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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6 17:49

사탕  /  쌀과자  /  홍삼   /  팔찌랑초콜릿  /  고구마  /    /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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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는 연애를 한번도 안해본 건 아닌데- 제대로 된 스킨십을 안해봤겠다. 베니테스에게는 이탈리아 남자들은 어쩌구저쩌구 했지만- 대학교 때 사귀던 여자친구와 1년 가량 만났다. 장거리여서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한 건 몇번 되지도 않았고, 여자친구가 독실한 신도였던 탓에 육체의 정욕에 질 만큼의 스킨십은 하고싶지 않아 했다. 그 후로는 이탈리아로 옮겨와서 쭉 쓰레기들과 만났고. 다행스럽게도 맘은 줬지만 몸을 주기 전에 그들이 쓰레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게 그렇게나 서툰 입맞춤의 이유였다. 허니는 누군가의 무릎에 앉아본 적도, 누가 제 목덜미를 손으로 감싼 적도 없었다. 가족 외의 사람의 손을 잡고 오래 걸은 적도 없었으니까. 



"... 성하?"



둘이 입을 맞춘 이후로 뭔가 뚜렷하게 변하지는 않았다. 그저 허니가 보고를 하고 와서는 입술을 덧발랐고, 베니테스는 혼자 궁무청과 바티칸 곳곳을 둘러보는 일이 생겼다. 워낙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교황이라는 낙인이 찍힌 탓에 누구도 수상하게 보지는 않았다. 할 일을 게을리 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시간을 혼자 보내고 싶은 일이 많으시겠거니- 해서 보좌진들도 개인 시간에는 베니테스를 쫓아다니지 않았다.



"보고싶어서요."



그러니까, 행정 막내 직원이나 옛날 서류를 찾으러 들어올만한 옛 서류창고에 교황이 자리를 잡고 있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베니테스가 꾸준히 돌아다니며 보좌진들을 방심시키려 노력한 덕분이었다. 베니테스는 허니가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자동으로 잠기는 서류창고 문의 속도보다 빠르게 제 쪽으로 다가와 제 목을 끌어안는 것을 받아냈다.



"어떻게... 아니, 아무도 안 따라왔어요?"



"내가 바티칸 옛 서류나 책 같은 걸 맨날 뒤져보는 건 모두가 알아요. 허니가 여기에 서류 찾으러 오는 걸 모를뿐이지."



허니는 배시시 웃으며 베니테스의 품에 폭 안겼다. 허니에게서는 달콤한 향이 났고, 베니테스는 그 향내음을 맡다가 허니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허니가 매번 저를 만나러 오는 게 마음에 걸린 탓에 저가 허니를 만나러 갈 방법을 강구한 베니테스였다. 그가 사역하던 곳은 전쟁터라 눈에 띄지 않게 이동하는 것은 쉬웠지만, 흰 옷을 입고 그렇게 이동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모두가 믿을만한 루틴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니까.



"말해줬으면 뭐라도 들고 왔는데."



"허니만 있으면 되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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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러운 말에 허니의 귓볼이 붉어졌다. 며칠 전만 해도 저를 피한다고 생각한 상대가, 저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며 끌어안고 있었다. 이마에 와닿는 입술이라던가, 저를 사랑스럽게 보는 눈길이라던가- 다 믿겨지지 않아서 피부의 어느 면적이라도 닿고 있어야 실감이 났다. 입술에 와닿는 따뜻한 촉감도, 눈을 꼭 감고 겨우겨우 따라갈 수 있었다. 제 아랫입술을 삼킨다던지, 제 허리를 쓸어내리는 손길 같은 것도 허니에겐 다 과하게 느껴졌다.



베니테스도 마찬가지였다. 눈을 꼭 감고 제 키스를 버겁게 받아내는 허니가 귀여워죽을 것 같았다. 아직도 혀로 입술을 핥아내면 부끄러운지 잔뜩 붉어지는 볼같은 게 귀여워서 어디에 꼭 숨겨놓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허니와 처음 입맞추던 날 제 방에 돌아가 신을 모시는 기쁨보다 사랑하는 이에게 맞닿은 기쁨을 잠시나마 더 크게 느꼈음을 회개했다. 그럼에도 당신을 그렇게나 사랑하는 딸의 마음이 찢어지는 것을 두고볼 순 없었다고도 고했다.



"허니, 셔츠 올라갔어요."



"아, 네..."



감사해요. 숨을 들이키며 겨우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던 건 셔츠를 내려주던 베니테스의 손가락이 허리께의 맨살을 스쳤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베니테스는 찾으러 왔던 서류를 들고 먼저 나섰고 허니는 빈 창고 안에서 입맞추며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베니테스의 목소리 같은 것을 곱씹다가 겨우 나왔다. 평소 다른 사람들보다 업무처리가 배로 빠른 허니에게 서류 두고 오는데 뭐 그렇게 오래 걸렸냐 타박하는 사람은 없었고, 식후에 졸려서 산책이라도 다녀왔나보다 할뿐이었다. 머리카락에 가려진 귓볼이 유독 붉은 것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베니테스 ㅇO  (허니봤으니까힘내서일해야지) (◍◜◡◝◍)







콘클라베
뎨스너붕붕
베니테스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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