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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31 20:40
안봐도 상관없는 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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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가 겨우 이성을 되찾고 눈을 떴을 땐 무려 주말 늦은 점심무렵이었다. 맥주캔은 바닥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는데다 개존노맛 주제에 양심 버린 가격으로 사온 오뎅탕은 몇 입 먹지도 않고 그대로 식탁에 차갑게 식어버린 채 있었기에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허니는 평소처럼 불금에 집에서 혼술을 했다고 생각했었다. 자신이 무슨 재앙을 벌인지는 모르고.. 숙취로 울렁이는 속을 참으며 버릇처럼 휴대폰 화면을 켰을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켄타로... 잘 지내니....?]





싯팔 뭐야 이 개최악 전여친 문자 1위 할 것만 같은 문구? 심지어 필름이 끊겼는지 졸라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제발.. 제발제발 사카쿠치 켄타로라는 남성에게 자비심이 있다면 전여친의 흑역사 생성을 도와주지 말고 그대로 차단을 했었길... 읽지도 말고 그냥 바로 씹어주길, 허니는 간절히 바라며 스크롤을 내렸지만






ㅡ뭐야 이 시간에.. 술 마셨어?






ㅋㅋㅋㅋㅋ... 사카쿠치 켄타로라는 남성은 마치 반사신경 같은 속도로 답장을 보내왔다. 그냥 이쯤하고 끝냈으면 창피함 정도로 마무리 되었을 대화는 지치지도 않은 술에 개꼴은 최악의 전여친 허니비가 사카쿠치 켄타로에게 그가 딱히 물어보지도 않은 정보까지 나불거리는 바람에 문자는 계속 전개되고야 말았다.






[어 술 좀 마셨어ㅎ.. 켄타로 그냥 잘 지내나 궁금하고... 근데 나 지금 그리고 오뎅탕 먹고잇다 오뎅탕.. 기억나니 너가 오뎅탕은 진ㄴ짜 잘 끓였잖아... 시발 이 오뎅탕 너무 맛이 없어서 지금 나 눈물 난다.. 켄타로가 진짜 발로 끓여도 이것보단 맛있는데...]








ㅡ적당히 하고 그만 자.







그 다음은... 허니가 사카쿠치에게 전화를 걸어 약 4분가량의 통화를 한 정보가 마지막으로 남아있었다. 시발 또 뭐라고 주정을 부린거야, 믿기힘든 현실에 자살 충동이 드는 순간, 허니는 커뮤니티에 남긴 그 글을 보고야 말았다.






<전남친이 너무 매정해서 술 마심ㅋㅋ> 게시글 up







기어코 그 개지랄난 어젯밤을 손수 글로 써서 남긴 기록을... 커뮤니티에 써갈긴 그 기록을.... 스스로 읽어버리고 만 것이다...






서서히 그 4분가량의 통화가 기억이 난다........






'켄타로, 내가 이런 얘기 하는거 너무 이기적이고 못된거라는걸 알아... 하지만 나, 계속 잊혀지지가 않아서...'





울먹거리는 허니의 목소리에 켄타로는 한숨을 쉬더니 본인도 그렇다며 중얼거렸었지. 하지만 허니, 네가 헤어지자며? 관계를 끝내자고 한 건 너잖아.. 푸념섞인 목소리로 얘기한 켄타로에게 허니는 겨우 한 마디를 짜냈다..






'진짜.. 미친 소리 같겠지만...'






오뎅탕 어케 끓인건지 좀 알려주지 않을래.....







그리고 수십초의 침묵. 답변으로 돌아온건,






'너 미쳤냐?'




전에없이 냉랭하게 얼어버린 목소리로 미쳤냐고 말한 사카쿠치 켄타로.. 그에 대고 왜? 혹시 창업할거니? 하긴 비법 레시피는 며느리도 안 알려준다잖아 개소리를 짓껄이는 허니를 참다못해 그는 전화를 끊어버린뒤 차단해버렸다.






"죽자 그냥.. 살아서 뭐하냐.."




태어난 이래 가장 많은 수치심을 느끼고 있는 허니가 중얼거렸다. 이미 게시글은 삭제했지만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한 글을 일일이 신고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시발.. 켄타로 미안해.. 죽을 땐 조용히 죽을게... 처절하게 쪽팔림에 몸무림치고 있을 때였다.




띵동-



현관문 초인종 소리.. 뭐 배달 시킨 것도 없고 택배 올 것도 없는데.. 지금 문 밖에 누가 있든 알 바가 아니었기에 허니는 그냥 불청객을 무시하기로 마음 먹었다. 처절한 마음으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수치사에 대해 생각한다.. 그 순간 누군가가 휙, 매정하게 뒤집어쓴 이불을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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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번호.. 아직 안 바꿨더라. 우리 기념일."





사카쿠치 켄타로가 장바구니를 들고 자취방에 들어오는 이 비현실적 그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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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안해?"






사카켄너붕붕