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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4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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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ㅇㅁㅇ!!! ㄱㅇㅁㅇ



뭐든지 다 해보라는 말은 너무나 어려웠다. 비가 헨리보다 많이 가진 것은 거의 없었으므로. 하지만 그녀는 헨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원하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집어주지 않았다. 비 스스로 답을 찾아야했다. 비는 정확하게 정의내릴 수 없을뿐, 그것들이 뭔지 알것도 같았다.


호출에 비는 헨리의 집무실을 찾았다. 노크 후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가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쇼파의 사용감이 적었다. 비는 쇼파에 걸터앉아 그가 서류읽는 것을 끝내기를 기다렸다.


서류에 고정된 얼굴은 아름다웠다. 매번 자신에게 예쁘다고 하지만, 비가 보기에 헨리 본인이야 말로 선이 수려한 미인이었다. 마침내 헨리가 서류를 내려놨고, 곧이어 얇은 입술이 열려 나긋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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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한테 좀 더 큰자리를 줄까 하는데.”


“…”


비는 답이 없었다.


“싫니?”


“난 보스 옆이 좋은데요.”


안경때문에 더욱 커보이는 눈이 느리게 감겼다가 떠졌다.


“내 옆에서 치우겠다는건 아니었는데.”


다행이라고 비는 생각했다. 이제 팀장을 위해 일하고 싶진않지만 자신이 무언가를 하려면 이 사람 곁이어야 했다.


“보스 저 데리고 살게요?ㅋㅋ”


친근감을 확인하고 싶은 사람처럼 군 것같아 말을 뱉고는 곧바로 후회했다. 다행인 것은 이게 비의 캐릭터에 맞는다는 거였고, 다행이지 않은 것은 헨리가 빠른 답을 내놓지 않는다는거였다.


“..데리고 살고 있잖아 지금.”


헨리의 말과 함께 알 수 없는 감정이 비의 가슴속에 울렁댔다.




———



“아직 건진거 없어?”


“아직요. 그래도 저한테 더 큰자리를 주겠다니까 곧 뭐라도 나오겠죠.“


“잘됐네. 증거로 쓸 수 있는건 뭐든지 기록해서 보내.”


“…. 근데 팀장님.”


“어, 왜.“


“이놈들 잡으면 평생 감옥에 넣을 수 있어요?“



———



밖이 어두워지도록 집무실 책상앞에 앉아있던 헨리는 서류의 마지막 장을 넘기곤 곧장 전화를 걸었다. 다이얼이 울린지 얼마되지 않아 전화가 연결됐다.


“네, 보스.”


“밥먹자.”


“지금요?”


“응.”


‘지금 시간이 8신데..’


이미 저녁을 먹은 비는 시계를 보며 생각했다. 어쨌든 그가 제게 먼저 밥을 먹자고 하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보스가 사는거죠? 그럼 가고.“


잘보지 않으면 모를만큼 희미한 웃음을 지어내고 헨리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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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


“맛있니?“


헨리는 파스타를 입 한가득 넣고 씹어대는 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여기 존나 맛집이네요.“


비는 거진 깨작거리고 있는 헨리를 보며 답했다. 밥먹재서 나왔더니 정작 먹자고 한 사람은 와인이 주식인양 홀짝거리고 자신만 끼니를 초과하고 있는 꼴이 어이가 없었다.


”..보스 배고파서 밥 먹자고 한거 아니었어요?“


”맞는데.”


“근데 왜 이렇게 못먹어요.”


“잘 먹고 있어.”


“…아 네.”


잘 먹고있다는 사람한테 더 이상 할말이 없기에 비는 그저 파스타를 입에 돌돌 말아 넣었다. 밥을 먹으려고 부른건지 밥 먹는거를 보려고 부른건지.


“보스.”


“응, 왜.”


“엄마 수술 날짜 정해졌대요.”


음료로 목을 축이곤 비는 덧붙였다.


“고마워요. 정말로.”


헨리는 비의 감정을 이해할 순 있었으나 공감할 순 없었다. 그의 가슴 속에 가족이란 그리 애틋한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응답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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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비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와의 대화가 근래 누군가와 나눈 대화중에 가장 대화처럼 느껴졌다. 그와 자신이 평범한 사람으로서 평범하게 만났으면 어땠을까. 성립할 수 없는 가정이었다.






