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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6 05:53
알오AUㅈㅇ 연반ㅈㅇ
노부가 12곡을 출 수 있든 없든 연회는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정말로 12곡을 다 출 자신은 없지만 어쨌든 황태자가 마치다를 플로어로 이끌게 할 수는 없으니 노부는 온갖 댄스를 연습하고 있었다. 변경의 영지에서만 지냈다고 해도 춤은 어느 정도 춰야 했다. 군인이든 아니든 춤은 귀족들의 기본 소양인 시대였다. 그래서 몇 곡 정도는 출 수 있었지만 아예 모르는 댄스도 있었기 때문에 매일 열심히 연습해야 했고 마치다가 스즈키 공작가에 와서 매일 연습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연회가 정말 코앞으로 닥쳐와서 노부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날이었다.
그런데 아마도 정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노부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마치다도 아카데미에서 군사 코스를 수료하고 기사 서품을 받은 사람이라 체력이 좋아서 몇 곡이나 연습을 해도 호흡조차 흐트러지지 않던 사람이었는데 뺨이 발갛게 상기돼 있는 게 예쁘긴 해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었다. 그리고 5번째 곡을 추고 있을 때였다. 창이 열려 있던 탓에 바람이 살랑 불어왔을 때. 노부의 품 안에 있던 이에게서 달콤한 향이 바람에 실려 함께 날아왔다. 마치다는 향수 같은 건 뿌리지 않는 이였다. 그리고 이게 향수의 향이 아니라는 건 바로 알 수 있었다.
노부는 알파였으니까.
노부를 당장 흥분시킬 정도로 강렬한 향은 아니었다. 하지만 알파인 노부의 심장이 두근거리게 할 수 있는 향...이 흘러나온다는 건.
노부는 여전히 뺨이 발그레하게 상기돼 있어서 평소보다 훨씬 귀엽게 보이는데도 또 훨씬 더 관능적으로도 보이는 이를 품에 안은 채 눈을 맞췄다.
"제가 아무 일도 없게 하겠습니다."
생글생글 웃고 있던 마치다의 미간이 찌푸려지더니 귀여운 입술을 오무리며 한숨을 푹 쉬었다.
"억제제를 먹었는데."
"히트가 다가오는 겁니까?"
"네, 원래는 억제제만 먹으면 아무 문제 없는데."
마치다가 노부의 어깨를 잡고 있던 손을 내려서 노부의 가슴을 콕콕 찔렀다.
"어떤 알파랑 너무 오래 붙어 있어서 억제제가 잘 안 드는 모양인데요."
확실히 계속 붙어 있긴 했다. 노부가 아는 춤이 많지 않아서 계속 마치다가 춤을 가르쳐주고 있었으니까. 평소라면 몰라도 히트가 다가오는 오메가에게는 알파와의, 그것도 특정한 한 명의 알파와의 지속적인 접촉은 영향을 미칠 만도 했다. 노부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미안합니다. 내가 춤을 잘 못 춰서..."
마치다는 빙긋 웃더니 노부를 콕콕 찌르던 손가락을 떼고 노부의 가슴을 살살 토닥였다.
"그래도 성실한 학생이니까 미안할 필요 없어요."
"..."
"우리 형님은 출 수 있는 춤이라고는 5곡도 안 되는 주제에 연습도 안 하려고 한다니까요. 두고 보라죠. 내가 연회 날 발이 퉁퉁 부을 정도로 짓밟아 줄 테니까."
마치다는 노부가 특히 어려워하는 몇 개의 춤은 형에게 시키겠다고 연습을 하지 말자고 했기 때문에 노부는 당연히 마치다 소후작이 그 춤을 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노부의 발칙한 약혼자는 그저 형의 발을 마구 밟아주면 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마치다 소후작을 걱정할 여유는 없었다. 춤을 못 추는 건 노부도 마찬가지였으니, 마치다가 마구 짓밟을 발들에 노부의 발도 들어갈 것 아닌가.
"... 열심히 연습하겠습니다."
"에이, 설마 내가 스즈키 소공작의 발을 밟을까."
안 밟을 거라면서 구두로 플로어는 왜 탁탁 치는지?
바닥을 탁탁 치면서 장난꾸러기처럼 웃는 얼굴은 12년 전 비에 젖어 있던 그 소년의 얼굴 그대로라서 노부는 저도 모르게 웃어 버렸다. 노부의 웃는 얼굴을 빤히 보며 같이 웃고 있던 마치다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제 페르몬이 많이 느껴집니까?"
"음. 네."
"누구나 알아차릴 정도로?"
"알파라면 누구나 알 겁니다."
사실 억제제를 먹는다고 해도 질이 나쁜 억제제를 먹으면 페르몬이 새는 건 흔한 일이었다. 비싼 억제제를 사용하는 귀족들은 그런 일이 없지만 노부가 이끄는 기사단에도 알파와 오메가들이 많고, 집안을 건사하느라 수입을 대부분 써 버리는 어린 기사들의 경우에는 좋은 억제제를 쓰지 못해서 페르몬을 흘리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오메가의 페르몬이 샌다고 해도 알파가 함부로 손을 대도 되는 건 절대로 아니었고, 모르는 척해 주는 게 예의였다. 군대처럼 규율이 강한 곳에서는 오메가를 동의없이 겁탈했을 때는 그 알파 군인은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가혹한 매질을 당했다. 억제제를 먹어서 페르몬이 어느 정도 억제된 상태라면 바로 알파들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흥분시키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황태자가 그런 예의를 갖추고 있을까.
그렇게 예의를 잘 알고 지키는 자가 아니란 걸 마치다도 알고 있는지 표정이 어두웠다.
