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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9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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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곳곳에 붉은 크리스마스 장식이 걸려 있었다. 12월이 되자마자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기 시작한 곳이 한둘이 아니었다. 마치다는 호텔 내 식당으로 향하는 동안 벽에 걸린 크리스마스 장식을 의미 없이 바라봤다.


“마치다군은 크리스마스 같이 보낼 사람 있나?”


옆에서 기장이 물었다. 마치다는 어색하게 웃었다.


“글쎄요. 예정은 없습니다만.”
“하긴. 다들 귀국하자마자 집에서 쉬기 바쁘겠지. 그래도 크리스마스이브에 귀국하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건지.”


기장이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은 귀국과 동시에 예약해 두었던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찾으러 가야 한다 말하는 기장의 목소리를 듣는 동안 마치다는 그저 웃고 말았다. 크리스마스라는 기념일 자체가 남 일 같았다.

크랭크업 이후, 마치다는 곧장 장기 비행을 떠났다. 잠든 아카소의 곁에서 밤새 뜬눈으로 지새웠던 그날 후로 아카소에게서는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더는 아카소의 곁에 있을 구실이 없음을 마치다는 받아들였다. 재회하던 날 들었던 아카소의 말처럼 전부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낯선 타지에서 일이 끝난 후 홀로 호텔 방에 있을 때, 잠가뒀던 물이 쏟아지듯 아카소의 생각이 밀려오는 걸 마치다는 견딜 수 없었다. 불 하나 켜지 않은 방 안에서 울음 같은 숨을 토해낼 때마다 심장이 조여드는 감각을 느꼈다. 만약 아카소와 재회하지 않았다면 이 마음을 조금 더 쉽게 도려낼 수 있었을까. 부질없는 가정에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치다의 장기 비행 일정과 아카소의 드라마 방영 일정은 완벽하게 겹쳤다. 하지만 마치다는 단 한 번도 아카소의 드라마를 본 적 없었다. 실은 늘 궁금했다. 카메라 앞에서 반짝거리는 아카소를 마치다는 누구보다 사랑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볼 수 없었다. 더는 그 반짝임을 원할 수 없단 사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식당에 도착했을 때, 창밖으로 눈이 내렸다. 시리기만 한 겨울이었다.


-


“너 안색이 왜 그래?”


자신의 팔을 툭 치는 타카하시의 손길에 아카소가 몸을 크게 떨었다. 조명 때문인지 얼굴이 새하얬다.


“긴장했냐?”
“어... 그런가 봐.”
“이러다 호명되면 쓰러지겠네.”


짐짓 장난스러운 타카하시의 말에도 아카소는 땀이 찬 손으로 보타이만 만지작거렸다. 보타이가 점점 목을 죄는 것 같았다.

연말 시상식에 참석한 게 한두 해가 아님에도 긴장이 됐다. 아카소는 긴장의 원인을 잘 알았지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습관처럼 마치다가 생각났다. 케이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만약 상을 받는다면. 마치다를 붙잡지 못한 그날에 했던 다짐이 다시 한 번 아카소의 마음을 두드렸다.

시상식은 빠르게 흘러갔다. 어느덧 사회자가 남우주연상 후보를 안내하고 있었다. 아카소가 의미 없이 손을 만지작거렸다. 마이크를 타고 시상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남우주연상 수상자는... 아카소 에이지. 축하드립니다.”


아카소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위에서 환호성과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여전히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한 채 무대 위로 올라갔다. 시상자가 건넨 트로피를 받으며 어떻게든 자연스럽게 웃으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두 손으로 트로피를 쥔 아카소가 마이크 앞에 섰다. 눈부신 조명 탓에 객석을 빼곡하게 채운 사람들이 흐릿하게 보였다. 차라리 다행이라 여겼다.

아카소가 눈을 감은 채 호흡을 골랐다. 귓가에 울리는 심장 박동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떴다.


-


“저... 부기장님.”


옆자리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마치다가 고개를 들었다. 승무원 하나가 조금 곤란한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일은 아닌데요... 보셔야 할 것 같아서요.”


마치다가 승무원의 손에 들린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영상 하나가 재생 중이었다. 그 영상을 본 순간, 또다시 울음 같은 숨이 터져 나왔다.


-


먼저 좋은 드라마로 큰 상을 받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작가님과 감독님, 그리고 함께 연기한 배우 분들이 아니었더라면 아마 이 상을 받지 못했을 겁니다. 그 외에도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며, 특히 감사를 드리고 싶은 분이 있어 이 자리를 빌려 말씀드립니다.

