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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3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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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스크림이 급한 걸음걸이로 사령부에 쳐들어왔음. 쇼크웨이브야 조금 놀랐지만 사운드웨이브는 그가 오는 걸 이미 알고 있던 듯 덤덤함.


"로드께선?"
"무사하시다. ...동체는."
"아닌 쪽은?"


쇼크웨이브는 대답 대신 깊은 한숨을 표현하며 고개를 저었음. 스타스크림은 자신이 다른 곳에서 쿠인테슨을 쪼개고 있던 동안 무슨 개판이 났을지 충분히 예상이 갈 거임. 스타스크림은 어쩐지 질문하기가 두려웠지만 물어야만 했음.


"그녀석은, 죽었어?"


누굴 말하는 건지 모르는 메크는 이 중에 없었음. 쇼크웨이브가 사운드웨이브를 바라보자 사운드웨이브가 의무적으로 답했지.


"반군이 데려갔다."


대답을 듣자마자 스타스크림의 날개가 추욱 내려갔음. 죽진 않았군. 그리고 자신이 안심했다는 사실 자체에 짜증이 나서 사운드웨이브에게 소리쳤어.


"왜 말 안 했어?! 네가 몰랐을 리가 없잖아!"
"대화 내용은 전부 감청했다. 위반 행위는 없었어."
"그걸 말이라고 해?!"


스타스크림은 뒤엎을 기세로 쏘아붙였음. 당연히 코그리스랑 친하게 지내면 위법이라는 규칙은 없지. 눈치가 있으면 그런 짓을 안 할 뿐. 망할 꼬맹이! 스타스크림은 주변에 굴러다니는 잡동사니를 걷어찼어. 심정으론 사운드웨이브를 걷어차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으니.


[라쳇. 메가트론은 아무것도 믿질 못해요. 그래서 혼자 너무 많이 짊어지고 있어요.]


스타스크림이 쓸데없는 곳에 화내던 중에 갑자기 목소리가 들렸음. 돌아보니 사운드웨이브가 녹음 파일 하나를 틀고 있었어.


[매트릭스를 가져다 주면 적어도 짐 하나는 덜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쉽지 않네요.]


그리고 한숨 소리. 그 음성엔 아무런 숨겨진 의도가 없었음. 따로 분석을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순수한 걱정. 스타스크림은 매트릭스에 이상할만큼 집요하던 그 어린 메크를 떠올렸음. 잠시 말을 잃었던 스타스크림이 사운드웨이브와 시선이 맞닿았지. 얼굴이 온통 가려진 사운드웨이브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알 방도가 없음. 스타스크림은 얼굴을 일그러 뜨리고 사령부를 떠났음.














오라이온은 무거운 옵틱을 간신히 열었어. 낯선 곳이 보였음. 그동안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동체가 움직이지 않아 옵틱만 데구르르 굴리고 있으려니 손이 옵틱 위를 덮었음.


"더 누워있어."


라쳇의 목소리였지. 잠시 뒤 옵틱에서 손이 치워졌지만 오라이온은 옵틱을 열지 않았음. 열고는 싶었지만 다시 찾아온 어둠이 편안해서 그냥 이대로 있고 싶었어. 멀어져 가는 의식 속에서 라쳇이 누군가와 대화하는 소리가 들림.


"협조하는 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든..."


그때 본 마젠타 색의 메크가 이런 목소리였던 거 같은데. 오라이온은 둘이 대화하는 내용이 처리장치에 입력되질 않았음. 그냥 음성으로만 들릴 뿐임.


"왜 생각을 바꿨죠? 그때 당신은 분명히─"


메크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 감. 피곤해... 오라이온은 다시 리차징에 빠져들었음.



오라이온은 꿈을 꿨음. 어두운 방 안에 홀로 앉아있는 메가트론을 봤어. 또 유도제 없이 리차징을 못하는 중이야? 오라이온은 메가트론에게 가까이 다가가 메가트론을 들여다봤음. 메가트론은 그냥 가만히 앉아서 허공만 보고 있음. 붉은 옵틱이 아주 차가운 색을 띄고 있었어. 오라이온은 저도 모르게 메가트론을 만지려다 멈췄지. 어느 순간부턴지 메가트론이 오라이온을 빤히 보고 있었음. 정확히는 그 옵틱을.

