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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1 03:05
G1 기준 캐해&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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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셉티콘에 잡혀들어와서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건지 친구메크는 잘 가늠할 수 없었음.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것을 일일이 기억하기엔 친구메크는 스트레스에 취약했음. 그는 하루의 반은 혼자 있었고 또 반은 스타스크림과 계속 함께했음. 연구하거나, 걷어차이거나. 실험하거나, 빈정거림을 듣거나. 아니면 그가 가져온 에너존을 공급하거나…… 그와 함께 리차징하거나. 다리가 망가진 날 이후로 스타스크림은 손을 올리는 횟수가 줄었음. 습관처럼 머리를 툭툭 건드린다거나 동체를 밀치는 건 여전했지만 더 이상 친구메크를 깔아뭉개고 집요하게 두들겨 팬다거나 의자를 집어던지지지는 않았음. 스타스크림의 쿼터에는 오랜만에 정적이 돌아왔지만 친구메크는 여전히 안심할 수 없었음. 스타스크림은 그가 처음 디셉티콘 기지로 잡혀왔을 때처럼 말로만 그를 망가뜨리겠다고 협박하고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았음. 그게 더 불안했음. 마치 폭발하기 직전의 별처럼.
스타스크림은 왜인지 몰랐지만 최근에 기분이 좋았고, 가끔 친구메크에게 옛날처럼 말을 걸었음. 친구메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미소지었음. 스타스크림이 충분히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만. 그 순간에도 부서진 파이프와 으깨진 케이블에서 찌릿한 전기 신호가 브레인모듈로 전달되고 있었고, 곧 고통으로 전환되어 친구메크를 피곤하게 만들었음. 망가진 다리는 일종의 경계였음. 친구메크가 아무리 스타스크림과 ‘옛날처럼’ 이야기하는 중이라고 해도, 어떤 기준치를 넘어버리면 저런 꼴이 되는 건 순식간일 거라고 상기시켜주는 경계. 첫 번째 경계는 스카이파이어라는 단어였고 두 번째 경계는 망가진 다리였음. 친구메크는 지금껏 혹독하게- 두 번이나 대가를 치뤘음. 그리고 입을 다무는 것이 모든 면에서 좋다는 교훈을 얻었음. 스타스크림은 오늘 전투에서 오토봇을 얼마나 날려버렸는지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있었음. 친구메크는 그가 시킨 일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 척을 하면서 그저 고개를 주억거렸음. 이 역할놀이는 스타스크림이 친구메크를 리차징 베드로 데려가면서 막바지에 이르고, 그가 리차징에 들어가야 끝났음. 친구메크는 주어진 역할을 거부할 권한이 없었음.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저 옵틱을 뜨고 있는 것이었음. 다리가 거의 박살나서 통증도 없을 거라던 군의관의 말이 떠올랐음. 친구메크는 요즘 환상통에 시달렸음. 어둠에 둘러싸인 쿼터에서는 스타스크림의 동체가 웅웅 울리는 소리만 들렸고, 작은 금속 개미들이 케이블을 깨무는 듯한 통증이 가늘고 길게 이어지고 있었음. 살아가는데 지장은 없을지 몰라도 결코 잊을 수는 없을 거임. 스타스크림이 그에게 남겨준 건 그런 종류의 것이었음. 그와 떨어지더라도 영원히 망가진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살아야 하겠지. 아니면… 여기에 남아서 나머지 파츠도 부서뜨리길 기다리거나. 친구메크는 가만히 옵틱을 감고 리차징을 시작했음. 전투기의 무게가 친구메크를 짓누르면서 불편한 안락함을 가져다주었음.
