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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과 단 둘이 남으면 자기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였음. 다행히 캐머런이 재활 트레이닝을 받으며 바빠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집에 갈 일도 거의 없었음. 캐머런이 집에 놀러오라고 할 때 온갖 핑계를 대다가 먹히지 않자 의자에 정자세로 앉아 있기만 했음.


"뭐 불편한 거 있어요?"


"아니요, 딱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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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은 그런 허니를 보고 이유 모를 웃음을 지었음.









어느덧 시즌 마지막 날이 다가왔고, 순위표의 윤곽이 잡혔지만 아직 트로피의 주인은 결정되지 않았음. 허니 팀과 캐머런 팀의 승점이 같아서 마지막 경기로 모든 게 정해지게 됐음.

허니는 10년만에 다가온 우승에 기분이 붕 떠 있었음. 캐머런이 만나자는 연락을 보내왔지만 허니는 부정 탄다며 단호하게 거절했음.


시즌의 마지막을 홈에서 장식하는 허니 팀의 구장은 유난히 팬들로 북적였음. 허니 역시 동질감을 느끼며 기대에 잔뜩 부풀었음.


허니 주변으로 미리 우승 현수막을 만들어 온 팬, 얼굴을 팀 컬러로 칠한 팬들이 지나갔음. 선수들은 기대에 부응하듯 선제골을 터뜨리며 스타디움을 뜨겁게 달궜음.


허니의 팀이 추가시간을 무사히 버티고 마침내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팬들은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보이는 아무나 껴안았음. 폰으로 캐머런 팀의 상황을 보고 있던 팬은 손가락으로 2:2라는 걸 알렸음. 사람들은 모두 두 손을 모으고 캐머런 팀의 추가시간을 카운트다운했음. 20초... 15초... 10초...




그리고 정확히 7초가 남았을 때 캐머런의 중거리 슛이 골망을 갈랐음. 골득실 우세로 캐머런의 팀이 우승하는 순간이었음. 허니는 정말이지 믿을 수가 없었어. 10년만의 우승이었는데. 이미 트로피를 든 거나 마찬가지였는데. 하나둘씩 머리를 감싸며 피치 위에 눕는 선수들을 보는 허니의 기분은 말 그대로 참담했음.


멍하던 머리가 버스 안에서 조금씩 맑아지고 허니는 그제서야 캐머런의 우승을 실감했음. 너무 억울하고 서러워서 눈물도 찔끔 났음. 왜 극장골을 넣은 게, 우리 팀의 우승을 빼앗은 게 캐머런 채프먼이냐고. 왜! 하필이면 채프먼이야!!!!!!



밤 늦게 캐머런에게서 전화가 온 걸 확인한 허니는 화면을 멍하니 보다가 조용히 전원 버튼을 눌렀음.


다음 날 허니를 놀리려던 회사 사람들은 침울한 허니를 보고 모두 입을 다물었음. 축 가라앉아서 일만 하고 돌아와 습관적으로 든 리모컨을 내려놓고 맥주를 깠음.







캐머런의 문자와 전화 내역이 쌓여갔지만 허니는 도저히 연락을 할 수 없었음. 캐머런은 자기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것뿐이라는 걸 알지만 캐머런과 대화할 엄두가 나지 않았음.




끔찍한 준우승 이후로 며칠이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대충 일주일쯤 됐을 때 퇴근하는 허니 앞에 그림자가 보였음.


"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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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들어보니 캐머런이 시무룩한 얼굴로 허니를 보고 있었음.


"정말 미안해요."


"당신이 미안할 건 없죠. 그냥 최선을 다한 거잖아요."


"내가 골을 넣었을 때... 솔직히 기뻤어요.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건 모든 선수의 꿈이니까요. 하지만 그 기쁨보다 허니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더 컸어요."


"........."


"좋아해요, 허니. 날 더 이상 보기 싫다고 해도 이해하지만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캐머런은 입꼬리를 애써 올렸다가 내리고 돌아섰음.






허니는 캐머런이 멀어지는 걸 보며 고민하다 뛰어가 캐머런의 등을 팔로 감쌌음. 캐머런이 천천히 돌아서서 허니를 꼭 껴안았음. 몸을 한껏 숙여 허니의 어깨에 뺨을 기댄 캐머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


말 없이 캐머런을 안고 있던 허니가 캐머런의 품에 파묻힌 채로 웅얼거렸음.


"내년에는 우리가 우승할 거예요."


"물론이죠."




캐머런채프먼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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