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610016189
view 5790
2024.11.01 21:23
https://hygall.com/609925389
저항군의 모든 준비는 순조롭게 끝났음. 모두가 각자의 각오를 다지고 전장을 향해 떠날 채비를 마친 바로 그 순간.
오라이온은 배정 받은 방에 묶여있었음.
"아니 여기 가만히 있겠다니까?! 풀어줘!"
아무리 외쳐봤자 듣는 이가 없으니 오라이온은 리차징 베드 위에서 혼자 꿈틀거리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음. 메가트론하고 이야길 해봐야 하는데. 오라이온은 초조하게 결박을 풀으려 애썼지. 하지만 대체 무슨 솜씨인지 결박은 꼼짝도 하지 않음.
결국 지친 오라이온이 리차징 베드에 늘어졌음. 밖은 다들 싸우고 있을까. 오라이온은 천장을 바라봤음. 저항군이 이기면 메가트론은 어떻게 되는 거지. 메가트론이 이기면 저항군은 어떻게 되는 거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던 오라이온은 이를 악물고 다시 몸을 일으켰음. 뭐가 어떻게 되든 가만히 있을 순 없었어.
어떻게 팔만 잘빼면 될 거 같은데.. 코그만 있었다면... 어깨와 허리를 이리저리 움직여보던 오라이온은 아이디어가 번뜩였음. 코그가 없다고 트랜스폼을 하지 말란 법은 없잖아? 트랜스폼을 할 때의 요령은 알고 있으니 조금만 응용해보면 되지 않을까?
오라이온은 알트모드 때의 감각을 살려 동체를 잡아뺐음. 조금 아프지만 관절이 움직이는 게 느껴짐. 되는 거 같..!
잠시 후 오라이온은 요란한 우드득 소리와 함께 리차징 베드 위를 굴렀음. 코그 없이 트랜스폼을 하는 건 아프구나. 오라이온은 덜렁거리는 어깨를 다시 원위치로 우겨넣었음. 그건 트랜스폼이 아니라 관절이 빠졌다고 하는 거지만 뭐 오라이온이 알 필요는 없지. 중요한 건 결박에서 빠져나왔다는 거임.
방에서 나온 오라이온은 기지 내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밖을 향해 달렸음. 어떻게 하면 메가트론을 찾을 수 있을까. 아마 가장 파괴적이고 무서운 곳에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음. 근데 그렇게 메가트론을 찾는다고 해도 코그리스 상태에선 도로도 연결되지 않는데 어떻게 가야하지?
오라이온은 달리던 도중 광부들이 사용하는 제트팩을 발견했음. 오라이온은 옵틱을 빛내며 고민도 하지 않고 제트팩을 동체에 장착했어. 제트팩을 써보지는 않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밖은 온통 난장판이었어. 오라이온은 총과 미사일과 폭탄과 아무튼 많은 무기들 사이를 내달렸어. 어디지. 메가트론은 어디 있지? 달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오라이온에게 익숙한 폭발음이 들렸음. 메가트론의 캐논 소리임. 오라이온은 반사적으로 그쪽을 돌아봤음. 아주 멀리, 가장 높은 곳에 빛을 받아 반짝이는 그 은색 메크가 보였어.
오라이온으로서는 익숙한 모습이었지.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었음. 메가트론이 또 얼마나 옵틱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폭주하고 있을지. 또 리차징 못했구나.
한순간 시선을 빼앗겨 달리기를 멈추자 곧바로 근처에서 폭발이 일어났음. 오라이온은 가벼워진 동체 때문에 생각보다 멀리 날아가 바닥을 굴렀지. 오라이온은 충격에 오류가 생기는 헤드를 흔들며 다시 일어섰어. 멈춰있을 때가 아님. 오라이온은 다시 메가트론을 향해 달렸어.
한참을 정신 없이 달리던 중에 하이가드 하나가 오라이온을 막아섰어. 지금껏 안 걸린 게 용하지. 오라이온은 하이가드가 제 빠른 움직임을 따라오지 못하고 놓쳐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지며 내달렸지만 택도 없었음. 하이가드가 오라이온에게 블라스터를 발사한 그 순간, 누군가 오라이온의 허리를 낚아채어 달렸어.
"오라이온! 여기서 뭐해!"
재즈가 환장하겠다는 목소리로 말했음. 오라이온은 재즈를 설득할 시간이 없었어. 그저 손가락으로 저 꼭대기를 가리키며 말했지.
"나 가야 돼 재즈! 메가트론한테 가야 돼!"
재즈는 오라이온이 가리킨 곳을 바라봤음. 그리고 오라이온을 봤어. 그 파란 옵틱은 절박했고 자신이 하려는 일에 한치의 의심도 없었음. 재즈의 망설임은 짧았음. 오라이온이 그렇게 하길 바란다면, 그게 뭐든 믿어주고 싶어.
"꽉 잡아!"
재즈는 알트모드로 변했지. 오라이온은 재즈의 동체를 부여잡고 도로를 달리는 과속을 견뎠음. 재즈가 적과 아군을 모두 피하며 최고 속력으로 달리니 목적지까지 금세 가까워졌지.
하지만 순조롭던 운행은 누군가의 공격에 의해 멈췄음. 자신들을 정확히 노린 총격에 오라이온은 재즈를 놓치고 도로 바닥을 굴렀어.
"어딜 가려고 이..!"
둘을 공격한 메크가 도로 위로 내려왔어. 그리고 오라이온에게 블라스터를 쏘려다 오라이온을 알아보고 멈춤. 그 찰나의 순간 동안 오라이온과 스타스크림은 옵틱이 마주쳤어.
"오라이온! 달려!"
재즈가 스타스크림에게 달려들었음. 오라이온은 재즈가 스타스크림을 붙잡고 있는 동안 도로 위를 내달렸지. 스타스크림은 재즈의 너머로 오라이온에게 블라스터를 겨냥했음. 방해가 심했지만 코그 없는 봇이 달리는 걸 맞추는 것 정도는...
....아, 망할!
스타스크림은 블라스터를 내렸어. 망할!! 빌어먹을 꼬맹이!!!