두 사람이 춤 연습까지 미루고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지만 결국 답을 찾지 못하고 헤어진 다음 날. 여전히 고민이 많은 노부와 달리 마치다는 다시 의기양양한 얼굴이 돼서 공작저로 찾아왔다. 황태자를 상대할 답을 찾은 건지, 아니면 어차피 답이 없으니까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하고 기분전환을 한 건지 알 수 없어서 왜 기분이 좋은지 묻지도 못했다. 다행히 마치다는 노부를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방법을 찾아냈어요."
"황태자를 상대할 방법 말입니까?"
"네."
"어떤 방법입니까?"
마치다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노부를 빤히 바라보다가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았다. 말하기 전에 너무 긴장해서 긴장을 누그러뜨리려고 한 행동 같았으나 순간 빨간 혀가 조그맣게 나왔다가 들어가는 모습을 본 노부는 당황해서 시선을 돌렸다.
그러니까 이건 아마... 지금 마치다의 페르몬이 조금 흐르고 있기 때문일 거야.
분명히 조금 전에는 이 정도 소량으로 흐르는 페르몬은 알파를 흥분시킬 정도는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했던 것도 잊고. 노부는 갑자기 온몸의 피가 빠르게 도는 것 같은 기분을 애써 페르몬 탓으로 돌렸다.
"아마, 공작과 공작부인께서는 이 방법을 싫어하실 거예요. 소공작도 내키지 않을 수도 있고."
"무슨- 흠. 무슨 방법이길래?"
제 목소리 같지 않은 쉰 목소리가 나와서 당황한 노부가 헛기침을 하자, 노부를 흘긋 바라봤던 마치다는 배시시 웃으며 노부의 다리에 손을 올렸다. 검을 잡는 사람이라 굳은 살이 박인 마치다의 손이 노부에게 닿는 건 흔한 일이었다. 마치다는 귀족 가문의 오메가라고 해도 기사이기 때문에 사람들과 몸이 자주 닿는 일을 하고 있어서 남과 몸이 닿는 것을 꺼리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최근 며칠 동안 계속 노부와 춤 연습을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히트가 다가오고 있어서인지 묘하게 더 따뜻한 손이 노부의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하고 있었다.
"이건 결혼한 사람들만 쓰는 방법이긴 한데요."
그 말에 마치다가 하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이 나라는 미혼의 오메가들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가혹하고 엄격하지만 기혼의 오메가들에게는 크게 제약을 하지 않았다. 일단 그 사람을 책임지는 알파가 생겼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든 두 사람 사이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기혼 오메가들의 사회 활동도 본인이 원한다면 별 제약이 없는 편인데, 마치다가 지금 노부와 지나치게 자주 접촉해서 억제제로도 페르몬이 잘 억제되지 않는 것처럼 부부 사이의 접촉이 많은 기혼 오메가들도 억제제로도 히트 전 시기의 페르몬이 잘 억제되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오메가 페르몬을 줄줄 흘리면서 사회생활을 하는 건 본인에게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기혼의 오메가들은 히트가 다가올 때 억제제로도 페르몬이 완전히 억제되지 않으면 본인 알파의 페르몬을 덮어쓰고 다녔다. 자신의 페르몬을 가리는 의미도 있고 다른 알파가 페르몬을 풀어 제압하려고 할 때 자기 몸에 뒤집어쓰고 있는 알파의 페르몬이 쉴드 역할을 해 주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일명 페르몬 샤워. 문제는 알파의 페르몬을 뒤집어 썼다는 것은 그 사람과 잠자리를 했다는 뜻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노부와 마치다는 아직 입도 맞춰보지 않은 사이였지만... 미혼의 마치다가 노부의 페르몬을 뒤집어쓰고 나타나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를 것이고, 당연히 마치다 후작가와 스즈키 공작가 모두 함께 사람들의 입에 올라 마구 씹힐 것이다.
마치다가 알파의 페르몬에 특히 더 취약해지는 히트가 다가오는 걸 눈치챈 황태자가 페르몬을 풀어 마치다를 쓰러뜨리려고 해도 노부의 페르몬을 뒤집어쓰고 있으면 황태자의 페르몬에 영향을 받을 위험이 극도로 낮아지긴 하지만...
이건 아무래도 오메가인 마치다 쪽에서 더 큰 추문에 휩싸일 일일 텐데?
"마치다 후작과 후작 부인께서도 동의하신 일입니까?"
"당연하죠. 약간의 희생을 치르긴 했는데."
그러면서 머리통을 만지작거리는 게 머리를 맞았나.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때린담. 노부가 마치다가 만지작거리고 있는 머리통에 손을 얹고 슬슬 문질러보자 다행히 세게 때리진 않았는지 혹도 없었다. 노부의 손이 닿아도 표정이 변하지 않는 걸 보니 건드려도 아프지 않은 것 같고. 그래도 미혼의 오메가가 알파의 페르몬 샤워를 자청하겠다 하니 욕은 엄청나게 먹었을 게 분명해서 노부는 위로의 뜻을 담아 마치다의 머리를 살살 문질러주었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그럼요."
"사람들의 입이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상관 없어요. 우린 어차피 연회만 끝나면 수도를 뜰 테니까 뭐라고 떠들든 말든. 그리고..."
"..."
"그리고 어차피 내 인생엔 당신밖에 없을 텐데."
당돌하게 내뱉어놓고 불안을 담은 눈으로 노부의 기색을 살피는 마치다를 본 노부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언제나 다정하고 용감한 사람을 품에 꽉 끌어안는 수밖에.
#노부마치
#첫사랑과두번째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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