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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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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넬이 죽고 오라이온이 새로운 프라임이 된 이후 광부였던 모두에게 코그가 생겼고, 더 이상 광산을 캘 필요도 없게 되었지만 모든 광부가 전부 오토봇이 된 건 아니다.


오라이온과 나는 같은 팀에 있지는 않았지만, 오라이온의 악명이 워낙 높았으므로 그를 모를 수는 없었다. 오라이온은 여기저기 쏘다니며 참견하기 좋아했고 사고도 꽤 쳤지만 그를 진심으로 싫어하는 광부는 많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그는 위험하거나 힘들어하는 메크가 있으면 그게 누구든 도와주려 애썼고, 디식스틴은 그의 고집에 휘말려 한숨을 쉬면서도 늘 그를 따라 동료 광부들을 돕곤 했다. 비록 프로토콜에 어긋나서 자기 몫의 에너존을 배급받지 못하거나 또 강등당한다고 해도 오라이온은 사고를 당하는 친구들을 구하는데 늘 앞장섰고, 그로 인해 목숨을 건진 광부들이 꽤 되었다.

오라이온은 다른 구역에도 와서 이 메크 저 메크에게 인사를 하며 호기심을 드러내곤 했다. 그는 고집이 세긴 했지만, 다정하고 늘 남을 위할 줄 아는 메크는 드물었으므로, 꼭 오라이온의 팀에 속해 있거나 그와 같은 구역에 있지 않더라도 오라이온과 알고 지내는 메크는 꽤 되었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는데, 그가 정말로 날 마음에 들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나에게 넌 손재주가 대단하다고 칭찬해준 첫 메크이기도 했다.

어느 날은 오라이온이 자기 구역도 아닌 내 구역의 비품창고에서 혼자 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아무도 자길 보지 못할줄 알았다며 재빨리 수습하려 애썼지만 뜯겨나가고 엉망이 된 하부패널과 오라이온의 도색이 아닌게 분명한 다른 도색으로 얼룩진 동체가 말해주는 것은 분명했다. 나는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 묻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내가 가진 몇가지 도구로 하부패널을 수리해 주었다.

-고마워.
-다음엔 이런일이 없길 바라지만, 혹시 또 생기면 말해. 내가 해줄 수 있는건 이게 다니까.
-안 그러려고 노력은 할게.

그렇게 그 애는 자기 슬픈일은 혼자 구석에서 꾹꾹 참아 억누르면서, 자기가 아는 모든 사람들을 보살펴주려 애썼다. 비록 그가 광부로서 엄청 뛰어나진 않았지만 우린 그를 싫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새로운 프라임으로 선택된 것이 오라이온이라는 소식을 들었을때 우리 다수는 꽤 안심했다. 오라이온이라면 차별당하는 사회를 만들리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물론 그게 오토봇이라는 위험한 기관에 발을 들일만큼의 이유는 아니었다. 밖으론 쿠인테슨과 매일 싸우고 안으로는 디셉티콘과 매일 제발로 뛰어들어 싸우다니, 아무리 오라이온에게 호감이 있어도 그건 아니지.

그게 의무도 아니거니와, 힘든 일인것도 사실이라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듯 했다. 딱히 오라이온과 관계가 깊지 않았던 내 주변 광부들은 아무리 그래도 거기 들어가는 건 미친짓이라고 외쳤지만 사실 난 좀 흥미가 있었다. 하지만 친구따라 강남 간다고, 내 주변의 다수가 그런 분위기였으므로 나 역시 오토봇에 자원하는 걸 포기했으나, 딱 한명, 원래 혼자다니길 더 좋아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던 프라울만 오토봇에 자원했다.

