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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1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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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가 결국 감기에 걸렸고, 회의하는 내내 콜록거렸어. 뺑글이 안경을 쓰고 마스크를 쓴 채 뽈뽈거리며 극장을 돌아다니는 건 마이크가 제일 좋아하는 모습이었고, 허니가 한때는 제일 보여주기 싫어하던 모습이었지. 지금은 킬킬거리는 마이크를 째려보며 작작 웃고 안경이나 닦아주라고 내밀지만 말이야.


둘이 친구이고 마이크가 여자친구가 있던 그 시절, 허니는 마음고생이 심했고 쓰는 작품마다 주인공에 제 자신을 투영하는 바람에 허니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파다한 사실이었어. 마이크가 백날 물어봐도 알려주지 않았고, 제일 친한 저에게 알려주지 않아서 서운한 마음도 있었지만 나중에 알고서는 저가 얼마나 허니에게 잔인했는지 깨달았어. 그리고 조금 후회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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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입만 살아있을 거면 네가 직접 해, 연기."



"... 뭐?"



"어제도 네 입장 대변하다가 A랑 싸웠어. 중간역할 하는 것도 질렸으니까 네가 직접 하던지 하라고. 뭐 얼마나 더 절절해야 하는데?"



"절절은 바라지도 않아. 그걸 걔가 어떻게 구현해? 대사라도 제대로 외우는 성의를 보이라고 한 건데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들으니까 연출인 네가 말해달라고 하는 거잖아. 내가 말하면 연기지도 해달라고 밖에서 만나자고나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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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지도를 밖에서 해달라고 한다고. 개수작 같은데."



"... 뭐야. 표정 이상해. 나한테 딱 꼬라지 부리려고 하는 거 같은데 뭐가 됐던 내 탓 아니다, 어? 난 좋아하는 사람 따로 있어."



"그게 누군데. 네가 내 여자친구 좋아해서 일부러 따로 만나려고 연기 지적하는 건지 어떻게 알아."



"... 너 진심이야? 내가 그정도라고 생각해?"



"제일 친한 친구한테 누구 좋아하는지 말도 안해주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 아냐? 내가 널 어떻게 믿어?"



"... 나는 너 좋아한다고, 이 멍청아."



허니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는 도망가던 게 기억이 나. 뒤늦게 정신을 차린 마이크가 뒤쫓아가려고 했지만 달리기가 어찌나 빠른지 보이지도 않았지. 연락만 안 받았나, 허니는 기숙사에 찾아가도 만나주지도 않았고, 수업 때도 구석에 앉아서 숨어있다가 호다닥 뛰어나갔어.


A에게 너 허니한테 플러팅했다며, 하자 술술 불었어. 걔 귀엽더라. 로 시작해서 자기는 쓰리썸도 괜찮다는 말에 둘은 개같이 싸우고 헤어졌어. 그리고선 허니가 극장에 뭘 찾으러 갈거라는 허니의 룸메이트의 말에 겁도 많으면서 혼자 떨면서 극장에 오고 있을 허니를 위해, 혹은 끝장을 보려고 허니가 물건을 종종 두는 극장 구석에서 한참이나 기다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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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언제까지 피해다닐 건데?"


 

"... 아, 깜짝아!! 너 진짜 미쳤어?"



"나 헤어졌어. 애인도 없고 친구도 없는 건 너무하지 않아?"



"... 어쩌라고. 내가 헤어지라 했냐? 지가 성격 이상해서 애인만 잃을 거 친구도 잃어놓고 지랄이야, 나한테. 읍..!"



어두운 극장 구석에서 허니에게 오랫동안 몇번이나 입맞추고 나서야 제 마음을 깨달던 거 같아. A를 만나면서도 허니한테 자꾸 신경쓰이던 것도, 허니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계속 궁금했던 것도, A가 허니에게 관심을 보이는 게 기분이 나빴던 이유도 모조리 한꺼번에 깨닫게 된 거지. 둘이 사귀고 나서도 허니는 꽤나 오래 적응을 못했고, 첫키스는 얼떨결에 당하는 바람에 했지만 그 뒤로 스킨십 진도 나가는 건 좀 어려웠던 거 같아. 허니가 마이크가 자기를 좋아하는 걸 잘 못 믿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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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찔찔아. 여기 있으면서 작업실에 바이러스만 채우지 말고 집에 가자, 어?"



"킁, 가봤자 집에 아무도 없어. 안 갈 거야."



"... 우리집 가자. 너 좋아하는 스파이크도 있잖아."



"너 왜 나 꼬셔? 나 남자친구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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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훌쩍거리고 캘록거리는 데다가 뺑글이 안경까지 쓴 애가 음흉한 생각까지 하네... 그리고 꼬시는 거 알면 빨리 헤어져."



"말도 안되는 소리 한다, 진짜..."



"자기야, 이별이 빠를 수록 우리한테는 좋아. 그리고 스파이크 어제 미용도 했다. 곰돌이컷인데 진짜 보러 안 갈 거야? 스파이크 요즘 엄마 못봐서 엄청 우울해하는데."



스파이크는 둘이 같이 키우던 사모예드야. 매번 헤어질 때도 당연히 산책은 번갈아가면서 시켰다. 말도 안되지만 개는 죄가 없다는 게 둘의 결론이었어. 곰돌이컷도 했다는 말에 요근래 스파이크를 못 본 허니가 움찔하는 게 느껴졌어. 좀만 더 하면 넘어올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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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안 가? ... 뭐, 어쩔 수 없지. 피터스에서 페퍼로니피자랑 핫윙 사갈 건데, 나 혼자 다 먹고 스파이크랑 산책도 하고, 모던패밀리도 봐야겠다."



"... 너 진짜 치사하고 못됐다."



"치사하고 못돼서 나 싫어? 나 진짜 너무 슬프다."



"... 나 손님방에서 잘 거야."



"알았어. 난방 틀어줄게."



만나는 사람이 있을 때도 허니가 조금만 미련이 남아보이면 넘어가던 마이크와 달리, 허니는 공식적으로 관계를 끝내기 전까지는 마이크가 어떻게 꼬셔도 절대 친구의 선을 넘지 않았어. 그래서 더 좋았던 거 같아. 저보다 올곧은 사람이라서. 그런데 이럴 때마다 마이크는 다시는 허니가 돌아오지 않을까봐 두렵기도 해. 자기는 그게 허니면 무조건 돌아갔는데, 허니는 아무리 마이크여도 돌아오지 않을까봐.










파이스트너붕붕

2024.05.01 02: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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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 좋았던 거 같아. 저보다 올곧은 사람이라서. 그런데 이럴 때마다 마이크는 다시는 허니가 돌아오지 않을까봐 두렵기도 해. 자기는 그게 허니면 무조건 돌아갔는데, 허니는 아무리 마이크여도 돌아오지 않을까봐.

너무 좋다 센세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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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1 02: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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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잼... 억나더로 함께해 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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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1 04: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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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허니 남친도 궁금하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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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1 09: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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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조으다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0ced]
2024.05.01 17: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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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하 미친 개좋다.. 나 이런 질척이는 관계 좋아했네..
[Code: a6b8]
2024.05.01 20: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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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랑 핫윙에 곰돌이컷한 댕주작이랑 파이스트네 집이라니 나도 껴줘( o̴̶̷̥᷅⌓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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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1 23: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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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애인이면서ㅠㅠㅠㅠ 둘이 관계성 존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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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2 07: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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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계 너무 조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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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6 07: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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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존잼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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