지구 자원으로 만든 신소재 케이블 연구, 지구 환경에 맞는 위장 기술 연구, 정밀유도포탄 개량 및 경량화 연구… 친구메크는 보행 보조 기구에 기대서 데이터패드에 연구 결과를 기록하고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음. 스타스크림이 지시하는 ‘연구’ 란 거의 군사작전에 써먹을 수 있는 기술에 대한 것이었음. 가끔 행성 토양과 유기체에 대한 실험을 지시할 때도 있지만 그런 실험은 너무 일찍- 아주 시시하게 끝났음. 스타스크림의 그날 기분에 따라 연구 지시는 변덕스럽게 바뀌었기 때문이었음. 최악의 상사였지만 친구메크는 그가 자신의 관심사를 아직도 기억한다는 것에 묘한 느낌을 받았음. 셋이서 함께 다닐 때도, 스카이파이어의 실종 이후 그가 스타스크림을 돌봤을 때도 스타스크림은 별로 친구메크에게 호의적으로 굴지는 않았음. 날개에 광택을 내는 것도 내팽개치고 리차징만 거듭하는 그를 억지로 깨웠을 때 스타스크림이 지었던 표정이 아직도 생각났음. 자기가 아직도 옵틱을 뜨고 살아가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음. 그리고 친구메크를 벽에 밀치면서 꺼지라고 욕짓거리를 퍼부어댔음. 그때 친구메크는 스타스크림에게 에너존을 공급해야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서 그를 제압하는 데 모든 힘을 동원했음. 그가 퍼붓는 욕설이나 모욕은 오디오리셉터에 들어오지도 못했음. 그 짓거리를 끊임없이 반복하다 보니 스타스크림도 질렸는지 어느 날은 친구메크가 깨우러 오지 않아도 리차징 베드에서 일어나 있었음. 그리고 소리질렀음. 이따위 저품질 에너존밖에 없어? 다른 거 가져와!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지만 그때의 친구메크는 순순히 비싼 고품질 에너존을 가져와 스타스크림에게 안겨주었음. 새 광택제도! 네가 가져오는 건 다 싸구려야! 하나도 마음에 안 들어! 하나도! 옵틱을 빨갛게 번쩍이면서 소리를 지르는 스타스크림은 자기와 같은 나이의 메크라기보다는 아카데미에 새로 입학한 신입생같았음. 아무튼- 상념에 빠졌다가 정신을 차린 친구메크는 데이터패드를 휙휙 넘기면서 실험 결과를 기록했음. 패드의 맨 마지막 장에는 스타스크림이 채취한 지구의 토양과 토착 식물 샘플이 실려 있었음. 이걸 가지고 뭘 하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당히 신경써준 거겠거니 하고 친구메크는 넘어갔음.
그를 미친듯이 두들겨 패던 스타스크림과 토양 샘플을 채취해 가져다 준 스타스크림이 동일한 메크라는 게 이질감이 들었음. 이 스타스크림은 저 스타스크림과 다른 존재 아닐까? 스카이파이어와 사랑하던 스타스크림은 지금 자신을 자기 리차징베드로 밀어넣는 스타스크림이 아닌 게 아닐까? 친구메크는 아카데미 시절 수강했던 철학 강의 메모리를 떠올렸음. 스타스크림은 철학이라면 진절머리를 내면서도 스카이파이어가 듣는다는 이유로 그 강의를 신청했음. 과거의 메모리가 연속적으로 그의 브레인모듈을 장악하고 있을 때쯤 쿼터의 문이 갑자기 열렸음. 스타스크림이 돌아올 시간이 아닌데…. 친구메크는 뒤를 돌아봤다가 낯선 메크를 보고 순간 중심을 잃고 쓰러졌음. 스타스크림과 똑같은 동체를 한 비행체 둘이 스타스크림의 쿼터를 가로질러 친구메크를 내려다보고 있었음. 지구에 추락했을 때 그를 잡아온 메크들이었음. 각자 파랑색과 검은색으로 도색한 메크들은 쓰러진 친구메크를 보고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었음. 이거야? 그래, 근데 꼴이… 왜 이래? 그들이 자기의 다리에 옵틱을 고정하고 있단 걸 눈치챈 친구메크가 입을 벌렸지만 나오는 건 신음뿐이었음. 아까 넘어지느라 다리가 잘못 부딪힌 것 같았음. 플레이트로 가린 다리 안에서 서서히 에너존이 새는 게 느껴졌음. 서둘러 보행 보조 기구에 손을 뻗었지만 검은색 메크가 그걸 쿼터 끝으로 걷어찼음. 스타스크림같은 메크가 또 있다는 사실이 친구메크를 기가 막히게 만들었음. 어이, 고철덩어리. 너 뭐 하냐? 검은 메크가 이죽거리며 웃는 표정으로 친구메크 앞에 몸을 숙였음. 그 옆에서는 파란색 메크가 떨떠름한 표정을 하고 있었음. 적어도 셋 다 스타스크림같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아까부터 에너존이 새어나오는 부분에서 통증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음. 다행스럽게도, 복도에서부터 쿵쿵거리며 달려오는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음. 스카이워프! 썬더크래커! 내 쿼터에서 당장 꺼져! 스타스크림의 얼굴은 스카이워프와 썬더크래커라고 불린 메크 뒤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지만 친구메크는 그가 어떤 표정일지 다 알 것만 같았음.
