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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유키는 손으로 뺨을 쓸었다. 피부가 까칠했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까닭이었다.

두방망이질 치는 맥박은 밤이 새도록 가라앉을 생각을 안 했다. 그러니 깊게 잠들 수 있을 리가. 선잠이 들었다가 번뜩 눈을 뜨기를 여러 번, 결국 잠자기를 포기하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한 손에는 독주를 쥔 채 안락의자에 등을 기대고 해가 뜨기만을 기다렸다.



짐승의 시간이 곧 도래한다.

1년에 두번. 무지성 상태에서 무방비한 상황을 맞닥뜨리기전. 그는 발정기를 보낼 독방 안에서 홀로 고초를 견뎌야 했다.

발정기의 부작용은 끊임없는 통증이다. 살점 하나가 저며지고, 뼈 한마디가 부서지고, 내장이 짓밟히는 고통에도 비할 바가 아니었다. 기다란 칼날이 혈관을 따라 달리며 세포와 신경 하나 하나에 바느질하는 아픔으로도 부족했다.

당장 열을 해소 해줄 상대를 찾지 않는다면, 대개의 늑대들은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미쳐 버리거나, 스스로 죽거나, 운이 좋아 반려를 맞지 않은 이상 비참할 정도로 불행한 최후를 맞는다.

노부유키 역시 15년 가까이 검은 늑대의 폭주를 겪었다. 신성한 힘을 가진 짐승은 모두가 그러하듯 지독했지만, 특히 제 안에 든 것은 비열한 수작으로 날뛰고 있는 시궁창의 악귀 같았다.














* * * * *



쿵- !!!

기척을 알아챈 검은 짐승이 웅크린 몸을 전광석화처럼 움직여 단숨에 침입자를 덮쳤다. 바닥에 내던져지듯이 쓰러진 마치다가 저를 잡아먹을 듯이 쏘아보는 눈알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집채만한 검은 늑대가 거대한 덩치로 그를 낚아 누르며,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것처럼 고통스레 포효했다.



- 크르르릉-!



인간의 모습은 터럭도 찾아볼 수 없는 발정기의 늑대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던 마치다가 이내 한숨을 쉬었다. 두 손을 뻗어 늑대를 끌어안자 거칠게 요동치던 몸이 올가미에 걸린 괴수처럼 덜컥 멈추었다.



"....이렇게 안아주면 좀 진정 될거라고...하던데... "



이 정도면 잠깐 정신을 차릴 정도는 될 것이다. 발정난 늑대에겐 기별도 가지 않을 테지만, 없는 것보단 나은 해갈이었다. 굵은 목에 한 손을 감고, 다른 손으로는 터질 듯 팽창한 등골을 둘러 안자 컥-, 숨을 들이켠 늑대가 벌겋게 물든 두 눈을 부릅떴다.



- ....케, 이?



충격으로 흔들리는 시뻘건 눈동자와 눈을 맞춘 마치다가 고통스레 일그러지는 짐승의 길쭉한 입매를 제 손바닥으로 가만 훑어 주며 속삭였다.



"그래. 나야."

- 여.... 여긴 어떻, 큭!

"네 신하들이 사정사정하며 떠밀더군. 나도 사실 궁금하기도 했고."

-.....단단히, 미쳤...

"어차피 그들을 면책 할순 없을거다. 이 기간엔 네 기억도 사라진다면서."

- 하. 제, 기랄...



고통과 흥분으로 흠뻑 젖은 검은 늑대가 발톱을 쭈뼛 세웠다. 이성이 되돌아온 순간은 찰나였다. 곧 난폭한 본능이 그를 집어삼키고, 연이어 눈앞에 있는 먹잇감까지 물어 삼킬 것이다.



-큭! 나는... 절대..,

"새삼, 나를 이렇게 취급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할 참인가?"