에너지가 다 떨어져라 달리던 오라이온은 도로의 끝에 와서야 멈춰섰음. 엔진이 과열돼서 동체가 너무 뜨거워. 오라이온은 공기를 헉헉 뱉으며 두리번거렸음. 도로가 생기지 않아. 이 이상은 달려서 갈 수 없어. 오라이온은 아직 멀기만 한 메가트론을 바라봤어. 엘리타와 비가 간신히 맞서고 있었지만 둘 다 부상이 심해. 당장 가야 해.
오라이온은 더 볼 것도 없이 제트팩의 전원을 넣었음. 제트팩에 엔진이 들어오며 동체가 점점 떠오름. 부스터 쓰던 거랑 똑같이 다루면 되겠지. 오라이온은 되는 대로 출력을 높이고 메가트론을 향해 날았어.
메가트론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오라이온은 이상하게 차분해지는 감정과 고조되는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음. 마지막으로 메가트론을 봤을 때 메가트론은 오라이온에게 굉장히 화를 냈지.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 쪽이 아픔. 스파크가 얼어붙을 정도로 무섭기도 함. 그런데도 이 감정은 뭘까. 잘 모르겠어. 그냥 메가트론을 만나고, 그와 이야기 해보면 확실해질 거 같아.
오라이온은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음. 이제 출력을 내리고 제트팩을 멈추기만 하면 됨. 근데, 어. 이거 어떻게 멈추지? 오라이온이 당황하여 아무거나 만지자 제트팩은 되려 제어를 잃고 날뛰었음.
오라이온이 상공을 배회하는 모습을 가장 먼저 발견한 건 비였음. 비가 난데없이 비명을 지르자 메가트론과 엘리타도 비가 보고 있는 쪽을 봤어. 그리고 전속력으로 벽을 향해 날아가는 오라이온을 목격함.
"저 멍청이가!!"
메가트론과 엘리타가 동시에 외쳤음. 제트팩 하나로 두 리더의 화합을 이끌어낸 오라이온은 차라리 제트팩을 벗어라도 보기 위해 열심히 꿈지럭거리고 있었지.
"가만히 있어!"
엘리타가 오라이온을 향해 블라스터를 조준하며 외쳤음. 블라스터는 정확하게 제트팩을 맞췄음. 제트팩이 속도를 잃고 떨어지자 메가트론이 달려가 오라이온을 받아안았어. 그리고 제트팩을 단번에 뜯어내 던짐. 과열된 제트팩이 바닥에 닿자마자 폭발했지. 큰일날 뻔 했네. 오라이온이 폭발을 멍하니 보고 있으려니 커다란 손이 오라이온의 얼굴을 붙잡아 강제로 시선을 맞췄어.
"대체 여길 왜 온 거야! 죽고 싶어?!"
"당신이 화난다고 또 다 때려부수고 있을까봐 왔어요."
오라이온은 장난스럽게 웃었지. 메가트론은 화가 나서 머리가 아픔.
"뭘 잘했다고 웃어?!"
"날 구해줬잖아요. 이제 나랑 친구하고 싶지 않은 건줄 알았어요."
파란 옵틱엔 순수한 기쁨 만이 존재했음. 메가트론은 오라이온에게 온갖 잔소리를 쏟아내려다 멈췄지. 오라이온이 너무 평소와 다름 없이 웃고 있어서 순간적으로 잊었어. 마지막으로 오라이온을 만났을 때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자각하고 나니 제 품에 안겨있는 무게가 소름끼치도록 가벼웠어. 메가트론의 옵틱에 코그가 비어있는 동그란 구멍이 들어왔음. 당연한 일이지. 자신의 손으로 뜯어냈으니 비어있는 게 당연하지. 그런데도 마치 다른 누군가가 한 일인 것마냥 끔찍하게 현실감이 없었음.
붉게 타고 있던 옵틱에 공포에 가까운 절망이 끼었어.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했지? 난 대체 뭘하고 있는 거지? 메가트론은 오라이온을 제게서 떨어뜨리려 했어. 자신이 또 이 어린 메크에게 무슨 짓을 할까봐 두려웠어. 하지만 오라이온은 메가트론의 팔에 더욱 매달릴 뿐임. 메가트론은 오라이온을 이해할 수 없었음.
"내가 무섭지 않아?"
"음.. 조금?"
오라이온은 방긋거렸음. 메가트론을 만나면 이 감정이 확실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더 모르겠어. 그냥 메가트론이 자신을 구해줬다는 게 좋아. 메가트론이 그때처럼 화나보이지 않아서 기뻐.
오라이온은 메가트론의 팔에 헤드를 기댔어. 메가트론은 스파크가 울렁거리는 걸 느꼈지. 천천히 팔을 뻗어 오라이온을 감싸안으니 원래도 메가트론보다 작았던 동체가 팔 하나에 다 안겼어. 서로의 스파크가 진동하는 게 느껴질만큼 가까웠지.
"메가트론. 어쩌면 당신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
오라이온이 천천히 중얼거렸음.
"당신이 말했던 대로 저도 그 시간들을 겪었다면 당신을 이해했을지도 모르죠. 당신이 옳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당신처럼 모든 걸 증오하고 파괴하고 싶었을지도요."
오라이온은 고개를 들어 메가트론을 바라봤어.
"하지만 만약 그런 세계가 존재한다고 해도.. 그 세계에서도 저희가 친구였다면 전 당신을 막았을 거예요. 당신이 괴로워하는 건 보고 싶지 않으니까."
오라이온은 자신을 안은 팔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어.
"당신도 분명 그랬겠죠? 제가 그토록 고통 속에 머물고 있다면 절 막으러 와줬을 거죠?"
오라이온의 옵틱은 파랗게 반짝였지. 신뢰와 기대가 가득한 파란색. 넌 대체 어떻게 그렇게 누군가를 믿을 수 있는 걸까.
"메가트론. 지금이 그 순간이라 생각하고.. 여기서 멈춰주면 안될까요?"
