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사귀는 태대로

정대만 대학생일 때 그냥 평일 오후에 갑자기
온다는 얘기 없었다가 불쑥 체육관 앞에 더플백 하나 둘러메고 앉아있었으면 좋겠다. 
태섭이 학교 마치고 농구부 가서 연습 존내 하다가 저녁에 미국건 때문에 어학 학원 가려고 머리에 가방끈 둘러쓰고 어슬렁 나왔는데 껌껌한 화단쪽에서 "여어~" 인사하는 목소리가 들려서 고개 들렸다가 깜짝 놀라겠지. 저 인간 대학생 된 이후에 코빼기도 안보이더니 갑자기 실물이 불쑥 튀어나올 줄 몰라서 첨엔 좀 환각인가? 이런 생각도 했을 거 같음. 내심 보고싶다는 생각 종종 했어서... 그래서 실제 맞나? 머 이런 생각하느라 멍하니 있으면 정대만 반응 적은 송태섭때문에 입술 삐죽이면서 "...안 반갑냐? 인사도 안하네." 하고 엉덩이 털면서 일어날 듯.

송태섭 여전히 머엉... 주말도 아니고 방학도 아닌데 저 인간이 여길 와있다고?? 뭔가 믿어지지 않아서 어벙벙한 상태로 "아니 어떻게..." 중얼거리다가 아 이 인간 안쌤보러 왔을지도; 이런 생각 갑자기 들면서 모든게 납득. 아니 애초에 나 보러 왔을 리가 없잖아; 뭘 놀라냐 나야.. 그제야 마음에 평화가 좀 생겨서 "아 깜깜한데서 튀어나오니까 놀랐잖아요!" 하면서 괜히 정강이 까는 척 하는데 진짜로 정대만 대학 간 뒤에 둘이 첨 만난거라 하고나서 이런 거 해도 되나? 하는 생각도 잠깐 하겠지. 바보트리오짓 할 때는 백호가 워낙 막 하기도 하고ㅋㅋㅋㅋㅋ 아무 생각없이 같이 굴렀는데 지금은 왠지 좀... 연락도 너무 오래 안했고 자기도 주장된 뒤에 애들 기강잡다보니까 좀 그런가. 넘 버릇없나; 하는 생각이 불쑥 들어서. 근데 대만이가 킬킬 웃으면서 "성질머리 여전하구만. 폼 좀 잡아봤다ㅋㅋㅋ" 하고 아무렇지 않게 받아서 아.... 우리 아직 그 정도 해도 되는 사이 맞구나. 내심 이런 생각하는 태섭이. 같이 따라 웃으면서 "여긴 무슨 일이예요? 코빼기도 안보이더만." 이런 얘기 하고....

대만인 "...뭐 일 있어야 올 수 있냐. 나도 졸업생이다?" 이러더니 그냥 푸흐흐 웃어. 송태섭 아 저 인간 안쌤 뵙고 애들 보려고 온 건가? 이런 생각 또 슬쩍 하면서.. "저 학원때문에 먼저 나온거라 애들 안에 있어요, 선배 왔다고 하면 좋아할껄." 하고 안에 가보라는 듯 턱짓하는데 대만이가 "아 학원? 학원을 다녀 네가??" 이러면서 엄청 웃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섭이 얼굴 빨개져서 "아 이유가 있다고!!!" 하겠지ㅋㅋㅋㅋㅋ  정대만 "그래그래 낙제하면 대회 못나가지. 열심히 해라~" 이래서ㅋㅋㅋㅋㅋ 태섭인 "그런 거 아니라고!!! 낙제 아니라고!!!" 하고ㅋㅋㅋㅋ  

근데 대만이가 체육관 안쪽은 볼 생각도 없이 "아... 나 너 라멘 사주려고 온 건데. 학원가면 안되겠네." 중얼거리면서 그냥 태섭이 앞에 같이 서. 송태섭 ....뭔데 이 사람....나만..?.. 그런 생각하면서 속으로 침 한번 꿀꺽 삼켰다가. 아니다. 정대만은 아무 생각이 없다. 그냥 별 생각없이 하는 소리다. 마인드 컨트롤하면서 "...전 가봐야해서, 애들 사줘요." 이러는데 대만이가 "...아니 오늘은 됐어. 집에 가야겠다." 하더니 "역까지는 가냐? 같이 가자." 이래. 송태섭 또 뭔가 개심란... 당신 왜 왔는데...... 왜 애들을 안 보려고 하는데. 왜 나랑.... 걸으려고 하는데. 하는 잡생각들 마구마구 펼쳐지려는 걸 억지로 멈추고. 아냐 원래 정대만은 아무 생각이 없다. 휘둘리지 말자. 저 사람은 원래 저래. 다시 생각하면서 "....뭐 그러든가요." 하고 젤 가까운 역까지 같이 걷겠지. 

