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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6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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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집을 나와 곧바로 향한 곳은 공항이었다. 대학생때 친했던 친구에게 막무가내로 연락해 며칠만 신세질 수 있는지 물었다. 고맙게도 친구는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허락해주었고, 허니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빠른 뉴욕행 비행기를 끊었다.

뉴욕을 선택한 데에는 큰 이유가 없었다. 그저 집과 정반대쪽에 있다는 것이 유일한 이유였다. 통장에 들어있는 돈은 모두 뺐고, 가지고 나온 카드는 잘라서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렇게 수속을 하고 공항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그에게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집을 비운지도 벌써 세시간이 넘었는데. 하긴, 그 사람은 나에겐 아무런 관심도 없으니까... 뉴욕행 비행기의 탑승안내 방송이 나오고 허니는 자신만을 위한 자리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얼마 있지 않은 짐을 가지고 무작정 LA를 떠났다.


공항에서 오랜 친구 캐롤을 만나고 허니는 원래 쓰던 핸드폰을 해지했다. 그때까지도 그의 연락은 없었다. 집을 나선지 꼬박 10시간이 넘었는데도 말이다. LA는 벌써 7시가 넘었을 텐데도 그는 아무 연락조차 없었다. 그래, 원래 이런 사람이었지.. 허니는 원래 쓰던 유심카드를 버리고 선불폰을 만들었다. 모든 sns는 탈퇴했고 캐롤을 따라 뉴욕에 자리잡았다. 미리 챙겨온 돈으로 며칠을 버티다가 그녀가 하는 일을 돕기 시작했다. 고맙게도 그때까지도 그녀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친구의 카페에서 오전에 몇 시간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오후엔 방에 앉아 글을 썼다. 태어날 아이를 생각하며 적은 동화에 색연필로 귀여운 그림을 그려 완성시켰고, 캐롤은 그 책을 출판시키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허니가 동화작가가 된지 벌써 4년차에 접어들었다. 아이는 세살이 되었고, 허니는 혼자만의 삶에 꽤나 익숙해져있었다. 낯선 도시에서 미혼모로 살아간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혼자였다면 절대로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캐롤은 모든 방면에서 허니를 도왔고 그덕에 허니는 제 명의의 작은 아파트도 하나 생겼다. 아이를 키우는데 큰 문제는 없었으나, 아이가 커갈수록 아빠에대해 묻는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허니의 아이인 조이는 매우 어른스러운 공주님이었다. 절대 조르지도 않았고 엄마의 기분을 먼저 살피는 그런 아이였다. 그런데 요즘 들어 자꾸 아빠를 찾는 아이의 모습에 허니는 가슴이 답답해지곤 했다.


아이를 재우고 허니는 캐롤와 마주앉아 맥주를 한잔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이어나갔다.


"캐롤, 네 덕분에 내가 여기까지 왔네. 항상 고마워."
"허니, 그런 말 하지마. 내가 뭘 했다고. 다 네가 이뤄낸거지."
"너 아니었으면 벌써 돌아갔을거야. 조이 낳고 얼마 안 되어선 일도 못 했는데 다 네가 먹여살려줬잖아."
"앞으로 천천히 갚아 그럼. 근데, 언제쯤 얘기해줄거야? 뉴욕으로 올 생각. 왜 한거야?"

캐롤의 물음에 허니는 쓴 웃음을 짓곤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략혼을 했고, 친구라도 되고 싶었으나 그러질 못 했고, 양가에선 아이를 바랬고 남편은 곁도 주지 않았고, 그런 상황에 임신을 알게되었고, 아이를 이런환경에서 키울수 없단 생각이 들었다는 얘기를 허니는 마치 남의 얘기를 하듯 담백하게 이어나갔다. 캐롤은 더 이상의 질문을 하지 않고 그저 허니의 어깨를 쓸어주었다.


캐롤을 보내고 허니는 오랜만에 예전에 쓰던 이메일 계정을 들어가보았다. 과거와 연결된 연락처라곤 이게 다였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멀리해왔던 과거에 한발짝 다가가보았다. 거기엔 허니가 몰랐던 저스틴이 있었다.


읽지않은 메일 367건. 발신인은 모두 저스틴이었다.
첫 메일부터 읽어나갔다. 첫 메일은 허니가 집을 나간 날 밤 11시였다.

[허니, 집에 없길래 전화를 해봤는데 없는 번호라고 해서. 혹시 쉬러간거야? 미리 귀띔이라도 해주지. 휴가 맞췄을텐데... 별일 없는거지?]

간단한 내용에 허니는 그럼 그렇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여러통의 메일을 읽으며 허니의 머릿속엔 물음표만이 가득해졌다.

[허니, 며칠째 연락도 안 되고 친정에도 안 갔다고 해서... 찾아보니까 뉴욕으로 갔던데 대체 어디 있는거야. 무슨 일이라도 있어? 허니 메일 보면 답장 줘.]
[지금 뭐하는거야? 불만이 있으면 말을 해야지. 애처럼 가출이라니. 제발 나랑 대화 좀 하자.]

메일은 일주일에 한두통씩 와 있었다. 저스틴은 계속 허니를 찾았다. 돌아오지 않는 답장을 하염없이 기다리면서.... 심지어 1년전 메일엔 뉴욕으로 이사를 했다는 내용과 연락처, 주소가 적혀있었다. 허니는 혼란스러웠고 메일에 적힌 전화번호를 눌렀다.


시간은 새벽 한시를 넘었지만 허니는 혼란스러움을 빨리 떨쳐내고 싶었다. 신호가 가고 이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낮게 잠긴 목소리를 자다 깬 느낌이었고 오랜만에 들은 목소리에 허니는 눈물이 왈칵 쏟아져 흐느꼈다.
-여보세요? 누구시죠?
자다 깬 남자는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전화에 답했고 허니는 울음을 추스르며 단 한마디를 내뱉었다.

=저스틴, 나야 허니.

우당탕쿵탕.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재생다운로드50fbf74c3cb649e5eb25c2798986414e.gif
-너 지금 어디야.
2020.11.07 23:29
ㅇㅇ
모바일
센세 나야 붕붕이.....
[Code: e5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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