스였던지라 습득 속도는 느렸지만 그렇게 티모시는 조금씩 나쁘지 않은 모양새로 변해갔음 허니 비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허니가 학교 안나왔으면 좋겠다. 허니한테 복수할 계획 세우느라 맨날 허니 의식하고 체크하던 티모시는 오늘 허니 어디 아픈가보다 싶었음. 근데 이상함. 다음 날에도 다다음날에도 허니가 안보였음.

‘허니? 전학갔어.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갑자기 전학갈 일이 생겼대.’ 아직 복수는 시작도 못한 티모시는 좌절해야만 했음. 하지만 티모시는 굳건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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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허니 비. 내가 좀 잘생겨지니까 (아직 그정돈 아니었음) 복수를 눈치 채고 (아님) 도망을 갔단 말이지? (아님) 두고 봐. 내가 반드시! 어? 동창회라도 열어서 복수해주마아아앍!!!!


그렇게 티모시의 핫가이 프로젝트는 멈추지 않았음. 티모시는 제게 맞는 헤어스타일 찾아가면서 망해보기도 하고 하나밖에 없는 절친 제이크를 데리고 쇼핑몰에 가서 피팅룸을 들락거리기도 하고 안경점가서 콘택트 렌즈를 한무더기 사는 둥 열심히 스스로를 가꿔갔어. 제이크에게 렌즈끼우는 법을 배울 땐 복수를 괜히 시작했나 싶기도 했을 거다.
핫가이가 되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늘이 듣기라도 했나 어느새 졸업을 앞둔 티모시는 1년 새에 10cm나 자라있었고 곧 바라던 로스쿨에 들어갔지. 티모시의 노력은 점점 해가 갈수록 빛을 발했어. 매해 더욱이 무르익은 티모시는 로스쿨을 졸업할 때쯤엔 그야말로 ‘미스터 핫 티모시 샬라메’가 되어 있었음.


그 후로 티모시의 삶은 탄탄대로 같았음. 티모시는 확실히 공부에 소질이 있었던데다 법조계와 잘 맞았지. 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며 로스쿨을 무사히 졸업했고 변호사 시험까지 무리 없이 합격했어.
이제 티모시는 눈에 띄는 외모로 종종 대쉬를 받기도 함. 사람들은 티모시에게 친절했음. 티모시가 까칠하면 예민미가 되고 친절하면 다정함이 되고 대형로펌 스카우트를 거절한 뒤 단독 변호사 사무실을 차린 건 소신이 됐음. 외모 하나 달라졌다고 하이스쿨 때는 겪어본 적 없는 호의들이 날아오자 티모시는 기가 차지만서도 굳이 제 발로 그들의 호의를 걷어찰 생각은 없어서 10년간 쌓아온 그루밍 실력은 유지했을 거야.


10년. 허니 비를 만나지 못한지 어느덧 10년이 지났고 티모시는 이제 스물 여덟이 되었음. 허니가 그 때 왜 전학을 갔는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불타던 복수심은 이제 희미해졌음. 티모시는 그때의 자신을 그냥 첫사랑의 아픔으로 인한 치기 어림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어. 10년이라는 시간동안 티모시는 많이 무뎌졌고 갓생을 살아내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임. 티모시는 이제 허니를 봐도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건넬 수도 있을 것 같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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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랬는데... 아무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허니가 사무실로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허니를 알아본 티모시는 터져나올 뻔한 비명을 간신히 눌러야 했음. 허니가 자신에게 이혼소송 변호를 의뢰하러 찾아오는 시나리오는 세워본 적도 없거니와 이렇게 아무런 예고없이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단 말이야. 혹시나 닮은 사람이지 않을까 싶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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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아 그러니까 의뢰인분 성함을 제가.. 어.. 지금 여쭙고 있는...

허니 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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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정말 그 허니 비가 맞았음.


허니 비는 티모시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음. 사실 이정도는 예상했음. 티모시는 10년 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거든. 티모시는 내가 그때 그 티모시 샬라메다 외치고 싶었음. 못 알아볼만큼 멋있어진 데에다 좋은 직업까지 가진 자신을 보며 허니가 후회하는 꼴을 보고 싶었어. 복수심이 희미해졌다는 건 착각이었나봐. 허니 앞에서 10년 전의 그 치기 어린 유치한 마음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는 티모시였음.


그런데 10년만에 마주한 허니 비는 좀 이상했음. 티모시가 기억하는 18살의 허니 비는 분명 새침하고 자신감 넘치는 퀸비 스타일이었는데 묘하게 소극적이고 차분한 데에다가 정숙해보이기까지 하는 거임. 티모시는 의뢰인을 파악한다는 핑계로 허니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하다가 알게 된 사실이 있었음.