짧은 말싸움이 끝나고 두 메크는 스타스크림의 쿼터에서 나갔음. 슬쩍 친구메크를 넘겨다보는 옵틱에 친구메크는 수치심이 들었음. 동체가 이따위인 걸 알고 비꼬려 온 건가 싶었는데, 그보다는 스타스크림한테 관심을 더 쏟아야 할 것 같았음. 스타스크림은 그를 거세게 노려보다가 친구메크를 들어 베드에 던졌음. 그 충격으로 플레이트 사이에서 에너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음. 스타스크림이 그 모습을 포착하고 잠시 멈췄다가 고성을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음. 너, 내가 움직이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이런 멍청한 새끼- 친구메크는 옵틱을 잠시 움찔했다가 묵묵히 그의 화를 받아들였음. 몇 번을 이야기하냐? 쓸데없이 움직이지 좀 말라고! 다리는 다 박살난 주제에 빨빨 기어다녀서 뭐하게? 너 때문에- 내 쿼터가 더러워지잖아! 그 저능한 브레인모듈로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대체? 어떻게!!!!! 스타스크림은 쿼터 바깥에까지 다 들릴 정도로 고함을 질렀음. 친구메크는 괴로운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사과했음. 미안해, 금방 치울 테니까- 넌 다리 말고 회로가 박살났냐? 네가 이걸 어떻게 치워?? 이 망할 고철덩어리야! 그 고철이라는 소리는 동형기나 스타스크림이나 똑같이 하는 것 같았음. 스타스크림은 거칠게 다리 플레이트를 눌러서 에너존 유출을 막았음. 이걸 폐차장에 던져버릴 수도 없고…. 스타스크림은 씨근덕대면서 친구메크를 들어올렸음. 바닥에 에너존이 뚝뚝 떨어지면서 둥그런 자국을 남기고 있었음. 스타스크림은 쿼터 문을 걷어차듯 열고 씩씩거리면서 메디베이로 향했음. 리플렉터!! 내 쿼터 청소해! 근처를 지나가던 디셉티콘 메크는 재수없게 스타스크림에게 걸려 잡일을 하달받았음. 죽상으로 일그러진 얼굴이 투덜대며 쿼터로 들어가는 동안 친구메크는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봤음. 여기에 와서, 그가 옵틱을 뜨고 있는 동안 디셉티콘 마크를 찍은 이후로는 스타스크림의 쿼터 바깥으로 나온 적이 없었음. 친구메크가 조용한 게 오프라인이 되서 그런 거라고 생각한 것인지 스타스크림은 빠르게 욕설을 뇌까리면서 빠른걸음으로 복도를 지났음.
스타스크림… 나 오프라인 상태 아닌데.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해 이 쓰레기 고철 깡통아! 실없는 대화가 이어졌음. 친구메크는 스타스크림이 무슨 생각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음. 그리고 그걸 이제 와서 가늠해봤자 의미있는 일 같지도 않다고 생각했음. 어쨌거나 그의 생사 여부는 스타스크림한테 전부 달려 있었고, 그가 싫다면 친구메크는 그대로 죽을 운명이나 다름없었음. 군의관이 익숙하게 그의 플레이트를 열고 다리를 틀어막는 동안 스타스크림은 비뚤어진 자세로 벽에 기대 있었음. 친구메크는 그를 노려보는 붉은 옵틱을 외면했음. 그걸 계속 마주보고 있으면 리차징도 안 될 것 같았음. 군의관이 원시적인 보행 보조 기구와 뭉개진 친구메크의 다리에 대해 전문적인 의견을 다시 피력했지만 스타스크림은 무시했음. 부품이 있다고 해도 그는 친구메크를 고쳐주지 않을 거였음. 그냥 그럴 것 같았음. 스타스크림은 친구메크가 여길 벗어나는 걸 바라지 않았음. 리차징 베드에서 일어나 고품질 에너존을 가져오라고 소리지르던 스타스크림이 떠올랐음. 그땐 지금이랑 입장이 반대였는데……. 갑자기 웃음기가 치밀어올라서 친구메크는 피식피식 웃었음. 스타스크림은 아무 말 없이 그를 노려봤고 군의관은 글로사를 찼음. 마취도 안하고 파이프를 지지는데 웃음이 나오나봐? 더 나빠질 것도 없잖아요. 친구메크가 노래하듯이 작게 속삭였음. 스타스크림은 계속 그를 노려봤고, 치료가 끝나자마자 서보를 잡아끌어 쿼터에 처박았음. 내 명령 없이는 나갈 생각 하지 마. 소리지르지도 않고 나직히 으르렁거리는 스타스크림은 낯설었음. 그는 항공참모였고-늘 바빴고-친구메크를 늘 이 빈 공간에 밀어넣어서 외롭게 만들었음. 그러면서도 이별의 입맞춤을 늘 요구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따를 순 있으니 친구메크는 얌전히 스타스크림의 옵틱 아래에 입술을 가볍게 대었다 뗐음. 그들이 헤어지기 전에 나눴던 것처럼.