모든 오토봇이 전투에 투입되는 건 아니라 프라울은 전투에 실제 투입된건 손에 꼽을 정도고, 승승장구해 뛰어난 조사관이자 보좌관으로서 더 활약했다. 하지만 그건 그가 프라울이라서다. 모든 메크가 프라울처럼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는것도 아닐 뿐더러, 모든 메크가 아이언하이드만큼 뛰어난 화력이라든가, 휠잭같은 개발능력이라든가, 엘리타원 같은 통솔력을 갖추고 있는게 아니다. 어느정도 정의감은 있지만 남을 도울정도의 정의감은 없고, 엄청나게 특별한 능력이 있지도 않은 나같은 대다수의 광부봇들은 다른 일을 찾기 시작했다. 나는 그중 시계수리공을 골랐는데, 어떻게 다들 그런 지루한 직업이나 고를 수 있느냐고 했지만 난 광산에서 일하던 때에도 코그드봇들이 버린 시계등을 수리하는게 취미였던지라 적성에 잘 맞았다. 섬세하고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었지만, 시계의 구조에만 집중하며 알맞는 태엽장치로 완벽하게 시간을 돌아가게 하는 것은 내 취미에 딱 맞았다. 그렇게 나는 광산에서 벗어나 새롭게 찾은 고요한 삶을 꽤 즐기게 되었고 휴일엔 가끔 같은 광산에 있던 친구들을 만나 엔젝스를 마시거나 대화를 나누며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내가 그런 안온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무언가가 크게 변했다. 그래도 자주 방송이나 뉴스를 통해 얼굴을 비치고 사람들 앞에 연설을 하며 모습을 드러냈던 오라이온은 어느순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되었고, 그 자리를 옵틱 한쪽이 깨져버린 프라울이 대신했다. 고요하던 거리에는 기능분류 의무 검사 기간이라는 알림판이 뜨곤 했다. 어딘가 섬짓한 느낌이 드는 단어였는데, 마치 그것이 별것 아닌 것 처럼 의무 기간 안에 검사 받은 코그드봇에겐 시민 등록비 무료! 이딴 문구가 적혀져 있었다.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이상한 걸 눈치 못챌 수가 없었다. 내가 이 도시에서 벗어나야 할지를 고민할 무렵, 의무 검사 기간이 지났고 경찰 몇이 날 끌고 갔다. 경찰들은 날 난생 처음보는 메크 앞으로 끌고 갔는데, 그는 내 기능을 검사한답시고 묶어놓고는 나에게 광부라는 낙인을 찍었다.

"광부? 우리가 대체 광산에 돌아가야 할 일이 뭐가 있어서?"
에너존이 흘러 넘치는데 다시 에너존 캐러 가야 할 일이 뭐가 있다고?

"광산맥에는 에너존 원석만이 있는게 아니야, 각종 기술 개발을 위한 재료 역시 많이 묻혀있지. 그리고 우리 행성의 미래를 위해선 스페이스 브릿지가 필요하다는 걸 네 머리로도 이해 하겠지?"
오라이온이 멀쩡했다면 이걸 허용했을리가 없다. 그 애가 이런 짓을 눈뜨고 봤을 리가 없다. 이 사실을 제대로 짜맞추고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내 입에서 욕지거리와 분노가 터져나왔다. 그 메크는 내 욕지거리와 반말에도 눈도 깜짝 않았다. 마치 많이 겪어봤다는 듯이.

"물론 순순히 들어가진 않을거라 예상했지. 걱정 마, 내가 널 광부일에 더 쉬운 몸체로 바꿔줄테니까."
내 발버둥에도 소용없이 내 데이터는 거기서 끊겼다.


내가 다시 온라인되었을때, 내 두 손엔 섬세한 시계공의 손 대신 기괴한 갈고리가 끼워져 있었다. 금속 바닥에 비친 내 얼굴은 메크의 얼굴이 아니라 감시 카메라 같은 눈 하나 뿐인 기괴한 모습이었다. 어두운 광산엔 나 혼자 뿐이었다. 바닥에 몇몇 나와 비슷한 꼴로 죽어있는 메크 몇명이 보였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같은 꼴이 될거라는 경고가 들렸다.

