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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6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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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다가 멍하게 교수를 바라보고 있자, 스즈키 교수는 어느새 텅 빈 패트병을 내려놓고 마치다를 향해 몸을 돌려 앉았다. 진득하게 가만히 바라보는 시선에 왠지 소름이 돋는 기분이라서 한숨을 크게 삼키자, 스즈키 교수는 소리없이 입꼬리만 끌어당겨 웃더니 고개를 기울이며 입을 열었다. 

"나만 우리가 다시는 못 만날까 봐 아쉬웠나?"
"..."
"취해서 그날 밤을 다 잊었다, 이런 핑계 댈 생각은 접어요. 기억하고 있다는 거 이미 아니까."
"...."
"그후에 그날 밤이 다시 떠올랐던 적 없어요? 나를 다시 만나고 싶었던 적 없어? 그날 밤 내가 어땠는지 다시 떠올리며 안달한 적 없었어? 나만 애태웠나?"

마치다가 입술만 잘근잘근 씹고 있자, 교수는 그런 마치다를 빤히 바라보다 마치다의 턱을 잡고 끌어당겼다. 갑자기 턱이 잡혔지만 아프다고 느낄 시간도 없었다. 스즈키 교수는 그대로 입술을 겹쳐왔고, 키스는 그날 밤처럼 거칠었다. 그날 밤에 혼까지 빨려나가는 것 같던 그 강렬한 키스는 지금도 여전해서 마치다는 어느샌지도 모르게 소파에 눕혀져 있었고 스즈키 교수는 마치다를 덮친 채로 마치다의 입술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 다음부터는 정말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서 마치다는 내내 교수의 재킷이 잔뜩 구겨질 정도로 꽉 움켜쥐고 헐떡거리며 매달려 있었다. 교수의 혀는 멋대로 마치다의 입 안을 헤집고 다니며 입 안 여기저기를 멋대로 유린했다. 그 긴 키스 내내 마치다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내내 유린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긴 키스 끝에 스즈키 교수가 낙인을 찍듯 꽉 깨물었던 입술이 아프다는 것도 몇 번이나 강하게 빨린 혀가 얼얼한 것도, 키스하는 동안 내내 강하게 끌어안겨 있었던 탓에 꽉 눌렸던 등이 우릿한 것도 키스가 끝나고서도 한참 후에 알았다. 

"솔직히 말해 봐. 나만 그립고 나만 안달나고 나만 애태웠어요? 그날밤에 그 뜨거웠던 기억이 떠올라서 한밤중에 처량하게 스스로를 달래야 했던 것도 나뿐이야?"

스즈키 교수는 여전히 마치다를 끌어안고 덮친 채로 귓가에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 목소리에는 원망과 질책, 확신이 질척하게 뒤섞여 살기를 닮은 뭔가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진심을 내던지는 사람에게, 그것도 마치다의 인생에 단 한 번도 없을 줄 알았던 시간을 선사했던 사람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어서 마치다는 입술을 깨물며 (이때 입술이, 혀가, 등이 아프다는 걸 깨달았다) 고개를 저었다. 

"... 가능하다면... 다시 만나고 싶긴 했습니다."
"만나서?"
"만나서... "
"내 취향이나 케이타군 취향이나 남들한테 쉬 말하지 못할 취향이긴 하지만, 우리끼리 못할 말이 뭐 있어요? 다 말해요. 내 취향도 듣고 싶어요?"
"네."

재빨리 대답하자, 스즈키 교수는 픽 웃더니 고개를 까딱했다. 

"내 질문에 먼저 대답해."
"..."
"날 만나서 뭘 하고 싶었습니까?"

마치다는 이제는 정말 답을 피할 수 없는 때가 온 걸 알고 침을 꿀꺽 삼키고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띄엄띄엄 입을 열었다. 

"그날 밤처럼... 다시 강하고 오만한 주인에게-"
"강하고 오만한 '나'에게."
"...?"
"강하고 오만하면 아무나한테 다 무릎 꿇게? 나 미치는 꼴 보려고?"
"..."

살짝 소름이 끼쳤는데 착각이겠지...?

"강하고 오만한 '스즈키 노부유키 교수님'에게... 그날 밤처럼 모든 것을 통제당하고 싶긴 했죠."
"음. 그리고?"
"그리고... 아시잖습니까. 그때처럼..."
"그때처럼 내 앞에 무릎 꿇고 제발 박-"

스즈키 교수의 입을 틀어막은 건 진짜 엉겁결이었다. 아무리 마치다가 한 행동이고 한 말이라도 대낮에 교수 연구실에서 어디까지 되풀이하며 떠들 셈이야. 엉겁결에 입을 틀어막아 놓고 선을 넘었나 싶어 슬쩍 눈치를 살피자, 스즈키 교수는 피식 웃으며 마치다의 손바닥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도 스즈키 교수는 몇 번이나 마치다 본인의 입으로 뭘 하고 싶은지 들어내려 했기에 마치다는 결국 온 얼굴이 터질 듯 시뻘개진 채로 스즈키 교수의 귓가에 제 낯부끄러운 취향을 낱낱이 밝혀야만 했다. 

"교수님은요?"

그렇게 물은 건 억울해서였다. 마치다만 부끄러운 취향을 탈탈 털린 게 억울해서.

"내가 뭐?"
"취향 알려주신다고 했잖습니까."
"나는 우리 귀염둥이를 꼼짝 못하게 만들어놓고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삭삭 다 발라먹는 게 취향인데. 그거 말고 무슨 취향이 있겠어?"





한 대만 때리면 안 될까?

한 대만. 딱 한 대만!






#놉맟
#돔섭놉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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