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일본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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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4 05:41
ㅂㄱㅅㄷ 어나더 3나더 4나더 5나더 6나더
녀석의 직장 동료들은 마치다의 추측대로 경찰과 구급차를 불렀으니 금방 올 거라고 했고, 곧 바이크샵의 사장님이 오실 거라고도 했다. 마치다는 칼빵을 놓은 범인, 녀석을 해치려 했던 녀석의 친부가 사람들에게 제압당하는 걸 보면서 녀석의 품에 기댄 채 쓰러졌다.
"가지 마."
"선생님..."
"넌 가지 말고 여기 있어."
최선을 다해 달랬음에도 녀석의 귀에는 닿지 않는 모양이었다. 녀석은 저를 붙잡고 있는 게 마치다라는 것도 모르는지, 분노를 자제할 수 없는 듯 눈 색깔까지 달라져 보일 정도로 험악한 눈으로 제 친부에게 달려가려고 했었다. 그러나....
"노부.... 나 너무 아파...."
정말로 정신을 놓지 않고 버티는 게 힘들 정도로 너무 아파서 무심코 아프다고 매달리자 녀석의 시선은 그대로 마치다에게 고정됐다. 분노로 정신이 나간 버린 듯하던 녀석의 눈 속에도 분노 대신 걱정과 죄책감이 가득 들어찼다. 녀석은 차마 상처를 건드리지도 못하고 마치다를 끌어안은 채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다는 그런 녀석의 손을 꽉 잡고 속삭였다.
"가지 말고 나랑 같이 있어. 나 너무 아파."
"아무 데도 안 가요. 내가 미안해요. 선생님. 내가 너무 미안해요. 나 때문에..."
마치다는 고개를 저었다. 고개를 젓는 행위만으로도 눈 앞이 캄캄해지는 고통이 느껴져서 마치다는 이를 악물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건 사고야. 네 잘못이 아니고, 네 탓도 아니야. 너 때문이 아니야."
"..."
"그냥 불운한 사고일 뿐이야. 알았지?"
마치다가 흐릿해지는 시야 사이로도 녀석을 빤히 바라보자 녀석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다는 그런 녀석의 손을 꽉 잡고 눈물이 글썽글썽한 녀석의 눈을 보면서 없는 힘을 짜내 속삭였다.
"그러니까 나랑 같이 있어."
"알았어요. 나 옆에 있어요."
당연한 수순으로 마치다는 구급차에 실려갔고, 녀석도 마치다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바로 수술실에 들어갔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전과 달리 내장의 손상은 없다고 했다. 예전에 칼빵을 맞았을 때는 내장까지 손상돼서 몇 달이나 병원에 있어야 했는데 이번에는 근육이나 조직만 손상을 입었다고 했다. 근육의 손상이 약한 정도는 아니지만 소화기관을 피한 게 천만다행이라고. 녀석이 그날 대나무 숲에서 돌아오기 전에 바이크 타고 오면 춥다고 마치다에게 녀석의 겉옷을 억지로 입혀 놓은 덕분이었다. 옷이 두꺼웠던 덕분에 칼이 깊이 박히지 않아서. 덕분에 일단 마음을 좀 놓을 수 있었다. 물론 녀석은 전혀 마음을 놓지 못했지만. 수술을 하고 회복실에서 나와 일반 병실에 들어갔을 때 녀석은 퀭한 얼굴로 마치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같지 않은 그 시무룩하고 죄책감 가득한 얼굴이 너무 속상해서 웃으라고 한 말이었다.
"전골 먹고 싶었는데, 그치."
그 말에 녀석이 울어버릴 줄 알았으면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거다.
진짜로.
다행히 회복은 순조로워서 마치다는 며칠만 금식하고 곧 죽을 먹을 수 있게 됐고, 마치다가 병원 죽이 맛이 없다고 투덜거렸더니 녀석은 매일 죽을 쒀서 가지고 왔다. 하나같이 맛있긴 했지만 녀석은 칼빵을 맞은 환자를 위해 매일 간을 심심하게 한 죽만 가지고 왔기 때문에 매콤하고 짭짤한 걸 먹고 싶다고 했다가 녀석에게 잔소리를 듣기도 했다. 회복이 순조로운 것보다 그게 더 다행이었다. 한동안 좌책감 가득한 얼굴로 다니던 녀석이 칼빵 경험자로서 씩씩하게 잘 회복하고 있는 마치다를 보고 다시 기운을 냈다는 게. 뭐, 워낙 녀석이 멘탈이 건강한 녀석이라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마치다는 녀석과 머리를 맞대고 마치다가 퇴원하고 나면 먹을 것들 리스트를 작성해갔다.
녀석의 아버지는 당연히 경찰서로 끌려갔고, 칼로 사람을 공격하다 현행범으로 잡혔기 때문에 그대로 구치소로 직행이었다. 경찰의 말로는 원양어선을 탔을 때 험한 꼴을 너무 많이 당해서 녀석에게 원한을 가진 모양인데. 원양어선은커녕 오리배도 안 타 본 마치다로서는 그 험한 꼴이 뭔지 짐작도 안 갔고 사실 관심도 없었다. 어차피 자업자득인데.
