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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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8 01:44
대만 군은 다크?
뭐가.
초콜렛.
아아, 난 밀크.
밀크?
응. 밀크. 아니면 화이트도 좋고.
애기입맛.
뭐 인마?
호열은 킥킥 웃었다. 습관처럼 담배를 꺼냈다가 운동하는 사람 옆에서 어떻게 담배를 태울 수 있겠냐며 다시 갑에 집어넣자 대만이 뭐 어때 걍 펴 하고 털썩 주저앉았다. 어느 순간부터 호열은 대만과 함께 점심을 먹게 됐다. 가끔은 태웅과도 먹었고. 이게 모두 백호가 농구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였다. 오늘은 여우, 오늘은 만만. 가끔 소연 씨. 소연 씨와는 옥상에서 먹지 않는다. 바람에 날아간다나 뭐라나. 호열은 그럼 한 대 피울게요 하고 성냥을 켰다. 바람이 세 불꽃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치익 소리를 내며 타는 담배 끝이 붉어졌다.
아, 잠깐 일어나봐요.
아… 진짜.
빨리 일어나봐.
아 귀찮아.
호열은 가쿠란을 벗어 바닥에 깔았다. 다시 앉으라고 손짓을 하자 대만은 질린다는 표정을 했다. 넌 진짜 예상을 안 벗어난다. 그럼 앉지 말고 좀 기다리지. 호열이 연기를 훅 내뿜자 대만은 너 언제부터 담배 피웠냐? 하고 물어왔다. 글쎄요, 작년인가? 호열은 필터를 잘근잘근 씹었다. 호열의 치아로 짓이겨지는 필터를 보며 대만은 침을 삼켰다. 생각보다 붉은 입술 사이로 연기가 빠져나왔다. 금세 흩어지는 연기를 보며 대만은 고개를 재차 흔들었다.
야.
왜요.
그럼 넌 뭐가 좋은데?
초코?
응.
난 초코는 별로.
왜?
초코는 씹는 느낌이 별로잖아. 녹여 먹긴 싫고. 그리고 느끼해.
호열의 말에 대만은 하늘을 쳐다봤다. 뭉게구름이 둥글둥글 뭉쳐 꼭 코끼리 같아 보였다. 귀가 엄청 큰 아기코끼리. 덤보였나. 대만은 멍하게 샌드위치를 씹었다. 너는 가만 보면 단 거 진짜 안 먹는다. 가끔 먹어. 구라치네. 카카오 99퍼센트 이런 것만 먹는 거 아냐? 진짠데.
의미 없는 대화만 핑퐁핑퐁. 호열은 다 탄 담배를 휴대용 재떨이에 넣었다. 담배 한 대를 태울 동안 대만은 고작 샌드위치를 두 입 먹었다. 운동하는 사람이 왜 이리 못 먹냐고 핀잔을 주니 먹기 싫은데 먹는 거야. 하곤 열심히 턱을 움직인다. 요즘 먹는 양이 줄었어. 대만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군단녀석들은 뭘 하는지 머리를 맞대고 자기들끼리 낄낄거렸다. 아마 또 이상한 얘기 중일 거다. 호열이 엎어둔 책을 집어들자 대만이 오렌지 주스를 불쑥 내밀었다.
따줘요?
너 마셔.
왜요. 오렌지 주스 싫어?
너무 셔.
애기입맛 맞네.
야!
대만은 정말 놀리기 좋은 인물이다. 쿡 찌르면 배로 반응이 돌아온다. 포도 주스는 어떠냐니까 그건 또 좋단다. 단 걸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호열은 알 수 없었다. 옆집 솔이 보다도 단 걸 좋아하는 거 같은데, 담에 초콜릿이라도 사줄까 싶어졌다. 라벨도 안 붙은 유리병. 딱 봐도 집에서 직접 착즙한 모양새다. 저번에 잠깐 본 대만의 어머니는 요리의 ㅇ자도 안 하게 생기셨던데. 호열은 대만이 준 오렌지 주스의 뚜껑을 땄다. 새콤한 오렌지 주스를 마시니 대만이 자길 빤히 쳐다봤다.
다시 줘요?
아니. 이러나저러나 잘 마신다 싶어서.
