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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출근한 디는 브레인 모듈을 풀가동하여 범인 찾기에 나섰음. 세상 불신이 와버린 디에게는 모든 게 수상해보일 듯.



용의자 1. 재즈


"너 오늘따라 피곤해 보인다?"
"아.. 어제 리차징을 제대로 못했어.."


재즈는 동료들이 걱정을 하자 피곤한듯 한숨을 내쉬며 뒷목을 주물렀음. 어제 밤에 뭘했길래? 디의 옵틱이 가늘어졌지. 솔직히 자신을 제외했을 때 오라이온이 누군가에게 부탁을 한다면 재즈일 확률이 가장 큼. 재즈 성격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받아줄 법도 하고...




용의자 2. 아이언하이드

"오라이온! 오늘도 힘내라!"
"어. 너도!"


아이언하이드가 오라이온의 어깨를 호쾌하게 팍 치고 감. 오라이온은 웃으며 화답했지. 이번 케이스가 리차징을 깨워서 하는 부탁임을 생각해보면 아이언하이드도 상당히 그럴 듯 하다. 자신만큼은 아니어도 둘이 상당히 친하고 털털한 성격이라 뒤끝없이 받아줄 거 같음.




용의자 3. 사이드스와이프 & 썬스트리커

"오라이온, 알지?"
"네 보호자한테는 비밀로."


쌍둥이가 키득거리면서 오라이온에게 뭔가를 속삭였음. 저녀석들은 원래부터 오라이온한테 관심이 많았지. 재밌는 게 있는데 같이 해보지 않겠냐며 늘 오라이온에게 디를 떼놓고 혼자 오라고 요구했음. 뭔데 그러냐고 디가 물어보면 범생이가 알면 기절한다고 입 다물고. 또 무슨 사고를 치려는 건가 신경쓰기도 귀찮아서 내버려 뒀는데 일이 이렇게 되니 몹시 수상하다.




용의자 4. 프라울

"채굴한지 얼마나 됐는데 아직도 이걸 이렇게 매? 반대라고."
"아 그러게. 미안미안."


프라울은 오늘도 여전히 오라이온에게 투덜거렸음. 딱히 누구에게도 친절하게 대하지는 않지만 유독 오라이온에게 틱틱대는 모습이 자주 보임. 관심이 없으면 괴롭히지도 않는다는 말이 있잖아? 생각해보면 오라이온한테 참견한다는 명목으로 말도 엄청 거는 거 같음. 앞에서만 이러고 뒤에선 생각보다 친할지도 모르지...




용의자 5. 엘리타

"와 엘리타. 오늘도 멋지네."
"일이나 해."


엘리타는 오라이온한테 시선 한조각 주지 않았지. 디도 설마 엘리타일까 싶기는 해. 하지만 오라이온이 늘 엘리타를 멋지다고 하고 관심있게 보는 걸 보면... 어쩌면 엘리타 생각이 나서 부탁을 했을 가능성도 높다고 봐야지.​​​​






디는 고뇌에 휩싸였음. 일단 용의자는 이 다섯명인가.. 찾아서 뭘 어쩌려는 건지는 스스로도 잘 모르겠지만 찾아서 뭘 할 건지는 둘째치고 일단 알아놔야 속이 편할 거 같음.

그날부터 디는 용의자들을 예의주시 했음. 오라이온이 아직도 디의 눈치를 보며 설설 피해다니는 덕분에 시간은 많음. 하... 오늘도 오라이온은 디 대신 용의자.. 아니 재즈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 왜 내 청각 센서는 저기까지 닿지 않는 거지? 디는 옵틱을 좁히고 둘을 응시했음. 어쩐지 예전보다 스킨쉽이 좀 많아지지 않았나?


"오라이온 요즘 혼자 다니더라."
"드디어! 오라이온 오면 이런 자세는 어때?"

 

청각 센서를 최대로 높였던 디의 센서에 정작 들으려던 재즈와 오라이온의 대화 말고 다른 대화가 들어왔음. 뒤를 돌아보니 쌍둥이가 킬킬대며 아주.. 아주 복잡하고 이상해보이는 손동작을 하고 있었음. 디는 그 손동작이 저번에 오라이온이 인터페이스를 묘사할 때 쓴 손동작과 어딘가 닮아있단 걸 알아차렸지.

너희구나.


"응? 뭐야 디. 왜..."
"팍스랑 뭐 했어."
"뭐?"


디의 주먹질 한번에 테이블이 반으로 갈라졌음. 으악! 사이드스와이프와 썬스트리커는 저도 모르게 서로를 붙들었지.


"뭐야? 왜 그래 우리가 뭘했는데?!"
"오라이온이랑 뭐했냐고!"
"아무것도 못했어! 네가 하도 옆에 붙어다녀서 오라이온 허리 한번 못 만져봤잖아!"


사이드스와이프가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지. 거슬리는 내용이었지만 억울한 거 자체는 진심인 거 같음.


"그런데 인터페이스는 어떻게 알고 있어."
"인.. 뭐?"
"이거 말하는 거야? 그냥 우리끼리 만지다보니 좋아서 하는 건데?"


썬스트리커가 인터페이스 패널을 가리키며 말했음. 오라이온에게 들었다면 인터페이스라는 단어를 모를 리가 없겠지.. 디는 의심은 줄었지만 대신 분노가 차오름. 이자식들 그럼 그동안 오라이온 꼬셔댄 게 이거 하려고 그런 거였어?


"너희끼리 하면 되지 그녀석은 왜 불러?!"
"한명 더 있으면 재밌을 거 같아서.. 입도 있고 구멍도 있는데 둘만 하기 아깝잖아. 오라이온은 이런 거 재밌어 할 거 같고."
"난 구멍에 막대기 두개 들어가는지 시험해보고 싶어."


쌍둥이가 또 신나서 떠들기 시작했지. 디는 테이블의 잔해를 발로 부숨.


"딴 놈 찾아. 너흰 팍스한테 접근 금지야."


...쳇. 둘이 투덜거리는 걸 들으며 디는 돌아섰음. 아무래도 얘들은 범인이 아닌 모양임.


"근데 오라이온은 요즘 쟤랑 자주 다니네. 그때 밤에도 쟤랑 이야기 하더니."


음? 디는 다시 돌아섰음.


"그때 밤이라니?"
"사흘 전인가.. 언제였더라. 우리 몰래 나가다가 본 거."
"그거 쟤 아니야. 쟤 말고 그 왜 있잖아.. 까칠한 애."
"아 맞네. 둘이 도색이 엇비슷해서."


디는 쌍둥이가 누굴 말하는지 아주 정확히 알 거 같았지.




디오라 메옵 오라이온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