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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9 00:28
전편
슼탘 하퍼코너로 보고싶은 이런관계
노잼오타양해부탁







 주인이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길어졌다. 두어 달에 한 번 꼴로 흔히 있는 패턴이었다. 일이 많으신가보다, 하고 코너가 짐작하는 건 그에게서 연락이 거의 오고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딱히 그의 행방이나 일정에 관해 질문을 던지지는 않았지만, 린다는 잠깐 왔다 가셨다는 말을 코너에게 꼬박꼬박 전해주고는 했다. 그는 코너가 집을 비우는 시간인 오전에서 점심 사이에 잠시 들렀다가 다시 며칠 씩 집을 비우곤 하는 식이었다. 그러니 더더욱 마주칠 타이밍 자체가 생기지 않고있었다.

 주에 한 두번 씩은 몸을 섞고는 했으니 요즘같은 날은 코너에게 생소한 기분을 안겼다. 이쯤 되면 몸이 엉키고도 남아야 했다. 다행인지는 모르나 덕분에 오전에 졸음과의 싸움을 벌이지 않아도 됐고, 마시지 못하는 커피를 사야하는지 고민하지 않아도 됐다. 

 
 여러 군데 지원한 인턴십은 조금 불안정하게 스타트를 끊었다. 가장 첫 번째 소식은, 지원했던 회사 한 곳에서 코너의 서류를 반려했다는 메일이었다. 3학년 여름 인턴십의 경쟁률이 만만치 않다는 상식 쯤은 귀가 닳도록 들어왔기에 반갑지 않은 소식이어도 비교적 빠르게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다. 저 말고도 서류에 통과하지 못한 이력서가 셀 수 없을 테니까. 그래도 사회라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이런건가 싶어 조금 겁이 나고 걱정이 됐다. 시험에서 답을 틀려 하락한 등급을 맞는 것과는 조금 차원이 다른 기분이었다. 

 그래도 아직 기회는 남아있었다. 열심히 첨삭받은 서류들을 제출했고, 못해도 한 두군데는 인터뷰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계산할 수 있었다. 그래도, 열심히, 잘 해야지. 딱히 되고 싶은 거라던가 이루고 싶은 원대한 꿈 같은 건 없었지만, 최소한 직접 입에 풀칠은 할 줄 아는 사회인이 되고 싶었다. 


 겨울학기 테스트는 소논문으로 대체되었다. 세 가지 주제 중 두 가지를 골라 연계해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라는 주제였고, 제출은 서면으로만 받는 형식이었다. 빠짐없이 수업을 듣는 내내 교수가 은근하게 던져주는 실마리를 코너는 어렵지 않게 캐치해냈다. 생각했던 것 보다 긴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정도였고, 주말 내내 방에 틀어박혀 타이핑만 한 결과 코너는 가장 먼저 제출을 마쳤고 마지막 수업은 출석하지 않은 채 학기를 마무리했다. 

 
 이제는 제법 얼굴이 낯익은 친구는 교내 카페테리아 앞에서 코너를 마주하고는 반가운 얼굴을 했다. 우연히 마주쳐서 더 기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간단히 겨울학기 소논문 주제에 관한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새삼스러운 제안이 코너를 멈춰세웠다. 혹시 일정 있어? 점심 안 먹었으면 같이 갈래? 먼저 다가오는 이들의 기대를 져버리는 건 코너에게 무척이나 쉬운 일이었다. 일정이 있다며 가벼운 거짓말로 둘러댈 수도 있었고, 몸이 안 좋으니 다음에 보자는 말로 완곡하게 거절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면식이 있는 친구의 제안을 딱히 거절해야 할 이유를 그다지 느끼지 못한 코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코너의 승낙을 마치 기다려왔다는 것처럼, 그는 주저없는 걸음으로 오래된 골목길 사이에 있는 가게에 코너를 안내했다. 보통 학생식당이나 도서관 내 카페를 이용하는 게 전부인 코너에게는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달달한 시럽 냄새와 계란 냄새가 약하게 뒤섞여 풍겨왔다. 코너는 얼마 전 그가 제게 조심스럽게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그 팬케잌 가게가 이곳이겠구나 하는 추측을 했다. 

 달달한 거라면 딱히 가리는 게 없어 어렵지 않게 메뉴를 고른 코너에게, 그는 막힘없이 가벼운 주제의 이야기들을 이어나갔다.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많이 해 본 적이 없어 듣고 있다가 호응을 해 주는 게 코너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나, 그에게는 이런 식으로 대화를 리드해 나가는 게 퍽 어려운 일은 아닌 듯 보였다. 그는 코너가 쉽게 답할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을 조절해가며 시간을 채워나갔다. 