호열은 피식 웃었다. 대만이 동물이라면 고양이가 아닐까. 호열은 알바하는 라멘가게에서 밥을 챙겨주는 삼색고양이 미미를 떠올렸다. 자기 좋을 땐 이리저리 치대고 나쁠 땐 영 반응이 안 좋은, 길냥이면서 무지하게 깨끗한 고양이를. 밥을 챙겨주면 좋다고 골골거리다가 뭔가에 토라지면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이다. 근데 그게 또 밉지는 않다. 첫 만남은 좋지가 않았다. 제멋대로 손을 뻗었다가 대차게 긁혔다. 손등에 맺힌 피를 보다 안 건드리겠다며 일어나니 갑자기 다리에 매달려 쓰다듬어달라고 치대는 게 꼭 그날의 정대만 같았다.
근신이 끝나고 돌아오자 머리를 짧게 친 대만이 찾아왔다. 호열이 점심시간마다 옥상에 간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백호가 말해준 게 뻔했지만) 찾아와선 미안하고 고맙다며 말을 했다. 볼과 이마에 붙은 반창고를 빤히 보던 호열은 뭐라 말하려다 알면... 잘해요. 한 마디를 남겼다. 입술을 꾹 깨물던 대만은 호열의 한 마디에 살짝 웃었다. 턱밑에 난 흉터가 움직였다. 자기처럼 대충 집에서 꿰매 삐뚤삐뚤한 흉이 아닌, 제대로 꿰매 정직한 흉터.
그 후로 대만은 종종 옥상으로 올라와 점심을 같이 먹었다. 메뉴는 도시락이거나 어디선가 사온 것들. 살 좀 찌라며 많이 챙겨주셔서 다 먹지도 못한다며 투덜거리자 백호는 그런 대만에게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며 고갤 숙였다.
만만 군은 안 먹어?
난 다 먹었는데.
그거 먹고 배가 차?
네가 너무 많이 먹는다는 생각은 안 하냐?
호열은 군단과 대만이 모여있는 걸 보며 담배를 태웠다. 식사 중 담배냄새는 좀 별로지 않아? 거기다 스포츠맨이 둘이나 되니까. 호열은 담배를 챙겨 저 멀리로 자리를 옮겼다. 가오 때문인지 아님 집에 남은 게 그것뿐인지 호열은 꼭 성냥으로 불을 붙였다. 언제가 봤던 홍콩 영화 속 주인공처럼. 대만은 멀찍이 있는 호열을 쳐다봤다. 깔끔하게 넘긴 리젠트. 새하얀 피부는 빛이 났다. 키에 비해 커다란 손이 얼굴 근처로 왔다 갔다 한다. 대만은 호열과 눈이 마주치자 티가 나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다 보이는데. 왁자지껄 떠드는 친구들을 보던 호열은 노골적으로 대만을 훑었다. 저 사람도 자길 그렇게 쳐다보는데 응당 받아쳐 줘야지 싶었다. 짧게 친 머릿밑으로 드러난 이마, 그 밑에 솟아있는 눈썹 뼈와 코. 잘 정돈된 눈썹 밑으론 꽤 길이가 긴 속눈썹. 그리고 올리브색 눈. 이젠 부어있지도, 얼룩덜룩하지도 않은 매끈한 볼을 지나면 입술이 보인다. 산호색 입술은 부리처럼 나오기도 했고 시원하게 웃기도 했다. 호열은 담배 끝을 씹었다. 언제부터 생긴지 모를 습관이었다. 그냥 저 사람만 보면 뭐든 씹어버리고 싶어서 그런 걸지도. 사실 지금 당장 씹어버리고 싶다. 죄다 씹어 얼룩덜룩하게 만들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했다. 아 이건 좀 위험한데. 호열은 조용히 웃었다. 남들이 보면 미쳤다고 하겠는데. 짧아진 담배를 버린 후, 호열은 담뱃갑에서 한 대를 더 꺼냈다. 호열은 대만과 가까워진 뒤 늘어난 흡연량에 대해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태울 생각은 없었는데 영 도움이 안되는 사람이다. 내일부턴 사탕이라도 먹어야 하나. 호열은 연기를 내뱉었다. 내뱉은 연기 사이로 대만과 눈이 마주쳤다. 삽시간에 붉어지는 얼굴을 보며 호열은 킥킥 웃었다. 저렇게 감정을 못 숨기는데 어떻게 양키 짓을 하고 다녔는지 의문이다. 옆에 있던 놈들이 커버쳐줘서 그런가.
빼빼로?
들어봐. 아몬드는 너무 걸리적거려. 안 그러냐? 매끈한 초코코팅에 울퉁불퉁 아몬드가 웬 말이에요.
그럼 초코필드는요.
그건 뭔가 별로야. 미끌미끌해.
뭔 차이예요. 겉에 바르나 안에 바르나 똑같지.
다르지! 초코 맛이 싹 나야 하는데 입에 넣으면 과자 맛이 먼저 나잖아.