오라이온과 메가트론은 그 어둠 속에서 서로를 한참 동안 바라봤어. 메가트론. 당신은 또 파란색에서 센티넬을 보고 있을까.

...아니면 이젠 나를 떠올리려나. 오라이온은 가슴 쪽이 아픈 게 부상의 후유증인지 스파크의 고통인지 구분할 수 없었음. 당신한테 증오할 파란색을 하나 더 만들어 주려는 건 아니었는데...



오라이온이 다시 정신을 차린 건 체감상 시간이 꽤 흐른 후였음. 이번에는 좀 더 또렷하게 옵틱이 뜨임. 오라이온이 옵틱을 깜빡거리고 있으니 누군가 이마를 툭 건드렸음.


"일어났어?"
"재..!"


라쳇인 줄 알았는데 재즈가 있었어. 오라이온은 재즈의 이름을 부르려다가 오랜 오프 상태 때문에 보이스 박스가 상태가 안 좋은 걸 깨닫고 시스템을 재부팅했음. 그동안 동체를 일으켰지. 동체는 조금 피로감이 느껴질 뿐 더이상 아프진 않아. 그런데 재즈가 이렇게 컸던가?

상체를 일으키던 오라이온은 자신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걸 발견했음. 구멍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손으로 더듬어 보고서야 이게 꿈이 아닌 걸 알아차렸지. 그제야 자신한테 무슨 일이 있던 건지가 떠오름.



"알아. 기분 별로지."


오라이온이 빈 코그 챔버를 보고 있으니 재즈가 쓰게 웃으며 말했어. 오라이온은 아직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기에 재즈와 비슷한 웃음으로 회답했음. 그러게. 정말 별로네 이거.


"기다려. 닥터를 불러올게."


재즈가 자리에서 일어섰음. 그리곤 비밀이라는 듯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댐.


"누워있어. 네가 일어나있는 걸 보면 닥터가 아주 화낼 거야."


오라이온은 얌전히 리차징 베드에 누웠지. 자꾸만 손이 가슴의 구멍 쪽으로 향함. 누군가에겐 이게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다니. 이렇게 텅 비어있는 이상한 공간이.


잠시 뒤 재즈가 데려온 라쳇은 그때 본 메크와 함께였음. 딱히 누가 말해준 적은 없지만 딱봐도 알겠음. 저 메크가 저항군의 리더구나. 리더께선 아주 험악한 표정으로 오라이온을 보고 있었음. 오라이온은 라쳇에게 동체를 검진 받으며 이리저리 시선을 피했어. 어떤 의미론 메가트론보다 무서움. 마치 면접관 같은 압박감이 있다.


"문제는 없어. 하지만 당분간 더 쉬어야 해."
"질문 정도는 상관없겠죠."
"..그래."


라쳇은 자리를 비켜주자 그 메크가 다가왔어.


"메가트론이랑은 무슨 관계야."
"친구예요."


오라이온이 턱하니 대답하자 방 안의 세 메크에게서 각기 다른 반응이 나왔음. 일단 리더의 옵틱이 가느다랗게 변하고 있었으므로 오라이온은 눈치를 보다가 덧붙였음.


"물론 메가트론은 이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리더는 팔짱을 꼈음.


"난 이녀석 못 믿겠어."
"엘리타. 이 애는 그냥,"
"넌 입 다물어. 너도 마찬가지니까."


리더, 그러니까 엘리타가 재즈를 노려봄. 재즈는 양손을 들어보이며 뒤로 물러섰어. 사이가 안 좋은가? 오라이온은 재즈와 엘리타를 번갈아봤음. 그러자 라쳇이 한숨을 내쉬었어.


"내가 보증하지. 의심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어린 애야."


라쳇의 말에 엘리타의 의심 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게 보였음. 저랑 재즈는 몰라도 라쳇은 믿을만 한가봄. 오라이온은 라쳇이 코그드 시절에 코그리스를 어떻게 대했을지 예상이 갔음.


"좋아. 메가트론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어?"
"어.. 생각보다 소식해요."
"그런 거 말고."
"보라색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그.런.거.말.고."


엘리타가 오라이온을 지그시 압박했음. 오라이온은 뒷목을 괜히 만지작대다가 엘리타에게 물었어.