 바스켓에 담긴 식기와 소서 위에 냅킨을 챙겨주는 등의 모습에서, 코너는 저도 모르게 하퍼를 읽었다. 아주 가끔 주인과 바깥에서 식사를 할 때가 있었다. 그의 귀가 시간과 코너의 하루일과가 끝나는 시간이 비슷하다던가, 코너의 생일에 그가 시간을 비울 수 있다던가, 가끔 별 일 없는 금요일 저녁이라던가 하는 타이밍이 그러했다. 발을 들여놓기만 해도 생경한 기분이 들게 하는 근사한 곳에서, 자리를 안내받고 마주앉아 있으면 주인은 코너가 익숙해하지 않는 부분들을 챙겨주고는 했었다. 냅킨이 세 종류나 될 때 어떤 것부터 펼쳐야 하는지, 음식의 온도를 묻는다던지, 디저트나 전채요리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넘긴다던지, 하는 것들이 그랬다. 깊은 대화가 오고가지도 않았고, 그럴 일도 없는 사이였으나 불편하지 않았던 건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유리컵의 굴곡진 부분을 만지작거리던 코너는 제 호감을 사기 위해 노력하는 얼굴과 잠시 눈을 마주했다. 선이 분명하게 잘 잡힌 얼굴에, 저를 향한 미소가 떠올랐다. 

 다음 수순은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이었다. 테라피스트가 초반에 제게 물었던 것과 같은 질문이었으나 그 궤가 달랐다. 저를 시험하기 위한 질문과 순수한 궁금증에서 오는 질문.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자연스레 나올만한 물음이었다. 나? 파인애플. 그 때와 같은 답을 꺼냈으나 돌아오는 반응이 달랐다. 진짜? 너랑 잘 어울린다. 너 노란색 잘 어울리거든. 조금 높은 톤으로 되돌아오는 대답을 듣던 코너가 물을 마시다 말고 풋, 웃었다. 이런 식의 반응은 처음 봐서였다. 

 시럽에 듬뿍 젖은 음식은 포크질에 부드럽게 짓이겨졌다. 조금은 어색할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자리였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공통된 경험이 바탕이 되는 주제로 흘러갔다. 소논문 주제가 사실 까다로웠다는 둥, 교수가 중간 출석체크를 종종 빼먹는 바람에 조금 억울했다는 둥의 이야기였다. 조금 편해졌다고 느껴서였는지,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코너의 손을 잡아오기까지 했다. 그 순간 코너가 한 생각은 해당 행위가 가리키는 어떤 의미나 행위자의 의도 보다도, 본인이 왼손으로 식기를 쥐고 있었구나, 하는 사실이었다. 손등을 덮은 손은 저보다 조금 더 컸고 따뜻했다. 코너는 두 손이 포개어진 모양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이런 식으로 맞닿은 손의 모양은 익숙하지 않았다. 코너에게 더 가깝고 익숙한 건, 팔목이 잡혀 있거나, 손가락이 일방적으로 세게 쥐어잡혀 있거나 하는 식이었다. 생각은 길게 이어지더니, 곧 누군가와 제대로 손을 잡아본 적이 딱히 없다는 사실까지 상기하게 되었다. 

 손을 잡는 게 딱히 유의미한 행동일까 싶었으나 그는 나름대로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잠시 말이 없다가, 이렇게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는 인사까지 건네는 그에게 잠시, 코너는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라는 감상이 들기도 했고 조금 이해가 안 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뭐라고, 주변에 더 활발하고 네 장단에 맞춰줄만한 괜찮은 애들도 많을텐데. 

 차분하게 이어지던 시간에 균열이 일어난 것은 식사가 끝난 직후였다. 가게를 나서던 순간 메일이 도착했다는 팝업 알림이 도착했고, 코너는 얼굴을 굳힐 수 밖에 없었다. 연이어 서류가 탈락했다는 소식이었다. 저를 따라오다말고 자리에 붙박은 듯 서 있는 코너를 보며 그가 의아하다는 얼굴을 했다. 코너는 조금 전, 제게 겨우 인턴십 하나에 합격해서 무사히 상반기를 마무리 할 수 있게 될 것 같다는 그의 말을 떠올려냈다. 좀처럼 얼굴에 평온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벌써, 지원했던 회사의 8할 정도가 첫 번째 관문인 서류심사조차 넘어가지 못하고 줄줄이 반려만 되고 있었다. 바로 어제, 교수가 그래도 최악의 결과는 아닐 거라고, 위로아닌 위로까지 건넸었는데. 