메가트론은 아무 말 없이 아이아콘을 내려다봤음. 자신의 부하들이 자유를 원하는 시민들과 서로 얽혀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어. 뭘 위해서 여기까지 온 거였지. 센티넬을 끌어내리고 억압의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해왔던 모든 것들이 너무 멀게 느껴짐. 분명 멈췄어야 했던 순간들이 있었어. 당장 바로 얼마 전에도 이 무고한 녀석의 코그를 뜯어내기 전에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어야 했음.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목적지를 지나쳐도 너무 지나쳐 버렸는데.
메가트론은 그 작은 손이 자신을 꼬옥 붙드는 걸 느꼈음. 그래도 이 길의 끝에 발견한 것이 이 팔 안의 온기라면... 나쁜 결말은 아니겠지.
메가트론은 천천히 뒤를 돌았어. 반군의 리더는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언제든지 메가트론을 칠 수 있게끔 빈틈 없이 대기하고 있었음.
"엘리타 원."
"뭐야."
"내 부하들의 안전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항복하겠다."
그리고 메가트론은 하늘을 향해 캐논을 발포했음. 메가트론이 아이아콘을 향해 외쳤어.
"명령이다! 전투를 멈춰라 하이가드!"
하이가드는 언제나 로드 메가트론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음. 지금도 예외는 아니었지. 저항군 또한 놀라서 그쪽을 바라봄. 저항군 틈에 있던 라쳇은 메가트론의 품에 아주 익숙한 도색이 안겨있는 걸 보았음. 저녀석.. 기어코... 라쳇은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음.
"말도 안되는 소리야! 자긴 코그드 전부를 처벌했으면서 자기 부하들은 건드리지 말라고?!"
저항군 간부 중 하나가 외쳤어. 메가트론은 옵틱 하나 꿈쩍하지 않고 코웃음이나 쳤지. 그 태도에 열이 받은 메크가 블라스터를 겨눴다가 멈칫했음. 메가트론은 아직도 오라이온을 안고 있었어. 이제보니 오라이온을 내려놓지 않는 게 단순히 기꺼워서가 아님. 그 어린 메크는 일종의 인질이었어. 요구 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그냥 이녀석을 죽이고 자기도 죽겠다는 은은한 협박이 느껴짐.
"됐어. 그만해. 어차피 이놈이랑 똑같은 전철을 밟을 생각은 없어."
엘리타의 말에 저항군은 부들거리며 블라스터를 내려놓았지. 오라이온은 메가트론이 자신을 인질 삼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해맑을 뿐임.
"너희들 입장에서도 나쁜 이야긴 아닐 텐데. 내 부하들 없이 어떻게 쿠인테슨을 막을 생각이지."
엘리타는 겉으로 티내진 않았지만 인정했지. 없었어도 어떻게든 할 생각이었지만 있어서 나쁠 건 없음. 어차피 지금 당장은 인질도 잡혀있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근데 그냥 순수하게 메가트론의 태도가 열이 받는다.
"기대해. 네 죄목을 탈탈 털어서 네 목에 걸고 광장에 매달아 둘 테니."
"하하, 그 논의는 조금 나중에 할까?"
재즈가 엘리타 앞에 끼어들었어. 오라이온이 옵틱을 꿈뻑이는 동안 메가트론은 여전히 관심 없다는 듯 오라이온이나 쓰다듬었음.
"로드..."
쇼크웨이브가 보는 메크가 다 안타까워질 만큼 애절하게 메가트론을 불렀음. 메가트론은 그냥 쇼크웨이브를 보며 고개만 작게 끄덕였지. 하이가드가 항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날뛰는 상황도 생각했었는데 다들 의외로 얌전함. 그동안 메가트론이 고통받는 걸 누구보다 가까이서 봤기 때문일까.
메가트론은 자신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는 것과 다름 없음에도 어느 때보다 평온했음. 오라이온을 바라보는 붉은 옵틱이 거의 주황빛에 가까웠어.
"팍스."
"네?"
"네게 줄 게 있다."
오라이온은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알았다고 했음. 메가트론은 오라이온을 안고 어딘가로 걸어가기 시작했지.
"뭐.. 어디 가?"
"너희도 따라와라."
메가트론이 뒤를 힐끗 보더니 말했음. 저항군은 황당했지. 심지어 자기들한테 말한 것도 아님. 메가트론은 분명히 하이가드 쪽을 보면서 말했음. 이게 항복한 메크가 취할 행동이야? 그와중에 하이가드는 토달지 않고 메가트론을 따라가고 있음. 저들끼리만 가도록 내버려 둘 수도 없으니 저항군도 별 수 없이 뒤를 따라붙었음. 마지막이니까 참는다. 그리고... 그 오래 전 그때에는, 여기 있는 모두가 분명히 메가트론하게 자유를 빚졌으니.
도착한 곳은 오라이온이 메가트론을 처음 만났던 그 동굴이었음. 메가트론이 라쳇에게 무언가를 말하자 라쳇이 옵틱을 크게 뜨고 알파 트라이온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어.
"...살아계셔."
진단을 마친 라쳇의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에 동굴 내부가 소란스러워졌지. 알파 트라이온.. 프라임이 살아계신다고?
"아니.. 아니 왜 말 안 했어?!"
"우릴 방치하는 신에게 의지해봤자 끝이 없다고 생각했다. 에너존 문제는 쿠인테슨이 어느정도 정리되고 나면 외부 행성을 칠 계획이었어."
메가트론은 느슨하게 저항군을 흘겨봤음.
"하지만 네놈들은 그런 짓 안 할테니 어쩔 수 없지."
메가트론의 말투엔 한심스럽다는 기색이 있었음. 뭐. 저항군은 각자의 방식으로 욕을 했음.
그동안 라쳇은 비에게서 여분의 에너존 큐브를 받았음. 큐브를 입에 넣어주자 알파 트라이온은 금세 재가동을 시작했지. 알파 트라이온은 천천히 옵틱을 떴어. 그리고 제 앞에 모여있는 사이버트로니안들을 보았음. 알파 트라이온은 그들 사이에서 메가트론을 볼 수 있었어. 예전과 달리 차분한 옵틱으로, 웬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어린 군주여. 방법을 찾은 모양이로군."
"......"
"이제 만족했는가?"
