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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7 18:38
부모님 있을 때도 그닥 유복해보이진 않아서... 혈혈단신이면 뭐 알바라도 했을텐데 딱히 그러지도 않는 거 보면 돈 부쳐주는 나이차 많이 나는 혈육 그것도 누나 있을 거 같음

천연 빨간머리인 거 혼혈이라 그런 거 아니냐는 궁예글 어디서 봤는데 어머니쪽이 외국인일 거 같다 어머니 피 받아 백호랑 똑같이 새빨간 머리에 쭉 찢어진 눈매 여잔데도 180쯤 되는 훤칠한 키가 누가 봐도 강백호 누나.... 한 열댓살 차이에 이름도 강천호 뭐 이런 완전 남매 세트인 이름인데 성격은 무던하니 차가운 느낌이었으면

부모님이랑은 그냥... 저냥... 평균 이하로 사이 데면데면한 느낌에 일찍부터 나가 살다 혼혈이라 언어가 되니까 어머니 모국 나가서 일할듯 그래도 가끔 본가 가면 다리에 엉겨붙는, 말괄량이 늦둥이 남동생은 꽤 예뻐라 했음 좋겠다 막 좋아죽고 살가운 사인 아닌데 가면 친구랑 간식 사먹으라고 용돈 쥐어주고, 문방구 데려가서 게임하는 거 멍하니 보다가... 재밌니? 물어보는 그 정도. 어린 백호가 씩씩하게 응!!!! 대답하다가 캐릭터 죽어서 울상되면 다 깰 때까지 별 말 없이 지갑 뒤적여 몇 없는 동전 다 게임기에 우겨넣어줘

그러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몇 년 있다가는 아버지까지 돌아가시는데 집에 혼자 남은 남동생 걱정은 쫌 돼도 같이 살아줄 순 없음 걔 계속 먹여살리려면 귀국 안 하고 계속 해외에서 일하는 게 더 나아서ㅇㅇ 장례식에 오랜만에 얼굴 본 동생이 리젠트 머리에 어디서 상처 달고 와도 별 말은 않았음 필요한 거 있음 연락해. 가끔 편지하고. 그 정도 말만 했지. 딴에는 적당히 선 지킬 거라고 믿는단 신뢰의 표시였는데 누나야 모르지 애정결핍기 있는 남동생이 그걸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는... 그리 뜸하게 얼굴 봐선 알 길이 없음

누나는 애정 깊은 편지 쓸 성격이 못되고 동생은 제 소식 누나가 그리 반기지 않을 줄 알고 그렇게 편지는 한 달에 두어번 정도 잊을 쯤 왔다 갔다 함 돈 부쳤단 말에 안부 몇 줄 근황 몇 줄, 돈 잘 받았단 말에 안부 몇 줄 근황 몇 줄. 강백호 지 누나한텐 양키짓한 건 일언반구 없어서 편지엔 주로 백호군단 특히 호열이랑 놀았단 말이나 적혀있을 거 같다

근데 애가 고등학교 가더니 농구부에 입부를 했다는 거? 멀리서 날라온, 반한 여자애를 위해 스포츠맨이 되겠다는 포부가 깨나 웃겼을듯 그래 열심히 해라, 하고 누나가 드물게 보내온 격려에 텅 빈 집에서 강백호 혼자 신나있다가 이 천재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으라고 답잖게 해외에 바로 답장 보냄

그 뒤로 편지 간격이 조금씩 짧아지겠지 강백호의 일상엔 이제 전해줄 수 있는 사건이 너무너무 많음 등번호를 받았다 어디랑 연습경기를 했다 이겼다 졌다 분하다 기쁘다 억울하다 훈련이 많다 슛이 안 들어가서 힘들지만 천재니까 다 이겨낼거고 어쩌고.... 한 장도 안되던 편지도 어느새 두 장 세 장으로 늘어나고 이겨서 신난 날엔 뭔 경기 복기를 하는 것처럼 작전판 그림까지 그려가며 자기 활약상 줄줄이 나열하는데 그래봐야 누나는 걔가 이끌었다던 고릴라 료찡 밋치 여우새끼 (입부한 이래로 그들의 실명이 편지에 적힌 적이 몇 없음) 등이 고생 좀 했겠다 싶음

편지에 점점 여우씨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볼만할듯 처음엔 걍 재수없는 놈이라더니 나중엔 시시콜콜한 이유까지 대면서 이래서 싫고 저래서 싫대... 근데 자전거를 너무 빨리 타서 싫다는데 뒷자리 사람은 생각도 안한다는 투덜거림을 보아하니 일단 지가 뒷자리에 있었단 거 아냐? 걔의 행동 하나하나 신경 쓰는 시점에서 넌 망한 거라고 알려줄까 하다가 별 청춘이네 싶어서 그냥 입 다물듯