그러고 몇 발자국 채 떼지도 않았을 때 송태섭은 깨달음. 정대만의 걸음걸이가 어딘가 어색하다는 걸. 그래서 가만히 그 사람의 왼쪽 다리를 쳐다보는데 정대만이 시선을 의식했는지 "....야 너 진짜 시야 좋다...; 바로 아네.." 이런 소리 하면서 뒷머리를 긁적거려. 그리곤 좀 멋쩍은지 큼흠흠 헛기침을 하면서도 정직하게 "...심한 건 아니고. 몸싸움하다가 넘어졌는데 왜 그런 거 있잖아. 한 번 다친 곳을 계속 다치게 되는... 나도 좀 그런 편인가봐? 또 왼쪽 무릎이더라고. 어이없지ㅋㅋㅋ 뭐 큰 문젠 아니라서 한 달정도 쉬면 괜찮아질 거래." 이런 얘기를 해주는 거임. 그리곤 "그래서 강제로 농구를 못하게 됐는데...." 하고 뜸 들이다가 우뚝 멈춰 먼 산을 바라보던 눈을 태섭이한테로 돌려서 

"....너한테 말해주고 싶었다. 내가 부상을 입어도 다신 그런 멍청한 짓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걸." 

이런 말 하는 게 보고싶다. 
그리고
물론 내가 멈춰있는 사이에 달려나가는 동기놈들,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못하는 농구를 즐기고 있는 녀석들, 몸에 아무 부상을 입어본 적이 없는 녀석들. 전부 부럽지만.... 질투하진 않는다고. 걔네를 박살내버리고 싶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그냥 얌전히 재활하고 기다려야지. 제대로 나아서 농구해야지. 뭐 그러고 있는 중이라고. 뛰지는 못해서 걷고만 있는데 경과가 나쁘지도 않다더라.
같은 얘길 좀 더 주절주절 해주다가.... 다시 태섭이 힐긋 쳐다보고 시선 돌리더니 

"....솔직히 말하자면, 다쳤을 땐 좀 심란하긴 했는데. ....네가 생각이 나더라고. .....나 너한테 못난 짓 많이 했었으니까.... 또 그러진 말아야지. 그때처럼 굴지 말아야지. 그 생각을 했더니..... 아무래도 좀.... 얼굴보고 말해주고 싶어져서."
하고 또 먼산 한참 보다가 개쑥스럽단 얼굴로 
"....나 이제 그때처럼 못나게 안 구니까 걱정말라고. 그 말 하려고 왔다....그러니까 표정 좀 풀어."
하고 태섭이 등을 툭 치면 태섭이가 "아 뭔소리야" 하며 대만이 등 괜히 툭 치고.....
"네 표정이 지금 어떤지 아냐?ㅋㅋ"
"아 시끄러워요."
"걱정 마라, 크게 다친 거 아니니까."
"....뭐래. 걱정 안했다고요."
툭툭 툭툭 몇 번 더 주고받다가
킬킬 웃던 정대만이 다시 좀 머리 긁적이면서 

"....오기전엔 왠지 네 얼굴 보면 괜찮아질 거 같았는데. 별 도움은 안되네ㅋㅋㅋㅋㅋ"
이런 소리나 하고ㅋㅋㅋㅋㅋㅋㅋ
"뭔소리야 진짜"
라고 대꾸하는 태섭이는....
정대만이 힘든 상황에서 자길 먼저 떠올리며 진정했고 자기 얼굴을 보면 괜찮아질 거 같단 생각이 들어 여기까지 찾아왔다... 는 사실에 또 심장이 속절없이 쿵쾅쿵쾅 뛰어
"....오늘은 하루 째도 되는데. 차슈 추가해도 돼요?"
"아앙? 야 니 맘대로 자체휴강해도 되는거냐?"
"뭔 소리야. 고등학교를 내내 그렇게 다니신 분이ㅋㅋㅋ"
"야잇 그래도 난 대학 갔다고!"
"그럼 저도 가겠죠."
"야 넌 나랑 다르지!"
"몰라. 오늘은 째고싶은 기분이니까 라멘이나 쏴요."
"아니 사는 건 괜찮은데... 야 진짜 괜찮냐? 나 너 멍청하게 만드려고 찾아온 건 아닌데;"
"아 좀 닥쳐요. 주말에 같은 수업 하니까 그거 들으면 된다고요."
이런 얘기 투닥투닥하면서 같이 라멘집으로... 정대만 속도에 맞춰서 느릿느릿 걸어가는 태대가 보고싶다.

그리고 그 날 부터 어쩐지 자꾸... 무릎은 괜찮은지, 수업은 괜찮은지 경과 듣고 하느라 서로 좀 쑥스럽게 전화 걸어봤다가 제대로 썸타서 통화 맨날 하게되는 태대되는 거 너무 보고싶음.....


태섭대만 태대
2024.03.22 17: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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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원작 아님???? 캐릭터성 너무나 태대라서 눈물 흘리며 읽어따 ㅠㅠㅠㅠ
[Code: fe4c]
2024.03.22 17:26
ㅇㅇ
으아아아 너무 간지럽다ㅜㅜㅜ 귀여워ㅜㅜㅜㅜ
[Code: a408]
2024.03.22 17: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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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툴툴거리면서도 사실 너무 간질간질 달달하고 귀엽고 따뜻하다 ㄹㅇ 태대 그자체임 존좋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42c5]
2024.03.22 21: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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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아아아아 달다달아 이런 태대으ㅣ 시작이 상상돼...
[Code: 2373]
2024.03.22 23: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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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빨리 사궈....
[Code: 07c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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