메가트론은 말없이 오라이온만 끌어안았음. 오라이온은 그 거대한 프라임을 보며 입을 헤 벌리고 있었지. 세상 참 모를 일임. 매트릭스보다 프라임을 줍는 게 더 빨랐다니.
"프라임.."
하이가드들이 거의 넋이 빠진 채로 알파 트라이온을 바라봤음. 알파 트라이온은 그들을 당연히 알아봤어. 알파 트라이온은 인자한 미소를 지었어.
"우리가 없는 동안에도 쿠인테슨으로부터 사이버트론을 수호해주어 감사를 표한다. 고생이 많았겠구나."
"알파 트라이온, 저흰..."
"하이가드여. 너희의 스파크를 따라가거라. 자네들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빚지지 않았다."
스타스크림은 이를 악물었음. 옛 습관대로 무릎을 꿇어 프라임에게 인사할 뻔 했지만 그럴 순 없지. 자신들이 스파크를 바친 대상은 이제 다른 메크니까. 스타스크림은 의연하게 고개만 끄덕였어.
알파 트라이온은 프라이머스의 우물 앞에 섰어. 그가 프라이머스의 이름을 부르니 우물이 공명하듯 빛났지. 다들 그 아름다운 광경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알파 트라이온이 뒤를 돌았음.
"오라이온 팍스."
"네?"
"널 부르시는구나."
오라이온은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가보려고 했음. 메가트론이 마뜩찮은 표정으로 놔주지 않아서 실패했지만.
"메가트론."
"......"
"다녀올게요?"
메가트론은 결국 오라이온을 내려놓았음. 오라이온은 오랜만에 땅을 밟는 기분일 거임. 알파 트라이온에게 다가가니 푸른 빛이 오라이온을 감쌌어. 따스하고 다정한 빛이 마치 오라이온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지.
밖에서 오라이온을 보고 있는 다른 메크들은 오라이온이 거의 빛에 휩싸여 사라진 걸로 보였음. 이윽고 빛이 걷혔을 때, 오라이온은 더이상 작은 메크가 아니었음. 그리고 메가트론이 코그를 뜯어가 구멍이 뚫려있던 그 자리에.. 프라이머스의 유물이 있었어.
모두가 놀라서 새로운 프라임의 탄생과 매트릭스를 바라봤지. 라쳇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옴. 그렇게 매트릭스를 찾아다니더니...
"잠깐, 잠깐 이게 뭐하자는 수작이야?!"
모두가 감탄 혹은 경악에 얼이 빠져있을 때 메가트론이 화를 내며 오라이온에게 다가갔음. 가까이서 보니 더욱 매트릭스가 훤히 비치는 유리창 때문에 폭발할 거 같다. 표적이라고 광고해?
"매트릭스를 찾아달랬지 누가 이녀석한테 매트릭스를 넘기라고 했어!"
"내가 준 게 아니다."
알파 트라이온은 무죄를 주장하며 가볍게 물러났음. 메가트론은 이가 갈렸지. 프라이머스!!
"우와, 메가트론. 당신이랑 이제 키가 똑같네요. 당신 옵틱이 아주 잘 보여요. 또또 빨갛게 됐네."
메가트론이 화난 건 안중에도 없는 오라이온은 해맑게 메가트론을 들여다봤음. 메가트론은 제 코앞에 얼굴을 들이미는 천진함에 정신이 아찔할 지경임.
"...엘리타 원. 요구 조건을 수정한다."
"뭐?"
"날 살려놔. 전장에서 어떻게 굴려도 상관 없다. 쿠인테슨이 에너존을 노리고 이녀석이 매트릭스를 들고 있는 이상 이대론 절대 못 죽어!"
메가트론은 정말로 화가 많이 난 거 같았음. 엘리타는 당당한 포로의 태도에 어이가 없었지만 자기 방어 의지라곤 조금도 없어보이는 어린 프라임을 보며 착잡한 건 엘리타도 마찬가지임.
"...협상의 여지가 있긴 한 거 같군."
알파 트라이온이 프라임으로서 아이아콘에 돌아올 줄 알았건만 알파 트라이온은 정중하게 거절했음. 자네들이 이미 사이버트론을 이끌 준비가 되어있는데 이런 늙은이가 왜 필요하냐며 너스레를 떨었지. 그리고 엘리타에게 고개를 숙였음.
"앞으로의 사이버트론을 잘 부탁하네."
엘리타가 당황하는 모습을 볼 흔치않은 기회였지. 훈훈한 옆에서 메가트론은 여전히 화가 난 얼굴이었음.
"이녀석한테 매트릭스 떠넘기고 그쪽은 속편히 빠져있으려는 건 아니겠지."
"걱정도 많군. 당연히 그 아이는 내가 맡아 가르칠 생각이네."
오라이온은 알파 트라이온을 올려다보며 옵틱을 빛냈음. 프라임들에겐 정말 궁금한 게 많았거든. 오라이온이 알파 트라이온에게 조잘대는 걸 바라보던 메가트론은 체념인지 안심인지 알 수 없는 기분으로 뒤를 돌았음. 그리고 곧 팔이 잡혔어.
"어디 가요?"
오라이온이었지. 분명 알파 트라이온과 이야기 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언제 봤는지 모름. 메가트론은 한숨을 내쉬었어.
"넌 이제 나와 어울리지 않는 게 나을 거다."
"왜요?"
"넌 이제 프라임이야. 네가 옛 프라임들처럼 통치자 노릇을 하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넌 사이버트론에 의미가 커. 그런데 네가 나같은 죄수와 함께 있는 걸 시민들이 보면 무슨 생각을 하겠어."
오라이온은 파란 옵틱을 꿈뻑였음. 그러더니 손을 내밀었어.
"그래도 저는 당신이랑 같이 있을래요."
오라이온은 여전히 한결 같았지. 코그가 있어도 없어도 심지어 프라임이 되어서도. 메가트론은 이녀석을 평생 이길 수 없을 거란 걸 지금 깨달았음.
메가트론은 별 수 없이 그 손을 잡았어. 오라이온이 먼저 이 손을 놓지 않는 이상, 절대 놓지 않겠다고 맹세하며.
-끝-
같이 달려준 붕들 진짜 ㅋㅁㅋㅁ!
