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나올 때가 됐는데 왜 아무도 안 오지... 핸드폰만 수시로 들여다 보는데 되게 좋아 보이는 차 한 대가 주차장에서 나오길래 너붕붕은 설레는 마음으로 가방에서 종이와 펜을 꺼냈음.

차가 너붕붕 옆으로 비스듬히 서고 창문이 내려갔는데....



ㅅㅂ 오늘 너붕붕 팀 상대로 역전골을 넣은 상대팀 선수였음






"사인해줘요?"



온몸에 두른 팀 굿즈를 보고도 능청스럽게 말을 건네는 놈을 향해 너붕붕이 손으로 V자를 날려줬음. 소리내 웃으며 빠져나가는 차 뒤꽁무니를 보며 너붕붕은 열이 받아 메고 있던 목도리를 쥐어짰음.





근데 왜 자꾸 저 새끼랑 마주치냐고.



쟤네 팀 경기면 말을 안 해. 지 경기 없는 날엔 직관 끝나고 가는 너붕붕 옆으로 익숙한 차가 다가와서 창문을 내리고

"오늘은 생각이 바뀌었어요?"


"내 사인 비싼데. 팔아도 되니까 하나 해줄게요."


"사인 미리 해오게 이름이라도 알려주면 안 돼요?"


등등 점점 빡치는 소리만 해댐. 맨날 손가락 욕을 처먹고도 뭐가 좋은지 웃는데 쟤 때문에 쟤네 팀이 더비팀보다 더 싫어졌음.







너붕붕 팀이 대패한 날 너붕붕이 화를 삭이며 집으로 걸어가는데 또 그놈의 차가 너붕붕 옆에 섰음. 너붕붕은 이 자식이 내가 만만하나 싶어서 소리를 빽 질렀음.




"야 이 새끼야 내가 만만해? 니 주변에 널린 게 너 떠받들어 주는 사람들인데 걔들한테나 가서 집적거려! 왜 나한테 이러냐고!"



그랬더니 채프먼이 처음으로 차에서 내려 너붕붕 앞에 섰음. 생각보다 덩치가 커서 움츠러든 너붕붕이 치료비는 어디로 청구해야 되나 고민하는데 머리 위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음.



"한 번도 만만하게 생각한 적 없어요. 잘 생각해봐요, 내가 왜 내 경기 앞두고 다른 팀 경기일마다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을지."



채프먼은 차에서 작은 종이를 꺼내 뭔가를 휘갈겨 쓰고 허니에게 건넸음. 너붕붕이 멍하니 서 있자 채프먼은 한번 웃어주고 다시 차에 탔음.











채프먼이 건넨 종이에는 전화번호와 함께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음.

'내 이름은 알고 있죠? 생각 바뀌면 연락해줘요.'



캐머런채프먼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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