그런 종류의 행위는 일반적으로 콘적스 엔듀라나 그 비슷한 관계에서 행해진다고 친구메크는 알고 있었음. 스타스크림이 ‘그런’ 행위의 상대로 원했던 것은 스카이파이어였음. 친구메크의 스파크를 걸고 맹세하건데, 그들은 분명히 이런 가벼운 입맞춤 이상의 행위도 한 적이 있었을 거임. 드물게 수업에 늦은 스카이파이어에게 이유를 물으니 수줍게 옵틱을 마주보길 피했으니까…. 브레인 모듈로 수업에 빠진 스타스크림과 지각한 스카이파이어 사이의 연결고리를 빠르게 분석해낸 친구메크는 착잡한 얼굴로 모른 척을 했음. 스카이파이어가… 그의 아미카가 다른 누군가와 밀접한 접촉을 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음. 그 둘은 친구메크를 떼놓고 다닐 때도 많았음. 그 사이에 어떤- 로맨틱한 관계 사이에 이루어지는 지극히 친밀한 행위가 이루어질 수도 있었겠지. 친구메크는 어쨌거나 신경쓰지 않았음. 그들의 우정이 자신과 제대로 연결되기만 한다면. 하지만 이런 상황은 친구메크에게 익숙하지 않았음. 어쩌면 친구메크가 보수적인 관계론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아니면 디셉티콘 사회에선 일반적인 접촉 수준이 다른 곳보다 높은 것일수도 있겠지만- 친구메크는 스타스크림과 동체를 가깝게 맞부딪치는 게 거북했음. 그건 스카이파이어에 대한 죄책감이기도 했음. 스카이파이어가 아무리 멀리 있다 한들 그는 친구메크의 스파크와 연결된 아미카였음. 그가 죽더라도, 흔적없이 사라지더라도, 아마도 영원히.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지 간에 스타스크림이 여전히 스카이파이어를 잊지 못했다는 건 확실했음. 그 증거가 지금 친구메크가 달고 있는- 다리 흉내를 내는 쓰레기 고철이였음.
하지만 동시에 스타스크림은 친구메크에게 무언가를(친구메크가 영원히 충족시켜줄 수 없는 어떤 것을) 바라는 것처럼 굴었음. 그게 순종인지 충성인지… 아니면 비참한 굴종인지는 모르겠음. 친구메크는 적어도 자신이 그 셋을 전부 바치고 있다고 생각했음. 하루종일 스타스크림의 쿼터에서 그를 기다리고, 그가 시키는 일만 수행하고, 두들겨 패도 도망치지 않고…. 일전에 쿼터에 들어온 동형기 메크들이 자기 모습을 비웃었더라도 친구메크는 받아들일 수 있었음. 사이버트로니안이 기르는 펫보다도 못한 처지가 지금 친구메크의 상황이었음. 함부로 스타스크림에게 네가 원하는 게 뭐냐고 쏘아붙이기라도 하면 그땐 진짜 머리가 박살날 게 뻔했음. 그게 친구메크가 침묵하는 이유였음. 하지만- 하지만 참을 수 없는 의문이 자꾸 브레인 모듈을 좀먹었음. 왜 스카이파이어가 아니라 나에게 이러는 거지? 스카이파이어와 친구메크가 닮은 부분은 도색과 비행체라는 사실 말곤 없었음. 크기도, 변신한 모습도, 보이스도 전혀 비슷한 점이 없었음. 예전에 스타스크림이 앞뒤 분간도 못하고 스스로를 내팽겨쳤을 때, 리차징 베드 앞에 선 친구메크를 스카이파이어로 착각한 적이 있긴 했었음. 그러나 1아스트로초도 안 되어 그는 착각한 자신과 친구메크에 대해 수치심과 울분을 토해냈음. 그때가 스타스크림에게 최초로 얻어맞은 날이었음. 그 뒤로 스타스크림은 스카이파이어와 친구메크를 헷갈리는 헛짓거리 따윈 한 적이 없었음. 그런데 왜? 친구메크는 자기가 대체품 취급을 받는 것은 굴절분노나 화풀이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했음. 그 외에 있어서 스타스크림에게 그가 쓸모있다고 여기지도 않았음.