메가오라 메옵 메가옵티
저항군의 모든 준비는 순조롭게 끝났음. 모두가 각자의 각오를 다지고 전장을 향해 떠날 채비를 마친 바로 그 순간.
오라이온은 배정 받은 방에 묶여있었음.
"아니 여기 가만히 있겠다니까?! 풀어줘!"
아무리 외쳐봤자 듣는 이가 없으니 오라이온은 리차징 베드 위에서 혼자 꿈틀거리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음. 메가트론하고 이야길 해봐야 하는데. 오라이온은 초조하게 결박을 풀으려 애썼지. 하지만 대체 무슨 솜씨인지 결박은 꼼짝도 하지 않음.
결국 지친 오라이온이 리차징 베드에 늘어졌음. 밖은 다들 싸우고 있을까. 오라이온은 천장을 바라봤음. 저항군이 이기면 메가트론은 어떻게 되는 거지. 메가트론이 이기면 저항군은 어떻게 되는 거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던 오라이온은 이를 악물고 다시 몸을 일으켰음. 뭐가 어떻게 되든 가만히 있을 순 없었어.
어떻게 팔만 잘빼면 될 거 같은데.. 코그만 있었다면... 어깨와 허리를 이리저리 움직여보던 오라이온은 아이디어가 번뜩였음. 코그가 없다고 트랜스폼을 하지 말란 법은 없잖아? 트랜스폼을 할 때의 요령은 알고 있으니 조금만 응용해보면 되지 않을까?
오라이온은 알트모드 때의 감각을 살려 동체를 잡아뺐음. 조금 아프지만 관절이 움직이는 게 느껴짐. 되는 거 같..!
잠시 후 오라이온은 요란한 우드득 소리와 함께 리차징 베드 위를 굴렀음. 코그 없이 트랜스폼을 하는 건 아프구나. 오라이온은 덜렁거리는 어깨를 다시 원위치로 우겨넣었음. 그건 트랜스폼이 아니라 관절이 빠졌다고 하는 거지만 뭐 오라이온이 알 필요는 없지. 중요한 건 결박에서 빠져나왔다는 거임.
방에서 나온 오라이온은 기지 내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밖을 향해 달렸음. 어떻게 하면 메가트론을 찾을 수 있을까. 아마 가장 파괴적이고 무서운 곳에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음. 근데 그렇게 메가트론을 찾는다고 해도 코그리스 상태에선 도로도 연결되지 않는데 어떻게 가야하지?
오라이온은 달리던 도중 광부들이 사용하는 제트팩을 발견했음. 오라이온은 옵틱을 빛내며 고민도 하지 않고 제트팩을 동체에 장착했어. 제트팩을 써보지는 않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밖은 온통 난장판이었어. 오라이온은 총과 미사일과 폭탄과 아무튼 많은 무기들 사이를 내달렸어. 어디지. 메가트론은 어디 있지? 달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오라이온에게 익숙한 폭발음이 들렸음. 메가트론의 캐논 소리임. 오라이온은 반사적으로 그쪽을 돌아봤음. 아주 멀리, 가장 높은 곳에 빛을 받아 반짝이는 그 은색 메크가 보였어.
오라이온으로서는 익숙한 모습이었지.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었음. 메가트론이 또 얼마나 옵틱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폭주하고 있을지. 또 리차징 못했구나.
한순간 시선을 빼앗겨 달리기를 멈추자 곧바로 근처에서 폭발이 일어났음. 오라이온은 가벼워진 동체 때문에 생각보다 멀리 날아가 바닥을 굴렀지. 오라이온은 충격에 오류가 생기는 헤드를 흔들며 다시 일어섰어. 멈춰있을 때가 아님. 오라이온은 다시 메가트론을 향해 달렸어.
한참을 정신 없이 달리던 중에 하이가드 하나가 오라이온을 막아섰어. 지금껏 안 걸린 게 용하지. 오라이온은 하이가드가 제 빠른 움직임을 따라오지 못하고 놓쳐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지며 내달렸지만 택도 없었음. 하이가드가 오라이온에게 블라스터를 발사한 그 순간, 누군가 오라이온의 허리를 낚아채어 달렸어.
"오라이온! 여기서 뭐해!"
재즈가 환장하겠다는 목소리로 말했음. 오라이온은 재즈를 설득할 시간이 없었어. 그저 손가락으로 저 꼭대기를 가리키며 말했지.
"나 가야 돼 재즈! 메가트론한테 가야 돼!"
재즈는 오라이온이 가리킨 곳을 바라봤음. 그리고 오라이온을 봤어. 그 파란 옵틱은 절박했고 자신이 하려는 일에 한치의 의심도 없었음. 재즈의 망설임은 짧았음. 오라이온이 그렇게 하길 바란다면, 그게 뭐든 믿어주고 싶어.
"꽉 잡아!"
재즈는 알트모드로 변했지. 오라이온은 재즈의 동체를 부여잡고 도로를 달리는 과속을 견뎠음. 재즈가 적과 아군을 모두 피하며 최고 속력으로 달리니 목적지까지 금세 가까워졌지.
하지만 순조롭던 운행은 누군가의 공격에 의해 멈췄음. 자신들을 정확히 노린 총격에 오라이온은 재즈를 놓치고 도로 바닥을 굴렀어.
"어딜 가려고 이..!"
둘을 공격한 메크가 도로 위로 내려왔어. 그리고 오라이온에게 블라스터를 쏘려다 오라이온을 알아보고 멈춤. 그 찰나의 순간 동안 오라이온과 스타스크림은 옵틱이 마주쳤어.
"오라이온! 달려!"
재즈가 스타스크림에게 달려들었음. 오라이온은 재즈가 스타스크림을 붙잡고 있는 동안 도로 위를 내달렸지. 스타스크림은 재즈의 너머로 오라이온에게 블라스터를 겨냥했음. 방해가 심했지만 코그 없는 봇이 달리는 걸 맞추는 것 정도는...
....아, 망할!
스타스크림은 블라스터를 내렸어. 망할!! 빌어먹을 꼬맹이!!!