호열이 담배를 다 태우고 무리에 합류했을 때, 남자 다섯은 정말 쓰잘데기 없는 걸로 토론을 하고 있었다. 곧 있을 빼빼로 데이 얘기를 하다 어떤 빼빼로가 제일 맛있는지 하는 그런 얘기. 대만은 씹는 맛이 중요하다며 아몬드 빼빼로를 얘기했고 구식이는 초코필드, 용팔이와 백호는 빼빼로라면 전부 맛있다는 얘길 했다. 잠자코 듣기만 하던 대남은 근데 중요한 건 우리 중 그 누구도 빼빼로를 못 받을 거 같다는 거야... 하고 침울한 목소리를 냈다.
그게 뭐가 중요해.
중요하지.
호열이 넌 조용히 해. 인기인은 이런 슬픔 모른다.
양호열 좋아하는 애들 많냐?
대만이 묻는다. 쪼로로록. 대남이 텅 빈 주스 팩을 빨아들이자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얘는 중학교 때부터 인기 많았어요. 발렌타인 데이 이럴 때 초콜릿 꽤 받지? 서태웅처럼 막 쌓이게 받는 건 아닌데. 그, 알죠? 나중에 알고 보니 전부 얘를 좋아한다. 뭐 이런 거.
하는 짓을 봐요. 여자애들이 좋아하게 행동하잖아요.
백호는 사과 음료를 쭉쭉 빨며 호열을 노려봤다. 호열이 푸하하 웃으며 자 내 것도 먹어라 하고 주자 양호열은 배신자라며 사과 음료를 쭈욱 뜯어 한 입에 털어넣었다. 백호의 손바닥 반보다도 작은 미니 사이즈 음료 팩이 갈가리 찢겼다. 호열은 중학교 때부터, 아니 사실은 초등학교 때부터 이런 데이란 데이에 꽤나 많은 것들을 받았다. 단 것들도, 고백도. 중학교 시절, 그때도 해동중에서 안 좋은 쪽으로 이름깨나 날린 호열이었건만 여학생들은 호열에게 숱하게 고백해왔다. 심지어는 백호가 고백하려던 2-b반의 긴 생머리 여학생이 호열의 앞에서 볼을 붉히며 손가락을 우물쭈물 거리다 좋아한다 고백해 호열이 아주 난처해진 적도 있었다. 호열은 예의 바른 미소로 점잖게 거절의사를 밝혔고 숨어서 그걸 보던 백호는 눈물을 쭐쭐 흘렸다. 호열은 왜 자신의 인기가 많은지 전혀 몰랐다. 그렇게 다정하지도 재미가 있지도 특별히 여자애들과 친분이 있지도 않았다. 아는 여자라곤 어머니와 알바 할 때 같이 일한 누나들이 다였고 호기심에 몇 번 사귄 여자들은 하나같이 전부 넌 너무 다정하다며 이별을 통보했기에 호열은 더욱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다정한 게 좋다며 다가와놓고는 이젠 너무 다정하다며 헤어지자니, 정말 알기 어렵다. 호열은 그렇게 모든 연애에서 차였다. 오히려 이득이었다. 쓸데없이 상처를 주고 싶진 않았으니 상대방이 헤어짐을 얘기하면 호열은 가만히 따랐다. 흔히 말하는 이별의 슬픔 이런 건 호열에겐 먼 이야기였다.
대만은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호열을 가만 쳐다봤다. 사실 꽤 인기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흔한 양아치들처럼 여자들에게 질 나쁘게 굴지 않았다. 가만 보면 치수의 동생인 소연과도 서로 친근하게 이름을 부른다거나, 가까이 있어도 어색해 보이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대만은 태섭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양호열 걔가 진짜라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거 같다는 말이었다. 눈치도 빠른데다 쓸데없이 일이 커지는 걸 중재할 줄 아는 놈이라고 했었나. 이성과의 관계에서도 아마 그럴 거란 생각을 했고, 며칠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확실하게 알았다. 기본적으로 양호열은 매너가 좋은 놈이고 선을 지킬 줄 알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놈이다. 그러니 지금, 자신과도 꽤 잘 지내는 거란 생각을 했다.
그러고보니 너 저번에 만난다던 누나랑은 어떻게 됐냐?
헤어진지 오랜데.
왜? 그 누나 되게 예쁘잖아.
예쁜 게 뭐.
이 새끼 맨날 예쁜 사람만 만나서 이제 별 감흥도 없나 보다.