 코너에게 이번 인턴십 지원은 여태까지 수없이 치러 온 시험과는 다르게 읽히는 어떤 '문턱' 과도 같은거였다. 불완전한 제 자신이 나름대로 노력하면, 그래도 어떻게 한 발 정도 무난하게 사회에 걸쳐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안겨줄 그런 문턱. 그러나 이런 바램과는 다르게, 연속적인 소식은 코너의 기대를 꺾이게 만들었고 기분을 곤두박질치게 만들었으며, 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깎여나가게 했다. 마치, 너처럼 살아온 애는 함부로 사회에 나올 수 없다, 는 야속한 메시지처럼 들리기까지 했다.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그와 헤어진 코너는 돌아가는 길, 줄곧 제 자신의 미숙함을 되돌아 보았다. 내가 이렇게 경쟁력이 없는 앤가, 하는 생각이 들어 지난 3년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거라던데, 여기서 뭘 더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 지도 이젠 모르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생각해봤자 잘 나오지도 않을 제 자신의 흠결을 계속해서 뒤적거리며 코너가 골몰했다. 


 귀가를 마친 코너를 보며 린다가 저녁을 어떻게 준비할지를 물었으나 대꾸가 나오지 못했다. 애써 웃어보이는 코너를 보며, 제대로 된 답을 할 만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 린다가 얼른 자리를 피했다. 



 더 깨어있을 기력조차 없어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들기를 택한 코너는 얼마 가지 못해 눈을 떴다. 미미하게 저를 괴롭히는 작은 통증이 있었다. 간만에 찾아온 복통이 아주 가느다랗고,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자세를 고쳐누운 코너가 한껏 몸을 웅크리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다가 내뱉기를 반복했다. 규칙적인 심호흡이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어딘가에서 본 글귀가 효력이 충분하기를 빌었다.

 그러나 꼭 이럴 때만, 바라는 대로 뜻이 이루어지질 않았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랫배를 문질러대던 코너가 결국 몸을 일으켰다. 바깥에서 새어들어오는 빛이 벽시계에 반사되었다. 1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고, 하루 중 집안이 가장 조용할 때였다. 아침이 되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다시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간만에 귀가한 하퍼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꺼낸 것은 코너가 어디에 있냐는 물음이었다.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오지 않자 그가 린다의 이름을 불렀다. 

 아직 자고 있는 것 같다는 답을 하며 린다가 코너의 방으로 향했다. 연락을 안 받는데. 못 받는 일은 가끔 있을 순 있어도 안 받는다는 건 있을만한 선택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코너의 방에 들어선 린다는 낯선 광경에 얼른 하퍼에게로 되돌아왔다. 이불이 흐트러진 채 주인이 없는 침대와 책상 위에 걸쳐져 있는 휴대폰까지. 정말 말 그대로 주인만 없는 방 안의 풍경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라 린다가 다급하게 오늘 아침의 일들을 되돌아 보았다.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으니 코너가 당연히 방 안에서 휴일 아침 늦잠을 자고 있을거라 생각했고, 마찬가지로 집 안의 사용인들 모두, 오늘 코너를 본 적이 없었다.

 말도 없이, 그것도 연락두절인채로 사라질 애가 아니라 린다가 혼란스러운 얼굴을 했다. 그러나 그녀의 예상과는 다르게, 코너는 의외의 곳에서 쉽게 발견되었다. 




 주제넘게 다른 이의 방 안에서 잠이 들어있는 코너의 모습은 고요했다. 하퍼는 제 방 한 켠에서, 조심스레 새우잠을 청한 이를 바라보았다. 어느 새 뒤따라 들어온 린다가 어머, 하는 소리를 내며 하퍼의 옆으로 다가섰다. 침대 선반에 놓인 리모컨을 들어 암막커튼으로 창을 가린 하퍼가 무감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집에 하루종일 있으면서, 애가 어디 있는지도 몰라요?"

 주인이 살갑게 말하는 편이 못 된다는 걸 잘 알았지만, 그 속뜻까지 매몰찬 건 아니라고 린다는 믿었다. 그게 린다가 하퍼라는 인물에 대해 가지는 감상이었다. 저를 추궁하는 듯한 말투였으나 기분 나쁘라고 하는 말은 아닐 거라고, 그런 어떤 막연한 믿음이 생기게 했다. 스톤 하퍼는. 