비아냥처럼도 느껴지는 서늘한 반문에 불안정하게 흔들리던 노부유키의 눈동자가 돌덩이처럼 굳어 버렸다. 감이 좋고 영리한 마치다는 이번에도 어렵지 않게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내가 이렇게 안아 주지 않았으면, 너는 벌써 나를 뼈 한 조각 남기지 않을 기세로 씹어 삼켰을거다. 확실히... 네 안의 짐승을 달래려면 몸을 섞는 편이 제일 합리적인 방법이야."

- 어째서...

"나는 그저 내 쓰임에 맞는 구실을 하기위해 여기 왔을 뿐이니까요, 폐하."



신음과 함께 혼탁해지는 늑대의 눈을 마주한 마치다가 다시금 꾸시시 일어선 털을 쓰다듬었다. 도로 맑아지는 까만 눈동자엔 고통의 흔적이 역력했다. 1초에도 수십 번씩 전신이 으깨지고 저며지는 고통보다, 마치다의 태도에 더 고통스러워 보이는 게 의아했다.



- ....저리가요, 당장!



다급한 외침에 끌어안은 손을 풀어 가볍게 떨어져 나간 마치다가 애석한 얼굴을 했다.

어느새 늑대의 몸통이 뒤틀리고 살이 갈라졌다. 그 변화가 마치 종말을 선고하는 듯 무척이나 엄숙하고 느리게 느껴졌다. 허물을 벗어 던진 몸은 다시 인간의 육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악했다.

마치다는 검은 늑대가 부서지고, 다시 인간으로 재조립되는 과정을 볼 수밖에 없었다. 우두둑거리며 빠개지는 소리가 섬뜩하였는데도, 노부유키는 어떠한 신음조차 내질 않았다. 그저 그가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한단 걸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오로지 팔의 미세한 떨림뿐이었다.

번식의 열을 해갈 할수 없는 몸은, 인간과 늑대의 경계 사이를 하루에도 수십번씩 오고 가야만 했다.



"노부, 날 안으면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어."

"크으읏...큭...."

"이렇게 혼자 힘들게 버틸 필요가 없잖아?"



인간으로 탈바꿈한 얼굴이 와락 일그러지며 축축하게 젖어 갔다. 그것은 그늘 아래에서 더욱 선명히 드러났다.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뺨에 뜨거운 눈물이 섞였다. 마치 감정이 격하게 뒤섞인 듯, 그 물방울들은 서로를 구분할 수 없었다.



"나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나를 버렸으면서...."



아마 그 눈물은 오랜 시간 동안 쌓인 상처와 원망이 담긴 것일테다.



"노부, 그런 걸로 울 필요도 없어."



정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마치다가 흠뻑 젖은 노부유키의 얼굴을 가만 쓸어 주었다. 그 안에는 여전히 열기가 느껴졌다. 손가락이 노부유키의 이마를 지나고, 뺨을 따라 내려갈 때마다, 그가 느끼는 고통이 조금이라도 덜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어차피 나는 그 누구도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야."

"....이번에도..... 날 떠날겁니까?"



눈물을 닦아 주던 손길이 떨어져 나가자 또 고통스럽게 신음하는 노부유키의 눈동자가 혼탁해지길 반복했다. 가까스로 붙잡은 이성이 끊어지기 전에, 마치다는 마지막 친절을 베풀 듯 한마디 덧붙였다.



"깊게 생각하지마. 이건 그저 황제의 노예로서 맡은 내 책무이니. 이런다고 너를 싫어할 일도, 좋아할 일도 없으니까."

"흐윽, 끅....나는, 못해...더는 싫습니다."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고개를 저은 노부유키가 스스로 물러났다. 이미 갈가리 찢긴 옷은 간데없고, 드러난 그의 맨몸은 갓 생긴 상처들로 피투성이였다. 고통을 견디다 못해 바닥에 머리를 찍고, 몸을 내던진 탓이었다.

지난 15년 동안 매번 이런 식으로 일주일의 발정기를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는 데도, 자신이 기꺼이 발정기 도구로 이용당해 주겠다는데도.



