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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31 23:39

전편: https://hygall.com/609875405



아이스가 장난치는 게 아닐까? 
매버릭이나 구스나 그렇게 생각했지. 하지만 아이스를 아무리 불러도 들리지 않고, 서벌 고양이는 캣닢 쿠션을 끌어안은 채 브래들리의 품 안에서 기분좋게 골골거렸지. 아니, 그 몇 분 사이에 아이스가 없어진 것도 어이가 없는데 아프리카에 있을 법한 고양이가 왜 갑자기 이 계절에 집에 출몰하냐고? 설마, 매버릭은 심각하게 생각함. 


저 고양이가 아이스를 먹은 건 아니겠지?


그 말에 브래드쇼 패밀리의 시선이 전부 고양이의 배로 향함 ㅋㅋㅋㅋㅋㅋ 브래들리가 고양이의 앞발을 잡고 캐롤이 슬쩍 쿠션을 빼내어 봄 ㅋㅋㅋ 쿠션 아래에 드러난 배는 너무도 날씬했음. 역시 바보 같은 발상이었다! 매버릭과 브래드쇼 패밀리가 안도하는 사이 고양이는 캣닢 쿠션을 돌려달라며 먀웅먉먀오옭하고 울어댔지. 저 모양새를 보니 찐 고양이가 맞긴 한데….


그때 서벌의 앞발이 멈칫 흔들렸어. 먀웅먉 거리던 고양이가 조용해졌지. 고양이는 잠시 말이 없었어. 야옹이가 쪼끔 이상한 것 같아. 브래들리가 말했어. 매버릭과 브래드쇼 패밀리의 시선이 다시 고양이에게로 향했어.



아, 망했다.

정신이 돌아온 아이스의 첫 판단이었지. 아니 수인이라고 하면 징그러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서 매버릭 앞에서는 꼭꼭 숨기며 지내왔는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거야. 저보다 훨씬 높은 눈높이에서 매버릭과 구스, 캐롤과 브래들리가 보였지. 아이스는 당황하지 않기로 했어. 침착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가자. 그리고 밖에서 다시 인간화해서 돌아오면….


옷이 없지. 
고양이 귀에 꼬리를 단 알몸 변태? 그야말로 이 동네 할로윈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변태가 되고 말거야. 아이스는 얌전히 브래들리의 품에 다시 안겼어. 그리고 침착하게 야옹하기로 했지. 


아이스.
먕.
아이스?
먀앍?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야옹하려 했건만 매버릭이 갑자기 브래들리의 품에서 아이스를 들어올렸어. 아이스의 몸이 자아와 무관하게 길쭉하게 가래떡처럼 늘어났지. 매버릭이 물었어. 


진짜 아이스야? 


아이스가 두 눈을 깜박거렸어. 커다란 녹색 눈동자가 흔들리고, 말끝이 떨려왔어. 아이스는 어떻게 답해야 할 지 몰라 망설였지.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리는 가운데 혼란이 공간 안을 맴돌았어. 먕, 아이스가 작게 소리를 내는 동안 브래들리가 캣닢 쿠션을 들고 매버릭에게 흔들어보였지.


삼쫀! 냥이가 정말 아이스 삼쫀이라면 여기에 아주아주 무서운 마법이 걸린 게 아닐까? 
할로윈의 저주, 뭐 그런 거?
응! 그러니까, 이 쿠션이 어디서 왔는지 찾아보면….


이쯤 되면 브래들리와 매버릭의 수준이 비슷해보이지. 심지어 이젠 아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구스도 진지해지려고 함 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건 캐롤 뿐이었지. 캐롤이 말했어.


그것보단 수인 아닐까?
뭐? 수인?


수인이라니, 브래들리는 수인이 모야? 하고 구스 아빠에게 묻고 있지만, 사실 수인이란 살면서 보는 것이 복권 당첨될 확률 만큼이나 적은 종족이지. 하지만 아이스가 수인이라니, 그런 건 아이스와 함께 해사에서 알고 지냈던 구스도 모르는 일이지. 슬라이더는 알고 있었을까? 어찌 되었건 쿠션의 저주보다는 아이스가 수인이라는 쪽이 그나마 현실성이 있는 법이야. 그때였어. 매버릭의 품에 안겨 있던 아이스가 다시 바둥바둥하더니 캣닢 쿠션에 앞발을 휘적거렸어. 매버릭이 바닥에 내려놓고 브래들리가 쿠션을 건네니 거기에 몸을 비비며 난리가 났어. 캣닢 쿠션에 몸을 비비는 고양이, 캣닢 쿠션에 몸을 비비는 아이스…. 음, 할로윈에 어울리게 호러가 따로 없군. 구스가 속이 안 좋은 것처럼 표정을 찡그리는 동안, 매버릭은 달랐지. …캣닢 쿠션에 몸을 비비는 아이스, 귀엽지 않을까? 


한편 아이스는 생각했어. 내가 수인인 걸 눈치챘어! 그렇다는 건 지금 이들 앞에서 변신 쇼를 선보여야 한다는 걸까? 망할! 이 캣닢 쿠션 때문에 도저히 이성적인 판단이 들지 않아. 저기에 몸을 비비며 기분 좋은 만족감을 느끼고 싶다는 서벌의 자아가 인간의 자아를 자꾸만 압도하려 들지. 이건 너무 괴로운 일이야. 그때 문득 아이스의 눈에 저들 뒤에 열려 있는 문틈이 보였어.


서벌의 자아에 먹히기 전에 이 캣닢이 있는 공간에서 벗어나야 해! 아이스는 열려 있는 문틈을 향해 몸을 내던졌어.

그렇게, 생각지도 않게 탈주극이 시작되고 말았어.




...


이렇게 길어지는 할로윈의 밤이 ㅂㄱㅅㄷ ㅋㅋㅋㅋㅋㅋㅋ



#아이스매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