호열은 피식 웃었다. 그리곤 옆에 뒀던 책을 들었다. 지난 번에 읽었던 책과 달랐다. 공부는 드럽게 안 하는 거 같은데 책은 잘 읽는지 매번 읽는 책이 달라졌다. 페이지 끄트머리에 손가락을 가볍게 얹은 호열은 대만을 쳐다보며 나 뚫리겠다. 물어볼 거 있어요? 하고 웃었다. 대만은 아니라며 마저 읽으라고 손짓을 했다. 호열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하더니 다시 글자들을 눈에 담았다. 대만은 입안이 써 헛기침을 했다.
그날 대만은 꿈을 꿨다. 호열이 누군가와 함께 걷고 있는 걸 바라보는 꿈이었다. 호열의 옆에서 웃고 있는 사람은 자기처럼 갈색 머리가 아닌 검정색 긴 머리를 가졌고 자기처럼 옅은 색의 눈이 아닌 짙은 갈색의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 자기처럼 흉터가 있지도 않았고 자기처럼 키가 크지도 않았다. 애초에 남자가 아니었다. 누가 봐도 귀엽고 예쁘다는 생각을 할 만한 여자와 걷고 있는 양호열. 대만은 그 둘을 바라만 봤다. 너무나도 완벽해 보여 감히 말을 걸 수조차 없었다. 호열을 부르려고 입술을 달싹이자 어떻게 알았는지 호열이 먼저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하는 말은,
대만 군, 지각하겠다. 얼른 일어나.
아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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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 데이 이런 건 다 상술 아닌가? 호열의 고개가 살짝 비뚜름해졌다. 신발장에 놓인 빼빼로 박스와 편지. 준 사람에겐 미안하지만, 빼빼로는 백호의 입으로 들어갔다. 편지는 클래식한 내용이었다. 너를 좋아한다, 방과 후 체육관 뒤에 있는 녹색 벤치에서 기다리겠다. 호열은 편지를 조심히 접어 가방에 넣었다.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편지는 소중하니까 최대한 구겨지지 않게 넣었다. 교실로 올라가 당연하게도 서랍을 먼저 휘저은 호열은 네 개의 단 것들을 꺼냈다. 하나는 그냥 초콜릿. 나머지는 빼빼로. 그 중 하나는 아몬드 빼빼로였다. 초록색 박스를 가만 보던 호열은 별안간 웃음을 터뜨렸다. 백호가 웃기만 할 거면 빼빼로를 달라길래 백호에게 넘겼다. 저번 주, 옥상에서 어떤 빼빼로가 제일 맛있는지 토론을 하던 정대만이 생각났다. 아몬드 좋아한댔나.
백호야 아몬드 하나만.
엉.
하나 먹은 빼빼로는 역시 별 맛이 없었다. 너무 달콤했고 씹는 맛이 좋다기보다 좀 거슬린다는 평이 호열에겐 더 와 닿았다. 오독오독 빼빼로를 씹자 백호가 선심을 쓰듯 빼빼로를 더 내밀었다. 원래 내 건데 엄청 선심 쓴다? 하고 놀렸더니 한 번 줬으면 땡이지. 너 먹지마.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호열은 너 다 먹어라 하고 서랍에 있던 빼빼로를 다 꺼내 백호의 책상에 쌓아줬다.
오늘 언제까지 해?
어?
농구 말야.
오늘 늦게까지는 안 할 거 같은데.
그래?
응. 오늘 일찍 끝내기로 했어.
...그럼 나 오늘 먼저 간다.
엉.
백호는 초콜릿을 까 입에 넣었다. 꽤 커다란 초코볼을 단숨에 씹어 삼킨 후 아 초코는 너무 빨리 녹아아... 하며 엎어졌다. 호열은 그런 백호를 보며 피식 웃었다. 빨리 녹는 게 아니라 네가 빨리 씹는 거 아니고? 입가에 잔뜩 묻은 초코를 닦아주며 이제 그만 먹으라고 잔소리를 하자 백호는 좀만 잘게 하고 눈을 감았다. 호열은 백호를 쳐다보다 성냥갑을 빙글빙글 돌렸다.
정대만에게 줄 단 것을 사러 편의점에 들릴까, 아님 수제 초콜릿 샵에 갈까 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사귀고 싶은 생각도, 아니 애초에 마음을 전할 생각은 없다. 지금처럼,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고, 그 사람도 날 좋아하는 선에서 끝내고 싶다. 이게 무슨 이상한 마음인지... 하지만 호열은 그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그 사람은 정대만이고 난 양호열이니 간극이 넓어도 너무 넓어서 연인 같은 낯간지러운 관계로 묶일 수 없다. 그냥 이 관계가 좋지. 그리고 그냥 먹는 거라면, 그리고 그 정대만이라면. 좀 더 좋은 초콜릿이 낫지 않나? 싶은 거다.