할당량을 채우고 나면 나는 남은 시간을 나와 같이 광산에서 죽어있는 메크들을 살피며 시간을 보냈다. 나와 비슷하게 광부출신이라 따로 연고가 없고, 이런 짓을 당한다 해도 찾을 메크도 없으며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을 메크들 뿐이었다. 몸체 역시 나처럼 변형되어 마치 감정이나 지성이 없는 비콘병사일 뿐이라고 한다고 해도 믿을 외형뿐이라, 이 짓을 벌인 이들이 저들이 진짜 트랜스포머가 아니라 그저 인공적으로 만든 광부봇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려는 수작으로 벌인 짓이라는 걸 알아챘다. 저기에 깔린 시체들이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살아있던 메크라는 걸 알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나처럼 동체 변형 시술을 받았음에도 어딘가 익숙한 특징을 친구들의 시체가 종종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종종 높은 지위에 있는게 분명한 메크가 찾아와서 프라울과 오라이온에 대해 묻고 갔다. 그 둘이 나와 엄청나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나 역시도 친구를 팔아먹고 싶진 않았다. 어두운 광산에 갇혀 일만 하게 된지 시간이 꽤 흘렀을 무렵, 그 메크는 나에게 솔직하게 말한다면 손을 돌려줄 수도 있다고 했다. 손을 돌려받는다고 바꿀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왜 그딴거에 친구를 팔아먹었느냐고 날 원망해도 좋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선택할 권리따위가 있었을까? 나는 프라울과 오라이온에 대해 아는 모든 것을 긁어모았다. 내가 그들에 아는 작은 모든 점들까지 전부 긁어모았고, 심지어는 오라이온이 하부 패널이 엉망진창이 된채 구석에서 혼자 울고 있던 것을 발견했던 날에 대해서도 털어 놓았다. 그 메크가 내 말을 듣고 빙그레 웃는 순간 내 스파크는 지하 깊은 곳으로 쳐박혔다. 내가 방금 무슨 짓을 한건지 시스템에 오류가 걸리는 것 같았다.

난 내 손을 돌려받았지만 여전히 광산 안이었고, 상황은 바뀌지 않았으며, 바뀐 유일한건 내가 나 자신을 위해 친구도 팔 수 있는 놈이라는 걸 발견한 것 뿐이었다.

그럼에도 난 일하는 시간은 계속 일하고, 남은 시간은 시체 안의 부품들을 긁어모아 시계를 만들어내는데 썼다. 오라이온에게 배운게 딱 하나 있다면, 만약 주저앉게되더라도 곧바로 일어서지 않으면 영영 일어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이다.

내가 시계를 완성했을 무렵, 동굴 벽을 때려 부수고 내가 알던 것보다 좀 더 커진 듯한 프라울이 내 앞에 나타났다. 눈살을 찌푸린 그는 곧 날 알아보곤 말을 잇지 못하고 한참 바라보더니 충격받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살아 남은건 너 혼자야? 다른, 다른 친구들은?"
프라울도 지하에서 이런 꼴이 벌어지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얼굴이다. 그래 나도 내가 이꼴 될줄은 몰랐다.
"내가 왔을땐 이미 시체 밖에 없었어... 혹시 다른 오토봇들도 같이 왔어?"
"아니, 기능주의자들이- 널 그렇게 만든 자들이 오토봇을 다른 식민행성들을 관리하라는 명목으로 흩어지게 만들었어... 옵티머스는 쓰러진지 꽤 됐고."
프라울은 충격에 광산 벽에 기대 주저 앉았다. 그는 이미 개조되어 원래 모습도 알아보기 힘든 광부봇들의 시체를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난 내 가슴의 인장이 무슨 모양인지 의문하지 않았다가, 프라울을 봐서야 내 가슴에 찍힌 인장이 프라울의 얼굴이라는 걸 눈치챘다. 그러니 이건 프라울에 대한 조롱인 셈이었다. 네가 이 상황이 될 때까지 아무것도 못했다는 걸 잊지 말라는.
"아마 나 한명보단 더 많은 메크를 구하길 바랬겠네."
"그래."
그는 오라이온이 했던 것 처럼 다른 광부봇들을 끌어들여 상황을 뒤집어 엎는 것을 상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프라울은 오라이온이 아니고, 나도 그냥 광부봇은 아니다. 시계공이지.
"여기."
난 내가 만든 시계를 프라울에게 건넸다. 프라울은 이걸 왜 주느냐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이 상황에도 감성은 커녕 쓸데없는거 주지 말라는 차가운 눈빛을 보니 내가 미쳐서 환상을 보는게 아니라 프라울을 만난게 확실하다.