"메가트론을 어쩔 생각이에요?"


엘리타는 오라이온에게 처음으로 화나지 않은 표정을 지었지. 그렇다고 딱히 누그러지지도 않음. 그냥 무표정.


"넌 어쩌고 싶은데?"


오라이온은 무의식 중에 자신의 빈 코그 챔버를 꼼지락 댔음. 메가트론은 오라이온의 코그를 뽑으며 오라이온이 자신을 증오하길 원했지. 메가트론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증오를 배우려면 얼마나 그를 미워해야 하는 걸까. 메가트론을 맨 손으로 찢고 싶을 만큼?


"모르겠어요."


오라이온은 정직하게 대답했지. 엘리타는 오라이온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음.


"당신 말이 맞네요 라쳇. 그냥 어린 애예요."




그후로 엘리타는 더이상 오라이온을 의심하는 표정으로 보지 않았음. 그냥 의무적인 질문만 몇개 더 물어본 뒤 방을 떠났어. 라쳇도 그 뒤를 따랐지. 부상자가 많아서 바쁘다고 함.

방엔 다시 재즈와 오라이온 둘만 남았음. 바쁘지 않냐고 물어보니 자기가 여길 함부로 돌아다니는 게 더 신경쓰일 거래.


"재즈는 언제부터 저항군이었어?"
"얼마 안됐어. 고민 중이긴 했는데, 결정한 건 네가 메가트론에 대해 말하고 나서야."


나? 재즈는 혼란스러워 보이는 오라이온을 향해 빙그레 웃었음.


"만약 네 계획이 실패한다면 널 돕기엔 이쪽인 편이 나을 테니까."


오라이온은 상상도 못한 대답에 처리 장치가 멈췄지. 나 때문에?


"쉽진 않았어. 난 입장상 반군이랑은 상극이었으니까. 가지고 있는 정보로 반협박해서 막무가내로 합류하는 바람에 아직도 엘리타가 나한테 잔뜩 화나있고."


재즈는 좀 쑥쓰러워 보였음. 재즈의 입장.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재즈가 분명 그냥 문화조사관은 아니란 걸 짐작하긴 했음. 저항군에 합류하기 위해 재즈로서도 상당한 위험을 감수했을 거임. 그렇게 고생해서 합류했건만 환영받지도 못하고 있고.

오라이온은 급격하게 우울함이 몰려와 무릎을 끌어안았음. 


"오라이온? 왜 그래?"
"미안해. 내가 괜한 짓을 해서.."


너무 꿈이 컸어. 그동안 아무도 하지 못한 걸 자신이라고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는데. 자신이 괜히 들쑤신 탓에 모두에게 나쁜 일만 생기고 있어.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이야길 들었어야 했음.

재즈는 시무룩해진 오라이온을 바라보다가 리차징 베드에 앉았음. 그리고 오라이온과 시선을 맞췄지.


"네가 자책할 필요 없어 오라이온.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어."
"...그래도 터트린 쪽에 책임이 있는 거야."


오라이온은 언젠가 들은 말을 인용했음. 재즈는 쓰게 웃으며 오라이온의 헤드를 쓰다듬었음.


"넌 아직 어려서 그런 책임 없어. 우리가 해결할게. 나도 그러려고 여기 온 거고."
"나 재즈랑 150사이클 밖에 차이 안 나."
"그래. 그리고 나도 어디 가선 어리단 소리를 듣거든."


재즈는 어디까지나 다정했음. 오라이온은 울적하게 그 손길을 받고 있다가 물었어.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줘?"


재즈가 멈칫했지. 잠깐 대답을 망설이던 재즈는 기운 없는 오라이온을 향해 애정어린 미소를 지었음.


"오라이온.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해?"
"....응."
"넌 이해 못 하겠지만 그때 네가 나를 구해줬어."


오라이온의 고개가 살짝 기울었음. 그때 재즈는 딱히 위험에 처해있지 않았음. 오라이온도 재즈에게 그냥 말 몇마디 건넨 것 뿐이고. 재즈는 오라이온의 반응을 예상한 것처럼 태연함.


"난 매몰되어 있었어. 아무런 빛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네가 거기서 나를 꺼내준 거야."