에너지가 다 떨어져라 달리던 오라이온은 도로의 끝에 와서야 멈춰섰음. 엔진이 과열돼서 동체가 너무 뜨거워. 오라이온은 공기를 헉헉 뱉으며 두리번거렸음. 도로가 생기지 않아. 이 이상은 달려서 갈 수 없어. 오라이온은 아직 멀기만 한 메가트론을 바라봤어. 엘리타와 비가 간신히 맞서고 있었지만 둘 다 부상이 심해. 당장 가야 해.
오라이온은 더 볼 것도 없이 제트팩의 전원을 넣었음. 제트팩에 엔진이 들어오며 동체가 점점 떠오름. 부스터 쓰던 거랑 똑같이 다루면 되겠지. 오라이온은 되는 대로 출력을 높이고 메가트론을 향해 날았어.
메가트론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오라이온은 이상하게 차분해지는 감정과 고조되는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음. 마지막으로 메가트론을 봤을 때 메가트론은 오라이온에게 굉장히 화를 냈지.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 쪽이 아픔. 스파크가 얼어붙을 정도로 무섭기도 함. 그런데도 이 감정은 뭘까. 잘 모르겠어. 그냥 메가트론을 만나고, 그와 이야기 해보면 확실해질 거 같아.
오라이온은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음. 이제 출력을 내리고 제트팩을 멈추기만 하면 됨. 근데, 어. 이거 어떻게 멈추지? 오라이온이 당황하여 아무거나 만지자 제트팩은 되려 제어를 잃고 날뛰었음.
오라이온이 상공을 배회하는 모습을 가장 먼저 발견한 건 비였음. 비가 난데없이 비명을 지르자 메가트론과 엘리타도 비가 보고 있는 쪽을 봤어. 그리고 전속력으로 벽을 향해 날아가는 오라이온을 목격함.
"저 멍청이가!!"
메가트론과 엘리타가 동시에 외쳤음. 제트팩 하나로 두 리더의 화합을 이끌어낸 오라이온은 차라리 제트팩을 벗어라도 보기 위해 열심히 꿈지럭거리고 있었지.
"가만히 있어!"
엘리타가 오라이온을 향해 블라스터를 조준하며 외쳤음. 블라스터는 정확하게 제트팩을 맞췄음. 제트팩이 속도를 잃고 떨어지자 메가트론이 달려가 오라이온을 받아안았어. 그리고 제트팩을 단번에 뜯어내 던짐. 과열된 제트팩이 바닥에 닿자마자 폭발했지. 큰일날 뻔 했네. 오라이온이 폭발을 멍하니 보고 있으려니 커다란 손이 오라이온의 얼굴을 붙잡아 강제로 시선을 맞췄어.
"대체 여길 왜 온 거야! 죽고 싶어?!"
"당신이 화난다고 또 다 때려부수고 있을까봐 왔어요."
오라이온은 장난스럽게 웃었지. 메가트론은 화가 나서 머리가 아픔.
"뭘 잘했다고 웃어?!"
"날 구해줬잖아요. 이제 나랑 친구하고 싶지 않은 건줄 알았어요."
파란 옵틱엔 순수한 기쁨 만이 존재했음. 메가트론은 오라이온에게 온갖 잔소리를 쏟아내려다 멈췄지. 오라이온이 너무 평소와 다름 없이 웃고 있어서 순간적으로 잊었어. 마지막으로 오라이온을 만났을 때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자각하고 나니 제 품에 안겨있는 무게가 소름끼치도록 가벼웠어. 메가트론의 옵틱에 코그가 비어있는 동그란 구멍이 들어왔음. 당연한 일이지. 자신의 손으로 뜯어냈으니 비어있는 게 당연하지. 그런데도 마치 다른 누군가가 한 일인 것마냥 끔찍하게 현실감이 없었음.
붉게 타고 있던 옵틱에 공포에 가까운 절망이 끼었어.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했지? 난 대체 뭘하고 있는 거지? 메가트론은 오라이온을 제게서 떨어뜨리려 했어. 자신이 또 이 어린 메크에게 무슨 짓을 할까봐 두려웠어. 하지만 오라이온은 메가트론의 팔에 더욱 매달릴 뿐임. 메가트론은 오라이온을 이해할 수 없었음.
"내가 무섭지 않아?"
"음.. 조금?"
오라이온은 방긋거렸음. 메가트론을 만나면 이 감정이 확실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더 모르겠어. 그냥 메가트론이 자신을 구해줬다는 게 좋아. 메가트론이 그때처럼 화나보이지 않아서 기뻐.
오라이온은 메가트론의 팔에 헤드를 기댔어. 메가트론은 스파크가 울렁거리는 걸 느꼈지. 천천히 팔을 뻗어 오라이온을 감싸안으니 원래도 메가트론보다 작았던 동체가 팔 하나에 다 안겼어. 서로의 스파크가 진동하는 게 느껴질만큼 가까웠지.
"메가트론. 어쩌면 당신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
오라이온이 천천히 중얼거렸음.
"당신이 말했던 대로 저도 그 시간들을 겪었다면 당신을 이해했을지도 모르죠. 당신이 옳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당신처럼 모든 걸 증오하고 파괴하고 싶었을지도요."
오라이온은 고개를 들어 메가트론을 바라봤어.
"하지만 만약 그런 세계가 존재한다고 해도.. 그 세계에서도 저희가 친구였다면 전 당신을 막았을 거예요. 당신이 괴로워하는 건 보고 싶지 않으니까."
오라이온은 자신을 안은 팔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어.
"당신도 분명 그랬겠죠? 제가 그토록 고통 속에 머물고 있다면 절 막으러 와줬을 거죠?"
오라이온의 옵틱은 파랗게 반짝였지. 신뢰와 기대가 가득한 파란색. 넌 대체 어떻게 그렇게 누군가를 믿을 수 있는 걸까.
"메가트론. 지금이 그 순간이라 생각하고.. 여기서 멈춰주면 안될까요?"
메가트론은 아무 말 없이 아이아콘을 내려다봤음. 자신의 부하들이 자유를 원하는 시민들과 서로 얽혀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어. 뭘 위해서 여기까지 온 거였지. 센티넬을 끌어내리고 억압의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해왔던 모든 것들이 너무 멀게 느껴짐. 분명 멈췄어야 했던 순간들이 있었어. 당장 바로 얼마 전에도 이 무고한 녀석의 코그를 뜯어내기 전에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어야 했음.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목적지를 지나쳐도 너무 지나쳐 버렸는데.