집 근처에 꽤 괜찮은 디저트 가게가 있는데 거길 갈까. 호열은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을 다 했다.
호열은 학교가 끝나자 체육관으로 향했다. 체육관 근처면 아는 사람이 있을 확률이 너무 높아 별론데.. 그렇지만 아예 안 나가는 것도 좀... 호열은 거절을 한대도 만나서 직접 하는 게 예의라 생각했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에 있는 녹색 벤치. 그 앞에 서 있는 단발머리 여자가 눈에 띄었다. 저 사람인가. 호열이 다가가자 그 여학생은 깜짝 놀라며 저기.. 하고 입을 열었다. 호열은 고맙지만 받아줄 수 없다며 최대한 부드럽게 얘기했다. 이런 건 빨리 끝내야 상대방에게도 좋으니까. 여자는 그럴 거 같았다며 호열에게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손 한 번만 잡아줄 수 있냐는 부탁을 했다. 호열은 어렵지 않은 부탁이라며 여자의 손을 맞잡았다. 호열은 정말 무례한 생각을 했다. 지금 잡고 있는 작고 부드러운 손 보다, 운동하는 거친 손이 좀 더 좋네 따위의 생각이었다.
대만아 너 오늘 체육관 가냐?
어? 어...…
뭘 봤길래 그래? 아. 너도 꽤 받았으면서 뭘... 아님 지금이라도 서은지한테 가서 사귀자고 해.
미쳤냐. 가라.
어. 간다.
호열이 하나 간과한 게 있었다. 대만은 체육관을 갈 때 꼭 녹색벤치가 보이는 옆길로 온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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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열은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결국은 수제 초콜릿 샵으로 향했다. 디저트는 너무 취향을 많이 타니까. 뭘 좋아하는지 아직은 잘 몰랐으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들어서자마자 나는 단내에 호열은 눈앞이 핑 도는 거 같았다. 호열이 쇼케이스 앞에 서자 점원이 쇼케이스에 들어있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호열은 쇼케이스를 한참 동안 들여다 봤지만 이미 꽤 좋은 것들은 많이 나간 후라 적당한 사이즈의 초콜릿 박스를 골랐다.
죄송한데, 이건 다크 초콜릿이에요?
네. 이거랑 이건 다크예요.
혹시 다크 초콜릿을 밀크나 화이트로 바꿀 수 있을까요?
네, 돼요. 다크 두 개를 밀크랑 화이트로요. 잠시만요.
감사합니다.
포장도 해드릴까요?
해주세요.
호열은 진열된 초콜릿들을 봤다. 동글동글한 초콜릿을 하루종일 먹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정대만은 좀만 큰 걸 먹으면 금방 볼이 부푼다. 입안이 좁은가. 이 정도 크기면 하나만 먹어도 볼이 빵빵해지겠는데. 박스 안에 든 제일 큰 초콜릿 두 개를 보던 호열은 햄스터 마냥 볼이 빵빵해진 대만을 상상했다. 호열에게 포장이 다 되었다며 종이가방을 내민 점원 덕에 호열의 상상이 끝이 났다. 호열은 포장된 박스를 받아들고 가게를 나섰다.
호열은 초콜릿샵에서 우회전, 그러니까 대만의 집으로 가는 길을 슬쩍 봤다. 저길 지나서 갈까. 어차피 오늘도 연습이 있다 했으니 약간 돌아가도 늦지는 않을 거다. 거기다 지금쯤 가면 손이 빨개지도록 공을 튀기고 있을 게 뻔했다. 호열은 대만의 집 쪽으로 향했다.
호열은 대만의 집에 두 번 정도 가봤다. 당연히 집 안까지 들어간 건 아니고 딱 대문. 거기까지. 한 번은 대만과 어쩌다 보니 하교를 같이 해서 집까지 데려다 줬다. 호열이 설렁설렁 걷는 대만에게 또 불량학생들이랑 노는 거 아냐? 하고 졸졸 따라가자 대만은 마음대로 하라며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대만이 배 안 고프냐며 묻길래 같이 라멘을 먹었고, 그 후 대만이 짠 거 먹으니까 단 게 끌린다며 아이스크림 가게에도 갔다. 야 너도 걍 소프트콘 먹어. 대만은 호열의 의견은 묻지 않았다. 강제로 호열에게 소프트콘을 쥐어줬다. 둘은 나란히 걸으면서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호열이 콘의 마지막 부분을 먹자 대만은 집에 다 왔다며 호열을 쳐다봤다. 호열이 대만에게 그럼 내일 봐요 하고 빙긋 웃으며 손을 흔들자 대만도 엉 가라 하고 대충 손을 휘적휘적 저었다. 안 가냐? 들어가는 거 보고. 아... 진짜... 알았어. 얼른 가. 호열은 대만이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까지 보고 나서야 몸을 돌렸다.