이 작품은 서로를 향한 갈등을 풀지 못하고 헤어졌던 두 주인공이 재회해 화해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이 작품을 통해 그리워했던 사람과 재회하게 됐습니다. 작품 속 주인공들처럼 그와 재회함으로써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감정을 알게 됐고 타의에 의해 여러 갈등을 겪었습니다. 때로는 그런 일들이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그와 재회를 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작품 속 주인공들이 갈등을 통해 더욱 성장하고 서로에게 완벽한 버디가 되는 것처럼, 저 또한 그와 겪었던 모든 일들이 그와의 관계를 나쁘게만 만들지는 않는다는 걸 믿고 싶습니다. 그 사람 덕분에 이 작품을 더욱 잘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그 사람 덕분에 제가 연기를 하고 배우라는 일을 지속할 수 있었음을, 이 자리를 빌려 많은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끝으로 저를 이 자리에 있게 만든 그 분께 마지막 말을 전합니다. 저는 당신의 곁에서 행복했음을, 이 관계를 떠올릴 때 좋은 기억이 가득함을,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을, 당신이 부디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오랜만이에요, 케이.


핸드폰 너머로 아카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위로 5년 전 골목길에서 들었던 아카소의 목소리가 겹쳐졌다. 오랜만이에요, 선배. 그 앳된 목소리가.


─케이가 먼저 연락을 줄 줄은 몰랐어요. ...시상식, 본 거죠?


마치다는 한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여전히 어두컴컴한 방 안에 마치다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맴돌았다.


“어쩌자고 그런 말을 했어.”
─사람들이 우리 관계를 멋대로 말할 바에는, 차라리 내가 직접 말하고 싶었어요. 나는 예전에도 지금도 케이를 사랑한다고.


마치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늘 생각했다. 아카소는 단단한 사람이라고. 그래서 그의 앞에선 자신의 유약함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이렇게 약해질 수밖에 없는 거라고.


─있죠, 케이.


아카소가 말했다.


─난 케이만큼 이 일을 사랑해요. 그래서 드라마가 끝나기를 기다렸어요. 그러면 사람들이 드라마에도, 내 말에도 온전히 집중해 줄 것 같아서.
“...”
─그런데요, 케이가 곁에 없으니까, 그렇게 사랑하는 이 일이 더는 즐겁지 않아요. 카메라가 꺼져 있을 때도 연기를 하고 있는 기분이에요. 하나도 행복하지 않은데, 행복한 척 웃고 있는 게 너무 힘들어요.
“...”
─케이는 어때요? ...지금 행복해요?


마치다가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도 떠도 온통 어둠뿐이었다.


“에이지.”
─...네.
“다시 돌아가도, 또 같은 이유로 힘들어할 거야. 잘 알잖아.”


아무 말이 없었다. 창밖으로 신이 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이질적인 소리 사이로, 아카소가 말했다.


─또 힘들어져도 괜찮을 만큼 사랑해요. 케이 곁에 있고 싶어요.
“곤란해도 상관없을 만큼 좋아해요. 선배 곁에 있고 싶어요.”


또다시 5년 전 아카소의 목소리가 겹쳐들었다. 그 순간, 마치다는 깨달았다. 결국 이 관계의 시작도 끝도 전부 아카소에게 달려 있다는 걸.


“에이지, 나는...”
─지금 말구요. 다음에... 다음에요. 귀국하면 그때 얼굴 보고 답해 주세요. ...이번이 정말로 마지막이니까요.


아카소의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 마치다는 아카소의 이름이 적힌 화면을 내려다 봤다. 깜빡이는 이름 위로 미처 지우지 못한 사진 속 아카소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


“내가 크리스마스이브에 너랑 있어야 할까?”


타카하시가 못마땅하단 얼굴로 말했다. 그 옆의 아카소는 말없이 술을 마셨다. 맨 정신으로 있을 자신이 없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마치다가 귀국한다는 사실을 아카소는 잘 알고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마치다가 자신의 말에 답을 주는 날이라는 것 또한 알았다. 그래서인지 도저히 혼자 있을 수 없었다. 생각이 온통 나쁜 쪽으로 쏠렸다. 차라리 취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무작정 타카하시를 불러 자주 가던 바로 향했다. 하지만 아무리 도수가 높은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았다. 슬프게도 더 멀쩡해졌다.

아카소가 바에 두 팔을 올렸다. 그리고 그 위로 얼굴을 묻었다. 파르르 떨리는 숨이 흘러나왔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짐했는데... 정말로 이렇게 끝나면 어떡하지.”


타카하시가 말없이 아카소 쪽으로 휴지를 밀었다. 주위에는 크리스마스라는 이유만으로 신이 난 사람들이 가득했다. 아카소만이 끝나지 않는 장마 속에 있었다.