친구메크는 스타스크림에게 자신을 모욕할 수단이 얼마나 많은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음. 단순히 스파크를 잡아뜯거나, 몸의 나사 하나하나를 풀면서 고문하거나, 총을 동체에 갈겨대는 것 이상으로 상대방을 괴롭힐 수 있는 방법, 모욕할 수 있는 방법. 죽음보다 더한 고통으로 미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하고많았음. 스타스크림과 메가트론이 대규모로 메크들을 이끌고 군사작전을 수행하러 갔을 때- 친구메크는 정적이 흐르는 네메시스에서 연구를 하고 있었음. 그리고 갑자기…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음. 어찌나 규모가 컸던지, 견고한 항공참모의 쿼터 안에서도 물건이 떨어지고 흔들렸음. 처음에는 그것이 기지 폭격이라고 생각했음. 조용해야 할 네메시스에 낯선 목소리들이 웅성거리면서 총소리와 폭발음을 냈음. 친구메크는 직감적으로 그들이 스타스크림이 말한 오토봇이란 걸 알았음. 그러나 함부로 나갈 수는 없었음. 지금 친구메크는 그들의 적이었으니까. 그래도, 하지만, 만약에……. 스카이파이어가 거기 있다면? 스타스크림이 친구메크의 다리를 밟아 부쉈을 때 그는 스카이파이어가 오토봇으로 가 버렸다고 말했음. 적어도 스카이파이어가 어디있는지 정도는 그들에게 들을 수 있을지도 몰랐음. 아니면 저 난전 틈에서 네메시스를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몰랐음. 친구메크는 떨리는 손으로 보행 보조 기구를 붙잡고 천천히 한발짝 한발짝 나아갔음. 굳게 닫힌 쿼터 문이 열리고…… 엉망이 된 복도가 보였음. 친구메크는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히 걸음을 뗐음. 그러나 복도를 다 지나기도 전에 ‘오토봇’들이 친구메크를 발견했음. 그들은 곧장 정체불명의 디셉티콘에게 레이저 총을 겨눴음.
꼼짝 마라, 디셉티콘! 그들은 친구메크의 다리와 너덜너덜한 플레이트를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했음. 친구메크는 손을 들어야 할지 아니면 그대로 몸을 기대야 할 지를 고민했음. 오토봇들이 경계하는 시선으로 그에게 천천히 다가오지 않았더라면 계속 거기에 서 있었을 것임. 친구메크는 입을 간신히 뗐음. 저, 저는 행성 168-3에서 파견한 탐사대입니다. 오토봇의 옵티머스 프라임을 만나기 전에 추락해 디셉티콘에게 잡혀왔습니다…. 엄청나게 떨고 있는 보이스를 듣자 오토봇들은 총을 천천히 내리면서 그에게 다가왔음. 당신 소속이 어딥니까? 사이버트론 탐사대 부함장… 거기까지 듣고 나서 오토봇들은 휘청거리는 친구메크의 동체를 부축했음. 이런… 세상에. 저희가 결례를 저질렀군요. 저희와 외행성 탐사대가 당신을 계속 찾고 있었습니다. 디셉티콘에게 납치당한 겁니까? 그래서 투항한 거고요? 친구메크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거렸음. 헤테로다인 맙소사… 누가 당신을 이 꼴로 만든 겁니까? 미친 디셉티콘 자식들! 빨간 동체를 한 오토봇이 나지막하게 분노를 짓씹었음. 절뚝거리면서 나아가는 동안 친구메크는 가장 묻고 싶었던 것을 질문했음. 혹시 오토봇에 스카이파이어라는 메크가 있습니까? 그렇습니다만, 그를 왜 찾으시는 겁니까? 스카이파이어…… 스카이파이어는 제 아미카 엔듀라입니다. 그가 오래 전에 실종되고 나서--- 또다른 폭격 소리가 이어졌음. 메가트론이 지휘하는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걸로 보아 디셉티콘이 돌아온 것 같았음. 어서! 여기서 빠져나갑시다! 기지 밖으로 나가면 옵티머스 프라임이 있습니다. 그가 당신을 오토봇 기지로 데려다 주실 겁니다! 검은 뿔이 난 헬멧을 쓴 오토봇이 몸을 숙이고 대응사격을 했음. 