바보.
호열은 입가에 콘 부스러기가 잔뜩 묻은 대만을 보고도 굳이 말을 해주진 않았다. 귀엽기도 했고 이제 곧 집인데. 그리고 그 다음 날, 대만은 호열에게 너 인마 어제 왜 말 안 해줬어! 하는 짜증을 냈다.
그리고 또 한 번은 주말.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이었다. 어쩌다보니 카페에서 만나 합석을 했다. 혼자 앉아 라떼를 마시던 대만에게 누군가 불쑥 냅킨을 내밀었다.
[당신이 마음에 들어서 그런데 합석해도 될까요?]
대만은 피식 웃더니 그러세요 하고 고갤 위로 젖혔다.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인 호열과 눈이 마주쳤다. 기대했어요? 호열이 대만의 앞에 앉았다. 대만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옅게 웃으며 빨대로 음료만 휘저었다. 컵 안에 담긴 레몬조각이 빙글빙글 돌았다.
어디 갔다 왔어요?
아, 친구 만났어.
불량한 친구들은 아니었겠지?
아니야, 자식아.
호열이 어깨를 으쓱거리자 대만이 바로 발끈했다. 예전에! 그러기 전에! 친했던 애야! 대만 군, 카페에서 큰 소리를 내면 어떡해. 아오 진짜. 대만이 의자에 몸을 기댔다. 호열이 웃으며 대만은 천천히 훑었다. 폴라넥에 시계, 짧은 머리도 이리저리 만진 티가 났다. 향수까지 뿌린 거 같은데. 되게 신경 써서 입어놓고 친구는 무슨.
넌 어디 갔다 와.
잠깐 알바.
알바는 어디서 했는데?
우리 갔던 라멘집 골목에 있는 cd샵 알아요? 3층에 있는 거.
알지.
거기요. 갑자기 부탁해서 하고 왔어요.
뭐 했어?
그냥 청소도 하고 새로 들어온 것들 정리하고... 이 정도?
대만은 호열의 말을 들으며 고갤 끄덕였다. 그러면서 또 빨대로 음료를 휘휘 저었다. 대만의 컵엔 음료가 별로 남지 않아 레몬조각이 벽에 이리저리 부딪혔다. 호열은 자신의 찻잔에 가득 들어있는 홍차를 봤다. 동동 뜬 레몬조각이 좀... 짜증이 나서. 다음부턴 레몬은 넣지 말아 달라고 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둘은 꽤 길게 얘기를 이어갔다. 알바 얘기가 끝난 뒤엔 대만의 친구 얘기를 들었고 서점에 들러 책을 산 얘기도 했다. 뭘 샀냐고 묻는 대만에게 호열은 책을 꺼내 보여줬다. 러시아 소설. 대만은 호열의 책을 쓱 훑어보곤 러시아 소설은 이름이 너무 어렵다고 금방 덮어버렸다. 그 후엔 농구 얘기도 좀 했다. 호열이 아무리 주워들은 게 있어도 농구를 직접 하고 프로농구선수를 꿈꾸는 대만에 비해선 아는 게 거의 없으니 대체로 듣는 쪽이었다. 사실 농구 내용이 막 기억에 남진 않았다. 대신 호열은 대만의 살짝 올라간 입꼬리를, 대만이 말을 할 때마다 움직이는 손을, 몸을 숙이거나 기댈 때마다 달라지는 몸을 봤다.
슬슬 가야겠다. 되게 오래 있었네.
그러네요. 일어나죠.
대만이 먼저 움직이자 호열도 뒤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자연스레 또 대만을 집까지 데려다 줬다. 대만은 왜 이쪽으로 가냐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발을 맞췄다. 중간중간 영양가 없는 대화(주로 좀비 사태가 터지면 어떻게 할 건지, 버튼을 누르면 1명이 죽고 안 누르면 5명이 죽는데 그 버튼을 누를 건지 말 건지 이런 거였다.)를 하며 대만의 집까지 갔다.
대만아!