허니 비는 기억상실증에 걸려있었음. 허니는 티모시와 헤어진 이후 일어난 모종의 사고로 인해 하이스쿨에 대한 기억이 아예 날아가버린 거임.
그건 다시말해 티모시가 허니에게 ‘내가 그 티모시 샬라메다’를 시전해도 허니에게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말이었음. 하긴 저를 기억했으면 변호사 사무실에 큼지막히 적혀있는 제 이름을 보고서도 그가 그 티모시 샬라메라는 걸 모를리가 없지. 샬라메라는 성이 흔한 것도 아니고.


티모시는 허무해졌음. 허니 비는 제 첫사랑이자 마지막 연애 상대였고, 잊히지 않는 상처를 준 사람이기도 했지만 티모시의 인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이었음. 정말이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티모시는 허니를 마주하고서야 외면하던 진실을 깨닫겠지. 티모시는 10년 동안 허니 비를 잊은 게 아니라 묻어둔 것뿐이었다는 사실을. 첫사랑의 후유증은 아직 진행중이었고 복수심이든 원망이든 티모시는 허니에게 받은 상처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어. 그 트라우마로 티모시는 그 숱한 대쉬에도 연애도 데이트도 아직까지 하지 못했거든. 그런데 그런 허니의 인생에서 자신은 존재한 적도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을 뿐더러 아무리 이혼을 한다지만 허니는 결혼까지 잘만 했던 거임. 그 사실에 티모시는 정말이지 울고 싶었음. 근데 극과 극은 통한다잖아. 땅굴파고 들어가다못해 땅굴에 쳐박힌 티모시에게 난데없이 이런 생각이 찾아오는 거지.


오히려... 잘 된 게 아닐까?


무뎌졌다고 생각했던 티모시의 유치한 복수심이 마침내 조금씩 터져나오기 시작했음. 티모시는 지금 누가 봐도 잘생기고 멋있는 남자야. 과거의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티모시는 허니에게 처음 보는 잘난 남자일테고 그런 남자가 여자 하나 꼬시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겠지. 찌질한 과거를 가진 구남친보다야 훨씬 쉬울 거 아냐. 게다가 이혼을 한다잖아. 마음이 약해져 있을 거야. 그럼 오히려.......
그러니까 티모시는... 10년 전 중단했던 그 복수 대작전을 이제서야 시행하기로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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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소, 무슨 일이 있어도 이끌어 낼게요.


티모시는 비장했어. 눈 앞의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은 추호도 없었거든.








찐따였던 티모시와 그런 티모시의 첫사랑 허니가 10년만에 다시 만나서 벌어지는 로맨스릴러 같은 게 보고싶다. 근데 이제 티모시 혼자만의...

허니는 기억 잃은 뒤로 왜인지 철옹성유교걸 되어 있는 바람에 꼬시려고 별 짓 다해도 안 꼬셔져서 티모시만 미치고 팔짝뛰는거 보고싶음. 복수하려면 꼬셔야 되는데 꼬시는 것부터 안되는 거ㅋㅋㅋㅋ

10년간 그렇게나 자신을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정작 취향 하나는 못 바꿔서 오히려 첫사랑에 흔들리는 건 티모시겠지. 허니는 덤덤하니 복수당하고 있는지도 모를듯.
외모 빼고 다 바뀐 허니랑 외모만 다 바뀐 티모시가 학창시절과 전혀 다른 관계로 흘러가는 거 보고 싶다. 티모시 로코찍는 거 보고싶어서 쓴 글 맞음..ㅎ
후 잘쌌다


https://hygall.com/591932857
2024.04.22 19: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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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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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2 20: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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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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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2 20: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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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군만두도 웰치스도 꽃도 따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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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2 20: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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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 존잼 센세 억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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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2 21: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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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존맛 센세 제발 어나더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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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2 21: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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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가 담편 줄때까지 숨참고 기다릴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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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2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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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이제 날도 더워지는데 햇빛 덜 드는 곳에서 시원하게 일하면 어때? 내가 냉커피 타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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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2 22:14
ㅇㅇ
존나! 맛있다아아악악악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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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2 22: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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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외모 빼고 다 바뀐 허니랑 외모만 다 바뀐 티모시라니 크아아아악 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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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2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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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 티모시 존나 좋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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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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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맛........... 더주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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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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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존나 재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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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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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거뭐야;;;;; 센세 더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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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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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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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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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더 주실수 잇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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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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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맛있다 츄베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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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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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장황하게 감상문 쓰고싶은데 어휘력이 “좋다..” 이지랄밖에 안나와요 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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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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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잼!!!!! 센세 억나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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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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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센세는 천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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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05: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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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의 시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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