친구메크는 옵틱을 미친듯이 깜빡이면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음. 변신할 수 있겠어요? 다른 오토봇이 물었지만 친구메크는 고개를 저었음. 하긴, 다리가 저렇게 박살났으니……. 휠잭! 내가 안고 갈 테니 자네는 라쳇한테 바로 연락해. 응급 환자가 있다고! 엔진에 물 안 들어가게 조심하시죠! 그 말이 끝나마자자 빨간 오토봇이 친구메크를 안고 바닷속으로 들어갔음. 틈이 드러나 있는 플레이트 사이에 물이 들어가자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음. 1아스트로초가 영원처럼 느껴질 즈음 그들은 지표면에 발을 디딜 수 있었음. 이제 가시죠! 빨간 오토봇이 시원스레 웃어 보일 때였음. 위에서 누군가 레이저를 쏴갈기면서 오토봇을 공격했음. 스타스크림! 오토봇 중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고- 친구메크는 무의식적으로 고갤 하늘로 향했음. 거기에 스타스크림이 있었음. 아주 오래전에 봤던… 제트기 모습의 스타스크림이. 그러나 그는 곧 로봇 형태로 돌아와 오토봇 앞에 악신처럼 내려섰음. 그의 추진기에서 나오는 열기가 주변을 뜨겁게 녹이면서 엉망으로 만들었음. 그리고……… 증오심으로 뻘겋게 이글거리는 옵틱이 친구메크를 노려보고 있었음. 친구메크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탈출 시도를 했을 때처럼….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친구메크는 알 것 같았음. 여기서 오토봇들과 함께 가지 않는다면 친구메크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었음 : 스파크를 스스로 잡아 뜯는 것. 그걸 오토봇들도 느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음. 그들은 최선을 다해 친구메크를 구하려고 노력했음. 그러나 속속들이 디셉티콘이 도착했고- 파란 도색을 한 비행체 메크가 미친듯이 엔진을 밟으면서 달리는 오토봇에게서 친구메크를 낚아채가면서 그들의 구출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음. 저 밑에서, 빨간 오토봇이 다급하게 총을 쏘면서 달려오는 것이 보였지만 동료가 그를 말리면서 잡아끌었음. 아이언하이드! 안돼! 디셉티콘이 너무 많아! 너도 죽을지도 몰라! 그의 말이 맞았음. 오토봇들은 다행스럽게도 전부 퇴각할 수 있었음. 하늘 위에서 멍하니 그들이 멀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친구메크는 그들이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음. 그리고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도. 친구메크는 지체 없이 스파크 챔버를 열어 너무 오랫동안 고동쳤던 스파크를 뜯어내려고 했지만 누군가 그를 세게 집어던지는 바람에 실패했음. 고통과 먼지로 흐려진 옵틱으로도 그 누군가의 정체를 알 수 있었음. 스타스크림.
메가트론은 당장 네메시스 수리와 재건에 힘쓰느라 오토봇에게 끌려갈 뻔한 말단 디셉티콘 병사에게 관심이 없었음. …지금은. 그러나 스타스크림은 달랐음. 그는 아무 말 없이 메크의 나머지 다리도 세게 짓밟아서 박살낸 다음 자신의 쿼터로 끌고 갔음. 사운드웨이브는 드물게 스타스크림이 처리하도록 내버려 두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음. 어차피 저 메크는 스타스크림 전용………… 펫처럼 다뤄졌었던 참이고……. 그는 애완 펫의 훈육은 주인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파괴된 벽을 땜질했음. 스카이워프가 스타스크림과 썬더크래커가 어디있냐고 투덜대는 소리가 들렸음.