"실은 여기서 탈출하려고 만든건데, 여기 옆의 태엽을 돌리면 감시장치와 방어막시스템을 꺼버릴거야. 도시 전체의 방어막을 꺼트릴 수 있는 기능은 아니지만 함선 하나를 통과시킬 만큼은 되겠지."
프라울은 역시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금방 눈치챈 모양이다.

"디셉티콘이 여길 쳐들어와서 기능주의자놈들을 다 쳐부수고 싶어한다고 하면, 방어막을 열여줘버려."









뉴스에선 감히 테러리스트가 신성한 아이아콘에 발을 들여서 더럽혀졌다느니, 역시 새 프라임도 믿을게 못된다느니 하는 비난과 혼란스러운 사회를 정립한건 기능주의라는 개소리들이 흘러나왔지만,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았다. 어쨌거나 난 그 끔찍한 광산에서 나왔고, 날 이렇게 만든 놈 중 몇이 죽었다. 주범 중 하나가 죽지 않았다고 듣기야 했는데, 사실 난 더 이상 그런 놈들이 나대지 못하게 된 것만 해도 안심됐다.

디셉티콘이 아이아콘에 돌아온 직후 오라이온이 깨어나자, 프라울은 오라이온에게 내가 있던 광산을 보여주고 난 뒤에 내 앞에 그를 데리고 왔다. 이제 옵티머스 프라임이라고 불리는 그는 동체는 깔끔하고 커졌고, 전보다도 더 믿음직한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무른 구석이 남은 모양이었다.
"이게 월이야."
프라울의 말에 오라이온은 마치 자기가 죄를 저지른 것 같은 눈빛을 했다.
"기능주의자들이 이런 짓을 했다고? 대체 왜?"
"광부였던 메크들중에 오토봇들은 너와 연관이 너무 깊어 건드리기 힘들고, 그렇지 못한 코그리스 광부 출신들은 치워버리려 한 것 같아. 겸사겸사 기능주의에 반발할 메크들은 미리 치워버리고. 아마 의회에 오토봇이 낄 수만 있었어도 이렇게 까진 안됐겠지. 그러니까 그놈들이 오토봇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치에 발을 못들이게 한거고."
당연히 기존 원로원이 오토봇들을 끼워줄리가 없었다. 이 좆같은 사이버트론의 권력구조는 이미 존재하는 의원들이 다른 의원들을 추천하지 않으면 의원이 될 수 없다, 혹은 법적으로 의원과 동일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명시되어 있거나. 그리고 의원과 동일한 권리를 가진 유일한 집단은 지금은 디셉티콘이 되어버린 기존 하이가드들 뿐이다. 어느 쪽이건 간에 광부출신이 대부분인 오토봇들에게 정치적 자리를 내어 줄리가 없었다.
"그게 문제가 아니야, 이 기존 권력을 뒤집을 수 없게끔 만든 이 권력 구조 자체가 문제야."
오라이온이 이마를 짚고 한숨을 쉬었다.
"게다가 프라이머스가 직접 널 프라임으로 뽑았는데도 의원들이 너에게 준 권한은 이미 발언된 법안을 거절하거나 허가하거나 둘 뿐이고, 네가 어떤 제안을 해봤자 원로원에 대한 월권행위라고 난리쳤지."
"센티넬이 있을 적엔 난 원로원이 존재하는 줄도 몰랐는데 말이야..."
우리 셋은 서로 이마를 짚고 이 사태를 어째야 하나 고민했다. 기능주의자들이 일부 사라졌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디셉티콘과 기능주의자들끼리 싸우게 내버려 두고 우린 이익만 차지하면 되지 않을까?"
내가 슬그머니 프라울의 눈치를 보며 말하자, 오라이온은 우리를 돌아보지도 않고 심각한 얼굴로 땅만 바라보며 답했다.
"아니야, 난 내가 할일 때문에 누군가가 죽게되는 것도, 죽이게 되는 것도 싫어."
오라이온의 단호한 말에 난 프라울을 슬쩍 올려다봤지만 프라울놈은 자기가 저지른 일이 아무것도 없는 마냥 태연하게 있었다. 쟤도 무서운 놈일세.

