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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1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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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그동안 행맨이 루스터랑 화해를 해보려고 안 한건 아니었음. 행맨도 좋아하던 루스터가 어찌됐든 자기 때문에 무과 준비하던거 다 접고 밖에서의 자유로운 삶 포기하게 됐다는걸 아니까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화해의 손길을 몇 번이나 내밀었겠지. 이렇게 되서 미안하다 사과를 하기도 하고, 선물을 보내기도 했지만 솔직히 행맨은 이런걸로 루스터의 화가 풀릴거라 생각하지 않았음. 그런데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수는 없으니까.

내가 태자가 되지 않았다면, 혹은 부황께 마음에 둔 사람따윈 없다고 거짓말을 했더라면, 그랬다면.나는 그냥 평범하게 왕부를 얻어 황궁을 나왔을거고 너는 왕비로 지금보다는 자유롭게 살 수 있었을텐데. 아니, 너와 혼인하지 않았다면 왕비도 되지 않았을거고 그렇다면 네가 원하는 무과에 급제해서 장군이 되었을텐데. 내가 널 좋아한게 잘못인지도 몰라. 어쩌면 저 혼자 붙들고 있는 이 감정이 루스터를 좀먹어가는 걸지도 모르고.



사실 어릴 때 아버지인 닉을 따라 변방을 돌며 살았던 루스터는 얌전하고 고요한 구중궁궐의 삶이 체질에 안 맞을거임 답답하고 가끔은 말 타고 지평선이 보이는 곳까지 달려보고 싶기도 하고 예전처럼 행맨과 마음껏 시장을 누비며 호떡을 사먹어보고 싶기도 하고...들판에 누워 손을 잡고 별을 보던 날이 그립고, 격투 연습인척 하다가 몸이 맞닿기라도 하면 모른척 눈을 감고 반들반들 깐달걀 같던 보드라운 뺨에 입을 맞추던 날들이 그리움. 
그런데 이제 그런건 못 하잖아. 루스터라고 이게 행맨에 대한 부당한 원망과 분노라는건 알고 있음. 하지만 그마저라도 쏟아내지 않으면 미칠것 같았지.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놓고 행맨을 원망할 수도 없음. 감히 태자인데다가 사랑해마지 않았던 사람이니까. 지금도 사랑이냐고 묻는다면 여전히 사랑이라고 대답할테지만 이젠 사랑에 원망이라는 조각도 함께인거지.





루스터의 계속된 외면에 차츰 행맨도 포기하겠지. 되돌이킬 수 없구나. 그리고 행맨도 어느덧 이 관계를 개선하기를 포기함. 관계 개선이라는건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되는게 아니니까. 두 사람 사이에는 냉기가 감돌았고 그러다가....어느새 그게 그냥, 고착화가 되버림. 
그런데 사실 루스터의 외면이라고 하기에도 뭣한게....루스터는 한 번 마음 먹었으면 그냥 포기하는 법이 없었음. 그러니까 행맨에게 '외면'이라고 다가온게 루스터의 나름의 각오였던거였음. 둘만 있을 때는 저를 이름으로 불러도 괜찮고, 애칭인 행이라고 불러도 괜찮다고 했지만 루스터는 선을 그었음.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그리고 동시에 더 이상 행맨을 연인으로 대하지 않겠다는. 연인으로 계속 대한다면 태자인 행맨을 계속 원망하고 화가 날 때마다 함부로 대할것만 같아서 그랬음. 그러니까 그게 루스터에게는 최선이었던거지. 더이상 제이크 세러신이 아니라, 행이가 아니라 태자전하로 대하는게. 그런데 이런 말을 행맨에게 안 하니까 행맨은 루스터의 속내를 하나도 모름ㅠ


