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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03 19:03




"내 분명 지밀상궁에서 일러두었는데, 오늘은 날이 더우니 황후께서 바깥출입하는 일 없게 하라고 말입니다."
"... 폐하."
"현숙한 황후께서 지아비의 말을 거역했을 리는 없을 테고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웃는 낯으로 저를 바라보는 황제였으나 마치다는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어
자신의 말을 어긴 저에게 화가 났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거니와 또한 그의 휘어진 눈매 사이로 보이는 눈이 저를 무장 무장 태워버릴 것만 같았거든 저 분노와 집착의 화는 오로지 제가 치르게 될 터이니 나중을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무슨 변명이고 뱉어야 하지만 오늘따라 마치다의 입은 조가비처럼 딱 다물려 열릴 기미가 없었어 그래서 황제는 겨우 잡고 있던 인내심이 뚝 끊겨 버렸지.
"오늘따라 황후께서 입이 무거우시군."
전보다 느슨해진 입매를 한 황제가 성큼 다가와 마치다의 팔을 끌더니 걸치고 있는 거추장 한 옷을 거칠게 벗겨내었어
아직 침전으로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마치다는 당황스러운 눈으로 황제에게 잡힌 팔을 빼보려 해도 어림도 없었어 폐하의 뒤로 병풍처럼 서있는 궁인들은 이미 고개를 숙인 채 아무것도 보지 못한 양 굴고 있지만 그들의 눈과 귀를 모두 틀어막지 않는 이상 눈앞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를 리가 없잖아 마치다는 그제야 다급히 입을 열었어.
".. 폐, 폐하..! 어찌 이러십니까.."
"이제서야 무슨 연유인지 말해줄 기분이 드십니까?"
"장미.. 장미를 보러 가고 싶어 그랬습니다.."
"고작 그것 때문입니까?"
그런 하찮은 이유로 황제의 말을 어긴 마치다는 차마 그의 눈도 맞추지 못한 채 힘 없이 고개를 끄덕였어 제가 생각하기에도 한심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었지 꾸지람을 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잠시 말이 없던 황제께선 두 손으로 마치다의 얼굴을 감싸 쥐고선 눈을 맞추었어
"그래, 황후께서 이리 꽃을 좋아하는데 내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송구하옵니다.."
평온하기까지 한 황제의 음성에 마치다는 되려 불안해졌어 제가 아는 폐하는 이리 쉽게 화를 풀 분이 아니셨거든
어느새 햐얀 침의만 걸치고 있던 마치다의 눈이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자 황제는 짐짓 다정한 척 입가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어 그리고선 나지막이 입을 열었지
"오늘 그 꽃구경 잔뜩 해봅시다."
ㅡㅡ
"흐윽, 으응,, 폐, 폐하.."
"어찌 얼굴을 가리십니까 좋아하던 장미인데요."
빠듯하게 벌어진 아래로 욱여넣듯 양물을 밀어 넣으면서 황제는 태연하게 말했어 마치 늘 두 사람이 밤을 보내는 침전에서처럼 말이야 하지만 이곳은 마치다가 낮에 장미를 구경하던 화원이었어
흙바닥에 곤룡포를 깔고 누워 하얀 나신이 된 마치다와는 다르게 자신의 위에서 고작 허리춤만 풀어헤친 황제가 저를 탐하는 상황이 고작 한시진 가량 후원을 산책한 대가라니 이토록 혹독한 벌을 받을 만큼 제가 잘못한 것이었을까
마치다는 제가 지금 저지른 불경과 수치심에 죽고 싶은 기분이었지 잔뜩 울어서 발개진 눈에 입을 맞추고 땀에 엉겨 붙은 머리를 쓸어올려주는 황제만 지금 이곳에서 유일하게 유연자적해 보여 더 서러웠어
그럼에도 이 토라진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게 고작 두 손을 포개 얼굴을 가리는 것뿐이었는데 그마저도 황제는 용납할 수 없나 봐
제 손을 잡아챈 황제가 느릿하게 손바닥을 핥아 올리다 손끝을 깨물었거든 그 야릇한 모습을 보다 그만 아! 하고 크게 신음을 흘려버렸지
"황후께서 깨무는 것에 몸 달아 하는지 미처 몰랐군요."