"...누구도 다치지 않고 해결할 방법이 있을거야."
오라이온은 한동안 내 가슴에 있던 인장을 바라봤다. 기능주의에 의해 구분된 광부, 건설자, 공사노동계층에 주로 찍히고, 기능주의로 뽑혀 필요에 따라 착출되는 군인들에게도 찍힌 낙인. 군인이더라도 장교에겐 찍히지 않고, 영영 위로 올라갈 일 없는 말단의 병사들에게만 낙인이 찍혔다. 전부 험난한 일을 하는 계층 뿐이다. 기능주의라고 하지만 결국 기능주의에 의해 직업이 강제 분류된건 기존에 코그리스 광부였던 봇들 뿐이었다. 기존 코그드봇들도 기능주의에 의해 직업 분류가 되었지만 그들에겐 애당초 힘겨운 일이 분배되지 않았다. 기존처럼 코그로 계급을 나눌 수 없게 되니 새로운 방식으로 계급을 나누고 그걸로 다시 세상을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정상화'시켰다고 명명했다.

"좋아, 다음 원로원 회의는 공개방송으로 진행하자."
오라이온이 엄청나게 좋은 생각이라는 듯 눈을 반짝이며 말하자 꼴랑 하나 있는 내 눈이 가늘어졌다. 프라임은 무슨 프라임이야, 똑같은 또라이온이구만.








프라임이 회복되었다는 뉴스가 나온 이후, 처음으로 원로원 회의가 공개방송으로 진행 되었다. 프라임의 수 사이클만의 복귀인데다가 디셉티콘이 처음으로 정당에 들어섰으므로(정확히는 하이가드들의 귀환이였지만, 시민들에겐 디셉티콘의 귀환이 더 크게 와닿은 모양이다) 정치에 크게 관심없는 시민들조차 방송을 키고 회의를 관람했다.

프로테우스 의원은 디셉티콘의 쇼크웨이브 옆에 앉아있었는데, 쇼크웨이브와 가볍게 인사하는걸로 보아 서로 이미 아는 사이같았다. 프로테우스는 뻔뻔한 표정만 짓고있었고, 눈 하나뿐인 쇼크웨이브의 얼굴이 어쩐지 더 조용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쇼크웨이브가 감정없는 미친과학자라는 사실은 모두가 아는데도 불구하고.

초반엔 남아있는 기능주의자 의원들이 발언하며 결국 기능 주의가 사회의 안전을 도모했으며, 범죄율을 극단적으로 낮춘 기적적인 법이라는걸 강조했다. 그야 그렇겠지 조금만 마음에 안들면 다 광산에 쳐넣어 죽였으니까.

기능주의자들 다음에는 중립파 의원인 메탈호크가 충돌로 사회의 갈등을 불러 일으키면 결국 그 피해는 시민들에게 간다, 합리적인 판결을 부탁드린다는 말을 남겼다. 그 다음에는 디셉티콘들, 아니 하이가드들의 발언 시간이었다. 다수가 악명이 자자한 메가트론이 나타나거나 혹은 원래 하이가드의 리더였던 스타스크림의 발언을 기대했으나, 메가트론은 당연한걸지도 모르지만 원로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스타스크림은 의외로 가만히 쇼크웨이브가 발언하게 두었다.