그러다 어쩐 일로 짧은 편지 한 통이 날라오는데 내용이 간단함 등 부상으로 재활하게 됐다고... 별 건 아니라는데 뭐 말이 됨? 당연히 구라지ㅇㅇ 바쁠 때라 찾아가진 못하고 평소보다 돈 많이 부쳤으니 병원비 내라고만 하겠지 편지 간격도 다시 길어지고 그냥 재활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 밖에 없으니 길이도 현저히 줄어듦 이쯤되니 여태 동생 경기 한 번 보러 못갔는데 혈육이 너무한 거 아닌가 싶어 걱정 많아지는 누나 결국 있는 일 없는 일 다 끌어모아 처리하고 휴가 받아 일본 땅 밟을 거 같아

근데 늦은 저녁인데도 어디 나갔는지 집에 아무도 없길래 우선 짐 풀고 기다릴까 해서 캐리어 열어 옷 꺼낼쯤 문 열리는 소리 들릴듯 답잖게 서프라이즈랍시고 연락도 안하고 온거라 깜짝 놀라서 붕붕 뛰는 반응 기대하며 방문 나서는데...... 엥? 불 안 켜둬서 거실은 깜깜하고 현관도 전구 나가서 마찬가지로 어둑한데 현관문 쾅! 하면서 닫히더니 거친 숨소리내며 엉겨붙은 인영이 어른어른거림

키 크고. 덩치 크고. 이런 게 한두번이 아닌지 허리며 가슴 짚는 손길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남자 둘이........... 서로의 옷 밀어올리면서 혀 섞는 폼이 남다른 까만 머리와 빨간 머리가.......... 지 남동생과 누군가인게 분명한데. 현실성이 없어서 멍하게 서있다가 까만 머리가 멍청이, 그르렁대는 소리에 퍼뜩 정신 차려서 거실 불 탁 켜고.

집에 누군가 있은 적이 없어서 맨날 이렇게 우당탕탕 침대까지 굴러들어가던 태웅백호 놀라서 옆 돌아보면 훤칠한 미녀가 서있는데. 빨간 머리에 쭉 째진 눈매가 영락없는 강백호 혈육이라 둘 다 헐떡거리던 그대로 정지할듯.... 강백호가 믿을 수 없다는듯이 끼긱대면서 간만에 여자 신발 놓여진 현관과 자기 누나 번갈아가며 쳐다보는 동안 상황파악한 서태웅은 조용히 강백호 허리랑 가슴에서 손 떼고 옷 내려주고 지 옷도 내리고 똑바로 설 거 같음

안녕하세요. 아까 그 끓어오르던 저음이 약간 흔들리는 채로 인사 건네는데 지금 그걸 받아줄 정신이 아니라 걍 어지러움 와중에도 편지로 받은 정보 종합했을 때 (비록 강백호는 서태웅이 얼굴 좀 잘난데다 쓸데없이 목소리를 깔며 감히 이 천재를 멍청이라고 부르는 자식이라고 했으나) 천상의 미모와 동굴 같은 목소리로 자기 동생 멍청이라고 부르는 쟤가 그 여우새끼인 건 알겠어서 힘들듯....

일단 들어오라고 손짓하길래 둘이 쭈뼛쭈뼛 죄 짓다 걸린 사람들처럼 (일부 사실임) 공손히 들어와 짠 거처럼 거실에 무릎 꿇고 앉겠지 ...설명할래, 추궁당할래. 나직한 물음에 서, 설명할게... 하며 땀 삐질삐질 흘리는 강백호와 예정에 없던 상견례에 흔치 않게 잠이 싹 달아나는 서태웅과 편지의 행간 사이에 동생의 사생활이 얼마나 생략되어 있었는지 몰라 어지러운 누나로 (시기와장소가)잘못된만남 보고싶다
2023.01.27 18:48
ㅇㅇ
모바일
백호 누나있는거 존나어울려.....나이차도 좀 나고 서로 삶에 치여서 챙길여력없는것도 어울려....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좋다 진짜 너무 행복하다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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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7 18:57
ㅇㅇ
모바일
미친 개좋아서 비명지름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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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7 19:01
ㅇㅇ
어나더 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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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7 19:16
ㅇㅇ
모바일
아 시발 나도 너무 좋아서 소리지름 ㄹㅇ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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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7 19: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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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대박이다 너무 재밌다
[Code: fcab]
2023.01.27 19: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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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웅아 갑작스러운 상견례지만 너라면 해낼 수 있다
[Code: fcab]
2023.01.27 19: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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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좋아 ㅅㅂ 아악 미친 그동안의 사생활 추궁하는 누님으로 어나더어ㅓ어어
[Code: e335]
2023.01.27 20: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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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da04]
2023.01.28 02: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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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있는백호좋다ㅜ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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