"아, 아니에요. 폐하.. 그런 거 아니..에요.. 그만, 그만할래요.. 여기서 그만."
제발 침전으로 가요 폐하.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해 보아도 황제는 들은척하지 않았어 되려 마음에 드는 대답이 아니라는 듯 허리를 바투 잡아 거칠게 출납하였지 그럼 마치다는 학습된 쾌락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도 딱딱한 흙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에 다시 삐죽삐죽 울음이 터졌어
"궁인들이.. 궁인들이 봅니다. 싫어요.. 폐하."
"누가 감히 황후의 나신을 본단 말입니까. 개미 새끼 한 마리 얼씬 못할 것이니 걱정은 놓으시고 꽃구경을 하시라니까요."
그의 말처럼 이곳이 황제와 황후 둘만 출입할 수 있는 후원 일지라도 염연히 사방이 트여있는 밖이었어 게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뿐이지 황제와 황후를 보필해야 하는 궁인들이 그림자처럼 어딘가에서 저희들을 지켜보고 있을 터. 그 생각만 하면 마치다는 수치심에 몸 둘 바를 몰랐어 황제의 옷자락이 저의 나신을 거의 다 가려주고 있는 데도 마치다는 유일하게 신고 있는 버선 발끝 하나 밖으로 빠져나갈세라 잔뜩 움츠러 들었지
그 모습이 황제를 더 자극하는지는 꿈에도 모른 채 말이야
"오늘따라 황후께서 미운 짓만 골라 하시는군. 꽃은 안중에도 없고 지아비를 밀어내기만 하니 말입니다."
"흐윽, 그, 그런 게 아닙니다. 신첩이.. 잘못하였어요.."
그래요. 황후께서 잘못하였다 하였으니 내 벌을 주어야겠습니다.
황제는 마치다의 귓가에 벌을 주어야겠다 속삭이더니 바닥에 누워있던 황후를 번쩍 들어 제 무릎 위로 앉혔어 순식간에 황제를 올라탄 채 나신이 된 몸을 후원에 내보이게 된 마치다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지 바닥에 누워 수치스럽다고 울어댔던 과거가 사치스러운 투정이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고 말이야
"어찌, 이러십니까. 폐하.. 폐하.."
"어허, 벌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혼자 움직여 보세요. "
꽃밭 한가운데 흐트러진 모습을 한 채 울먹이는 마치다를 보면서 황제는 잔인하게 말했어
그럼 제 한마디에 어여쁘기 그지없는 얼굴이 흐려지는 건 순식간이었지 혼자만 보는 게 아까울 지경이야 그와 동시에 황후의 이런 모습은 마땅히 혼자 누려야 한다고 노부는 생각했어 다른 이가 흐려진 자신의 황후를 본다는 상상만으로도 분노가 차올랐지
여전히 굳어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는 마치다가 가여우면서 끝없이 치솟는 가학심처럼 모순 가득한 마음을 가진 황제는 웃는 낯으로 손을 휘둘러 마치다의 볼기를 매섭게 내려쳤어
"언제까지 울고만 있을 겁니까. 내 움직여 보라지 않았습니까."
"아프, 아파요.. 폐하. 못해요.. 못하겠어요.."
"쯧, 이만한 각오도 없이 감히 지엄한 황명을 어긴 겁니까?"
어리광 그만 부리고 움직이세요. 귀찮다는 듯 볼기를 몇 대 더 내려치는 황제에 마치다는 속절없이 눈물을 쏟아내야 했어
이곳이 밖이라는 걸 잊지 말라는 듯 볼기를 얻어맞을 때마다 적나라하게 울려 퍼지는 파열음이 유독 크게 들려서 마치다는 귀를 틀어막고 싶었지 황제께선 정말 제가 스스로 요분질 치기 전까진 물러서지 않을 요량 인가 봐
절망감에 물든 마치다가 아랫입술을 깨문 채 나름대로 몸을 들썩 거려보았건만, 그 얕은 요분질은 애석하게도 황제의 마음에 들어차지 못했어
"하루 종일 이렇게 있고 싶은 거라면 뜻대로 하세요."