"이 원로원의 의원들은 지금 이 모습보다도 제 과거 모습이 더 익숙하실겁니다, 아웃라이어들의 학교의 교장이자 하이가드의 과학장교인 모습으로. 센티넬 집권 이후, 하이가드들의 반발을 억누르기 위하여 그중 대표로 제가 처벌을 받았고... 지금 여러분이 아시는 제 모습이 완성되었습니다."
시민들은 난생 처음 듣는 소리에 눈이 동그래졌는데, 원로원의 의원들은 태연해 보였다. 이미 전부 알고 있었다는 듯이.
"시민들이 착각하시는게 있습니다, 기능주의는 최근에 대두된 것이 아닙니다. 미리 나누어드린 자료를 누구 하나라도 읽어봤다면, 기존 코그리스 광부들이 무슨 기준으로 나뉘어졌는지 아시겠지만 몇몇 빼곤 살펴보지도 않았을테니 설명해 드리죠. 센티넬 집권 이후 태어난 모든 개체들이 전부 코그리스였던 것도 아닌데 무슨 기준으로 광부와 광부가 아닌 개체를 분리했겠습니까? 기능주의자들은 이미 센티넬 아래에서 광부에 적합한 개체 뿐만 아니라 체제에 반항할 확률이 높은 자, 진실을 알아낼 능력이 있는 자 전부를 코그리스 광부로 만들었습니다."
"쇼크웨이브 의원, 정확한 증거는 있습니까?"
프로테우스 의원이 눈도 깜짝 않고 따졌다.
"내 얼굴과 손이 증거일텐데."
쇼크웨이브의 모노톤 목소리가 음산하게 들렸다.

쇼크웨이브는 다시 침착을 유지하고 말을 이었다.
"물론, 그를 증명할 것은 데이터와 과학 뿐입니다. 의원들은 그게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라 하겠지만, 저는 오늘 의원이 아니라 시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오랫동안 시민들은 기만당하고 계셨습니다. 기만에 대응 할 수 있는 것은 시민 여러분이 가진 냉철한 사고와 통찰력 뿐입니다. 센티넬은 죽었으나, 그의 부역자들은 여전히 남아 이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철퇴를 날릴 수 있는 것은 의원들의 힘이 아니라 시민 여러분의 단결력과 힘 뿐입니다."

그는 디셉티콘이 아니라 하이가드의 피해에 집중하여 그들을 피해자로 포장했고, 현재 기능주의에 손상을 입은 모두를 그들의 피해와 엮어 이미 자극된 시민들을 자신들과 한편으로 보이게끔 만들었다. 기대하던 화려한 폭발이나 잔인한 처형쇼는 아니었지만, 폭력이 아닌 연설이었기에 시민들이 호기심을 가지게 하기 충분했다. 그야 지금까지 들어왔던 디셉티콘에 대한 모든 모습과 정 반대되는 모습이니까.

모두 발언 시간을 갖고 회의를 파할때가 되자, 카메라는 원형의 회의장 가운데 상석에 앉아서 조용히 있던 프라임을 향해 줌인했다.

"오늘 여러분은 처음으로 원로원 회의를 들으시며 여러 입장을 고루 듣게 되셨습니다. 각자 입장은 달랐지만, 저는 여기 있는 모두가 이 사회를 위해 일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시민 여러분도 같은 생각이십니까? 처음으로 각 대표들의 의견을 듣고 시민 여러분께서 원하는 것을 고를만한 선택권이 주어졌습니다. 우리 사회는 여러분께 오랫동안 역할을 부여하고 그를 수행하지 않으면 죽음 혹은 그보다도 못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당연시 되었습니다. 자율성과 자유로운 사고를 할 자격을 의심당하며, 우리 모두에게 역할이 부여된채, 그 이상의 가능성을 이루는것이 아주 오랫동안 금지되어 왔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기능이 그것이라는 이유 만으로 말입니다. 만일 우리의 기능이 그것에 불과하기에 영원히 똑같은 자리에 묶여있어야 한다면, 그건 저 역시도 마찬가지인 존재일 뿐입니다."
프라임이 어께에 걸쳐져 있던 망토를 거두자 기능주의자들이 계급을 구분하기 위해 찍은 낙인이 프라임의 어깨에도 찍힌게 선명하게 보였다. 여러 의원들 사이에서 기겁하는 소리가 나왔다. 뒤에 가려져 있던 프라울에게도 같은 인장이 가슴에 찍힌게 카메라에 잡혔다.
"그러니 저는 오늘 여기서 이 낙인의 상징을 바꾸려 합니다. 제가 오토봇이라는 이름을 제 친구들과 함께 붙였을때, 많은 이들이 그 이름의 뜻을 물었습니다. 공식적으로 뜻을 밝히자면, 오토봇은 자율성을 가진 로봇의 약어입니다. 저희 모두가 자유로우며, 모든 지성체는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상징이 이것입니다. 우리의 상징은 폭력도 전쟁도 아니라, 자유입니다. 당신이 꼭 총과 칼을 들고 약자를 위해 목숨을 걸어야만 오토봇인게 아닙니다. 당신이 스스로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이상, 우리 모두는 오토봇입니다."