———



“여보세요.”


“엄마 수술 잘 끝났어요.”


“다행이네.”


“지금 좀 보고 싶은데, 만날 수 있어요?”


“..집으로 와.”




———


헨리의 집으로 향하는 비의 발걸음은 빨랐다가 느려졌다. 그래도 발걸음의 방향이 바뀌는 일은 없었다. 그에게 오늘 말할 작정이었다.


결심은 끝냈지만 문 앞에서 비는 망설였다. 그의 집에 발을 들이고나서 살아나오지 못할수도 있다는게, 어쩌면 아까 본 엄마의 얼굴이 자신이 마지막으로 볼 엄마의 얼굴일 수 있다는게 그녀를 조금 미치게했다.


그래도 말해야만 했다. 설령 2년동안 헨리에게 들키지 않고 거래 증거들을 확보한다고해도, 그것이 헨리의 사업을 무너뜨린다고 해도, 그에게 무기징역은 구형되지 않을것이었다. 그는 다시 돌아올 것이고, 그때는 확률에 기댈 수도 없는 상황을 맞이해야했다. 아니,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헨리 지라드는 감옥에서도 비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애초에 살아나갈 수 없는 정글에 발을 들인거였다. 그 사실을 정글 한가운데 다다라서야 비는 깨달았다.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방법은 두 가지였다. 호랑이가 되거나, 호랑이와 한패가 되거나.


심호흡 한번을 내쉬고 벨을 눌렀다. 문이 열리자 바디 워시 향이 풍겼다. 헨리의 머리카락 끝이 촉촉했다. 상체는 맨몸이고 바지만 입은채였다.


“샤워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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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들어가도 돼요?”


문이 활짝 젖혀지고 비는 그의 옆을 지나쳐 집 안으로 들어갔다.


”우와, 보스 집 진짜 좋네요.“


넓은 공간에 고급스러운 취향이 가득했다. 긴장한 마음이 과장되게 행동하게 만들었다.


”이거 다 향수에요? 여기있는거만 훔쳐도 천은 되겠다. 대박 롤렉스. 이게 몇개야. 나머지는 어디건지도 모르겠어요. 보스는 도둑안들게 조심하셔야겠ㄴ-“


“용건이 뭐야.”


헨리의 말에 비는 떠들기를 멈출 수 있었다. 그녀는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용건이라니 너무 딱딱한거 아니에요? 축하주 한잔 하고 싶어서 왔어요.”


“그렇군. 마실만한걸 꺼내오지.”


와인셀러로 향하는 헨리를 비가 붙잡았다.


“에이 그러면 얻어마시러 온 것 같잖아요 제가 사왔어요 술.”


비의 손에는 맥주 병이 든 비닐봉투가 들려있었다.


“와인말고 안 마시는건 아니죠?”



———



둘이 앉은 식탁에는 맥주와 와인, 과자와 치즈가 차려졌다. 각자의 취향을 존중한 차림이었다. 비의 복장도 헨리의 복장도 평소의 양복 차림과 다르게 니트와 면바지였다. 식탁 위의 색다른 조합을 제외하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처럼 보였다. 언젠가 말해야 함을 알았지만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비는 맥주를 들이켰다.


축하주를 마시자더니 말도 없이 술만 들이키는 그녀에 헨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머니는 괜찮으시다니?”


“네. 좀 지켜봐야되긴 하는데 수술은 잘 끝났대요.”


“다행이구나.”


“네..”


헨리는 말없이 비의 잔에 술을 채워줬다. 비는 곧바로 술잔을 비웠다. 그렇게 비운 술잔이 대여섯번이 될때쯤 비가 운을 뗐다.


”엄마 위급하셨을때…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헨리는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사방이 벽에 가로막힌 기분이었어요. 믿을건 나 하난데, 나는 힘도 없고. 노력으로도 안되는게 있다는거 정말 뼈져리게 느껴지고. 근데 그때-“


말이 더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한마디라도 더 꺼내면 말 대신 울음이 나올것 같았다.