"흐읏, 아, 폐하.."
긴장으로 바짝 솟은 젖꼭지를 잘근잘근 깨물면서 말하는 황제에 혼이 빠진 마치다가 저도 모르게 용안을 밀어내려 손을 뻗었지만 그대로 내민 손을 붙잡히고서 그렇게 한참 가슴을 물어 뜯겨야 했지
희롱에 달아오른 몸이 식은땀으로 젖어 일순 한기마저 돌았을 때, 마침내 한계에 다다른 황후는 와앙 울음을 터트렸어
"흐어엉...폐하.. 폐하.. 신첩이 잘못하였어요. 용서해 주세요.. 그만, 제발 그만.."
저런.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쏟아내는 황후를 보자 오늘은 절대 봐주지 않겠다던 자신의 다짐이 느슨해지는 걸 느꼈어
분명 단단히 혼을 내줄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참 발칙하기도 하지 나의 황후께서는 이렇게 지아비의 마음을 좌지우지하다니. 엉엉 우느라 또 얼굴을 가린 황후의 손을 치워낸 그는 발갛게 달아오른 코끝을 살짝 깨물었어
"내가 보기엔 아직 황후께서 미처 반성하지 못한듯한데."
"아니, 아니에요... 깊이 뉘우쳤으니, 그만.. 용서해 주세요.. 끅, 다신 안 그럴 것입니다. "
이러다가 숨넘어가겠군. 황제는 하는 수 없다는 듯 폼 속 깊이 황후를 끌어안았어 그 덕에 여전히 박혀있던 양물이 한계까지 들어와 마치다가 헛구역질을 하고 말았지만 그런 건 사소한 문제였지 어쨌든 황제께서 마음을 푸시고 용서해 주셨으니 말이야
ㅡㅡ
".. 아파요."
"어디 가요."
"엉덩이도 아프고 등도 아프고.. 아래도.. 아프고.. 다 아파요."
욕탕에서 손수 자신을 씻기고 침의까지 고의 입혀준 황제가 이제는 무섭지 않아서 마치다는 슬그머니 투정을 늘어놓았어
그런 황후의 투정에 황제는 피식 웃음을 흘렸지 단단한 품 안이 작게 진동하는 걸 느끼면서 안정을 찾듯 고개를 가슴팍에 부빈 마치다는 어서 저를 쓰다듬으라고 황제의 손을 끌어다 등에 대었어 그럼 황제는 크고 단단한 손으로 천천히 제 등을 쓸어내렸지 비로소 평소와 다름없는 황제의 태도에 마치다는 말을 고르다 슬쩍 입을 열었어 오늘 밖에서 했던 건 정말이지 싫었거든 그러니 다음은 없도록 약조를 받아내고 싶었지
"... 또, 침전이 아닌 곳에서 하는 건 싫어요. 폐하."
"케이. 내가 아침에 뭐라 일렀느냐."
"... 오늘은 나가지 말고 얌전히 처소에 있으라구요."
황제가 저를 케이라고 부를 때면 마치다는 꼭 태자비가 된 첫날밤 사 가로 돌아가고 싶다며 울던 그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어 그날 어린 저를 달래준 당시 태자셨던 황제께서 케이 울지 말렴. 하고 말해주던 때처럼 어린아이 대하듯 저를 부르는 황제에 마치다 뽀로통하게 입을 열었지
아니 침전 말고 다른 곳은 싫다니까 왜 갑자기 아침 일을 다시 꺼내신담. 아까다 혼냈다고 하셨으면서!
후원에서 어린애처럼 엉엉 울어 겨우 용서받은 주제에 그건 다 잊은 모양인지 새초롬한 표정을 한 황후를 보자 황제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어
"아니, 그전에."
