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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0 00:51
메가트론은 콘적스를 맺는 일에 별 관심이 없었다. 이 메크와만 인터페이스를 하겠다고 선언할 필요가 어디 있단 말인가. 오라이온은 흠흠 하고 목소리를 고쳤지만 그 말에 동의해주었다. 어차피 보이기 위한 의식일 뿐이지. 서로 진심을 나눈다면 그런 약속조차 필요 없을테니. 메가트론은 동의하지만 동의하지 않음을 분명히 하는 오라이온의 방식을 좋아했다. 둘은 누구보다 가까이서 생각을 나누기에 서로의 선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알았다. 메가트론은 찻잔을 만지작대는 오라이온을 물끄러미 보다가, 혹시해서 말인데 내가 여러 메크와 난잡하게 관계를 즐기는건 아니네 하고 부드러운 톤으로 흘리듯 말했다. ‘지금은’이라는 말은 생략했다. 사서의 옵틱이 미묘하게 떨리다가 금방 웃음을 담아 반달로 휘어진다. 사생활 아닌가. 그리고...그렇다 한들 어떤가. 자유와 방종의 선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불패의 검투사가 된 자네인것을. ‘그런식으로 살거라곤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네!’ 하고 강하게 반박하고 싶은 것을 오라이온은 겨우 눌렀다. 한편 메가트론은 어쩌면 좀더 수도사처럼 살았어야 한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그랬다면 지금 저 친우에게 해보고 싶은 이런 저런 부적절한 행위들이 이렇게나 다양하게 떠오르진 않을것이다. 고작해야 묶어두고 고해를 요하는 채찍...메가트론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자네는 어떤가?

오라이온은 뜻밖의 질문이라는듯 옵틱이 동그레진다. 진지하고 붉은 옵틱과 마주쳐서 말문이 막힌듯하다. 난 매우 단순하게 살았지. 알파 트라이온께서 콘적스를 맺는다는건 영혼이 충만해지는 일이라고 하셨지만, 일에 매우 만족하고 있었던지라 더 큰 행복은 바라지 않았어. ‘...너와 통신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오라이온은 일면식도 없던 검투사와 대화를 나누며 자신이 얼마나 비어있는 존재인지 깨달았다. 한번 깨달은 공허는 좀체 채워지질 않아 아이아콘에서 여기 케이온까지 그를 만나러 오게 만들었다.

그럼 ...

메가트론은 그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우아하게 손을 내밀었다. 마치 프로포즈라도 하는 양으로.

우리 둘 다 콘적스를 맺는것에는 관심이 없군.

오라이온이 끄덕였다. 가만히 검투사의 크고 강인한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리자 산책을 가세.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네 하고 부드럽게 끌었다. 자네는 항상 보여줄 것이 많군. ‘그는 더 많이 겪었고 더 많이 보았어.’ 오라이온은 스파크가 뛰는 것을 들키기 싫어 일부러 더 쾌활하게 굴었다. 메가트론은 그 틈에 슬쩍 오라이온의 허리에 팔을 감고 긴 회랑을 걸었다. 건너편 타워건물의 유리장식에 반사된 빛이 회랑 안까지 쏟아졌다.

그냥...
응?
그냥...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족하네.
아...그렇군.

메가트론은 조금 달아오른듯한 오라이온의 안테나를 보며 아까의 망상이 또 펼쳐지려는것을 눈을 질끈 감고 털어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참아야 할 이유가 뭐지? 하고 작게 부아가 인다. 나는 더 나누고 싶네. 메가트론은 오디오리셉터 가까이에 장난스럽게 속삭였다. 그리고 늘 흥미로운 답을 들려주는 사서를 기다렸다. 그런데 어깨가 조금 떨리는듯 하더니 풀썩 주저 앉아버린다. 페이스 플레이트까지 양 손으로 가린채. 메가트론은 당황했다.

자..장난 아니..그 우..우나?

메가트론은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르게 되었다. 오라이온은 마치 땅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듯 무릎 사이로 얼굴을 숨긴다.

보지 말게, 날 내버려둬.

메가트론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 너무 스파크가 조여드는 느낌에 마주하고 주저 앉았다. 동그랗고 파란 헬름을 천천히 달래듯 쓰다듬는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텐가

오라이온은 그제야 조금 헬름을 들어 파란 옵틱을 빼꼼 보인다.

스파크의 이 뜀박질이 잦아들때까지

메가트론은 이제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안다. 그에 비해 한없이 작은 동체를 한 품에 안아올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라이온 너만이 아니야. 언제나 나도. 하고 둘의 가슴플레이트가 맞닿았다. 이어지는 입맞춤은 부드럽고 깊었고 어디선가 있을리 없는 종소리가 스파크의 박동과 같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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