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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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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당장이라도 발목을 부러뜨릴까 고민했던 레토의 생각과는 다르게 레토는 정작 바로 행동에 옮기지는 않았음.
아무리 그래도 레토는 허니의 미소를 아직 잃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임.
이렇게 말은 한다고 해도 사실 레토는 자신의 이성이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았음. 아마, 폴이라는 자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듣게 되거나, 그의 실물을 제대로 마주하는 날이 오게 되면 레토의 이성의 끈이 끊기지 않을까?
아무도 모를 일이었음.
47.
허니의 몸 상태가 다시 나빠지기 시작했음.
입덧은 그나마 심하지 않았지만 허니의 기력이 너무도 없었음. 걸어다니는 것도 힘이 드는 듯, 쇼파에 기대어 앉아있는 정도가 최대였음. 평소보다 조금이라도 더 힘이 나는 날이면 레토의 집무실까지 걸어오기도 했는데, 그런 나날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음.
거니와 던컨에게서 무술 훈련을 받던 허니의 모습이 마치 거짓말 같았음.
힘이 없어서일까. 허니는 대부분의 시간을 잠으로 보내기 시작했음. 낮이면 조금씩 깨어 멀리는 아니고 조금이라도 돌아다니기는 한다던데, 정작 레토는 대부분을 집무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탓에 그런 허니를 마주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음.
마지막으로 허니가 제 눈을 마주보고 웃던 날이 언제더라. 미간에 힘을 주면서까지 고민해봤지만 레토의 머릿속에 딱 떠오르는 날은 없었음.
걱정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음. 안 그래도 자신보다 한참 덩치도 작고 몸도 약한 허니가 임신 탓에 저렇게까지 힘 들어하니, 걱정이 안 될 리가 있나.
심지어 저 아이는... 저 아이는 출처도 확실하지 않았음. 다른 이들은 저 아이가 분명 허니와 레토의 아이라고 믿었지만 레토는 여전히 의심을 끈을 놓을 수가 없었음.
“아이의 기운이 강합니다. 아마 마님의 기운까지도 가져가려 하는 것 같습니다.”
허니가 잠든 사이, 그를 검진한 유에 박사가 말했음.
기운까지 가져가려 한다. 레토는 그 말을 바로 이해했음. 그러니까, 저 아이가. 허니의 뱃속에 있는 저것이 허니의 뱃속 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도 모자라, 허니를 약하게 만들고 있었음.
그저 임신을 해서 몸이 힘든 것이 아니었음. 실제로 저 아이가 기생 식물마냥 허니의 기운을 빨아먹고 있다는 의미였음.
“허니의 목숨에 지장이 가는 건가?”
“그런 것...까지는 아니지만, 출산 때 조금 힘이 드실 수는 있습니다.“
죽일까? 지금이라도 저 뱃속의 생명체를 죽여버려야 하는 것일까? 유에 박사의 대답에 레토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들었음.
지금이야 유에 박사가 아이 때문에 허니의 목숨이 위험할 일이 없다고 하지만, 레토는 그 어떤 작은 확률이라도 남기고 싶지 않았음. 특히나 다른 일도 아니고 ‘폴’을 낳다가 죽는 게 허니라고?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음.
48.
“진짜로 집무실을 침실로 옮기시다니.”
필요한 서류를 옆구리에 끼고 침실로 걸어가던 레토를 본 거니가 소리쳤음.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한 손으로 이마를 몇 번 치고 있었음. 그리고 낄낄 웃더니 이내 다시 말했음.
“그래도 마님께서 깨어나셨을 때, 제일 먼저 마주하는 것이 공작님이라면 아주 좋아하실겁니다.”
거니의 목소리에는 뿌듯함이 담겨있었음. 마치 조카의 결혼생활을 뿌듯하게 바라보는 삼촌의 얼굴이었음.
그런 거니를 보며 레토는 말 없이 웃었음. 대답 대신 웃음으로 넘기는 것도 몇 번 해보니 이제는 처음보다 자연스러워진 레토는 괜히 어색한 듯 뒷목까지 긁는 듯한 연기까지 할 수 있었음.
아마 남들 눈에는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의 행동처럼 보일 것이었음. 레토가 허니를 사랑한다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그가 침실에서 업무를 보는 것은 그 이유 뿐만은 아니었음. 진짜 이유는 허니의 뱃속에 있었으니까.
그 존재가 무엇이 되었든 허니를 조금이라도 더 힘들게 한다면 레토는 당장이라도 그것을 허니의 뱃속에서 끄집어 낼 준비를 하는 것 뿐이었음.
49.
“레토?”
