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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8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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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카페 가는 거였으면 좋겠다. 덱스 FBI라서 밤늦게 퇴근하는데 고된 하루를 마감하듯이 꼭 들르는 카페가 하나 있었음. 덱스 집 근처에 심야에도 영업을 하는 카페가 있었는데 그 카페 주인이 바로 허니였음. 덱스는 늘 늦은 시간에 와서 카페가 마감하는 시간까지 앉아있다가 가는 손님이었음. 구석진 자리에서 쓴 커피만 마시고 가는 덱스가 허니는 신경 쓰였을 거임. 허니도 그리 평탄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게 아니었기 때문에 상처가 있는 사람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음. 그래서 덱스가 와서 커피를 주문하면 서비스라며 커피와 함께 쿠키나 조각케이크 같은 것을 가져다줬음. 어차피 심야 시간에 손님은 덱스 뿐이었고 문을 닫을 때까지 무료함을 달랠 겸 두 사람은 소소한 대화를 나누게 됐음. 그렇게 거리가 가까워면서 허니는 덱스가 오면 아예 자기 커피도 가져와서 즐겁게 수다를 떨었음. 그러다가 덱스가 소중한 사람을 잃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허니는 자기 일처럼 마음 아파했음. 그리고 덱스에게 자신도 몇 년 전에 동생을 잃었다는 얘기를 해줬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아픈 건 똑같더라구요. 덱스도 힘들 때는 여기 와요. 알았죠?"



자기 손을 잡아주며 다정하게 말하는 허니를 보고 있으니 신기하게도 언제나 분노로 일렁이던 마음 속 불길이 가라앉았음. 자신이 이렇게 편안하고 안정적인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낯설었지만 결코 싫지 않았음. 덱스는 조심스럽게 허니의 손을 맞잡으며 박사가 제게 해줬던 말을 떠올렸음. 누군가를 찾으라고 했던 그 말. 따뜻한 마음을 가진, 존경할 수 있는 사람. 자신을 인도해줄 북극성. 덱스는 그게 바로 허니라는 것을 알았음. 그것을 자각하자 자신이 많은 카페 중에 왜 이곳만을 고집하는지도 깨닫게 되었음. 덱스는 당장이라도 허니에게 사랑한다고, 함께 하자고 말하고 싶었음.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러기에는 큰 걸림돌이 하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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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스가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때, 가게 문이 열리며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음. 허니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렸음. 부드러운 손이 자신의 손을 떠나는 것을 지켜보는 덱스의 마음에 다시 거친 파도가 일었음. 멀어지는 손을 붙잡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위해 아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악 물어야 했음. 허니는 가게에 들어온 남자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며 걸어갔음. 남자도 활짝 웃으며 자연스럽게 허니를 품에 안고 뺨에 입을 맞추었음. 덱스는 눈도 한번 깜빡이지 않고 그 광경을 지켜봤음. 남자는 허니의 남편이었음. 가게 문을 닫을 시간이 되면 매일 허니를 데리러오는 자상한 남편이자 덱스에게서 허니를 빼앗아가는 잔인한 남자였음. 덱스는 일전에 허니가 말해줬던 남편과의 러브스토리를 떠올렸음. 동생을 잃고 힘들어하던 시절, 허니는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고 했음.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자신을 잡아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준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방법은 없었다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덱스는 그 남자보다 허니를 일찍 만날 수 없었다는 사실이 아쉽고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음. 그 정도는 자신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음. 자신이 평생동안 배우고 익힌 평범한 사람처럼 사는 습관들은 어쩌면 허니를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음. 하지만 저보다 먼저 선수를 친 남편이라는 작자 때문에 덱스에게는 기회조차 오지 않았음

남자를 무섭게 노려보던 덱스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음. 테이블에 놓인 허니의 컵에는 아직 커피가 남아있었음. 덱스는 손을 뻗어 그 컵을 제 앞으로 가져왔음. 컵 가장자리에 묻은 허니의 립스틱 자국이 유혹적이었음. 덱스는 엄지로 그것을 지분거리며 생각했음. 만약 허니가 또 한 번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된다면, 그럼 나에게도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이를 테면 사랑해 마지않는 남편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거나…. 폭풍우 같던 덱스의 마음은 어느새 잔잔하게 가라앉았음. 미망인이 된 허니의 어깨를 감싸고 위로하는 상상만 해도 머리가 뜨거워지는 것 같았음. 흥분과 기대감, 살인 충동으로 뒤엉킨 감정이 덱스의 혀끝을 간지럽혔음. 덱스는 허니의 컵을 자신의 입가로 가져갔음. 그리고 반쯤 지워진 립스틱 자국을 자신의 입술로 덮으며 남은 커피를 단숨에 들이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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