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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7 21:08
메옵 스파클링 스스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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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블비. 정말로 우리가 알던 스타스크림은 전쟁으로 죽어버린 걸까?


모두가, 하다못해 캐리어와 사이어, 제 스파크메이트마저도 범블비는 전쟁 이전의 평화와 전쟁의 시작을 기억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했어.
그렇지만 범블비는 전부 기억하고 있었지.


옵틱도 제대로 뜨지 못하던 갓난 스파클링이던 자신을 어루만지는 캐리어와 사이어의 손길을 기억하고 있었고,
툴툴대면서도 캐리어와 사이어가 없는 날이면 제 곁을 지키면서 리챠징에 들어갈 때까지 스파클링용 데이터패드를 읽어주던 스파크메이트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었어.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 긴 탐사를 마치고 홀로 돌아온 스파크메이트가 자신의 쿼터에서 울부짖으며 제트파이어의 이름을 부르던 것도 기억하고 있었지. 
미확인 행성 탐사에서 파트너를 잃고 사이버트론으로 돌아온 스타스크림은 끊임없이 기관에 수색대 요청을 넣었지만, 한낱 광부 출신 검투사와 사서의 스파클링에, 비행체에 불과한 메크의 요청은 매번 1차 심사도 넘기지 못하고 반려되었어. 
사이어와 캐리어도 그들의 스파클링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그들로서도 해줄 수 있는 일엔 한계가 있었겠지.
그렇게 까칠하지만 상냥했던 제 형제는 점점 모든 일에 신경질적으로 변해갔고, 불운하게도 사이버트론의 분위기도 점차 긴장이 감돌기 시작했지.


이 뒤는 역사에 기록된 대로야.
썩어빠진 사이버트론 사회를 뒤집어엎겠다며 일어선 제 사이어.
그러나 사이어의 방식에는 동의하지 못했던 캐리어의 죽음과 부활.
오토봇이 아니면 디셉티콘이라는 흑백논리가 지배하게 된 사회.
사이어의 곁에 선 형제와 캐리어의 품에 안긴 저.


범블비가 이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메크는 오직 전쟁의 발발 과정에서 유리되어 있었던 제트파이어 뿐이었어.
자신이 알던 스타스크림과,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본 스타스크림과의 괴리에서 괴로워하던 제트파이어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털어둔 비밀이었겠지. 
그를 잃고 스타스크림이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어떻게 지금의 스타스크림이 되어버리고 말았는지를 들은 후 제트파이어의 얼굴은 여러 감정을 담고 있었어. 그 뒤로는 밤중에 별을 보다가도 아마도 네메시스가 있을 하늘 쪽으로 고개를 돌리곤 하는 제트파이어도 범블비만이 아는 비밀이었어.


어쨌든 그랬던 범블비였던 만큼 종전 후 제트파이어와 스타스크림이 다시 만나기 시작했단 소식을 듣고 스파크가 뛰는 건 당연한 일이었지.
에너존국을 너무 많이 마신 나머지 도서관에 가 ~좋은 삼촌메크가 되는 법~이란 제목의 데이터패드를 읽어보기도 했을거야. 
그런데 뜬금없이 제트파이어와 콘적스를 맺을 생각이 없다니???
수백만년간 이어온 그 삽질을 두고도??? 물론 콘적스 여부야 당사메크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어느 정도는 자신의 지분이 분명히 들어있다고 생각하는 범블비로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겠지.


그래서 범블비는 스타스크림의 논문을 인질로 잡았어.


-제트파이어와 콘적스를 안하려는 이유를 말해!! 안 그러면 형은 평생 학사 따위로 봇생을 끝내게 될 거니까!!!!!!


-야 이 미친 벌새끼야!!!!!!!!! 


제트파이어의 실종과 전쟁의 발발로 중퇴했던 아이아콘 과학 아카데미를 재입학했던 스타스크림은 제 스파크보다도 중요하다 말할 수 있는 논문 데이터패드가 빌어먹을 스파크메이트의 손아귀 안에 있는 것을 보며 빠득 소리를 냈어.
널레이를 쏴버릴까? 아니 저 호박벌 놈은 둘째치고 논문이 날아가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은데...! 


결국 긴 침묵 끝에 제 동체 도색보다도 새빨개진 페이스플레이트를 들고 스타스크림이 속삭였어.


-......없으니까!


-뭐?


-......없다고!


-더 크게 말해! 논문이 걱정되지도 않냐!!


-아악!!!!!! 걔 아니면 난 친구 없다고!!!!!!!!!!!!!!


............뭐? 정말 뜻밖의 이유에 범블비는 벙찌겠지. 그러거나 말거나 한번 입을 열어버린 스타스크림은 끝까지 열기로 결심한 모양이었어.