 밤새 이 상태로 잔 거예요? 얇은 잠옷차림으로 이불 위에 그대로 몸만 누인 모습을 보며 하퍼가 작게 혀를 찼다. 베드벤치 위에 놓인 담요를 펼쳐 그 위로 덮어준 그는 방에 빛이 새어들어오지 않는지를 한 번 확인한 뒤 코너에게서 등을 돌렸다. 차 한잔만 끓여달라는 말과 함께 하퍼가 침실을 나섰다. 

 딱히 답을 듣고자 던진 질문은 아니었다. 린다나 집안 사용인들을 제대로 탓해보겠다는 것 또한 아니었다. 그러기엔 코너가 먼저 예상을 한참 벗어나 있었다. 벌써 오전 11시를 넘긴 시각이었고, 아무리 휴일이라지만 이 정도로 세상모르고 늦잠을 자는 애가 아니었다. 잠귀가 밝은 편 까지는 아니어도, 이 정도의 인기척도 느끼지 못하고 깊은 잠에 빠져드는 게 일상인 것도 아니었다. 하퍼는 조금 메말라 하얗게 일어나 있던 입술을 떠올렸다. 저 말고 집안 사람들은 아무도 느끼지 못할, 어린 풀향이 아주 옅게 코 끝에 남아 있었다. 




 다음학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겨울학기를 한 번 지나고 나니 그야말로 쉴 틈이 없었다. 학교에서 발을 떼기가 어려워 비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도서관에서 보내던 코너는 교수의 연락을 받고 연구실로 향하던 참이었다. 인턴십 관련하여 할 이야기가 있다는 연락이었다. 긴장된 발걸음이 느려졌다가 빨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열심히 첨삭을 해 주고 조언도 아끼지 않았는데, 아무런 성과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냔 이야기를 들을까 마음이 조급해졌다. 정말 그런 말을 듣게 된다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걸음을 늦출까 몇 번이고 고민한 끝에 결국 도착한 연구실 문이, 그렇게 크고 딱딱해 보일수가 없었다.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고 난 코너가 짧게 두어 번, 노크를 했다. 이윽고 안에서 들어와도 좋다는 응답이 들려오고, 문을 여는 순간. 예상치 못하게 여러 사람이 모여있는 것을 발견한 코너가 곧바로 걸음을 물렸다. 교수 외 서너명 정도가 소파에 둘러앉아 있었다. 회의중이신 줄 몰랐다는 말을 꺼내며 나가려던 코너를 안으로 들인 교수는 아주 의외의 이야기를 꺼냈다. 

 코너 널 보러 오셨단다. 어색하게 발을 들인 코너는 단 한 명도 면식이 없는 사람들을 마주하며 어색하게 인사를 꺼냈다. 저를 만나러 올 사람같은 게 있을리가 만무했다. 그것도, 이렇게 근사한 오피스룩 차림의 어른들이라면 더더욱. 

 "처음 뵙네요 코너 학생, 하퍼 앤 리코체 인재채용팀에서 왔습니다."

 기계적으로 어색하게 악수에 응하던 코너가 갈 곳을 잃은 눈을 했다. 아무런 정보값 없이 내던져진 어색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주어진 단 하나의 단서가, 익숙한 이름이, 머릿속을 뒤엉키게 했다. 

 짤막한 인사로 저를 소개한 외부인 두 명과, 저를 브랜든이라고 소개한 교수 한 명의 눈이 모두 코너를 향해 있었다. 코너는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내려는 단 한 가지 가정을 생각해내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썼다. 가능성을 억지로 지워가며 속으로 씨름을 하는 코너에게, 계속해서 사람들이 정보를 던졌다. 코너의 의심에 가능성을 더하고, 그 가능성을 확신으로 바꿔줄 정보를. 

 소수의 학교에 방문하여 전도유망한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비공개 채용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는 아주 논리적이고 그럴싸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겨우 자리에 앉아 경청하던 코너가 겨우 고개를 끄덕이며 말끔하게 이어지는 문장을 귓가에 담으려 노력했다. 인턴십 오퍼를 넣으러 왔다는 말과 함께, 모카색 대봉투가 내밀어졌다. 정교하게 씰로 봉인되어 있었고, 표지에는 코너의 이름이 아주 정갈하게 쓰여 있었다. 교수를 통해 제 포트폴리오를 잠깐 보았다는 이야기가 이어졌고, 모범적인 학교생활과 능력에 대해 연신 칭찬과 찬사가 그 뒤를 따랐다. 완벽하게 꾸며진 어항 속에서 길을 잃은 금붕어가 된 것 같았다. 손끝이 차가워지고, 얼굴이 사색이 된 코너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슼탘 하퍼코너
[Code: a3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