매일 저를 깎듯하게 대하고, 정작 좋아할 땐 몸을 섞어보지 못 하다가 막상 마음이 멀어지고 나서야 합궁을 하는데 그 와중에 다정해서 행맨 심란함ㅠ 표정은 서늘한데 손 끝은 모질지를 못 해서. 조금만 힘든척을 하고 엄살을 부리면 표정은 딱딱해도 저를 보살피는 손길이 조금이라도 더 다정해지는게 좋아서 일부러 그냥 좀 루스터 품에 흐느적 거릴 때도 있겠지ㅠ 언젠가 한 번 일어나서 씻으려고 하다가 침상에서 발 내딛자마자 다리에 힘 안들어가서 풀썩 고꾸라지는 일이 있었을거임 그 때 루스터는 행맨 바로 옆에 있지 않아서 잡아줄 수가 없었고...무릎에 시커먼 멍이 들었지. 행맨은 민망해서 괜찮다고 하는데 또 다정한 루스터는 그거 보고 놀라서 달려오고....민망해진 행맨이 자리 피하고 얼른 씻고 나와서 잠들었겠지.

사실 그 날이 매해 무과를 치르는 날이었거든. 노쇠한 황제 대신 태자인 행맨이 무과를 직접 주관하느라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를수가 없었음. 저도 모르게 긴장했나봐. 루스터가 속상해할까봐. 화를 내고 저를 미워하는건 좋은데, 그 다정하고 화를 못 내는 놈이 속으로 화를 삭히다가....끝내 저를 만난것 자체를 후회할까봐. 몰래 눈치를 보느라 어떻게 시간이 흘러가버렸는지도 모르겠음 그냥 다 끝났나보다 하고 한숨 돌리니 그제서야 여기저기 안 쑤시는데가 없었지 사실 오늘 루스터가 거칠었는데 행맨이 내내 루스터 눈치 보느라 반응이 좀 느렸던거....ㅠ

그런데 사실 행맨이 잠들고 나서 루스터가 태의한테 고약 받아와가지고 멍든 행맨 무릎에 발라주고 문질러줬을거 같음. 행맨 고단한 정사에 곯아떨어져서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푹 잠들어있었음. 물론 루스터도 행맨 잠버릇 알고 있어서 그런거고....그렇게 서로가 앞가림 하기 바빠서 상대방의 생각 같은건 물어볼 여유도 돌아볼 여유도 없이 그냥 그렇게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가버림. 











그러던 어느날, 행맨은 황제를 대신해서 잠행을 하게 됨. 원래 이런 날에는 그냥 혼자 나가는게 관례지만 행맨은 특별히 호위부대에게 태자비도 동행할거라고 미리 일러두었지. 바깥에 오랫동안 나가보지 못 한 루스터가 좋아할것 같아서. 그래서 루스터를 대동한 잠행에서 행맨은 루스터를 정작 제 옆에 두지 않고 자유시간을 주면서 좀 즐기고 오라고 그랬겠지. 사실상 이러면 안 됨 경호부대가 둘로 나눠지면 경호하기가 나쁘거든 행맨은 그걸 알면서도 행맨은 루스터에게 자유시간을 줬지. 


그러다가 약속장소에, 약속시간에 안 나타나는 루스터에게 행맨은 별 생각이 다 들었음. 태자비가 이대로 줄행랑을 쳐서 도망을 간다는게 말이 안 되는걸 알면서도, 루스터는 한 번 결심했으면 끝까지 제 신념을 지킬 사람이라는걸 알면서도 두려워짐. 한 번 태자비가 되었으면 끝까지 태자비 몫을 할 사람인걸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 차라리 처음부터 제 몫을 베라고 할지언정 도중에 이렇게 포기하고 꼬리말고 도망가지 않을거란걸 잘 아는데 또 후회가 됨. 그 어느날처럼, 마음에 두는 사람따위 없다고 대답할걸 후회했던 날처럼.

행맨은 애가 타게 기다렸고 그리고 기다리던 끝에 나타난건 루스터가 아니라 루스터 옆에 붙어 있어야 할 호위였음. 잠시 혼자 있고 싶으시다고 해서 좀 멀찍이 서서 보고 있었는데 인파틈에 섞여 사라졌다는 보고에 행맨은 눈 앞이 아찔해짐. 그 말인즉슨 루스터가 마음 먹고 잠적을 했다는 소리였음. 잠시 망설이던 행맨은 짚이는데가 있으니까 가보자고 그랬고, 역시나 행맨이 생각하던 곳에는 루스터가 있었지만...행맨 심장은 철렁 내려앉았음. 차라리 네가 여기에 없길 바랐는데. 