아빠는 5살때 떠났으므로 비는 줄곧 엄마와 함께였다. 그래도 비는 괜찮았다, 단란한 가정이었으니까. 여느 아이들처럼 자랄 수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어느날 엄마가 쓰러지고 신장암이란걸 알기 전까지는. 엄마가 모아둔 돈은 병원비로 빠르게 사라져갔다. 그 무렵 비는 학교를 다니며 알바를 했다. 몇몇 날은 정말 손을 놓고 사라지고 싶었다. 그래도 열심히 살면, 정직하게 살면, 언젠가 다시 건강해진 엄마와 어느덧 경찰인 자신이 다시 함께 사는 날이 올 것이라고, 세상이 자신에게 그리 가혹하게 굴진 않을거라고 믿었었다. 사실 세상은 자신이 어떻게 사는지 관심따윈 없는데도. 신에게도 빌어봤었다. 그는 응답하지 않았지만. 신 대신 그 자리에 나타난건..


“울어도 돼.”


건조하고 따뜻한 손이 휴지로 눈가를 꾹꾹 눌러왔다. 어느새 그는 비의 옆에 서있었다. 서툰 손짓에 아슬하게 담아놓은 눈물이 표면을 따라 흘렀다. 그가 악마라고 할지라도 그의 손길은 세상의 어떤 신보다 다정했다.


그 손길이 신호탄이라도 된 듯 비는 헨리의 허리를 끌어안고 배에 얼굴을 파묻었다. 작은 등이 들썩거리고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헨리는 제 허리께에 매달린 뒷통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손을 어색하게나마 그녀의 등위에 얹었다. 비는 큰 숨을 한번 들이키고 울음처럼 내뱉었다.


“나 경찰이에요.“


헨리가 그녀를 떼어내 얼굴을 마주하려 했으나 비는 헨리를 감싸안은 두 팔을 더욱 옭아매 필사적으로 놓지 않았다. 손으로는 그의 뒷 허리춤에 있는 총을 꺼내지 못하게 붙든 상태였다.


”속여서 미안해요. 죽이지 말아요 제발… 저 쓸모있을거에요.“


비의 몸이 잘게 떨렸다.헨리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헨리는 잠깐의 침묵끝에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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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을 위해서 일할 수 있겠니.”


비가 품에서 나와 젖은 눈으로 헨리의 두 눈을 올려다봤다. 결의에 찬 눈동자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당신만을 위해서 일할게요.”



———


헨리 지라드로서는 꽤나 만족스러운 밤이었다. 비의 영혼과 충성이 모두 제 손안에 들어왔으므로. 그것들을 비가 기꺼이 제게 바쳤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었다.


헨리는 알코올과 울음에 지쳐 소파에 앉아 잠든 비를 바라보다, 손에 든 와인잔을 놓고 그녀를 안아들어 쇼파에 편하게 누울 수 있도록 내려놓았다. 그런 뒤 손님용 이불을 꺼내와 온몸이 잘 감싸지도록 덮고선 비의 허리께쯤 남은 공간에 앉아 비의 얼굴을 살폈다. 그러다 엄지와 검지를 제외한 세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 선을 부드럽게 따라 쓸며 말했다.


“자는 얼굴도 이쁘네 너는.”


비의 얼굴은 흘린 눈물 때문에 잔뜩 부어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내려다보던 헨리가 자신의 입술을 비의 입술 위에 가볍게 내리눌렀다. 곧 떨어진 입술과 함께 그는 그녀를 한번 더 눈에 담은 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


“야 허니.”


“네.“


여상한 목소리에 이 팀장이 짜증을 담아 말했다.


”네? 너 내가 몇번째 건 건줄 알아?“


”..바빴어요.“


전투 의지를 상실하게 하는 맥빠진 대꾸에 이팀장은 다그치기를 포기하고 다른 질문을 던졌다.


“후… 그래서 건진건 없어?“


”열흘 뒤에 러시아 놈들이랑 거래한대요.“


“장소는.”


“하와이요.“


팀장의 눈과 입이 환희로 떨렸다.


“씨발, 확실한거지?”


비는 제 앞에 앉은 헨리의 얼굴을 응시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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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지라드 입에서 나온 말이에요.“








뿌꾸너붕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