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일본연예
- 일본연예
평범한 원나잇이었다. 아니, 평범한 원나잇이어야 했다.
그날 마치다는 이제 대학생이고, 그러므로 클럽도 당당히 드나들 수 있다는 사실에 몹시 들떠 있었다. 마치다에게 어른의 세계를 알려주겠다며 마치다를 끌고 갔던 형들과 헤어져 버린 것은 그 탓이었다. 형들이 어디로 가 버렸는지 언제 사라졌는지 눈치채지도 못할 정도로 들떠 있어서. 그렇지만 딱히 두렵거나 하지는 않았다. 깔끔하고 화려한 클럽에서는 마치다가 좋아하는 음악이 자주 나왔고, 사람들은 신나 있었으며 싸움을 걸어오거나 치근덕거리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다가 그를 만났다.
그 사람이 처음에 뭐라고 했더라?
Some play with fire, some feed desire
아 그런 노래가 나왔었지. 그 노래를 들으며 몸을 조금씩 흔들고 있을 때 언젠가부터 마치다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던 그 남자가...
[불장난, 끌려요?] 라고 했던가..
달콤하게 유혹하는 듯한 도발적인 음악이 귓가에 달라붙으며 시끄럽게 흐르고 있었는데도 이상하게 남자가 든 위스키 잔 안에서 얼음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정신없이 화려한 빛을 뿜어내는 미러볼과 레이저 때문에 눈 앞이 번쩍번쩍거리고 있었는데도 마치다를 바라보고 있던 남자의 깊은 눈빛이 망막에 또렷하게 새겨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꽉 막힌 클럽 안에는 술냄새와 담배냄새, 향수 냄새, 미처 숨기지 못한 먼지 냄새가 진득하게 떠돌고 있었는데도 남자에게서 풍기는 샌달우드와 시가, 위스키 그리고 아득한 고서의 향이 섞인 듯한 묵직하고 위험한 냄새가 심장까지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올라갈래요?]
서로 이름도 채 묻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호텔에 올라가자는, 생전 처음 보는 남자의 위험한 제안에 왜 순진하게 넘어갔는지...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냥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 사람이었다. 마치다의 특이한 취향을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고 직업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취향 따위 알아볼 기회가 있었을 리 없는데,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 사람이다!
그래서 함께 올라간 호텔의 객실에서 남자는 마치다의 본능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나를 지배할 수 있는 이에게 소유당하고 싶어하고, 그에게 지배당하고 싶어하고, 통제받고 싶어하는 마치다의 특이한 취향을, 남자는 거짓말처럼 완벽하게 맞춰주었다.
남자는 '한동안 바빠서 쉴 틈도 없었기에 한숨 돌리려 온 거지 누굴 꼬시려고 클럽에 온 건 아니라서' 가지고 나온 게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자가 매고 왔던 부드러운 실크 넥타이로 마치다의 손목을 묶었고, 입에는 묵직하고 달콤한 향이 나는 듯한 남자의 손수건을 물려놓았다. 마치다의 엉덩이가 빨갛게 될 때까지 때린 건 남자의 커다란 손이었다. 남자는 그저 지배당하고 통제받고 싶어하는 욕망만 가득할 뿐 경험은 전혀 없는 애송이 마치다가 상상해 본 적도 없었던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밤새 마치다를 지배하고 능욕하고 통제하며 가지고 놀았다. 그리고 밖이 어슴프레하게 밝아오는 것을 느끼며 멍하게 엎드려 있던 (엉덩이를 심하게 맞아서 누워 있을 수 없었다) 마치다를 품에 소중히 안고 욕실에 데려간 남자는 마치다의 온몸을 마사지해 주며 밤새 고생한 몸을 달래주고 지친 마치다의 입에 고소한 맛의 곡물차까지 한 모금씩 넘겨주었다. 그리고 마무리로 양치질까지 꼼꼼하게...
마치다를 능욕할 때도 (마치다 본인이 강렬히 원했다고 해도) 과하게 열정적이었던 남자는 지쳐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마치다의 뒷처리를 해 줄 때도 과하게 정성스러웠다.
그런 남자의 품 안에서 잠깐 기절했던 마치다는 깨어나자마자...
달아났다.
마치다가 클럽에 입고 갔던 옷은 어느새 세탁까지 마친 채로 돌아와서 침대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지만 지갑은 뒤진 흔적도 없었다. 남자의 정성스러웠던 뒷처리를 생각하면 마치다를 해코지할 마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힘들었다. 그런데도 마치다는 자신의 특이한 취향에 남에게 이용당하고 짓밟히기 쉽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남자와 계속 연락하기가 두려웠다. 그냥 거기서 끝내야만 했다.
이루어질 수 없을 꿈이라 생각했는데, 한 번이라도 꿈을 이뤄봤다는 게 어디냐.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마치다는 자신을 정성스럽게 괴롭히고 정성스럽게 돌봐준 남자(남자가 마치다의 지갑을 뒤진 것 같지 않아서 마치다도 남자의 지갑을 뒤지며 일부러 이름을 알아보려 하지는 않았다)의 이마에 감사의 의미로 짧은 키스를 남겨주고, 후다닥 달아났다.
아름다운 꿈이었다.
그래야만 했다.
"이번 학기 '마음과 행동의 이해' 수업을 맡은 스즈키 노부유키 교수입니다."
당신은 나와 이렇게, 학기 첫날 교단의 위와 아래에서, 교수와 학생으로... 이렇게 다시 만나서는 안 되는... 꿈 속의 사람이어야 했다.
#놉맟
#돔섭놉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