"그전에요?.. 그전..이라 하시면.. 아..! 사신단.. 사신단이 온다 하여.."
"그래, 오늘 오는 사신단 중 하나가 감히 후원으로 향하는 황후를 먼발치에서 보고선 내게 그러더군. 황후께서 꽃처럼 아름답다고 말이야."
...그래서 오늘 그리도 무자비하게 구신 거구나. 마치다는 뜻밖에 말에 잠시 입을 꾹 다물었어 아니 잠깐. 그럼 이건 그러니까..
"폐하께서.. 그 말에 투기를 하시어 신첩을 그리 괴롭히셨단 말씀이십니까?!"
"투기라뇨. 지아비의 말을 어긴 부인을 혼내준 것뿐입니다."
톡톡 얄밉게 엉덩이를 두들기는 황제의 손길에 바짝 약이 오른 마치다가 부들부들 작게 몸을 떨더니 황제의 품을 벗어나 금침으로 파고들었어
미워. 미워. 미워. 어쩐지 오늘따라 유독 집요하게 군다 하였더니 고작 그런 연유였단 말이지 물론 황제의 명을 어긴 건 저의 잘못이었지만
이렇게까지 혼나고 싶지 않았던 마치다는 억울하기 그지없었어 그저 평소 둘만의 유희처럼 적당히 혼이 날줄 알았지 그렇게 거칠게 그것도 후원에서 그런 부끄러운 짓을 할 줄 누가 알았냔 말이야 차오르는 억울함에 품에 안고 있던 베개만 퍽퍽 내려치며 애꿎은 화풀이를 하고 있었는데 이불 밖에서 황제가 말을 걸어왔지
" 황후, 이리 나와보세요."
"싫습니다. 오늘은 홀로 잘 것입니다."
"누구 맘대로."
분명 제가 화가 난 상황이었는데 차가운 황제의 한마디에 분위기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어 버렸지 그 서늘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몸을 움찔 떤 마치다는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괜한 자존심에 이불 속에서 꼼짝하지 않고 버텼어 그럼 그런 것 하나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황제가
거칠게 이불 속에서 마치다를 끌어내 품에 틀어쥐었지
"히익- 폐하.."
" 황후께서 아직 가르침이 부족한가 봅니다. 밤새 호되게 야단을 맞으면 알게 될까요?"
엉덩이 사이에 비부를 거칠게 쓸면서 말하는 황제에 마치다는 다시 하얗게 질려 황급히 황제의 목을 끌어안았어 오늘은 더 이상 무리란 말이야
"못해요.. 더는 못해요. 폐하, 신첩이 실언을 하였습니다."
폐하 없이 못 자요. 폐하, 방금처럼 쓰다듬어 주세요. 신첩 무서워요. 고개를 어깨에 비빈 마치다가 작게 애원하자 황제는 그제야 속곳에서 손길을 거두었어 대신 볼기를 콱 틀어쥐며 말하였지
"황후는 내 것입니다. 이 몸도 마음도 모두. 알겠습니까?"
".. 악, 예에. 신첩 늘 명심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핥아 올리면서 황제는 이만 황후를 봐주기로 했어 여기서 더 괴롭혔다간 아마도 며칠 앓아누울듯하니 말이야
나란히 누워 또 한동안 눈치를 보던 마치다가 그래도 침전 밖은 싫다고 매달려 와서 황제는 마지못해 다신 그러지 않겠다 약조해 주었대
연반 노부마치로 어린 마치다가 집착광공 황제한테 꽉 잡혀 사는데 마치다는 망충아방수라 나름 만족하는 그런 거
거칠게 하는 것도 무섭지만 꽤나 좋아하는 편 그래서 일부러 노부 말 안 듣고 혼날 짓 종종 하는데 노부도 그러는 마치다가 귀여워서 적당히 장단 맞춰줌 그러다 이렇게 노부의 버튼이 눌리는 날이면 마치다는 영문도 모른 채 엉엉 울다가 한동안 얌전히 지내고 그러다가 또다시 혼날 짓 사부작사부작 하겠지
노부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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