대문 앞에서 대만에게 배웅을 하고 가려는데 누군가 뒤에서 대만을 불렀다. 기품 있는 중년 여성. 호열은 보자마자 대만의 어머니란 걸 알았다. 전체적인 분위기며 얼굴의 생김마저 닮아 호열은 어머니가 혼자 낳으셨나 하는 이상한 생각마저 했다. 대만은 어머니께 호열을 학교 후배라고 소개했다. 어머니가 반갑다며 손을 내밀자 호열도 서글서글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묘한 죄책감이 밀려왔다. 전에 아드님 얼굴을 알록달록하게 개박살낸 놈이 접니다. 죄송합니다. 호열이 마음속으로 사죄를 하는 동안 대만은 자신의 어머니를 집으로 밀어 넣었다. 비밀을 들킨 사람마냥 급한 모양새에 호열과 어머니는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대만 군은 어머니를 많이 닮았네.
어? 아 그 소리 많이 들어.
어머니 되게 미인이시다.
내 미모가 어디서 나왔겠어.
음... 남자로 바뀌면서 약간 잘못된 거 같기도 하고.
야!
농담이에요. 들어가요.
어. 잘 가라.
또 저번처럼 손을 흔들었다. 대만도 답을 해줬다. 이번엔 휘적휘적이 아니라 흔들흔들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호열은 밀린 집안일을 끝내고 새로 사온 책을 펼쳤다. 대만이 카페에서 열었다가 금방 덮어버렸던 러시아 소설이었다. 첫 페이지를 펼치자 뭔가가 팔랑팔랑 떨어졌다. 낮에 갔던 카페의 냅킨이었다. 호열은 자신이 냅킨을 이런 곳에 끼워었나? 하며 떨어진 냅킨을 주웠다.
[너인 거 알고 있었어.]
호열의 귀가 새빨개졌다.
-
호열은 학교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아마 아직도 체육관에서 농구를 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체육관 근처에 다다르자 공 튀기는 소리와 신발 마찰음이 들렸다. 호열이 살짝 체육관 문을 열자 바로 대만과 마주쳤다. 쉬고 있던 건지 벽에 몸을 기댄 채였다.
아 깜짝아.. 너 왜 여깄냐?
잘 하고 있는지 보려고요.
강백호 아직 하는 중인데.
백호 보러 온 거 아닌데.
그래?
대만은 밑에 둔 물병을 집으려 몸을 숙였다. 호열의 시선도 자연스레 밑으로 향했다. 커다란 쇼핑백 안에 초콜릿과 빼빼로가 가득했다. 호열의 눈썹이 삐뚤게 올라갔다.
오늘 받은 거?
어. 혼자는 다 못 먹을 거 같아서. 애들 중간중간 당 떨어지면 먹으라고 하려고 아예 여기다 갖다놨어.
대만은 별일 아니라는 듯,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페트병 뚜껑을 돌렸다. 뚜둑 하고 뚜껑이 열렸다. 병에 맺혀있던 물방울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이크 큰일났다. 대만이 수건으로 물병 밑을 감쌌다.
너도 줘? 여기 다크도 있던데... 어디 있더라...
대만이 쇼핑백 안을 뒤적였다. 호열은 대만에게 자신의 손에 들린 쇼핑백도 내밀었다. 쇼핑백이 정말 가까이, 눈앞에서 흔들렸다.
뭐야.
당신 주려고 산 거.
어?
이거랑 그것들 교환해요.
어?
고백도 받았어?
그렇... 지?
받아줬어요? 그 사람이 사귀기로 했어?
아... 니?
그럼 상관없네요.
그렇긴... 한데...
이거랑 교환해요.
싫어요?
호열은 대만을 내려다봤다. 손이 떨렸다. 고백 비스무리한 것도 하고 싶지 않다던 다짐은 손바닥 뒤집듯 뒤집혔다. 확실히 눈으로 직접 보는 게 충격이 크다. 대만이 받았다는 것들을 보다보니 참을 수가 없어서. 호열은 자신이 이렇게까지 변덕스럽다는 사실에 헛웃음이 났다. 이래서 정대만과 엮이고 싶지 않았는데. 호열은 정대만의 존재 자체가, 가불기라는 걸 인정했다. 가불기 고양이. 이거 진짜 최악이네.
대만은 뒷머리를 몇 번 만졌다. 아... 대만은 호열을 한 번 쳐다봤다. 눈이 마주치자 "그럼 뭐 난 네 초콜릿 받아들고 너랑 사귀면 되냐?" 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대만은 손을 뻗었다가 거두더니 곧바로 호열의 손에 들린 초콜릿을 받았다. 쇼핑백의 손잡이 부분이 따뜻했다.