레토가 침실을 거의 집무실처럼 사용한 탓일까, 얼마 지나지 않고 레토는 잠에서 깬 허니를 마주할 수 있었음.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발견한 레토를 보고 배시시 웃으며 약간은 잠긴 목소리로 그를 부르는 허니를 보자, 레토는 자신 의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음.
참, 사람 마음이 이렇게나 간단하고도 쉽다니. 레토는 그런 생각이 들었음. 레토는 허니가 눈을 뜨기 전까지만해도 온 신경을 허니의 일정한 숨소리에 쏟고 있었음. 혹시나 허니의 숨소리가 조금이라도 가빠질까, 아니면 아예 사라질까 두려워 나오는 행동이었음.
그랬는데 그렇게나 날카로웠던 신경이 자신을 부르는 허니의 목소리에, 그 미소에 탁 풀려버리다니.
혹시나, 정말 혹시나 아이를 낳다가 허니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레토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런 나날을 자신이 다시 맞이하지 못 할 것을 알았음.
그래서 두려웠음.
정말 허니에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면 어떡하지. 아직 산달까지 조금 남았는데, 벌써부터 저 아이가 허니를 이렇게도 힘들게 하는데. 출산일에 가까워질수록 허니를 더 힘들게 하면 어떡하지. 그러다가 정말 허니에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면...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결국 레토는 속에 꾹꾹 눌러담았던 마음을 조금 흘려보내기로 했음.
물론 전부를 내보낼 생각은 전혀 아니었음. 허니에게 불안감을 심어줄 생각도, 그러고 싶은 마음도 레토에게는 없었음.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조금은 허니에게 자신의 마음을 보이고 싶었음. 이 정도는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니까 이해해줘.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고작 나 혼자 하는 사랑이라도 조금은 이해해줘. 때 아닌 투정이었음.
“허니”
“네?”
“만약에, 정말 만약에 언젠가 선택을 해야할 시기가 온다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레토를 바라보는 허니의 시선은 조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음. 아마 머릿속은 물음표로 가득찼겠지. 굳이 허니의 머릿속을 열어보지 않아도 레토는 알 수 있었음. 당연했음. 레토가 이렇다 할 설명조차 제대로 해주지 않고 허니에게 갑작스럽게 말을 꺼내는 것이었으니.
그럼에도 레토는 말을 이어나가려 했음. 자꾸만 목이 막혀오는 기분이었음. 그래서 괜히 한 번 숨을 깊게 쉬었음.
“그때는 저를 선택해주세요.”
“...”
“아이가 아닌 저를.”
50.
쇼파에 앉아있던 허니가 상체를 조금 일으켜 레토 쪽으로 손을 뻗었음.
따스한 손길이 레토의 볼에 닿고 이내 작은 손가락이 그의 눈가를 살짝 쓸었음. 그리고 그 손길에 의해 볼에 물기가 묻 어나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음.
“왜 그렇게 서럽게 울고 그래요.”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과 허니의 말을 듣고서야 레토는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알았음.
그걸 알아채고 나니 이제는 시야 마저도 조금 흐릿한 것 같았음.
아, 안 되는데. 오랜만에 마주하는 허니니까 조금 더 눈에 담아둬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눈물은 자꾸만 흘러나왔음.
한 번 터진 서러움은 멈출 줄을 몰랐음. 몇 년이고 속에 꾹꾹 막아뒀던 댐이 터진 것만 같았음. 허니가 사랑하는 다른 사내, 그 와중에 허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자신, 그리고 아이.
누군가에게 말을 할 수도, 말을 하고 싶지도 않았음.
어린 아이처럼 엉엉 소리를 내며 우는 것은 아니었지만 레토는 자꾸만 조용히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출 줄을 몰랐음.
그런 레토를 보며 허니는 작게 말했음.
“마음 아프게...”
그 말이 레토의 귓속에 정확히 들려왔음. 마음이 아프다고? 날 보면서? 그 말에 어떠한 용기를 얻었는지도 모르겠음.
그렇지 않고서야 여전히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입을 열어 허니에게 질문을 하지 않았을 것임.
“제가, 제가 걱정되십니까?”
그리고 레토의 질문에 허니는 여전히 그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음.
“그럼요. 항상 걱정하고 있죠.”
“왜요?”
레토가 다급하게 물었음. 왜? 동정심인가? 그런 감정이라도 레토는 상관 없다고 생각했음. 그 어떤 감정이라도 그 폴이 라는 사내보다 더 많은 관심을 허니에게서 받을 수만 있다면 다 좋다고 생각했음.
“왜긴요.”
허니가 숨을 한 번 골랐음.
“사랑하는 사람인데. 항상 걱정하고, 염려하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있나요?”
최초의 고백이었음.
듄굗 레토너붕붕 오작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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