"전혀, 설득이 안되네..."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넘긴 마치다가 몸을 일으켰다. 단단한 벽에 몸을 던지던 노부유키가 이번엔 마구 주먹질을 하고 있었다. 퍽, 퍽-! 먼지가 튀고 벽에 금이 감과 동시에 그의 손에서도 핏물이 튀었다.



"너는 정말 고집이 세."



장신구를 빼 구석에 던진 마치다가 옷을 벗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허리에 감은 벨트까지 벗고 한 걸음 내디뎠다.



"그래, 좋아. 내가 널 덮치는 것으로 하자."



그것 말고도 내가 저지른 악행은 셀 수도 없으니까.

마침내 손을 뻗어 노부유키를 낚아챈 마치다가 육중한 몸을 가득 끌어 안으며 입을 맞추었다. 갑자기 와락 쏟아진 입맞춤에 어찌 할바 몰라, 그가 가만히 시선을 내렸다. 성나게 팽창되어 폭발 직전인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큭...흐으, 크읏."



죽어서도 끝날까 싶은 고통을 겪고 견딘 적이있었다. 여전히, 산 채로 잡아 뜯기는 발정기의 고통보다 입맞춤이 더 고통스러워 보이는 노부유키의 뺨을 감싸 안은 마치다가 코끝을 맞추며 작게 속삭였다.



"아마 너는 머잖아 다 잊을 거야. 이 기억도 분명 잊을 테니까, 노부. 제발 그만 울어."

"흐읍, 흐으윽..."

"적어도 우리가 앞으로 일주일은 같이 있을 수 있잖아?"



더운 숨결이, 비누 냄새 섞인 어떤 향이, 노부유키의 코끝을 적시고 상처 입은 몸 구석구석을 적셔 갔다.



"그래, 노부. 지나간 일은 이미 시간에 묻혔으니까. 우리는 앞으로의 할일만 생각 하면 되는거야."



차분히 눈을 맞추던 마치다가 다시금 입술을 겹쳤다. 피로 축축하게 젖은 노부유키의 입술을 가르며 붉은 혀가 부드럽게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간신히 버티고 있던 이성이 날아가고, 거대한 몸이 마치다의 희디흰 몸을 태풍처럼 휩쓸었다.

검은 늑대의 짙은 체향이 좁은 방안을 삽시간에 에워쌌다.

고문과도 같은 고통이 살과 뼈를 저미다 못해 영혼까지 침투하기를 견디기만 했던 발정기가 아닌, 따뜻한 체온으로 아픈 곳을 구석구석 어루만져주는 발정기였다. 그것 만으로도, 무력하게 허물어진 노부유키가 목청껏 소리를 터트렸다.



"노부, 천천히...."

"흐읏, 큭..."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는 사포에 갈린 것처럼 거칠고 끊어질 듯 가날팠다.



"아, 노부. 흐윽-!"

"크읍, 크"



온갖 애액이 끈적끈적하게 엉겨 붙은 커다란 성기가 사방에 점액질을 튀기며 엉덩이 사이로 거칠게 박혀 들어갔다. 부풀어진 뿌리까지 거칠게 짓이기며 들어와 좁은 내벽을 터트릴 듯 파고 들었다. 크게 벌어진 마치다의 입에서 미약한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전신이 부서지는 기분이었다. 차갑고 딱딱한 돌바닥과 육중한 몸 사이에 끼어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은 족히 아래가 쑤셔지고 내장이 들리길 반복했다.

찌걱, 찌걱. 찰박-!

짐승의 발정기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난폭했으며, 사나웠다. 길들지 않은 괴수가 몸속에서 날뛰고, 성난 늑대가 커다란 이빨로 목을 물어 사정없이 흔들어 대는 기분이었다.