재즈는 그날을 잊을 수 없었음. 그때도 오라이온은 이렇게 자신을 쳐다봤지. 호기심 가득한 옵틱을 파랗게 빛내면서.


"난 네가 메가트론에게서도 희망을 보는 걸 보며 확신했어. 결국엔 네가 사이버트론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잠깐 걸려 넘어진 정도로 포기하지마. 네겐 분명히 남을 구할 수 있는 힘이 있어 오라이온."


재즈는 분명한 음성으로 오라이온에게 말했음. 오라이온은 마치 홀린 것처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지.



작전 회의 때문에 재즈까지 자리를 비우자 오라이온은 빈 방에서 홀로 재즈의 말을 천천히 곱씹었음. 오라이온은 재즈의 말을 전부 받아들일 순 없었어. 오라이온이 첫만남 때 재즈를 구했다는 것부터 이미 뭔소린지 모르겠음. 하지만 믿고 싶었어. 재즈가 단지 오라이온을 위로하기 위해 한 말은 아닐 거라고. 자신에겐 정말로 재즈가 말하는 그 힘이 있다고.


하지만 그게 언젠가여선 안돼. 나는 지금. 지금 메가트론을 구하고 싶어. 그리고 모두를.


오라이온은 리차징 베드에서 일어섰음. 괜찮은 줄 알았는데 밖으로 발을 내딛어보니 아직 아픈 곳이 남아있어. 오라이온은 이를 악물고 문을 향해 걸어갔음.




작전실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음. 정말로. 나가자마자 마주친 노란 도색의 메크가 오라이온을 보곤 반색했거든.


"네가 메가트론과 1대1로 맞섰다는 그 메크야? 그렇게 어린데 대단하네!"


뭔가 좀 많이 와전된 거 같은데 오라이온은 대충 그런 걸로 치기로 했음. 자신을 B-127이라고 밝힌 그 메크는 작전실까지 아무런 의심 없이 안내해줬지. 덕분에 가는 동안 엄청난 수다를 감당한 거 외에는 어려울 게 없었음. 음, 그부분이 좀 어렵긴 했다.


"여기야! 그런데 조심해야 해. 회의를 방해하면 리더한테 엄청나게 혼날 거야."


비는 오라이온에게 뒤늦게 소근거렸음. 안에서 이미 다들렸겠다. 오라이온은 그냥 안에서 나오는 소리에 집중하기로 했음. 한두번 있는 일이 아닌지 회의는 멀쩡히 계속되고 있었지. 오라이온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맥락과 단어는 적었지만 그래도 오라이온은 최선을 다해 모든 소리를 브레인 모듈에 입력했어.


'이 방법 밖엔 없는 모양이군.'
'하이가드와 싸우고 메가트론을 공격하고 잡힌 동료들을 풀어주고. 우리가 상하체를 분리해서 움직여도 수가 모자라겠다.'


이거다. 오라이온은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음. 안의 시선들이 한꺼번에 오라이온에게 몰렸지. 낯선 메크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라쳇과 재즈도 이곳에 있었음.


"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요."


오라이온의 당당함에 비가 비명을 질렀지. 방해하려는 게 아니었다며 횡설수설을 하다가 됐으니 조용히 하라는 일갈을 받음. 오라이온은 엘리타가 단번에 비를 침묵시키는 걸 보며 살짝 감격했음. 엘리타와는 잠깐 만나봤을 뿐이지만 과연, 리더의 기상이 느껴진다.


"맙소사! 내가 쉬라고 했잖아!"
"아니, 잠깐. 제 말 좀 들어보세요!"


가장 먼저 달려온 라쳇이 오라이온을 거의 끌고가려 했지만 오라이온은 문틀을 잡고 버텼음. 그 모습을 본 재즈가 쾌활하게 웃었어.


"뭐 어때요. 이야기 정도는."


엘리타는 마음에 안 든다는 시선으로 재즈를 봤지. 재즈는 어깨나 으쓱함. 작전실의 다른 메크들은 오라이온의 등장에 다양한 반응을 보였음.


"말해보라고 해. 하고 싶다잖아."
"저녀석이 메가트론이 정성스레 준비한 함정이 아니란 걸 어떻게 확신하는데."
"너도 이번에 같이 구하러 가지 않았냐?"
"난 닥터를 구하러 간 거야. 메가트론의 첩이니 뭐니 소문 뒤숭숭한 녀석 말고."


