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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이어서


정대만은 어느 순간부터 2학년 후배인 송태섭이 자길 '묘한 눈빛'으로 보고 있단 걸 깨달았음. 낙제 군단의 맏형이긴 했지만 학문적인 부분이 부족한 것일 뿐, 담배 연기처럼 짙었다가 스르륵 사라지는 인간관계에선 나름 똑똑한 축에 속했음. 그러니까 노는 물이 전혀 달랐던 영걸이네와 막역한 친구가 되고, 쳐들어가서 있는대로 패악을 부렸던 농구부원들과 원만하게 지내고 있지 않은가. 특히 송태섭 하고는 최악까지 갔었기에, 그가 더 신경을 썼음.

송태섭은 알면 알수록 크면서 단단한 놈이었음. 경기 땐 도저히 뚫을 수 없을 것 같은 거구인 선수들의 수비를 누구보다 넓은 배포로 뚫고 패스를 해주거나, 치수가 바쁠 때면 강백호를 비롯한 달재, 1학년 후배들의 연습을 봐주곤 했는데 불호령을 내리는 모습이 차기 주장의 옹골찬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그런데 이따금씩 말없이 정대만을 바라보곤 했음. 모른 척 하려고 해도 뒷목과 등, 다리, 팔에 그의 눈빛이 느껴졌음. 특히 슈팅 연습 할 땐 온 몸으로 송태섭의 시선을 받아내야 했음.

할 말이 있어서 그러는걸까, 하고 정면으로 바라보면 피하긴 커녕, 오히려 손으로 입을 가리며 전혀 피하지 않았음. 그러면 송태섭이 어떤 눈을 하고 있는 지 볼 수 있었는데, 마치 짐승 같았음. 호랑이? 아니, 사자? 그것도 아니다. 그래, 코요태. 이빨을 드러낸 채 사냥감을 노리는 눈. 정대만은 저 눈을 본 적이 있었음. 해남의 이정환을 상대했을 때 같은 매서운 눈이었음. 경기 할 때 나오는 눈빛이 왜 지금, 그것도 같은 팀 선배한테 나오는 건지, 정대만으로선 알 수 없었음.



며칠을 묘한 기분으로 보내던 중, 정대만에게 혼란을 갖다주는 일이 일어났음. 일이 일어난 날도 소름끼치게 슈팅 연습을 할 때 였는데, 지난번 손목 때문에 병원에 갔다온 이후로 정대만은 손목 보호대 기능이 있는 아대를 하기 시작함. 이름 그대로 손목을 고정시켜줘서 아프진 않았지만 원래 안하고 다니다가 하고 있으니, 심리적 요인 때문일까, 조금 불편했음. 열 몇 개 정도 슛을 쏘고 잠깐 손목을 만지작 거리고 있을 때 였음.

아파요?

언제 보고 왔는지, 송태섭이 다가왔음. 장난기 따위 없는 오묘한 얼굴이었음.

봐봐요.

그러더니 다치지도 않았는데 정대만이 만졌던 손목을 자기 앞으로 가져갔음. 정대만은 살짝 당황했음.

안 하던 아대 해서 그런가봐. 괜찮아.
그래도요.


정대만이 괜찮다고 해도, 송태섭은 본인이 괜찮아야 하는건지 대뜸 아대 안으로 엄지 손가락을 집어넣었음. 강압이란 건 느껴지지 않았음. 열이 오른 손목의 살결에 타인의 손가락이 닿자, 정대만은 살짝 숨이 막혔음. 그리고 금방 본인 스스로가 우스워졌음. 한 살 어린 후배가 내 손목을 만졌다고 긴장이라도 한 거야?

송태섭은 이런 정대만의 심정을 아는 걸까, 아님 모르는 걸까. 엄지 손가락으로 손목 가운데 부분과 움푹 들어간 곳을 꾹꾹 눌렀음. 제딴에는 저번에 대만이 아프다고 했던 곳을 살펴보려는 것 같은데, 오히려 정대만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음.


보니까 선배가 불편해하는 것 같은데, 그냥 벗을래요?
어?

하마터면 벗어? 라고 멍청하게 반응 할 뻔 했음. 송태섭은 한 쪽 입꼬리만 살짝 올린 채 웃었음.

선배 원래 아대 안했잖아요. 그냥 벗고 해요.


아무래도 더위를 심하게 먹은 게 분명했음. '벗는다'라는 말이 뭐라고, 사람 정신을 흔들어 놓는 건지 원.


내, 내가 알아서 할게. 어 야, 한나가 너 찾는 것 같다


정대만은 겨우 송태섭에게서 벗어났음. 그리고 곧장 화장실로 향했음. 찬물로 몇 번이나 세수를 한 다음, 손목으로 시선을 내렸음. 아직도 송태섭의 손가락이 자기 피부와 아대 사이를 헤집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음. 비록 손가락 뿐이었지만 크고 투박한 그 느낌이 선명했음.



어, 벗었네요.

정대만이 다시 농구 코트로 돌아왔을 땐 그의 손목엔 아대는 없었음. 송태섭은 바로 알아채고 말을 걸었음.


더워서 그래, 더워서.


정대만은 아무렇지 않은 듯 대꾸했지만, 어째서인지 송태섭이 만족한 표정을 짓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음. 하지만 무시해야 했음. 계속 신경 써봤자 연습에 지장이 갈 뿐이었음. 정대만은 다시 농구공을 가볍게 쐈음. 농구공은 태양을 쏘는 화살마냥 세차게 날았고, 가벼우면서 우아하게 림으로 들어갔음.


농구부원들 모두가 감탄했지만 정대만은 그 감탄을 즐길 수 없었음. 자신을 삼킬 듯이 보고 있는 누군가 때문이었음. 여전히 그의 머릿속엔 '벗어요'라는 말이 맴돌았음. 그리고 며칠 뒤, 정대만은 옷을 벗게 되었음. 입맛을 다시는 코요태 앞에서.
2023.02.06 00:53
ㅇㅇ
모바일
미친 센세 막줄 뭐야 끊는게 아침드라마급이야 나 여기서 숨참고 어나더 기다릴게…
[Code: a20c]
2023.02.06 00:54
ㅇㅇ
모바일
찌찌뽕이다
[Code: aebc]
2023.02.06 00:54
ㅇㅇ
모바일
센세 아침드라마 작가해도되겠다 어케 여기서 이렇게 끊는건데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Code: aebc]
2023.02.06 00:56
ㅇㅇ
하오츠 하오츠 ........ 사냥감을 노리는 태섭이 눈빛 너무너무
[Code: fb62]
2023.02.06 01:24
ㅇㅇ
모바일
미친
[Code: 4611]
2023.02.06 02:09
ㅇㅇ
모바일
옷을 벗게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6f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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