-너같이 메크 잘 사귀고 그러는 애들은 모르겠지만...! 난 예전에도 지금도 걔밖에 친구가 없단 말이야......! 근데 걔랑 콘적스까지 되어버리면 친구가 하나도 없는 메크가 되는 거잖아!!!!!!


-...... 씨커즈는 뭔데??!?!


-야!! 걔네는 씨커즈고!!!!


-ㅅ..사운드웨이브나 쇼크웨이브는!!!!!


-전쟁으로 만난 놈들이 뭔 친구야!! 걔네는 잘쳐봐야 동료지!! 


............ 정말 어떻게 이런 이유로 거의 서류만 올려놓지 않다시피 한 콘적스 관계를 꿋꿋이 친구라고 밀고 나가겠다는 거지. 
범블비는 정신이 아득해졌어. 사이어랑 캐리어는 스타스크림이 콘적스 맺지 않을거란 말에 자기네 스파클링이 너무 긴 전쟁으로 인해 콘적스 관계라는 것에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나, 우리에게 말하지 못할 곤란한 사정이 있나 별의별 추측을 다하고 있던데 정작 그 장본메크는...... 아니근데 씨커즈 트라인 정도면 친구 아닌가? 내가 비행체의 문화를 몰라서 그런가 하긴 우리 가족 중엔 비행체가 형밖에 없긴 한데... 근데 그라운더가 보기엔 트라인은 충분히 친구관계라 할 법하던데...
아니다. 세상에는 수백만의 메크가 있고 모든 메크가 각자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또 다를 테니까......


아니근데시발진짜......




하 센세들 글 대체 어떻게 쓰는거임 진짜 
너무 힘드니까 zipzip해서 범블비가 결국 사이어캐리어한테 쓰의 비밀 아닌 비밀을 밝히고...
놀랍게도 메가트론이 쓰의 생각을 바꿔주겠지.
이런 말로.


-이 바보같은 놈!


-나도 친구같은 건 없다!!! 그치만 너희들 캐리어만 있어도 충분했지!!!! (잠깐만 메가트론. 그럼 자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땐 날 뭘로 생각했나.)


그렇게 사이어의 설득 아닌 설득 위로 아닌 위로로 마음을 바꾼 스타스크림은... 제트파이어에게 콘적스 얘기를 꺼냄.
그러자 모든게 일사천리로 진행되겠지. 마치 그 말을 하는 날만을 기다려왔단 듯이.(아마 높은 확률로-아니 그냥 의심할 여지없이 기다린 게 맞을 거라고 범블비는 생각했음.)
그리고 의외로, 스타스크림의 친구없음 콤플렉스는 이 콘적스 식 준비 과정에서 해소되었음.
스타스크림이 논문 작성을 위해 만나고 있던 카미너스 출신의 윈드블레이드란 메크에게도 콘적스 식 초대장을 전하게 되었는데, 윈드블레이드가 초대장을 받으며 이런 말을 했거든.


-고마워. 친구의 콘적스 식을 가는 건 처음이네.


-...... 친구?


-?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 아니. 아무것도.


물론 초대장을 전부 다 돌리고 온 스타스크림이 메가트론 앞에서 


-하하! 메가트론 당신은 친구가 아무도 없는데 나는 제트파이어가 콘적스가 되고도 친구가 있단 말이죠!! 허접하기 그지없는 찐따 고물 같으니!!!


이러는 바람에 콘적스 식을 며칠 앞두고 당사메크 집안에 유에너존사태가 일어날 뻔한 건 제트파이어에게도 비밀이었어.


그리고 마침내 전 사이버트로니안이 기다려왔던 제트파이어와 스타스크림의 콘적스 식 날, 전쟁 중의 자신에게 보여줬다면 결코 믿지 못할 얼굴로 환하게 웃는 형제를 보면서 범블비는 문득 깨닫고 말았어.
...... 제트파이어는, 누구보다 스타스크림에 대해 잘 아는 저 순하고 착한 메크는 스타스크림이 뭔 고민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알고 있었을 거 아냐. 그런데도 굳이 나서기보다는, 스타스크림이 먼저 얘길 꺼낼 때까지 기다렸단 말이지.
그라면 충분히 설득할 수 있었을 텐데도.


...... 제 스파크메이트가 캐리어랑 다르게 콘적스 보는 옵틱만큼은 아주 타고난 줄 알았는데, 그냥 끼리끼리 만난 거였다는 걸 깨달은 범블비는 묵묵히 박수나 치기로 했어. 
평생 서로를 방생하지 말고 둘이 함께 꽉 껴안고 올스파크까지 가기를 바라며.





걍 걔 아니면 나 친구 없어 찡찡대는 쓰를 보고싶었을 뿐인데 쓰다보니 여기까지왔네
읽어줘서 고마워!!

트포 젯파스스 스카파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