고... 마워.
그럼 이건 제가 가질게요.
어. 그래.
호열은 착실하게 밖에서 신던 신발을 벗었다. 그리고 대만이 받았던 것들 전부 챙겼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쪽으로 가 하나하나 확인을 한 다음, 대만의 이름이 적힌 것들과 직접 만든 거 같은 것들은 도로 쇼핑백에 넣고 이름이 없는 것들을 차례로 나눠줬다. 대만은 호열의 행동을 멍하니 쳐다봤다. 미친 놈. 대만이 살며시 웃었다.
쉬는 시간이래요. 태섭 선배가.
아니 그러고 보니 너 송태섭한테는 꼬박꼬박 선배라 하면서 왜 나한테는...!
호열은 대만에게 줬던 초콜릿을 도로 빼앗았다. 예쁘게 포장된 초콜릿 박스를 마구잡이로 열어 안에 들어있는 초콜릿 중 제일 큰 걸 대만의 입에 넣어줬다.
맛있죠?
... 웅.
입안이 꽉 찬 대만이 고갤 끄덕였다. 웅.이라니 진짜 귀엽네. 호열은 대만을 끌어 앉히고는 뚫어져라 쳐다봤다. 호열의 예상처럼 볼이 햄스터처럼 부풀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뭔데.
전에 냅킨에 글씨 써서 줬잖아요. 카페에서.
아... 어.
언제 했어요?
너 잠깐 물 가지러 갔을 때.
볼펜이 어디 있었는데?
옆자리 아저씨한테 잠깐 빌렸어.
그랬구나.
호열은 두 번째 초콜릿을 꺼냈다. 이번엔 화이트. 대만은 아 하고 입을 벌렸다.
나도 궁금한 거 있는데.
뭔데요.
너 오늘 고백받았지?
어떻게 알았대?
아까 봤어. 저기 녹색 벤치에서.
호열은 대만이 받은 빼빼로 박스를 열었다. 뜯어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지만. 그리고 서 너 개씩 한 번에 입에 넣었다. 오독오독 소리에 대만이 웃음을 참았다. 호열은 대만을 쳐다보다 초콜릿을 하나 더 넣어줬다. 10개 중 3개를 먹어 이제 7개가 남았다.
거절했어.
그래?
응.
그럼 됐어.
대만은 손가락으로 바닥을 두드렸다. 반대쪽에선 농구부원들 전부 빼빼로를 나눠 먹고 있었다. 깔깔거리는 웃음소리와 백호의 고함이 뒤섞였다. 호열은 또 초콜릿 하나를 대만의 입에 넣어줬다. 너무 달아서 혀끝이 아팠다.
이제 그만 줘도 되는데...
안돼. 오늘 다 먹어.
미쳤냐. 어떻게 다 먹어. 네 개밖에 안 먹었는데도 혀가 빠질 거 같은데?
단 것도 좋아하면서 왜 못 먹어.
야 넌 그럼 저거 다 먹어.
응. 오늘 대만 군 훈련 끝날 때까지 내가 다 먹을게.
오냐.
쉬는 시간이 끝났다는 태섭의 말에 대만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호열은 웃으며 대만에게 하나를 더 넣어줬다. 이제 남은 건 다섯 개. 이건 집 가면서 천천히 먹여야겠단 생각을 했다. 대만은 눈썹을 잔뜩 찡그린 채 부원들이 모두 모인 곳으로 달려갔다. 멀리서 태섭이 대만에게 다 먹고 오라고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호열은 다른 빼빼로 상자를 열었다. 이번에도 여러 개를 꺼내 입에 쑤셔 넣고 기계처럼 씹었다.
호열이 새로운 빼빼로 상자를 열자 연습경기가 시작됐다. 초코필드. 대만이 싫어한다고 한 거였다. 호열은 초코필드 빼빼로 한 개를 입에 넣었다. 대만이 말한 것과 같았다. 다른 빼빼로에 비해 뭔가 미끌거렸다. 음, 역시 이것도 별로네. 호열의 턱이 천천히 움직였다.
대만은 경기 중간중간 호열을 쳐다봤다. 호열은 안 뜯은 새것들은 바닥에 꺼내놓고 다 먹은 후 빈 상자와 비닐은 쇼핑백에 차곡차곡 넣었다. 대만은 주특기인 3점슛을 성공한 다음 다시 한 번 호열을 쳐다봤다. 자신을 쳐다보고 있던 호열이 웃었다. 미친 새끼. 대만도 호열을 마주 보고 웃었다. 당분간 단 건 안 먹어도 될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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