한때 녀석에게 그래도 하나뿐인 아들인데 목숨은 살려야 하지 않겠다고 했었다는 녀석의 조모는 자신의 그 하나뿐인 망나니 아들이 마찬가지로 하나뿐인 소중한 손자를 찌르려다가 교사가 대신 찔렸다는 걸 듣고는 미련을 아예 놔 버린 모양이었다. 녀석의 고모와 함께 마치다에게 찾아와 사과와 감사를 동시에 전하며 아들은 죄값을 치러야 하지 않겠냐고 그렇게 말했다. 평소에 고모나 조모가 보내 준 반찬을 얻어먹으면서도 생각했지만 녀석의 요리솜씨는 조모에게 물려받은 건지, 환자용 죽도 맛있게 쒀 오셔서 마치다는 흔쾌히 녀석의 아버지에 대한 원한은 잊기로 했다. 마치다가 원한을 잊는다고 법적 처벌이 없을 것도 아니고 칼을 휘두른 이상 어차피 처벌은 무거울 것이었다. 마치다가 녀석과 관계를 끊을 게 아니면(당연히 그럴 생각은 요만큼도 없다) 마치다가 원한을 버려야 했다. 그래야 녀석이 마음의 그늘 없이 마치다를 만날 수 있을 테니. 마치다는 그렇게 마음의 원한 하나를 내려놓았다.
학교에서도 교장과 교사 몇 명이 병문안을 왔다. 녀석은 이제 졸업생이긴 했지만 일단 마치다의 학생이었었고 마치다가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칼을 맞았다는 것 때문에 이전에 마치다가 칼을 맞았을 때와는 사람들이 반응이 완전히 달랐다. 그때는 어떻게 고등학교 교사가 SM 클럽에서 난잡하게 놀다가 치정에 얽혀 칼을 맞을 수 있느냐는 비난이 대다수였지만 지금은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제 몸을 기꺼이 날린 참교사가 되어 버려서. 물론 녀석이 아니라 다른 학생이었다고 해서 학생이 칼을 맞도록 내버려 뒀을 거란 건 아니지만, 미묘하게 진실과는 다른 평가에 얼굴이 홧홧해지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교사들은 병문안 선물을 건네주고 학교는 마치다가 복귀할 때까지 임시교사를 채용하기로 했고, 학생(졸업생)을 지키다가 다친 만큼 3개월간 유급휴가를 주기로 했으니 걱정하지 말고 잘 회복하라고 했다. 심지어 이사장이 대체 얼마나 감동을 받은 건지 교육청에 표창장을 건의하겠다고 했다고 해서 말리느라 애를 먹었다. 아무래도 학생의 (졸업생의) 가정사가 얽힌 일이니 일을 키우지 않는 게 좋겠다고 거듭 부탁하고 교장이 겨우 납득하고 돌아간 다음이었다.
마치다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 상황 때문에 속이 시끄러운데 녀석은 마음 편하게 다시 폰을 꺼내 메모장을 켰다.
"또 먹고 싶은 거 뭐 있어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럼 뭐가 중요한데요?"
"내가 학생을 지키려고 맞선 숭고한 참교사처럼 됐잖아. 이거 어떻게 해."
"사실인데 뭐 어떻게 해요."
"아니... 네가 아니라 다른 학생이었어도 물론 어떻게든 막으려고 해 보긴 했겠지만...."
"사실은 소중한 학생이라서 구한 게 아니라 사랑하는 애인을 구한 거라서 찔려요?"
"뭐하는 뭐?"
"사.랑.하.는.애.인."
마치다가 기가 막혀서 녀석의 얼굴을 밀어내려고 하자 녀석은 마치다의 손을 붙잡아서 마치다의 손바닥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마치다의 손바닥을 살짝 잘근거리면서 마치다를 빤히 바라보며 웃었다. 쟤는 웃으면서도 눈을 크게 뜬 채로 상대를 바라보는 걸 어떻게 잘하는지 볼 때마다 신기했다.
"맞잖아요. 어서 나아서 나랑 또 자고 싶으면서...."
실제로는 마치다가 기침만 해도 기겁하면서 (사실 기침을 하면 힘들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했다. 배를 길게 꿰맸기 때문에 실밥이 터지고 상처가 벌어질 염려가 있어서 기침도 조심해야 했기 때문에 기침이 나올 것 같으면 상처를 꾹 누르고 최대한 기침을 살살해야 했기 때문에...) 뭘 당장 덮칠 것처럼 허세야. 마치다가 화장실에 가려고 침대에서 내려가기만 해도 혼비백산하는 녀석이라 마치다가 퇴원해도 한동안은 손가락도 못 댈 게 뻔한데 허세를 부린다는 걸 알기 때문에 마치다도 같이 허세를 부렸다. 허세에는 허세지.
"그러게. 네 거 못 빤 지 너무 오래됐다. 널 만나고 나서 이렇게 오랫동안 구멍이 허전하게 지내는 것도 처음-"
"제발, 선생님. 내가 잘못했으니까 그만 해요. 못하는 말이 없네."
침대에서는 그 누구보다 못하는 말이 없는 주제에, 녀석은 얼굴이 시뻘개진 채로 한 손으로 제 머리를 짚은 채 다른 손으로 마치다의 입을 막았다.
흥, 어른을 무시하고 있어....
#노부마치
#학생노부선생님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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