옵티머스는 집무실에 홀로 앉아 수심에 잠겨있다가, 프라울이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지도 않고 물었다.
"...쇼크웨이브는 어떻게 설득했어?"
"무슨 소리야?"
프라울이 시치미를 뚝 뗐다.
"그러지 말고. 쇼크웨이브가 하는 말들이 꼭 내가 나중에 할 말을 안 것처럼 잘 맞았잖아."
프라울은 자신의 목소리나 표정에 죄책감이 묻어나지 않도록 조심했다.
"난 기능주의자들을 제거할때 까진 디셉티콘과 손을 잡는게 나을거라고 생각했어."
이게 그가 인정할 수 있는 최대한이었다. 그 이상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리고 싶지 않았다. 프라울은 조심스레 옵티머스의 표정을 살폈지만, 그 안에 의심따윈 없었다. 그저 걱정이 담겨 있을 뿐.
"왜 그래, 옵티머스?"
"네가 너무 지쳐보여서."
옳은 일을 한거라 확신했는데 의심은 커녕 날 걱정할 뿐인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니 무언가 크게 잘못한 듯한 감각이 들었다. 악마와 손을 잡은걸까, 당장의 목적을 위해 더 큰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당장의 평화를 위해 미래의 평화를 깨트리게 된건 아닐까. 하지만 어쨌어야 할까, 네가 일어나서도 똑같은 탁상공론이 반복되고, 네가 아무리 싸우려해도 바뀌는 일은 없고, 네가 평화롭게 나올 수록 더욱 날뛰기 시작하는 놈들을 어떻게 제거해야 했을까. 결국 네가 가진 이상들이 변질되게 되거나, 그들이 네가 품은 모든 상징성들을 더럽힐때까지 지켜봐야 했을까?
"이젠 괜찮아."
프라울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려 애썼지만 어쩐지 얼굴이 움직이질 않았다.

옵티머스는 한참 어색하게 프라울을 살펴보더니 약간 밝아진 목소리로 덧붙였다.
"아참, 월한테 오토봇에 들어오라고 권유했어."
"그 녀석이 들어오겠대?"
"응. 그리고 오토봇 지원자가 좀 늘었대나봐."
"그런 연설로? 다음번엔 옵틱에서 세척액 좀 흘려봐 지원자가 더 늘지도 모르겠네."
옵티머스가 장난스레 프라울을 탁 치며 그만하란 신호를 보내곤, 약간 씁쓸한 미소로 프라울을 응시했다.
"고마워 내가 평화로운 선택지를 고를 수 있게 해줘서."
프라울은 그 온화한 뭐든지 다 안다는 미소에 스파크 깊은 곳에서부터 오싹한 느낌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늘 자신을 위로했던 다정한 미소가 지금은 무엇보다도 쓰라리게 그를 공격해왔다.

그는 전부 알고 있다. 그리고 그는 내가 어떤 각오로 그런 짓을 했는지도 알고 있다. 거짓말은 소용 없을지도 모른다. 프라울은 순간 옵티머스가 화를 내거나 그를 내치거나 울분에 찬 눈빛으로 자길 쏘아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대신 옵티머스의 팔이 프라울을 감싸안으며 그를 품에 끌어들였다.

"네가 댓가를 치뤄가며 만든기회, 절대로 놓치지 않을게."

그는 화를 내지도, 분노하지도, 실망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가 저지른 모든 일을 함께 짊어지겠노라 약속할 뿐이었다.



프라옵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