"흐윽, 하아...으읏"



쉼 없이 밀고 들어오는 노부유키의 위력에 못 이겨 드문드문 정신을 놓았던 마치다가, 땀으로 흠뻑 젖은 상대의 머리카락을 힘없이 쓸어 넘겼다. 그 손길에 얌전히 있던 노부유키는 손끝이 입술로 와닿자 속내를 참지 못하고 뻐끔 입을 열었다.

그러곤 마치다의 손가락을 쭉 빨았다.



"아..…..이건.....꿈, 인겁니까?"

"노부."

"꿈인 줄 알았는데…."



노부유키가 어깨를 움츠리며 눈물과 열에 취해 중얼거렸다. 그 말에 마치다가 힘겹게 눈을 치켜떴다.



"......내가 꿈이라면 그건 지독한 악몽이겠네."



부러 안타깝다는 투로 말하니 어쩔 줄 모르겠는 얼굴로 노부유키가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도 잠시. 마치다를 내려다보는 눈은 반쯤 휘어 있었다. 은은한 미소가 감도는 눈동자는 눈물 자국 때문인지는 몰라도 색이 아주 짙었다.

노부유키가 여전히 열에 들떠 우물거렸다.



"그렇다면, 케이.... 저는 매일 매일 악몽을 꿀텐데요."



아-.

마치다는 소리 없이 탄성을 뱉었다.

완연히 자란 노부유키는 남아 있던 어린아이의 허물을 모조리 벗어 버렸다. 그는 이제 자신이 본 그 어느 사내보다 더 강인하고, 냉혹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순하고 예쁜, 내 강아지.

마치다는 노부유키의 입술로 달려들었다. 상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들어 올리며, 혀와 닿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처럼 굴었다.

다정한 말을 건네는 노부유키를, 마치다는 제 모든 힘을 다해 껴안았다. 품 안에 안겨오는 사랑스러운 체온이 마치다를 진정시켰다. 물기 젖은 숨이 소리 없이 허공에 흩어졌고, 절 안아 주는 남자를 제가 얼마나 아꼈는지 다시금 되새겼다.

잃어버렸던 소중한 것들이 자신의 곁에 돌아온 이 시간을, 마치다는 무엇보다도 지키고 싶어졌다. 여러 생각이 이리저리 튀었다. 자꾸만 헛된 희망에 구속되었다.

결국 소용없는 것이며 이 행위에 끝이 있다는 걸 알아도 그랬다.
















* * * * *



- 일주일 뒤.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로지 황제 혼자였다.

몸을 일으키자 노부유키의 위에 있던 시트가 아래로 툭 떨어졌다. 깃털을 채워 가죽으로 여민 침대는 부드럽고 푹신한데도 그에겐 모든 것이 가시처럼 느껴졌다.

무언가 그리운 꿈을 꾼것 같았는데-



"아무 것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군."



강인한 턱뼈는 과연 그간 웃은 적이 한 번이나 있을까 싶도록 굳게 다물렸고, 콧대는 우뚝하여 양옆 눈가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콧대와 이어지는 눈썹 역시 날렵하게 솟아서 서늘한 눈을 더욱 읽기 힘들게 했다.


노부유키는 굳게 닫혀있던 창을 열었다.

밖은 언제 왔는지도 모를 비가 순식간에 멎었다. 창문 틈새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느릿하게 났다. 그간 숨어 있던 새가 다시 나는 모양인지 지저귀는 소리도 들려온다. 공기는 청명하고, 주위는 멀리서부터 들어온 눈부신 빛으로 가득했다. 싱그러운 나뭇잎 색에 눈이 멀 것만 같았다.



문득, 눈물이 흘렀다.

핼쑥해진 뺨, 까칠하게 일어난 입술, 퀭한 눈 아래, 채 낫기도 전에 새로 생긴 몸의 상처들. 그리고 눈부신 세상-.



"........."



그는 자신이 왜 우는지도 모르고 멀거니 바깥을 볼 뿐이었다.






























노부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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