루스터가 있었던 곳은 루스터의 집이었음. 부모님은 옛저녁에 돌아가셨고 집안의 마지막 후손인 루스터는 태자비가 되어 입궁을 했으니 집에 있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었지 그래서 루스터는 입궁하기 전에 집에 있던 노비들을 전부 다 다른 가문으로 보내거나 해서 처분을 했고 그래서 루스터의 집은 아무도 없는 썰렁한 빈 집인 상태였음. 아직 집이 팔리지 않은 모양인지 사람은 아무도 없이 을씨년한 상태였음. 그 앞에서 루스터가 우두커니 서있었음 차라리 집 안에 들어가서 둘러보기라도 했으면 좋았을까. 어릴적부터 살았던 집 앞에서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루스터의 뒷모습을 본 순간 행맨은 입술을 콱 짓씹었음. 


내가 정말 루스터에게 못 할 짓을 한 것 같아.





"루. 여기서 뭐하는거야?"




잠행을 하면서 전하니 태자비마마니 하면 안 되니까 서로 입을 맞춰서 애칭을 부르기로 했다는 사실을 간신히 상기한 행맨이 루스터를 불렀음. 호위무사들이 루스터를 못 찾은 이유도 어쩌면 등잔 밑이 어두워서일지도 몰라. 설마 살던 집에 갔을거라고 생각이나 했겠어? 처음에는 불러도 듣지 못 한듯 대답을 안 했고, 행맨이 두어번을 더 부르고 나서야 루스터는 뒤를 돌아보았지.


원래 해가 지기 전에 회궁할 예정이었는데 루스터 때문에 예정이 엉켰음. 엉키기만 했나, 사방팔방으로 태자비를 찾느라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녔지. 행맨도 감회가 새로웠음. 왜냐하면 저 곳은, 그러니까 루스터의 집 앞은 몇 년전  루스터가 저에게 미래를 약속했던 곳이었음. 너와 혼인하고 싶다고 직접적으로 말을 하진 않았지만 대충 그런 내용이었지. 느려터진 수탉같기는. 원래 무과에 급제하면 말을 하려고 했는데, 운을 띄면서 늘어놓는 말은 대충 너와 평생 함께이고 싶다 그런 내용이었고....행맨은 루스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승낙했음. 이변이 없다면 자신은 나이가 차면 평범하게 왕부를 얻어서 독립을 할거고, 루스터도 무난히 무과에 급제할거고. 루스터의 청혼 같지 않은 청혼에 행맨은 이렇게 대답했었음.



'네 옆이라면 어디든 나는 좋을거야. 좁은 막사 안이라도 좋아.'


화려하고 호사스러운 왕부가 아니어도 나는 좋아. 



그렇게 생각했던 날이 정말 엊그제 같은데 이젠 이런 말을 해야 해.





"....루. 돌아갈 시간이야."





차라리 루스터가 그 날을 그리워하는게 다행일까.








뭐 이런걸로....왜 자꾸 길어지냐 아무튼 둘이 뒤지게 삽질하고 지지고 볶고 자낮하고 루스터는 원망 반 연심 반 이렇게 애증하다가 나중엔 원망부분이 점점 사라지고, 계속 상처받고 자낮하고 땅파면서 삽질하던 행맨이 자기방어 기제로 자기도 루스터 미워하기 시작하는 타이밍에 딱 회임하면 좋겠다 혼인한지 3년만에 회임했는데 그 때 두 사람 분위기 완전 파국이라....거기다 때마침 황제도 죽어서 행맨은 황제가 됨.
원래도 황제 어명으로 대리청정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 더 이상 태자가 아니라, 황제인 것이지. 책임은 더 무겁고, 정신없는 와중에 온갖 일에 잡다하게 신경을 쓰다가 어느날 쓰러지는데, 그냥 쓰러진게 아니라 하혈을 하면서 쓰러짐.