메가트론은 그 작은 손이 자신을 꼬옥 붙드는 걸 느꼈음. 그래도 이 길의 끝에 발견한 것이 이 팔 안의 온기라면... 나쁜 결말은 아니겠지.
메가트론은 천천히 뒤를 돌았어. 반군의 리더는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언제든지 메가트론을 칠 수 있게끔 빈틈 없이 대기하고 있었음.
"엘리타 원."
"뭐야."
"내 부하들의 안전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항복하겠다."
그리고 메가트론은 하늘을 향해 캐논을 발포했음. 메가트론이 아이아콘을 향해 외쳤어.
"명령이다! 전투를 멈춰라 하이가드!"
하이가드는 언제나 로드 메가트론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음. 지금도 예외는 아니었지. 저항군 또한 놀라서 그쪽을 바라봄. 저항군 틈에 있던 라쳇은 메가트론의 품에 아주 익숙한 도색이 안겨있는 걸 보았음. 저녀석.. 기어코... 라쳇은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음.
"말도 안되는 소리야! 자긴 코그드 전부를 처벌했으면서 자기 부하들은 건드리지 말라고?!"
저항군 간부 중 하나가 외쳤어. 메가트론은 옵틱 하나 꿈쩍하지 않고 코웃음이나 쳤지. 그 태도에 열이 받은 메크가 블라스터를 겨눴다가 멈칫했음. 메가트론은 아직도 오라이온을 안고 있었어. 이제보니 오라이온을 내려놓지 않는 게 단순히 기꺼워서가 아님. 그 어린 메크는 일종의 인질이었어. 요구 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그냥 이녀석을 죽이고 자기도 죽겠다는 은은한 협박이 느껴짐.
"됐어. 그만해. 어차피 이놈이랑 똑같은 전철을 밟을 생각은 없어."
엘리타의 말에 저항군은 부들거리며 블라스터를 내려놓았지. 오라이온은 메가트론이 자신을 인질 삼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해맑을 뿐임.
"너희들 입장에서도 나쁜 이야긴 아닐 텐데. 내 부하들 없이 어떻게 쿠인테슨을 막을 생각이지."
엘리타는 겉으로 티내진 않았지만 인정했지. 없었어도 어떻게든 할 생각이었지만 있어서 나쁠 건 없음. 어차피 지금 당장은 인질도 잡혀있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근데 그냥 순수하게 메가트론의 태도가 열이 받는다.
"기대해. 네 죄목을 탈탈 털어서 네 목에 걸고 광장에 매달아 둘 테니."
"하하, 그 논의는 조금 나중에 할까?"
재즈가 엘리타 앞에 끼어들었어. 오라이온이 옵틱을 꿈뻑이는 동안 메가트론은 여전히 관심 없다는 듯 오라이온이나 쓰다듬었음.
"로드..."
쇼크웨이브가 보는 메크가 다 안타까워질 만큼 애절하게 메가트론을 불렀음. 메가트론은 그냥 쇼크웨이브를 보며 고개만 작게 끄덕였지. 하이가드가 항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날뛰는 상황도 생각했었는데 다들 의외로 얌전함. 그동안 메가트론이 고통받는 걸 누구보다 가까이서 봤기 때문일까.
메가트론은 자신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는 것과 다름 없음에도 어느 때보다 평온했음. 오라이온을 바라보는 붉은 옵틱이 거의 주황빛에 가까웠어.
"팍스."
"네?"
"네게 줄 게 있다."
오라이온은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알았다고 했음. 메가트론은 오라이온을 안고 어딘가로 걸어가기 시작했지.
"뭐.. 어디 가?"
"너희도 따라와라."
메가트론이 뒤를 힐끗 보더니 말했음. 저항군은 황당했지. 심지어 자기들한테 말한 것도 아님. 메가트론은 분명히 하이가드 쪽을 보면서 말했음. 이게 항복한 메크가 취할 행동이야? 그와중에 하이가드는 토달지 않고 메가트론을 따라가고 있음. 저들끼리만 가도록 내버려 둘 수도 없으니 저항군도 별 수 없이 뒤를 따라붙었음. 마지막이니까 참는다. 그리고... 그 오래 전 그때에는, 여기 있는 모두가 분명히 메가트론하게 자유를 빚졌으니.
도착한 곳은 오라이온이 메가트론을 처음 만났던 그 동굴이었음. 메가트론이 라쳇에게 무언가를 말하자 라쳇이 옵틱을 크게 뜨고 알파 트라이온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어.
"...살아계셔."
진단을 마친 라쳇의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에 동굴 내부가 소란스러워졌지. 알파 트라이온.. 프라임이 살아계신다고?
"아니.. 아니 왜 말 안 했어?!"
"우릴 방치하는 신에게 의지해봤자 끝이 없다고 생각했다. 에너존 문제는 쿠인테슨이 어느정도 정리되고 나면 외부 행성을 칠 계획이었어."
메가트론은 느슨하게 저항군을 흘겨봤음.
"하지만 네놈들은 그런 짓 안 할테니 어쩔 수 없지."
메가트론의 말투엔 한심스럽다는 기색이 있었음. 뭐. 저항군은 각자의 방식으로 욕을 했음.
그동안 라쳇은 비에게서 여분의 에너존 큐브를 받았음. 큐브를 입에 넣어주자 알파 트라이온은 금세 재가동을 시작했지. 알파 트라이온은 천천히 옵틱을 떴어. 그리고 제 앞에 모여있는 사이버트로니안들을 보았음. 알파 트라이온은 그들 사이에서 메가트론을 볼 수 있었어. 예전과 달리 차분한 옵틱으로, 웬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어린 군주여. 방법을 찾은 모양이로군."
"......"
"이제 만족했는가?"
메가트론은 말없이 오라이온만 끌어안았음. 오라이온은 그 거대한 프라임을 보며 입을 헤 벌리고 있었지. 세상 참 모를 일임. 매트릭스보다 프라임을 줍는 게 더 빨랐다니.