스타스크림은 쿼터에 들어오자마자 포로를 베드 위로 내던졌음. 전 동체에서 몰려오는 엄청난 고통 탓에 포로는 일시적으로 보이스박스와 오디오리셉터 기능을 잃었음. 그래서 스타스크림이 무슨 말을 했는지 듣지 못했음. 들었더라도 막지는 못했을 것임. 스타스크림은 포로의 가슴 한가운데 열린 스파크 챔버를 내려다봤음. 그의 포로가, 감히 그의 앞에서 부숴버리려고 했던 것을.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느라 스타스크림이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너무 늦게 깨달았음. 스타스크림은 친구메크 위로 올라타 처참하게 망가진 사지를 짓눌렀음. 그의 포로는 격통에 몸부림치다 못해 옵틱이 껌뻑껌뻑 나가고 있는 중이었음. 그러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포로는 스타스크림이 콕핏 밑에 있는 스파크 챔버를 열어 자기의 스파크를 드러낸 것을 보았음. 브레인 모듈 회전이 빨랐던 그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단번에 알아챘음. 그리고 스타스크림이 지금껏 들었던 그의 비명 중 가장 처참하고, 공포스럽고, 절박한 비명이 터져나왔음. 스타스크림은 굳이 입을 막지 않았음. 비명지르게 하는 것이 스타스크림의 일이었음. 그는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는 서보를 삐걱거리면서 스타스크림을 밀어내려고 했으나 소용없었음. 스타스크림은 자신의 스파크가 그의 것과 완벽하게 맞물리도록 몸을 숙였음. 공포심에 떠는 작은 스파크가 스타스크림의 스파크와 원래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결합되었을 때 스타스크림은 웃었음.
그리고 친구메크는 비명을 질렀음.
그가 원하지 않았던 것. 스타스크림의 모든 기억과 감정이 물밀듯이 흘러들어왔음. 친구메크의 브레인 모듈과 메모리뱅크를 덮치는 스타스크림의 감정은 끔찍했음. 끔찍하게 강렬하고 끔찍하게 두려웠음. 스카이파이어에 대한 증오, 완벽하게 밟아서 죽여버릴 수 없는 사랑, 전투에서 자신을 외면하는 스카이파이어를 볼 때마다 드는 살의, 질투, 칼로 찌르는 듯한 스파크의 고통…. 아미카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 살의 섞인 애증과 섞이는 것을 느끼면서- 친구메크는 진심으로 스타스크림을 죽여버리고 싶었음. 아미카에 대한 친구메크의 기억과 스타스크림의 기억이 혼탁하게 섞여 뭐가 그의 기억이고 뭐가 자기의 기억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음. 하지만 그런 친구메크의 상태를 스타스크림도 전부 느끼고 있었던 건지 날카로운 비웃음 소리가 들렸음. 스타스크림은 친구메크의 기억을 보고 조롱하고 있었음. 그가 얼마나 거칠게 스타스크림의 안을 파고들었는지, 그가 어떻게 스타스크림을 느끼고 있었는지- 스카이파이어와의 기억을 남김없이 전달하면서 스카이파이어의 아미카 엔듀라를 모욕했음. 스카이파이어! 친구메크는 스타스크림의 목소리로 울부짖고 있었음. 이, 배신자 새끼, 더러운, 배신자 새끼! 네가! 날 어떻게 버려! 네가! 스카이파이어! 어떻게 날 두고! 오토봇 놈들한테 갈 수 있어! 그리고 스타스크림의 발로 그 자신의 다리를 짓밟았고, 자신의 생명 신호를 스캔했고, 자신에게 입맞춤을 받았고---- 자신의 스파크에 억지로 스파크 결합을 하고 있었음. 친구메크는 스타스크림을 떼어내려고 미친듯이 발버둥쳤지만 소용없었음. 전쟁과 파괴를 위해 짜여진 전투기의 동체를 민간메크가 당해낼 리 없었음. 스타스크림은 친구메크의 감정을 읽으면서 그가 얼마나 멍청하고, 나약하고, 순진하고, 병신같이 굴었는지 조롱했음. 그러는 동시에 그가 황홀해하고 있다는 것을 친구메크는 알 수 있었음. 스타스크림은 그였고 그는 스타스크림이었음. 지금껏 친구메크가 스타스크림을 위해 바친 헌신, 외행성에서 스타스크림과 스카이파이어를 생각하면서 하루에도 몇번씩 죽음을 생각한 것, 그리고 셋이 아니면 살 수 없다는 친구메크의 집착까지 전부…. 그는 친구메크가 스스로 들여다보지 않으려는 메모리와 감정의 밑바닥까지 파헤쳐서 비웃고 동시에 충족감을 느꼈음.