첩? 오라이온은 인상을 찌푸렸음. 설마 나한테 하는 말은 아니겠지. 오라이온이 두리번거리다 옆에 서있는 비를 발견하고 깊은 생각에 빠진 동안 메크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던 엘리타가 책상을 두번 쳤지. 작전실이 금세 조용해졌음.


"됐어. 말해봐."


엘리타의 말에 라쳇도 오라이온을 놔주었지. 오라이온은 한발자국 나아갔어.


"코그리스 광부들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해요."


작전실에 다시 웅성거리는 소리가 생겼음. 엘리타는 옵틱을 좁히고 오라이온을 바라봤어.


"광부들을?"
"메가트론을 막으려면 우리만 어떻게 노력해서 될 문제가 아니에요. 다같이 힘을 합쳐야죠."
"그들은 말그대로 코그리스야. 변신도 못한다고."
"알아요. 그런데도 절 구하려고 했어요. 메가트론한테 맞서서."


오라이온은 의식을 잃기 전에 본 광경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음. 코그리스라고 싸울 수 없는 게 아니야. 그들은 무력하지 않아.


"...광부들이 도와준다면 승산이 더 생기긴 할 거야."
"확실히 그들은 수도 많고..."


메크들이 오라이온의 말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음. 엘리타 역시 생각에 잠겨있다가 오라이온을 봤어.


"하지만 다른 구역 광부들이 메가트론과 싸우려 할까. 그들은 철저하게 무력과 공포로 억압받은 메크들이야. 학습된 공포를 이기긴 쉽지 않겠지."
"그거에 대해서도 생각이 있어요."


그리고 오라이온은 라쳇을 돌아봤지.


"라쳇. 당신이 그들을 설득해주세요."
"뭐?"


라쳇은 당황하며 손을 내저었어.


"무슨 소리야? 나는 의사지 선동가가 아니야!"
"하지만 누구보다 그들의 입장을 잘 아시잖아요. 그리고 뒤에서 광부들을 치료해주고 지켜왔죠.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건 당신밖에 없어요 라쳇. 당신은 왜 마음을 바꾸고 싸우기로 결심했나요?"


라쳇은 흔들리는 옵틱으로 오라이온을 바라봤어. 어린 애들은 대체 왜이렇게 빨리 크는 걸까. 옵틱을 꾹 감은 라쳇이 이윽고 한숨을 내쉬었지.


"이번만이야. 두번 다신 나한테 이런 거 시키지마."
"라쳇! 고마워요!"
"좋아요. 그럼 저희 쪽에서 대본을 작성하겠습니다."
"필요 없어!"


라쳇이 다른 메크와 티격대는 동안 재즈가 가볍게 손을 들었음.


"그래서 메가트론은 어떻게 할 건데? 다른 곳은 어떻게 물량공세로 뚫는다고 해도 메가트론은 쉽지 않을 거야. 하이가드도 만만치 않으니 화력을 분산시키기도 힘들 거고."


재즈의 말에 오라이온이 자신을 가리켰음.


"무리하지 말고 시간만 벌어줘. 그동안 내가 메가트론하고 대화해볼게."
"......"
"......"


이런저런 의견들로 소란스럽던 작전실에 침묵이 찾아왔음.


"....나랑 비가 어떻게든 메가트론을 막고 있을 테니까 포로들을 구출하고 나면 지원하러 와."
"그래."
"그게 좋겠어."


오라이온은 자신의 의견이 완전히 묵살됐다는 걸 알고 입을 부루퉁히 내밀었지. 어느 새 다가온 재즈가 오라이온의 어깨를 두드리며 오라이온을 달랬어.


"넌 충분히 잘해줬어 오라이온. 하지만 아직 다 낫지 않았잖아. 우리한테 맡기고 편히 쉬고 있어."
"...응. 알겠어."


오라이온은 반짝거리는 옵틱으로 재즈에게 대답했음. 그 옵틱을 본 작전실의 모든 메크가 알 거임. 오라이온 절대 가만 있을 생각이 아니란 걸.




메가오라 메옵 메가옵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