황궁은 발칵 뒤집히고 태의가 소환되고 난리가 남. 그리고 그제서야 더 이상 이제 태자가 아닌 황제가 회임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됨. 행맨 스스로도 몰랐던거지 요새 계속 속이 부대끼고 미열이 나고, 마음이 심란한게 다 부황이 돌아가셔서 그런거고 황제로 즉위해서 책임감이 막중해서 그런거라고. 그 모든게 즉위 때문일거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회임을 했던거였음. 다행이 유산까지는 안 가고 하혈로 그쳤지만 그 때부터 황제가 조금만 무리해서 정사를 돌보려고 하면 주변에서 득달같이 뜯어말림. 그 중엔 루스터도 있었음.



루스터는 안 그래도 요즘 애증에서 '증'부분이 많이 휘발된터라 이제와서 행맨을 걱정하고, 또 연모한다 하기에는 자기가 한 짓이 있어서 차마 다가서지도 못 했는데 회임했다고 하니 뭔가 합법적으로 걱정해도 될 핑계가 생겨서 기쁨. 그리고 무엇보다도 행맨과 자신 사이에서 드디어 아이가 생겼잖아. 행맨을 닮아 음인으로 태어나야할텐데. 그래야 장차 보위를 물려받을텐데. 걱정이 되는 한편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니까 그냥 마냥 행맨을 닮았으면 좋겠다 생각도 들고 여러모로 좀 심란함.

한편  행맨은 그동안 루스터가 원하던 것을 줄 수 없는 처지에 환멸이 난 상태였음. 그러면서도 저에게 매정하고 냉정한 루스터를 계속해서 좋아하는 자신도 환멸이 났고. 그러다가 점점 차츰 행맨도 루스터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어버리면서, 루스터는 더 이상 '루'가 아닌 태자비가 되어갔음. 그러던 와중에 회임을 한거고...루스터가 하는 걱정이 그냥 황후로써 하는 걱정이라고 받아들인 행맨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음.

황제로 즉위하고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회임을 해버려서 도통 골치 아픈게 아님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법적으로 황제가 회임한지 6개월이 되면 황후에게 대리청정을 맡겨야 함. 물론 루스터가 알아서 잘 하겠지만 그래도 준비해야할게 얼마나 많은데 하필 이 타이밍에 임신을 해버려서. 그토록 바랐던 아이지만 지금 찾아온게 좀 짜증나기도 함. 거기다 루스터가 미묘하게 다정해진걸 눈치 못 챌만큼 멍청이도 아님. 자기가 회임해서 루스터가 변했다고 생각하는 행맨은 마냥 미묘하게 다정해진 루스터가 미웠다가 좋았다가....회임해서 기분 오락가락 하는 바람에 눈물 좀 짜다가 심란해하다가 추억팔이 하다가...우는거 루스터한테 들키고...루스터가 손수건 건네주는데 그게 옛날에 자기가 선물로 줬던거고... 낡고 헤져서 버릴만도 한데 계속 가지고 있었던거 보고 뿌앵 눈물이나 터뜨려라






루스터행맨

 
2024.05.01 02: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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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묵직진중한데 황제의 뿌엥엔딩이라니..!! 센세 안되겠다 삼만자 삼나더를 내놓아야겠어
[Code: cce8]
2024.05.01 08: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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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센세 아침부터 내 찌찌를 만갈래로 찢어놓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 여기 누워서 어나더 줄때까지 한발짝도 안 움직일거야ㅠㅠㅠㅠㅠㅠ
[Code: ee4c]
2024.05.01 08: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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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대화를 해 제발 안타깝다 근데 이해도 돼ㅠㅠㅠ
[Code: 0db5]
2024.05.01 08: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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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이 별로 안좋네ㅠㅠㅠㅠ 행맨은 이제 기대 접었는데 루스터 다정을 그냥 받아들일 수가 없다ㅠㅠㅠ
[Code: 08af]
2024.05.01 10: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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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얘들아 솔직하게 대화를 해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9fd0]
2024.05.01 12: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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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ㅜㅜㅜㅜㅠ너무 찌통이다 진짜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행맨 너무 안쓰러워서 어떡하냐ㅜㅜㅜㅜㅜㅜㅜㅜㅜ 센세 제발 어나더ㅜㅜㅠㅠㅠㅠ
[Code: bd24]
2024.05.01 15: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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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선생님 사랑해요
[Code: 5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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