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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친구. 혹시 내가 네 발이라도 밟았어?"


아이언하이드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눈치로 디에게 물었지. 디는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언하이드를 집요하게 노려봤음. 힘이 좋고 무거운 편인데 조심하는 성격도 아니라 발소리가 꽤 큼. 용의자 중에서 봤을 땐 발소리의 정체로 가장 유력하지.

아이언하이드는 디가 왜이러는지 알 수가 없을 거임. 요즘 디가 제정신이 아니란 소리를 듣긴 했지만 자세한 건 모름. 아이언하이드는 최대한 브레인 모듈을 굴렸음.


"내가 오라이온한테 뭐 했어?"
"뭐?!"
"왜?!"


디가 아이언하이드를 압박하듯 다가섰지.


"팍스 얘기가 왜 나와? 뭐 찔리는 거 있냐?!"
"아니 그건, 네가 그렇게 이상해지면 보통 걔 문제니까.."
"솔직히 말해 그녀석이랑 뭘했어!"


아이언하이드는 당황해서 손을 내저었음.


"뭘 말하는 거야? 당장 오늘 아침에도 인사하고.."
"걔가 밤에 깨운 적 있냐고!"


아이언하이드도 어디 가서 성질머리로 꿀리진 않지만 오늘의 디는 정말 차원이 다르겠지. 건드리면 물리는 걸 넘어서서 한 구백만년정도 저주 받을 거 같음.


"야 나는 한번 리차징하면 누가 주먹으로 후려쳐도 못 일어나!"
"아 그래? 오늘 한번 해볼까 내 주먹이 너한테 꽂혀도 안 일어나는지!"
"미쳤냐?"


힘 세기로 유명한 두 메크가 그렇게 한참을 투닥대고 있으니 화를 좀 쏟아내어 겨우 진정이 된 디는 하얗게 불태운 포즈로 앉았음. 아이언하이드는 디가 갑자기 자기한테 와서 급발진하는 게 썩 유쾌하진 않지만 그러고 있는 거 보고 있으니 어째 짠할 거임. 무슨 온 세상의 근심을 다 짊어진 거 같음. 사실상 디가 짊어지고 있는 건 오라이온 하나 뿐이겠지만.

.....감당하기 힘들긴 하겠다. 아이언하이드는 디의 어깨를 서툴게 토닥여줌.


"야 기운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도와줄 거 있어?"
"....사흘 전에 발소리가 큰 누군가가 팍스를 데려갔다는데.. 누군지 알아?"


디는 굉장히 초췌했음. 역시 오라이온 문제잖아. 아이언하이드는 뒷머리를 긁적였지.


"글쎄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나는 리차징 중엔 안 깨어나서.. 그래도 밤에 그렇게 시끄럽게 다닐만한 녀석들이라면 오라이온하고 그 쌍둥이하고.. 휠잭?"


디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음. 휠잭?













"아, 맞아. 그거 나야."


휠잭은 가볍게 수긍했지. 휠잭은 몰래 폐품이나 고철들을 주워와서 밤마다 이런저런 발명과 실험을 하곤 함. 무거운 걸 잔뜩 들고 돌아다니다 보니 굉장히 발소리도 크게 나고.


"그럼 팍스가 불러낸 게 너야?!"
"팍스? 아니야. 난 그때도 뭐 만들고 싶은 게 있어서.."


휠잭이 주섬주섬 뭔가를 꺼냈음.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계 장치가 튀어나옴. 어디다 쓰는 건지는 알고 싶지 않다.

생각해보면 오라이온이 휠잭을 찾아갔을 리는 없음. 휠잭이 연구실험 하는 곳에 몇번 구경갔다가 크게 데인 적이 있거든. 전신의 도색이 디처럼 은색으로 변해서는 터덜터덜 돌아왔었지. 덕분에 드디어 도색도 커플로 맞춘 거냐고 여기저기서 비웃음을 샀음. 다행히 며칠 내에 원래 도색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디는 허무함이 몰려왔음. 발소리의 정체가 그냥 실험하러 가던 휠잭의 것이었다면... 유일한 목격 증언이.. 의미 없이 사라져 버렸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니.."
"어.. 근데 사실 그때 오라이온 보긴 했는데."


좌절하고 있던 디는 다시 일어섰지.


"어디서?!"
"그냥 지나가다가 멀리서 봤을 뿐이지만..."
"혹시 누구랑 있지는 않았어?"
"못 봤어. 오라이온이 뭐라고 떠드는 소리 외엔 아무것도 안 들렸고."


디는 심각한 표정으로 새로 얻은 정보에 대해 생각했음. 얼핏 들으면 아무 정보도 아닌 거 같지만 그렇지 않아.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것과 달리 범인은 발소리랑 상관 없어. 오히려 상당히 조용하고 신중한 녀석임. 여기저기 목격 당한 오라이온과 달리 지금껏 누구한테도 발견되지 않았어.


디는 가끔 오라이온과 함께 나가 어딘가로 숨어들고 잠입하며 놀던 은색 메크가 바로 떠올랐지.



디오라 메옵 오라이온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