"프라임.."
하이가드들이 거의 넋이 빠진 채로 알파 트라이온을 바라봤음. 알파 트라이온은 그들을 당연히 알아봤어. 알파 트라이온은 인자한 미소를 지었어.
"우리가 없는 동안에도 쿠인테슨으로부터 사이버트론을 수호해주어 감사를 표한다. 고생이 많았겠구나."
"알파 트라이온, 저흰..."
"하이가드여. 너희의 스파크를 따라가거라. 자네들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빚지지 않았다."
스타스크림은 이를 악물었음. 옛 습관대로 무릎을 꿇어 프라임에게 인사할 뻔 했지만 그럴 순 없지. 자신들이 스파크를 바친 대상은 이제 다른 메크니까. 스타스크림은 의연하게 고개만 끄덕였어.
알파 트라이온은 프라이머스의 우물 앞에 섰어. 그가 프라이머스의 이름을 부르니 우물이 공명하듯 빛났지. 다들 그 아름다운 광경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알파 트라이온이 뒤를 돌았음.
"오라이온 팍스."
"네?"
"널 부르시는구나."
오라이온은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가보려고 했음. 메가트론이 마뜩찮은 표정으로 놔주지 않아서 실패했지만.
"메가트론."
"......"
"다녀올게요?"
메가트론은 결국 오라이온을 내려놓았음. 오라이온은 오랜만에 땅을 밟는 기분일 거임. 알파 트라이온에게 다가가니 푸른 빛이 오라이온을 감쌌어. 따스하고 다정한 빛이 마치 오라이온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지.
밖에서 오라이온을 보고 있는 다른 메크들은 오라이온이 거의 빛에 휩싸여 사라진 걸로 보였음. 이윽고 빛이 걷혔을 때, 오라이온은 더이상 작은 메크가 아니었음. 그리고 메가트론이 코그를 뜯어가 구멍이 뚫려있던 그 자리에.. 프라이머스의 유물이 있었어.
모두가 놀라서 새로운 프라임의 탄생과 매트릭스를 바라봤지. 라쳇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옴. 그렇게 매트릭스를 찾아다니더니...
"잠깐, 잠깐 이게 뭐하자는 수작이야?!"
모두가 감탄 혹은 경악에 얼이 빠져있을 때 메가트론이 화를 내며 오라이온에게 다가갔음. 가까이서 보니 더욱 매트릭스가 훤히 비치는 유리창 때문에 폭발할 거 같다. 표적이라고 광고해?
"매트릭스를 찾아달랬지 누가 이녀석한테 매트릭스를 넘기라고 했어!"
"내가 준 게 아니다."
알파 트라이온은 무죄를 주장하며 가볍게 물러났음. 메가트론은 이가 갈렸지. 프라이머스!!
"우와, 메가트론. 당신이랑 이제 키가 똑같네요. 당신 옵틱이 아주 잘 보여요. 또또 빨갛게 됐네."
메가트론이 화난 건 안중에도 없는 오라이온은 해맑게 메가트론을 들여다봤음. 메가트론은 제 코앞에 얼굴을 들이미는 천진함에 정신이 아찔할 지경임.
"...엘리타 원. 요구 조건을 수정한다."
"뭐?"
"날 살려놔. 전장에서 어떻게 굴려도 상관 없다. 쿠인테슨이 에너존을 노리고 이녀석이 매트릭스를 들고 있는 이상 이대론 절대 못 죽어!"
메가트론은 정말로 화가 많이 난 거 같았음. 엘리타는 당당한 포로의 태도에 어이가 없었지만 자기 방어 의지라곤 조금도 없어보이는 어린 프라임을 보며 착잡한 건 엘리타도 마찬가지임.
"...협상의 여지가 있긴 한 거 같군."
알파 트라이온이 프라임으로서 아이아콘에 돌아올 줄 알았건만 알파 트라이온은 정중하게 거절했음. 자네들이 이미 사이버트론을 이끌 준비가 되어있는데 이런 늙은이가 왜 필요하냐며 너스레를 떨었지. 그리고 엘리타에게 고개를 숙였음.
"앞으로의 사이버트론을 잘 부탁하네."
엘리타가 당황하는 모습을 볼 흔치않은 기회였지. 훈훈한 옆에서 메가트론은 여전히 화가 난 얼굴이었음.
"이녀석한테 매트릭스 떠넘기고 그쪽은 속편히 빠져있으려는 건 아니겠지."
"걱정도 많군. 당연히 그 아이는 내가 맡아 가르칠 생각이네."
오라이온은 알파 트라이온을 올려다보며 옵틱을 빛냈음. 프라임들에겐 정말 궁금한 게 많았거든. 오라이온이 알파 트라이온에게 조잘대는 걸 바라보던 메가트론은 체념인지 안심인지 알 수 없는 기분으로 뒤를 돌았음. 그리고 곧 팔이 잡혔어.
"어디 가요?"
오라이온이었지. 분명 알파 트라이온과 이야기 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언제 봤는지 모름. 메가트론은 한숨을 내쉬었어.
"넌 이제 나와 어울리지 않는 게 나을 거다."
"왜요?"
"넌 이제 프라임이야. 네가 옛 프라임들처럼 통치자 노릇을 하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넌 사이버트론에 의미가 커. 그런데 네가 나같은 죄수와 함께 있는 걸 시민들이 보면 무슨 생각을 하겠어."
오라이온은 파란 옵틱을 꿈뻑였음. 그러더니 손을 내밀었어.
"그래도 저는 당신이랑 같이 있을래요."
오라이온은 여전히 한결 같았지. 코그가 있어도 없어도 심지어 프라임이 되어서도. 메가트론은 이녀석을 평생 이길 수 없을 거란 걸 지금 깨달았음.
메가트론은 별 수 없이 그 손을 잡았어. 오라이온이 먼저 이 손을 놓지 않는 이상, 절대 놓지 않겠다고 맹세하며.
-끝-
같이 달려준 붕들 진짜 ㅋㅁㅋㅁ!
메가오라 메옵 메가옵티
https://hygall.com/610016189
[Code: ede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