“너무 많이 마시지 마. 그러다 진짜로 취하면 마치다상 제대로 못 만나니까.”


타카하시의 말에 아카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을 뻗어 타카하시가 건넨 휴지를 집어 들었다. 팔 안쪽으로 훌쩍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


바에서 나왔을 땐 이미 자정이 넘어 있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아카소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조금도 취하지 않은 정신이 겨울바람에 더욱 선명해졌다.

바에서 술을 마시는 동안 마치다에게서는 단 한 통의 연락도 오지 않았다. 분명 크리스마스이브에 귀국한다고 했는데. 혹시 일 때문에 더 늦어진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앞으로 마치다가 영영 자신에게 연락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게 마치다가 선택한 대답이라면 자신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사실을 곱씹을수록 서글퍼졌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아카소의 손이 뻣뻣했다. 바에서 집까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임에도 온몸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머지않아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시간의 엘리베이터는 평소보다 빨랐다. 금세 열린 문 너머로 아카소가 발을 내딛었다. 그 발걸음을 따라 복도의 센서등이 켜졌다. 어두운 복도에 하나둘씩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이 집 앞에 다다랐을 때, 아카소가 걸음을 멈췄다.


“에이지.”


현관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마치다가 몸을 일으켰다. 볼과 코끝, 귀가 새빨갛게 얼어 있었다. 그렇게 오래도록 기다린 모습으로 아카소를 바라봤다.


“혹시 내가... 너무 늦었을까.”


거기에 마치다가 있었다.




마치아카
2022.08.09 05: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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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아아아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좋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b9f7]
2022.08.09 06: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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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떡해 ㅠㅠㅠㅠㅠㅠ 드디어 드디어 ㅠㅠㅠㅠㅠㅠㅠ 근데 아카소 진짜 용감하다 시상식에서 바로 얘기해버리다니 ㅠㅠㅠㅠ 마치다도 그만큼 다시 용기내고 각오한 거겠지 아 ㅈㄴ 좋아 ㅠㅠㅠㅠㅠㅠ 센세 진짜 너무 좋다
[Code: c71c]
2022.08.09 06:33
ㅇㅇ
모바일
드디어 ㅠㅠㅠㅠ 만났어 ㅜㅜㅜㅜㅜㅜㅜㅜㅜ 드디어
[Code: 3825]
2022.08.09 10:38
ㅇㅇ
모바일
아악 드디어ㅠㅠㅠㅠㅠ드디어ㅠㅠㅠㅠ
[Code: f4d3]
2022.08.09 11: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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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소 사람들이 속닥대던 말던 공식석상에서 냅다 얘기꺼내는거 용기가 너무 대단하고 기특하고ㅜㅜㅜㅜㅜ이제 마치다가 다가올 차례아니냐고 카소는 마치다만 있으면 돼ㅜㅜㅜㅜ
[Code: 0aa6]
2022.08.09 12: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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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오늘도 왔구나 혐생끝나고 읽는다 내 아침부터 오후까지 책임지는 보쿠노엔제루ㅠㅠㅠ
[Code: f4cd]
2022.08.09 12: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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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행복할때가 됐다 아카소 끊임없이 마치다한테 자기 마음 보이면서 가지마라 잡기도 잡았고 마치다도 아카소가 본인보다 더 소중해서 오히려 밀어낸건데 이렇게 공식석상에서 다 깠으면 더이상 못건드리겠지 마치다가 너무 늦었을까? 묻는데 왜 눈물나냐 아카소 생각해서 밀어낸건데 꼭 본인이 잘못한거마냥ㅠㅠㅠㅠㅠ너네는 행복하기만해ㅠㅠㅠㅠㅠㅠ
[Code: e4e4]
2022.08.09 14: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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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ㅏㅏㅏ아ㅏㄱ 혹시 내가 너무 늦었을까ㅏㅏㅏ 으으ㅡㅏㅏㅏ아ㅏㅏ 미쳤어 둘이 천년만년 행복해 ㅠㅠㅠㅠ
[Code: 909f]
2022.08.09 20:1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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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내용도 내용이지만 문장력이 끝내줘 속이 시원해~매일 아침이 기대된다. 그리고 둘의 재결합도 기대되고...ㄷㄱㄷㄱ
[Code: a2c8]
2022.08.09 23: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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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만났구나 ㅠㅠㅠ
[Code: 2f5b]
2022.08.10 00: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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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치다도 용기를 냈구나ㅜㅜㅜㅜㅜㅜㅜㅜ 눈물난다 진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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