스타스크림이 느끼고 있는 감각, 친구메크를 향한… 사랑이라고 하기엔 끔찍하고 우정이라 하기엔 너무 일그러진 그 무언가를, 친구메크는 낱낱이 브레인 모듈에 주입당하면서 비명을 질렀음. 친구메크는 스타스크림을 죽이고 싶었고 또 죽고 싶었음. 그러나 스타스크림은 그마저도 전부 알고 있었음. 넌 내가 죽이기 전까진 못 죽어……. 스타스크림의 목소리가 친구메크의 목소리에 겹쳐져서 마치 스스로 말한 것처럼 느껴졌음. 한순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고, 스타스크림인지 친구인지 모를 존재는 비명을 질렀다가 비웃었다가 끔찍해하다가 황홀해하면서 한 덩어리처럼 녹아내렸음. 그리고 짧지 않은 시간이 흘러 스타스크림이 자기의 스파크를 친구메크의 스파크에게서 분리했을 때- 그는 세척액과 비통과 슬픔과 증오와 회한에 젖은 얼굴을 볼 수 있었음. 그가 방금까지 그 자신이었던 메크의 얼굴을…. 하지만 스타스크림의 얼굴에서는 미친듯이 흘러내린 세척액 말고는 그와 같은 것을 찾아볼 수 없었음. 스타스크림은 웃었음. 세상에서 가장 저열하고 끔찍하고 두려운 열망으로. 그리고 입맞췄음. 이건 이별의 입맞춤이 아니었음. 이건………… 시작이지. 그의 포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악몽의 시작.
…
…
…
썬더크래커는 스타스크림의 쿼터 밖에서 울려퍼지는 끔찍한 비명을 들었음. 그가 스타스크림에게 던져 준 포로의 비명이었음. 그 다리가 망가진 메크는 그의 형제인 스타스크림이 자기들 모르게 만들어 둔 비밀이었음. 그들은 시커즈였고 썬더크래커가 모르는 스타스크림과 스카이워프의 비밀은 없었음. 스카이워프도 마찬가지였음. 그러나 스타스크림은 원칙을 어기고 형제들에게서 비밀을 만들었음. 스카이워프가 처음 썬더크래커에게 스타스크림의 쿼터에 쳐들어가자고 말했을 때부터, (탐탁지는 않았으나) 그는 스타스크림이 자신들에게서 숨기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고 싶었음. 대체 무엇이길래 형제를 배신하는지…. 하지만 상대는 별볼일없는 구형 비행체였고, 두들겨 맞았다는 기색이 역력한 플레이트와 고철 다리를 단 나약한 메크일 뿐이었음. 그게 스카이워프와 썬더크래커를 분노하게 만들었음. 심지어 스타스크림은 형제들을 자기 쿼터에서 끌어내기까지 했음. 저 쓸모없고 나약한 메크를 위해서! 스카이워프는 그 메크를 파괴해버리자고 했지만 썬더크래커는 망설였음. 상대는… 아무리 별볼일없다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죽이기 꺼림칙했음. 썬더크래커가 지니고 있는 최후의 긍지를 꺾어가면서 그 메크를 죽이고 싶지는 않았음. 그래서 오토봇이 메크를 데려갈 때, 썬더크래커는 말리려 들지 않았음. 스타스크림이 그의 형제들을 내버려두고 저 이상한 메크에게 집착하는 꼴을 더 보고싶지 않았음. 스타스크림이 그런 표정을 짓지만 않았더라면… 오토봇은 순순히 메크를 데려갈 수 있었을 것이었음.
그들은 시커즈였음. 남의 공을 훔치고 등쳐먹고 허구한 날 반역이나 하는 스타스크림이라고 하더라도. 그는 썬더크래커의 형제였음. 그래서 썬더크래커는 스타스크림에게 별볼일없는 메크를 돌려줬음. 분명 그 메크에겐 끔찍한 일일 거였음. 기지로 돌아오자마자 스파크를 뽑으려고 했던 걸 보면. 하지만 어쩔 수 없었음. 절박하게 도망치려고 헐떡이는 메크의 비명을 가만히 들으면서 썬더크래커는 옵틱을 감았음.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 메크는 스타스크림에게 필요한 것이었음. 아주… 많이. 썬더크래커는 쿼터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 속에서 스타스크림의 보이스도 섞여 있다는 걸 알았음. 그는 낮게 한숨쉬었음. 썬더크래커는 스카이워프가 그를 찾아 네메시스를 떠돌기 전에 서둘러 자리를 떴음. 세상에는 몰라야 좋은 것도 많은 법이었음.
트포 G1 쥐원 약 스카파스스 젯파스스 스스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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